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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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구 예루살렘의 아르메니아 지구의 좁은 골목길은 먼 옛날에 지어진 석조 건물의 그림자에 덮여 어둑어둑해졌다. 앙리 드몽포르는 이 도시가 지나온 세월에 압도되었고, 도시가 겪어온 거대한 역사 앞에서 그 자신이 별것 아닌 왜소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시장의 모퉁이에 있는 인적이 드문 듯한 건물에 도착하자, 그는 그저 뒤돌아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드몽포르는 조용히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딴 곳을 선정한 빌어먹을 멍청한 늙은이들. 드몽포르는 그 작자들이 고의로 이 곳을 선택했다고 확신했다. 드몽포르는 그들에게 불편한 과거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몽포르는 낡은 벽돌 더미 뒤에 웅크리고 숨는 것으로 그 사람들의 콧대를 세워주고싶지 않았다. 그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대도 말이다.

드몽포르가 건물 정문의 무거운 철문을 두드리자, 창구로 그를 미심쩍게 보는 한 쌍의 눈이 보였다.

"어디서 오셨소?"

"장대하고 튼튼한, 카르카손느의 성채에서."

빗장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문 뒤에는 코가 삐뚤어지고 풍채가 좋은 남자가 시토 수도회 수도복을 입고 서있었다.

"늦으셨군요."

"당신이 일을 빨리 진행할 수도 없는거 아닙니까, 알레빅 수사님."

"그 늙은이들 앞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 사람들이 어떤지 당신도 알고있잖습니까."

그럴 사람이다. 알레빅 수사를 쫓아 도착한 방의, 안쪽에서 드몽포르는 열띤 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그 꿀 때문에 벌어진 참사를 보고도 우리가 계속 그 일에 투자하길 원한단 말입니까? 터무니없군요!"

"가치? 그들이 나눠준 꿀 때문에 수천명이 죽었습니다! 더 많이 말이오! 누구든 우리가 그 자들과 손을 잡았다는 것을 밝혀내기만 한다면, 우린 동아프리카에 쏟아부은 노력을 엎어버리게 될겁니다. 그래요, 지금부터라도, 우린 손을 떼야합니다."

"아드난?"

"미안합니다, 버나드. 하지만 난 새뮤얼의 의견에 더 가깝습니다. 그들은 계획의 골칫거리고 그러니까 더이상 지원해줄 필요도 없는겁니다. 그 꿀은 우리에게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실패로 향하는 결정타 말이죠."

드몽포르는 크게 헛기침을 했다.

"나중에 계속 말합시다."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앙리. 논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소."

"그리고 그러기를 미친듯이 바라야할거요."

다른 사람이 투덜거렸다.

"저 자가 그 인간들이랑 결판을 내겠다고 우리를 본 거면 좋으련만. 우린 나름 바쁜 사람이요, 드몽포르."

드몽포르는 어둑한 방으로 들어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연단이 방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 묵직한 가죽 의자 세 개가 놓여있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어둠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것이었다. 드몽포르는 그들이 누군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늙은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스파이 놀이나 하며 즐기라고 놔두면 된다.

"위원님, 장담하건데, 그럴겁니다. 전 당신들께 더이상 몽쉐기르의 충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위해 온겁니다. 우리가 가진 정보만 정확하다면, 그들의 마지막 구성원이 죽을 때 비로소 벨리바스테 학술지는 사라집니다."

"훌륭하네, 드몽포르."

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순수파 신자들은 오랫동안 내부의 골칫덩어리였지. 그들은 그 역겨운 이단 교리를 퍼뜨리는데 학술지를 유용하게 사용했네. 그를 어떻게 처리한건지 말해줄 수 있나?"

"그게 바로 일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우린 그 자가 유물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다른 유물을 사용해서 그 자를 처리했습니다."

이 발언 때문에 방 안은 꽤 소란스러워졌다. 드몽포르는 세 명의 늙은이들이 그렇게 시끄러울 수 있다는데 놀랐다.

드몽포르가 다음 말을 준비할 때, 왼쪽 의자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는 확실하게 분노에 차있었다.

"지금 자네는 유물들을 감히 살인 도구로 사용했다는건가? 유물은 신성한 물건이네, 드몽포르, 자네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이 사실을 알아야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이 순수파의 마지막 행선지가 재단이 될거라 말했습니다. 그가 무슨 정보를 갖고있던지 간에, 우린 그가 그들의 손 안에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방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낸건가?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런."

