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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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한다면 반드시 목을 매어 죽으리라, 하고 생각했었다. 다른 방법을 빼놓고 어째서 그걸 고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 당시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수형은 사회가 범죄자에게 내리는 처형 방식이고, 나는 나 자신을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으로 생각했기에 그런 상징성을 부여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버려진 빌라 하나를 보기 전의 일이었다.

아침에는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씁쓸함이 목구멍으로 내려간다. 입은 무언가를 던져넣기 좋은 곳이었다. 예를 들자면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같은 것 말이다. 기숙사에서 흐느껴봐야 돌아가는 컴퓨터 팬의 소음밖에는 날 위로해주지 않았다. 차라리, 비록 나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더라도, 사람에게서 비롯된 어떠한 것을 바라보는 편이 나았다. 나는 자일리톨의 냄새로 스며드는 담배의 조각들이나, 도시에 찌든 날개를 펴고 몸을 던져대는 까마귀를 멍하니 보았다. 깨져버릴 듯한 12월의 아침이었다.

커피 값을 지불하니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도시를 탐험해보기로 했다. 패딩을 가지고 나온 게 다행이었다. 천천히 떨어지는 눈이 내 등을 몇번 두드려주었다. 12월의 거리는 기쁨으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팔짱을 끼거나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걷자 그나마 한적한 길이 보였다. 치워지지 않은 눈더미 위에 걸터앉아니 옷이 젖을까 무서워, 들어가 있을 만한 집을 찾아다녔다. 버려진 빌라가 하나 보였다.

눈은 어느새 비로 바뀌어 있었다. 비를 긋고 집으로 갈까, 했지만 모처럼의 버려진 건물인데 탐험해보자고 어린 시절의 내가 부추겼다.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았지만, 가끔 청소년이 오는 듯한 흔적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워 있는 술병, 널부러진 담배꽁초, 흐려지는 청춘의 발자국만이 방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반쯤 체념한 상태로 마지막 방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 방이 있었다. 평범하기 딱이 없는 방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창문이 있고, 책상이 있고, 의자가 있고. 침대에는 커다란 키티 인형이 분홍빛 이불에 올라타 있었다. 사람만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사람이 없었다. 금발에 회색 눈을 가지고 딸기맛 사탕을 사 가던 여자아이는 의자에 앉아있지 않았다. 당연하지. 한 달 전에 차에 치여, 죽었으니까.

방을 조금 거닐었다. 카펫의 감촉이 거칠다. 책장에 놓여진 책을 천천히 손으로 쓸어 보다가 나는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침대가 나를 감쌌다.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에 얹은 손목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 일어날 수 없었다. 난 그렇게 오후의 대부분을 울며 보냈다. 어찌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악마가 있다면 아마 그런 종류의 장난일 것이다. 이미 바깥은 어두웠고 별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달빛이 서늘하게 방을 비췄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갈 시간이다.

문 바깥에 내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도 나는 내 슬픔을 버리지 못했다. 새삼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란 걸 믿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몸을 돌려 다시 한번 그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그러자, 왠지 모를 위기감이 나를 감쌌다. 어쩌면 생명을 잃기 싫어하는 본능적인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굉장히 신선한 기분이었고, 또한 하나의 고민거리였다. 지금 들어가면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나 역시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날 것만 같은, 그런 강한 강박관념이 내 마음을 채웠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 위기감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었다. 기뻤다.

나는 가볍게 웃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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