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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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후, 시발. 이 망할 놈의 녹두. 매번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사람 살 데가 못 된다니까」

그렇게 뇌까리면서 편의점에서 사 온 마스크를 고쳐 썼다. 우선 설하의 상태를 알아야 하기에 버스를 타고 무작정 설하네 동네로, 월셋방 바로 앞 가곽까지 왔다. 하지만 아가리를 벌린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니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가, 또는 무엇이 저 어둠 너머에 숨어 있을 지 모르니까. 일단 여관방을 잡아 돈가방과 배낭을 거기에 두고, 최대한 가볍게 호신장구만 챙겨왔다. 트렌치코트 안으로 손을 넣어 나이프벨트에 매달린 연장들을 확인했다. 택티컬 나이프 두 자루, 전기파리채와 삼단봉을 개조해 붙인 전기삼단봉, 볼베어링을 쏘는 USP BB건.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보니, 건물 3층 설하의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어휴, 씨발……. 이년 진짜 100만 원은 더 받을 테다」

오른손을 품 속에 넣은 채 다세대주택 현관에 들어섰다. 센서등에 불이 켜졌다. 수첩을 꺼내 신림동을 펼치고, 번지수에 맞는 비밀번호를 찾았다. 덜컹. 유리문의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차게 울렸다.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계단 난간에 머리를 들이밀어 위를 쳐다보았다.

「……」

승강기가 땡 소리를 냈다. 열린 승강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3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기 전에 몸을 빼냈다. 다시 계단 난간 쪽으로 머리를 내밀어 구불구불한 난간의 나선 속을 들여다보며 기다렸다. 오른손은 계속 품 속에 넣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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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 ? ?

「왔냐. 한설하는?」

「장하영 교수 심문실 옆 방에 넣어 뒀습니다. 그리고 그 낙성대역 공중전화 이전에 마지막으로 한설하와 통화한 전화번호를 추적해 봤습니다」

「그래서?」

「대포폰이었습니다」

「별로 놀랍지도 않군. 흥신소업자와 대포폰이라. 아까 얘기했다시피 한설하는 내가 직접 심문할 테니, 니들은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지 바로 나갈 준비 해서」

「알겠습니다」

「에이, 염병할 거……. 이 일이 이렇게 복잡할 일이 아니었는데……. 한설하 집 주변에 예비 병력은 남겨 뒀겠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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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 12년 (서기 1517년)

한성부 회현방 소공동

전우치는 남태령 여우집에서 도망친 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방향을 가늠하여 무작정 북쪽으로 달렸다. 송도의 어머니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없어진 줄을 여우가 알게 되면, 여우가 진즉 으름장을 놓았던 대로 어머니께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몰랐다. 본가가 송도의 어디라고 말한 바는 없지만, 그 미친 년이라면 전우치의 가족을 찾을 때까지 송도 사람 아무나 잡아다 죽여댈 것 같았다.

본래 예정으로는 인왕산 줄기를 넘어 고양, 파주를 거쳐 임진강을 넘어 개성으로 갈 요량이었는데, 경강을 건너 강북으로 올라오니 이미 해가 저물어 버렸다. 그 탓에 방향을 잃고 본래 가야 할 방향에서 동쪽으로 치우쳐서 한양도성에 닿고 말았다. 그리고 그만 도성을 따라 행순(行巡)을 돌던 순라군들에게 거동수상자로 찍혀 쫓기고 있는 것이 작금 상황이었다.

「섯거라, 놈!」

「인정이 친 지가 언제인데 웬 놈이 서소문 밖을 어슬렁거리는고!」

「서면 보내 줄 것도 아님서!」

식인의 건도 있고, 무엇보다 순라군들에게 잡혀 복처(伏處)에 잡혀가기라도 하면 날이 밝은 뒤 곤장을 맞는 것은 물론이고 아까운 시간을 적어도 하루 이상 버리게 될 터이니, 절대 잡힐 수 없다는 맘을 먹고 야밤에 추격전을 한참을 계속하고 있었다.