"배반 뿐입니다. 지평선 계획의 몇몇 일원들이 틀림없이 그들에게 알렸을겁니다."

"음, 이 배신자들이 계획의 어느 부서에 있을지 우린 짐작하고 있소."

오른쪽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어쨌든 그대의 기록에서 학술지를 빼돌렸으니 말이오."

중앙의 의자에 앉은 사람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나를 힐난하는건가? 계획은 학술지가 도난당했을 때 존재하지도 않았네. 그리고 도난당한 그 해 유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않는가. 교회는 과거 이단들과 마주했을 때 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했네!"

"아, 교회 일 때문에 얼마나 바빴는지 잘 알지."

오른쪽 의자에 앉은 사람은 그의 목소리에 위험한 저의를 숨기고 말했다.

"그래, 전쟁을 치르느라 확실히 바빴으니."

왼쪽에 앉은 사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분, 싸울 때가 아닙니다. 드몽포르가 계속 말하게 합시다."

"늘 말하는 것과 같이, 유물은 재단이 순수파의 마지막 일원을 데려가는걸 방해하기 위해 사용한겁니다. 결과는 그 자의 죽음이었지만요. 알다시피, 그들은 우리의 개입을 모릅니다."

"아주 좋소, 그 문제는 마무리된거군. 그게 전부라면, 이제 끝내도 괜찮다고-"

"아닙니다."

드몽포르가 말을 끊었다.

"논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프로젝트 말레우스에 관해서 말입니다. 계획은 너무 오랫동안 숙적들과 싸워왔고 그보다 더 오랜 비밀들을 묻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들이 생겨나고있습니다. 최후의 순수파 신자들을 보면 대책없이 있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제 그들과 싸워야할 때입니다."

늙은이들은 놀라 기침을 했다.

"불가능하네!"

가운데 앉은 사람이 말했다.

"다섯째 교회와 부서진 신의 교단과 직접적으로 맞붙자고?! 그건 미친 짓이네!"

왼쪽 의자에 앉은 사람은 그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아직 소수이고, 아직 생긴지 얼마 안 된 단체이네. 그 단체들은 강력한 유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다른 무엇이 있을지 누가 알겠나. 계획은 아직 유아기 상태이고,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매우 제한되어있지. 뛰기 전에 기어다니는 법을 알아야 해."

드몽포르는 말을 쏟아내며 그 안에 담긴 분노에 스스로 놀랐다.

"기는걸 배워야 한다고요? 우리는 인류의 지도자요, 목자요, 신성한 빛을 전하는 자입니다. 당신들 모두 이교도와 우상 숭배자들의 발치에 엎드려 굽실대고 싶습니까? 도대체 언제가 계획이 충분히 강해진 때란 말입니까? 성십자가의 조각이 다섯째 놈들의 의식에서 불태워질 때? 메노라(7~9가지로 나뉜 촛대;역주)가 녹아내려 톱니바퀴의 한 부분이 될 때? 카바신전(메카에 있는 중앙 신전;역주)이 이교도들의 손에 산산히 부서질 때? 우리는 그것들과 같이 우리의 영성을 위협하는 것들을 멈추기 위해 언제까지나 세속의 단체들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의 육신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 뿐입니다. 우리는 다름아닌 영원한 영혼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걸 잘 알지 않습니까."

침묵.

마침내, 오른쪽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인정하기 싫은 만큼, 자네의 말이 옳네. 샤마이의 아들들은 자네를 지지하네. 우리가 악마 앞에서 굽신거렸다는 말이 다시는 들리지 않게 하시게."

왼쪽에 앉은 사람이 말을 받았다.

"아티바 알-키타브도 그대의 뒤를 받혀주겠네. 우리의 연약함이 내 판단력과 결심을 흐뜨려버렸네. 우린 잡다한 것을 개의치 말고 싸워나가야만해. 그건 우리의 특전이요 의무일세."

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군. 오디니스 오컬티 루미니스도 그대의 의견에 동의하네. 자네가 프로젝트 말레우스의 첫 삽을 뜨게. 다른걸 인가하기 전에 추가적인 보고서가 필요할걸세. 떠나도 좋네."

드몽포르는 어두운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슬금슬금 퍼졌다. 그는 재단에게 순수파의 마지막 신도들이 옳은 일을 하고있다고 정보를 흘렸었다. 늙은이들은 현재에 안주하는 것 대신 흔들리기 시작했고, 세상은 주의 분노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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