네 번째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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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 ? ?

「네. 맞습니다. 네, 네. 장하영 교수의 지도 원생인 한설하, 1985년생. 확실하게 신원 확인했습니다」

〔… … … …〕

「죄송합니다. 당시 논문을 돌려봤다는 교수들에 대해서는 기억소거를 진작 실시했는데, 장하영 교수가 논문에 자기 이름만 올려놓아서 한설하의 존재를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 … … …〕

「아뇨, 그쪽은 아직……」

〔… …! … …!〕

「관악경찰서 쪽에 CCTV 보여주고 문의한 결과, 지역에서 흥신소를 하고 있는 호야라는 여자라는 것까지는 알아냈습니다. 직종이 직종이다 보니 종종 경찰서를 드나들었다는데, 성은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 … … …〕

「크게 위법적인 일을 한 기록은 없구요. 불륜하는 남편을 미행하다 남편 쪽에서 신고를 해서 연행되었다가 훈방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네. 아뇨. 즉결심판도 아니고 그냥 훈방이었기 때문에 서류가 작성된 게 없습니다」

〔… … … …〕

「지금 일단 요원들이 계속 알아보는 중입니다. 동시에 한설하 신병 확보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설하를 잡으면 면담해서 호야라는 여자의 신원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 … …〕

「네. 한설하 집 주소는 이미 알아놨고, 그쪽으로 요원 두 명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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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나는 내 집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설하와 함께 걸었다. 해가 점점 길어지는 철이라 저녁이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차간격이 20분씩 되는 간선버스를 혼자 기다리게 하려니 마음이 불편해서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도 해야 했고.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설하가 물어왔다. 하지만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은 말이었다.

「글쎄……. 애초부터 단서랄 것도 없었지만 시작부터 이렇게 막히니 갑갑하군」

「아, 그 컴퓨터 태워먹은 거 어떻게 하지?」

「케이스는 그대로 두고 중고부품들 구해다가 채워넣어서 원래 자리 갖다두면 돼. 뭐 어차피 느이 교수님 돌아오기 전까진 신경쓸 사람도 없을 거 아냐? 그리고 부품값은 네가 내라」

「야아―아―」

「아, 귀척하지 마. 하나도 안 귀여워. 내일모레가 서른인 아줌마가 그러면 징그러」

「서른이라니. 스물 여섯밖에 안 되었거든!」

「지랄. 그건 만 나이지」

내가 칼같이 준엄한 선고를 내리자 설하가 뭐라 툴툴거렸지만 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버스 좀 금방 오려나. 배고픈데」

「그럼 나 가기 전에 식사라도 같이 할래? 나도 집밥이 별로 안 땡겨서, 여기서 먹고 갈까 싶은데」

「아니. 난 너 보내고 들어가는 길에 장블랑제리에서 맘모스빵 사 갈 거야. 그냥 가」

「너 아직도 밥 안 먹고 맨날 과자 빵 먹지? 물 대신 사이다 마시고」

「맘 내키면 고기도 먹어.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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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 12년 (서기 1517년)

경기도 과천현 남태령

토막집으로 돌아온 여우는, 아니 토막집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온 여우는, 새까만 잿더미로 폭삭 무너져 앉아 있는 집을 마주했다. 새하얀 눈밭 사이에 시커먼 덩어리가 덩그러니 있으니 거의 오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여우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전우치가 사라졌다.

공연히 전우치를 죽였다가 그 안에서 구슬을 찾을 수 없을 경우를 저어하여, 잡아다가 매일 살을 섞으며 정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 전우치가 사라졌다. 천 년이 넘도록 모아온 호정(狐精)을 낼름 삼켜버린 망할 놈이 사라져 버렸다.

「전…… 우…… 치……」

현기증이 아찔하게 올라와 새카맣게 탄 귀틀을 짚었다. 강력한 암시를 걸었기에 그간 거꾸로 매달린 채 조용히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히 그랬을 터이다. 허나 자신의 천 년 호정을 삼킨 전우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입으로 전우치에게 그 사실을 고해주었으면서, 정작 자신이 전우치를 뭇 사람처럼 우스이 보았다.