「미치어 버리겄구만, 정말!」

몇 바퀴째 꼬리잡기를 계속한 전우치가 될 대로 되라는 듯 도성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몸이 가볍게 성벽에 달라붙어 두세 번을 도약하자 성벽을 넘어가 버렸다. 쫓아오던 순라군들은 물론이요 전우치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전우치는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곧바로 성벽 아래로 풀쩍 뛰어내린 뒤 북쪽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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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땡 소리가 나면서 좀전에 올려보낸 승강기가 3층에 도착했다. 3층의 센서등이 켜졌다.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참에서 누군가 3층으로 올라갔다. 동시에 3층과 4층 사이의 계단참에서는 누군가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니미럴……. 나쁜 예감은 틀리질 않지 꼭」

계단 난간에 기울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1층 로비로 몸을 돌림과 동시에 한 무리의 손님들이 현관을 열고 들어왔다. 네다섯 명의 남자들은 모두 녹두라는 동네에 어울리는 후줄근한 작업복이나 추리닝을 입고 있었지만, 이 동네 주민 특유의 흐리멍덩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호야. 맞지?」

「……묻는 그쪽은 누구야」

불청객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않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았다.

「순순히 따라오면 다치지는 않을 거다」

「누가 보냈어? 한설하는 어디 있고?」

「한설하도 우리하고 같이 있으니, 궁금하면 따라 오라고」

우루루루. 3층에서 또 한 무리가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품에서 삼단봉을 꺼내며 말했다.

「좆까」

따다닥 소리를 내며 삼단봉이 펼쳐졌다. 불청객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한숨을 쉬며 윗옷 오른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나는 그것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가며, 그 자가 꺼내든 물건을 삼단봉으로 쳐 올렸다. 그 물건이 콜트 디텍티브 스페셜임을 확인하고, 윗층의 놈들이 내려와서 벽으로 몰리면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삼단봉의 스위치를 누르기 까지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억」

남자가 외마디 소리를 내면서 리볼버를 떨어뜨렸다. 나는 전기 삼단봉으로 남자들의 살갗이 드러난 부분을 보이는 대로 후려치며 현관을 향해 나아갔다. 한 놈이 내 오른손목을 붙잡고 비틀어 삼단봉을 빼앗으려 했다. 왼손으로 나이프벨트에서 USP를 꺼내 놈의 눈에 대고 영거리로 두 번 연달아 쏘았다.

「아악!」

쇠구슬이 파고들어간 오른눈을 감싸느라 놈은 내 오른팔을 놓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얼굴과 오른손에 전기찜질을 해 주었다. 현관을 막고 있는 마지막 놈이 내 양 손목을 자기 양 손으로 각각 붙잡고 매달렸다. 장화 앞굽으로 낭심을 걷어차 떨어뜨리고 턱에 니킥을 먹였다. 쓰러지는 놈을 밟고 도약, 현관 밖으로 뛰쳐나가 신림동의 밤거리 속으로 내달렸다.

「씨발 녹두 진짜 이 좆같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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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 ? ?

「한설하 씨. 여기 왜 온건 지 아시죠?」

정장을 입은 여자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물었다. 설하는 기침을 콜록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 모르겠는데요」

여자가 비웃는 기색의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몰라도 차차 알게 되실 거니까」

「여기 어디에요? 당신들 경찰 아니죠? 경찰이라도 사람 이렇게 막 끌고 오면 불법인 거 알아요?」

「아이고, 어디서 모기가 앵앵거리나……」

「뭐라구요?」

「이봐요. 한설하 씨」

여자가 목소리를 깔며 설하 쪽으로 자기 몸을 바짝 끌어 붙였다.

「주제파악 좀 해요. 당신 순순히 하라는 대로 협조 안 하면, 집에 가는 건 고사하고 두 번 다시 햇빛을 못 봐」

여자가 설하의 면전에다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자기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서류철을 열어 사진 한 장을 꺼내서 설하 쪽으로 돌려 내밀었다.

「이 여자 알죠?」

「그, 그건 왜 묻는데요?」

「알죠?」

「이건, 이건 불법 구금이에요. 시, 신고할 거에요」

「신고할 게 있어야 신고를 하지. 당신은 여기서 있던 일 기억도 못 할 텐데……」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뜻 모를 소리만 하는 거에요!」

「이봐요, 한설하 씨. 빨리 학위도 마치고, 연구원도 하고, 교수도 해야 할 거 아녜요? 앞날이 창창한 인재가, 이런 위험한 사람하고 어울려 친구 먹고 그러면, 우리처럼 더 위험한 사람들 만나게 되는 거라고. 다시 묻습니다. 이 호야라는 여자, 알죠?」

「호, 호야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요? 걔가 왜 위험해요? 그리고, 그리고 알면 뭐 어쩌게요? 나, 나만 호야 아는 것도 아닌데?」

「아, 그래요? 그러니까 이 호야라는 여자가 무슨 짓을 했든, 본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나만의 책임이고 뭐고 할 게 아니고. 얘를 아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가 없잖아요. 애초에 대학 동기라서 아는 건데」

「한설하 씨. 학부 11학번이죠?」

「네? 그, 그런데요?」

「이따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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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경 2년 (서기 1568년)

한성부 용산방 마포나루


「전노사,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차식의 말에 멀뚱히 해바라기만 하고 있던 전우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응? 아니, 그냥……. 참 오래도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진랑이는 요새 무얼 하고 사나? 그쪽도 소식 못 들은 지가 한참일세 그려」

「화담 션생이 졸하시고 스무 해 가까이 송도 집에 콕 틀어박혀서 아니 나온 지가 한참이오. 그러고 보니 이제 두 해만 더 넘기면 딱 스무 해가 되는구료」

「허. 그 양반 저 세상 가신 지가 샹긔 그리 되었나. 그동안 오죽 많이 벌어다 두었으면 스무 해를 집 안에만 처박혀 살어」

「전노사도 참, 우리 스승님 만나고 나서야 사람 되시었소 솔직히 말하여」

차식이 농담임을 과시하는 듯 짐짓 웃으며 말했지만 전우치는 거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노사?」

「사람이 된다라……. 이보게, 이재. 사람이 된다 함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맹자 왈, 부모 일가가 무사한 것이 즐거웁고, 하늘과 땅에 모두 부끄럼이 없으며, 천하 재목을 얻어 후세대를 길러낼 수 있는 이가 군자 아니요」

「아니, 군자 말고. 그냥 사람. 사람이 다른 뭇 즁생과 무엇이 다르겠느냔 말이야」

「만물이 모두 천지의 이(理)를 성심으로 삼고 천지의 기(氣)를 형체로 삼았으나, 오로지 사람만이 형기의 올바름으로 성을 온존할 수 있노라 주자께서 말하셨지요」

전우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대저 태어날 때는 아비의 정액과 어미의 혈액이 만나서 만들어지고, 그 형상은 터럭과 살같으로 되어 있음은 뭇 금수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어찌 그런 말장난으로 금수와 사람의 구분을 논한단 말인가. 맹자 왈, 사람과 금수의 다른 점은 기희(幾希)하나, 다만 서민은 그것을 버리고 군자는 그것을 보존한다 하였으니, 그것이란 인의도덕을 말함이 아닌가?」

「그러하지요」

「허면, 금수라도 인의도덕을 안다면 사람에 버금간다 할 수 있겠는가?」

「에이, 그게 어찌 그렇소. 금수가 인의도덕을 안다니요. 제 부모를 봉양하는 금수는 듣도보도 못하였소」

「허나 금수도 제 새끼는 함함히 보살피지」

전우치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며 쓰게 웃었다.

「사람이 되어 제 새끼도 옳게 길러내고 어엿비 여기지 못하였다면 금수보다 나을 바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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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여관방에서 가방들을 챙겨 그대로 뛰쳐나왔다. 전성기의 구룡성채를 방불케 하는 녹두 슬럼가가 추격자들의 수색을 잠시 늦춰줄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막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놈들이 이 미로 속에서 해메고 있는 동안 얼른 도망쳐야 한다.