「전우치……! 이 새끼……!」

우지끈. 팔에 힘줄이 솟음과 동시에 시커먼 귀틀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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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어. 설하야. 집에 다 와 가냐?」

〔어. 한 세 정류장 남았어. 넌 집에 들어갔어? 맘모스빵은 샀구?〕

「시발 품절이더라. 그래서 대신 조각케이크라도 사려고 했는데 초콜릿 들어간 것밖에 남은 게 없어서 그냥 도넛 사서 간다」

〔참, 너 초콜릿 알레르기 있었지 그러고 보니까〕

「그래. 난 초콜릿 잘못 먹으면 죽어. 운도 지지리 없지, 그 맛있는 걸 못 먹는다니……」

〔단 거에 환장하는 초콜릿 알레르기 환자라, 불쌍하구나 참〕

「교수가 실종된 대학원생보다 더 불쌍할까, 아무렴」

〔나 뼈 맞았다〕

「맞으라고 때린 거다. 아무튼, 내일 다시 만나선 너희 과의 다른 교수님들을 한번 찾아다니면서 물어 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귀에서 휴대전화를 떼어보니 배터리가 나가 있었다. 전원 버튼을 꾹 눌러 보았지만, 시동 화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화면이 암전해 버렸다.

「아나 이 씨, 젠장할」

신경질적으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발을 놀렸다. 하연에게도 전화해서 컴퓨터에 쑤셔넣을 중고 부품들 좀 구해오라고 해야 하는데.

「……?」

인기척이 느껴진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신경이 과민해진 것인가. 모자 위로 머리를 긁적거리고 다시 앞을 향해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기척과 시선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불륜남들의 뒤를 밟을 때 느껴지던 그 감각이었다. 다만 지금은 내가 뒤를 밟히는 입장이라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발걸음을 빨리했다. 저쪽도 내가 자기 기척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필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간 순간에 미행이 붙다니. 컴퓨터를 태워먹고, 맘모스빵 품절에, 아주 재수에 옴 붙은 날이었다.

「씨발……!」

최근 들어 사고치거나 원한 살 짓 한 적은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지? 뒤를 밟히면서 곧바로 집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나는 골목을 따라 계속 걷다가, 다음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틀었다. 걸음을 더 빨리 해서 세 개 가곽을 지나친 뒤, 다시 오른쪽으로 틀었다. 이젠 거의 달리다시피하여 큰길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낙성대역으로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아무도 쓰지 않는 지하철역 공중전화를 잡고 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 번, 두 번, 세 번……. 30초가 넘도록 신호음이 갔지만 설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반환되는 동전을 줍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피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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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 12년 (서기 1517년)

한성부 회현방 소공동

전우치는 남태령 여우집에서 도망친 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방향을 가늠하여 무작정 북쪽으로 달렸다. 송도의 어머니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없어진 줄을 여우가 알게 되면, 여우가 진즉 으름장을 놓았던 대로 어머니께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몰랐다. 본가가 송도의 어디라고 말한 바는 없지만, 그 미친 년이라면 전우치의 가족을 찾을 때까지 송도 사람 아무나 잡아다 죽여댈 것 같았다.

본래 예정으로는 인왕산 줄기를 넘어 고양, 파주를 거쳐 임진강을 넘어 개성으로 갈 요량이었는데, 경강을 건너 강북으로 올라오니 이미 해가 저물어 버렸다. 그 탓에 방향을 잃고 본래 가야 할 방향에서 동쪽으로 치우쳐서 한양도성에 닿고 말았다. 그리고 그만 도성을 따라 행순(行巡)을 돌던 순라군들에게 거동수상자로 찍혀 쫓기고 있는 것이 작금 상황이었다.