「근데 씨발 진짜 어디로 가야 하냐고……!」

경찰도 못 믿을 상황에서, 이 관악 어디에 안전한 곳이 있겠는가. 마스크를 벗고 녹두의 그늘 속에 숨어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격투의 흥분이 가라앉자, 다시 마스크를 쓴 뒤 돈가방에서 돈을 30만 원 정도 꺼내 주머니에 쑤셔넣고 그늘 밖으로 나왔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초콜릿과 건포도, 카페인 등 알레르기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과자와 빵을 모조리 장바구니에 털어 넣었다. 되도록 부피가 작으면서 칼로리가 높은 것으로. 그리고 스프라이트도 댓병으로. 7만 얼마를 부르는 아르바이트생에게 8만 원을 던져주고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방금 산 것들을 돈가방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큰길까지 나가는 도중에 있는 편의점마다 들러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아직 5516 버스 막차는 끊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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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 ? ?

「그 학교, 학부 11학번 중에 호야라는 년 있는지 찾아 봐」

「학과는요?」

「전 학과 모두」

「네?」

「전 학과 모두」

「네, 네……. 저, 그리고 한설하 심문하시는 동안 한설하 집 앞 매복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만……. 호야라는 여자와 교전, 놓쳤다고 합니다」

「뭐? 교전? 교오저언?」

「전기충격기에 불법개조한 프롭건에 칼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왔다고……」

「야, 씨발 그게 지금 변명이 돼! 전기충격기에 장난감 총을 든 민간인한테 싸움을 쳐발려서 놓쳐? 니들이 그러고도 현장 요원이야?」

「악!」

여자가 복명하던 남자의 정강이를 구둣발로 쪼았다. 그리고 남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을 식히려는 양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김은 그 장난감 총에 맞아서 안구가 파열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은데, 상부에 보고하고 지원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변칙 존재도 아니고, 기억 소거 대상인 민간인을 놓쳐서 대응반 부르고. 참 잘 하는 짓이라고 하겠다. 그치?」

「하지만 팀장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금 경찰에서 그 호야라는 여자가 신원이 전혀 불명이라고 알려와서 이렇게 수색에 애로가 있는 것인데, 신원불명자가 최고 수준 국립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했다니요?」

「호야라는 게 가명이고 진짜 신원이 따로 있어서 대학에 들어왔으면 그쪽을 물어뜯고, 아니면 다른 사람 신원을 사용해서 입학을 했으면 그 다른 사람을 찾아서 추적할 길을 뚫고. 장사 한두 번 해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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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초록색 5516 버스가 캠퍼스 꼭대기, 제2공학관 앞에 날 내려주고 떠났다. 버스기사가 이 늦은 시간에 왜 여기까지 올라오냐 묻자 공대 대학원생이라고 둘러댔다. 하긴, 이 시각에 학교로 올라오는 학생이 있다손 쳐도 모두 행정관이나 도서관 근처에서 내리지,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흔치 않을 터 이상스럽게 여길 만도 했다.

나는 교내 순환로 가장자리를 벗어나, 관악산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비탈길에 올랐다.

「도피 까짓 거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한 달 넘게 산 속에 처박혀서 안 나오면 제깐 놈들이 뭐 어쩔 거냐!」

설하나 하연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책임져 줘야 할 의리가 있는 사이는 아닌지라 깔끔하게 털어버리기로 했다.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저버린다면 그것은 방기겠지만, 내 코가 석 자도 못 되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

도대체 그놈의 『전우치전』이 뭐기에 이 지랄들인지, 장하영 교수를 찾게 된다면 멱살이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뒤를 돌아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과 나뭇잎 뿐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느낌, 봉천동 거리에서 느껴졌던 그 미행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앞으로 되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른손에 든 가방을 왼손으로 옮겨들고, 오른손은 품 속에 넣어 나이프 벨트를 더듬었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을 곤두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까워졌다.

나이프를 역수로 잡은 오른손을 품 속에서 빼내고, 돈가방을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몸을 뒤로 홱 돌렸다. 무언가가 내 오른팔을 잡았다. 손이었다. 왼손으로 전기 삼단봉을 꺼내 펼쳤다. 그러자 장갑 낀 다른 손이 삼단봉을 붙잡았다.

다시 한 차례 바람을 맞은 나뭇잎들이 음산하게 재잘거렸다.

「드디어 찾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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