「섯거라, 놈!」

「인정이 친 지가 언제인데 웬 놈이 서소문 밖을 어슬렁거리는고!」

「서면 보내 줄 것도 아님서!」

식인의 건도 있고, 무엇보다 순라군들에게 잡혀 복처(伏處)에 잡혀가기라도 하면 날이 밝은 뒤 곤장을 맞는 것은 물론이고 아까운 시간을 적어도 하루 이상 버리게 될 터이니, 절대 잡힐 수 없다는 맘을 먹고 야밤에 추격전을 한참을 계속하고 있었다.

「미치어 버리겄구만, 정말!」

몇 바퀴째 꼬리잡기를 계속한 전우치가 될 대로 되라는 듯 도성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몸이 가볍게 성벽에 달라붙어 두세 번을 도약하자 성벽을 넘어가 버렸다. 쫓아오던 순라군들은 물론이요 전우치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전우치는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곧바로 성벽 아래로 풀쩍 뛰어내린 뒤 북쪽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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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경 2년 (서기 1568년)

한성부 용산방 마포나루


「전노사,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차식의 말에 멀뚱히 해바라기만 하고 있던 전우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응? 아니, 그냥……. 참 오래도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진랑이는 요새 무얼 하고 사나? 그쪽도 소식 못 들은 지가 한참일세 그려」

「화담 션생이 졸하시고 스무 해 가까이 송도 집에 콕 틀어박혀서 아니 나온 지가 한참이오. 그러고 보니 이제 두 해만 더 넘기면 딱 스무 해가 되는구료」

「허. 그 양반 저 세상 가신 지가 샹긔 그리 되었나. 그동안 오죽 많이 벌어다 두었으면 스무 해를 집 안에만 처박혀 살어」

「전노사도 참, 우리 스승님 만나고 나서야 사람 되시었소 솔직히 말하여」

차식이 농담임을 과시하는 듯 짐짓 웃으며 말했지만 전우치는 거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노사?」

「사람이 된다라……. 이보게, 이재. 사람이 된다 함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맹자 왈, 부모 일가가 무사한 것이 즐거웁고, 하늘과 땅에 모두 부끄럼이 없으며, 천하 재목을 얻어 후세대를 길러낼 수 있는 이가 군자 아니요」

「아니, 군자 말고. 그냥 사람. 사람이 다른 뭇 즁생과 무엇이 다르겠느냔 말이야」

「만물이 모두 천지의 이(理)를 성심으로 삼고 천지의 기(氣)를 형체로 삼았으나, 오로지 사람만이 형기의 올바름으로 성을 온존할 수 있노라 주자께서 말하셨지요」

전우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대저 태어날 때는 아비의 정액과 어미의 혈액이 만나서 만들어지고, 그 형상은 터럭과 살같으로 되어 있음은 뭇 금수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어찌 그런 말장난으로 금수와 사람의 구분을 논한단 말인가. 맹자 왈, 사람과 금수의 다른 점은 기희(幾希)하나, 다만 서민은 그것을 버리고 군자는 그것을 보존한다 하였으니, 그것이란 인의도덕을 말함이 아닌가?」

「그러하지요」

「허면, 금수라도 인의도덕을 안다면 사람에 버금간다 할 수 있겠는가?」

「에이, 그게 어찌 그렇소. 금수가 인의도덕을 안다니요. 제 부모를 봉양하는 금수는 듣도보도 못하였소」

「허나 금수도 제 새끼는 함함히 보살피지」

전우치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며 쓰게 웃었다.

「사람이 되어 제 새끼도 옳게 길러내고 어엿비 여기지 못하였다면 금수보다 나을 바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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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설하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서 엎어져 자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의 미행, 그리고 장 교수의 실종 수사에 미온적이었다는 경찰의 태도, 누군가 지워버린 장 교수의 데이터, 그리고 과전류 킬체인이 심어져 있던 컴퓨터까지 떠오르면서 생각이 안 좋은 쪽으로만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다. 혹시 경찰이 한통속이라면, 전화 같은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은 언제나 내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다. 더구나 지하철역 같은 공공장소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즉시 지하철역에서 도로 뛰쳐나갔다. 지하철역 밖에는 좀전의 미행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CCTV가 번득이고 있는 지하철역보다는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어둠 속이 차라리 안전했다.

「젠장, 젠장.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연에게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랬다가 하연까지 휘말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만두었다. 일단 지금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안전한 수단도 없었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먼저다. 미행이 붙던지 말던지, 휴대전화 충전기와 돈을 비롯해 잠수타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려면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집까지 정체불명의 마수가 뻗쳤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행히 집은 고요했다. 집까지 최단거리로 오는 동안 미행이 계속 느껴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당분간 집에 안 들어오면 된다. 낡은 IBM 랩톱과 어댑터, 휴대전화 충전기를 배낭에 쑤셔넣고, 침대 아래에서 돈가방을 꺼냈다. 쓰고 있던 베이지색 모자를 검은색 모자로 바꿔 썼다. 재킷을 벗어던지고 나이프 벨트를 두른 뒤 여름 트렌치코트를 걸쳤다. 신발도 들어오기 전까지 신었던 초콜릿색 단화를 신발장에 집어넣고 검은 부츠를 꺼냈다. 마지막으로 담배갑과 물부리, 지포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 그래. 이제…….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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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 12년 (서기 1517년)

경기도 개성부

「어머니! 형님들!」

조용했다. 전우치가 박차고 들어온 사립문이 박살난 채 그 등 뒤에서 나뒹굴었다.

「우치냐?」

둘째 형 전우선(田禹先)이 뒷마당에서 초가삼간 옆간을 끼고 나오고 있었다. 우치가 벌떡 일어나 우선에게 달려가 그 손을 잡았다.

「우선 형! 어머니는? 우성(禹性) 형은? 가만, 형님은 형님 맞소? 정말 형님이시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어머니께선 방에 계신다. 형수는 빨래 하러 갔고, 형님은 나무하고 와선 잠시 쉬신다. 난 형님이 어제 해온 나무를 장작으로 패고 있었고. 우치 너는 공부한다고 산에 들어간 녀석이 연통도 없이 별안간 여긴 웬 일이냐?」

전우치가 맥이 탁 풀린 듯 무릎을 바닥에 꿇고 쓰러지며 땅이 꺼져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늦지 않아 감사합니다」

「아아니, 정말 왜 이런다니?」

「말해줘도 도저히 믿지 못할 거요. 정말, 정말 무섭기 그지없는 일을 겪었소. 아, 이 집도 위험할지 모르오. 속히 다른 데로 피하던지 해야 해요」

「느닷없이 그런 소릴 한다 해도 어딜 간다는 말이니? 그리고 위험하다니?」

전우치가 무엇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고 있자, 전우선이 웃으며 전우치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숨 좀 고르고 천천히 얘기하려무나. 어서 들어가 어머니께 문안부터 올려야지」

우선은 그렇게 이야기하곤 뒷마당으로 돌아갔다. 전우치가 지게문을 열어젖혔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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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 ? ?

「네. 한설하 확보했습니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 … …〕

「그리고 한설하 확보 후 이송 중에 부재중 전화가 왔었는데……」

〔… …! … …!〕

「네. 네. 죄송합니다. 한설하 휴대전화가 진동도 아니고 무음 모드였던지라 알고 받지 못했습니다. 번호 확인해본 결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공중전화였습니다. 지하철 CCTV 영상 확인 결과 장하영 교수 연구실에 한설하와 함께 들어갔다 나온 그 호야라는 여자였습니다. 인상착의도 똑같았습니다. 푸른색 야상에 베이지색 빵모자」

〔… … … …〕

「네. 일단 관악구를 기본적으로 수색 대상으로 하고, 한설하가 깨어나는 대로 심문 개시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네? 팀장님께서요? 직접?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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