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동화: SCP-001앞에 보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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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시간을 숭배했으며 해와 달이 모두 진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여자도 그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답니다. 다만 다른 점이었다면 여자는 많이 못생겼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그 여자를 미워했어요. 대장은 여자에게 말했어요.
"에잇, 너는 너무 못생겼으니 저기 떨어진 동굴에서 살아라!"
여자는 그 동굴이 무서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 여자를 죽일듯이 노려봤거든요. 여자는 못생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흉한 몸을 천으로 숨긴 채 울며 달려갔어요. 여자는 동굴 속에서 해가 질 때 까지 울었어요. 동굴의 저 깊은 곳은 아무 말 없이 여자를 쳐다보았죠. 여자는 그게 무서워서 울었어요. 해가 지자, 여자는 울 힘도 없었어요. 추위와 배고픔에 바들바들 떨던 불쌍한 여자는 동굴 안 깊은 곳에서 작은 빛을 보았답니다.
"누구 있어요?"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불빛에서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목소리는 바람이 가파른 산길을 통과할 때 처럼 차분했지만 동시에 타오르는 나무처럼 뜨거웠어요. 거대한 나무 숲처럼 웅장했지만 풀숲에 떨어진 깃털처럼 섬세했어요. 여자는 불빛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목소리에 마음을 뺏겨 천천히 동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굴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여자는 용기를 냈어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천으로 몸을 가린 채 불빛에게 다가갔어요. 작은 불빛은 점점 커졌어요. 동굴의 끝은 마치 방 같았답니다. 작은 불빛은 큰 불빛으로 변했어요. 여자는 놀랐답니다. 큰 불빛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남자가 앉아있었거든요. 남자는 크지 않았고, 정말 여렸어요. 눈빛은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입가의 미소는 봄 햇살 같았어요. 여자는 문득 겁이 났어요.
'이 남자도 나를 못생겼다고 미워하면 어쩌지?'
여자는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눈물은 다 말라버렸기에 더이상 울 수 없었어요. 남자는 몸을 일으켜 여자에게 왔습니다.
"아니에요! 오지 마세요. 나는 불결하고 못생긴 여자에요."
여자가 울부짖었죠.
하지만 남자는 계속 왔습니다. 그리고 고운 손을 여자에게 내밀었어요. 여자는 자신의 거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을 보지 않으려 했답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거친 손을 자신의 부드러운 손으로 꼭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손을 천천히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어요.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남자에게 보였다는데 너무 겁이 났지만, 곧 그 마음은 사라졌어요. 여자의 손 끝으로 남자의 심장이 뛰는게 전해졌기 때문이에요. 여자는 용기를 내어 남자를 보았어요. 눈물로 얼룩진 못생긴 얼굴에서 남자는 눈을 떼지 않았어요. 남자의 눈빛은 저 하늘의 별빛보다 아름다웠고, 여자의 참된 모습을 바라보고있었어요. 여자는 마음을 놓았답니다. 남자는 여자를 품에 안고 토닥여주었습니다. 여자는 마을에서 받았던 미움을 모두 잊고 평안히 잠이 들 수 있었어요.

여자는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남자의 동굴은 밖에서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나왔어요. 여자는 바깥의 해를 잊고 달을 잊고 별을 잊었어요. 뛰노는 토끼와 노루 고라니를 잊었고 날아다니는 참새 파랑새 고니를 잊었죠. 하지만 여자는 행복했어요. 여자에겐 남자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행복한 나날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동굴을 찾았기 때문이죠.
"우와, 이 동굴을 봐!"
그 사람들이 말했어요.
"이 동굴에서 우리가 필요로하는 것들이 많이 나올거야. 이 동굴을 우리 것으로 만들자."
여자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겁에 질렸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았어요.
'저 사람들은 내 친구를 뺏을거야!'
여자는 울음이 났지만 눈물이 말라버려서 울 수 없었어요. 남자는 사람들의 손에 쉽게 부서질거에요. 그만큼 남자는 약했거든요. 여자가 침착하게 남자에게 말했죠.
"내가 너를 떨어지지 않게 해줄게.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내가 너를 저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못하게 할게. 내가 너를 보호할게."
그리고 여자는 두려움을 애써 잊고 밖으로 나갔어요. 밖에는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있었어요. 여자는 주먹을 쥐고 사람들에게 달려들었어요. 자신의 못생긴 얼굴과 흉한 몸이 드러나는건 신경쓰지 않았어요. 여자는 몽둥이를 든 사람에게 많이 맞았고, 피를 흘렸어요. 여자는 몹시 아팠지만 끝끝내 다시 일어섰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을 이길 수 있었답니다. 여자는 기뻤지만, 시간이 갈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여자는 맨 손으로, 돌을 들고, 몽둥이를 들고, 칼을 들고, 창을 들고, 활을 들고, 머스켓을 들고, 총검을 들고, 소총을 들었어요. 수많은 시체가 여자의 발 밑에 깔렸어요. 피는 강을 이루었고, 악취는 바람에 흩날렸어요. 여자는 발 밑의 시체 수 만큼의 무기를 진열하고 그 동굴을 지켰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남자는 동굴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왔어요. 여자는 매우 놀랐답니다. 남자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여자에게 무언가를 말했지만, 여자는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남자의 눈을 보고 알았어요. 남자가 줄곧 자신을 걱정했다는 것을요.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어요. 여자는 시체에서 옷을 벗겨 자신의 얼굴과 몸을 가렸어요. 그리고 남자의 손을 마주잡고 동굴에서 나왔어요. 남자가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 둘은 걷고 걸었습니다. 세상은 여자가 알던 것과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 사람들은 해와 달이 같이 지내는 시간을 존경하지도 않았고, 해와 달이 모두 사라진 시간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여자는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옆에는 남자가 있었으니까요. 남자는 골목길에 앉았어요. 남자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눈여겨 보았답니다. 남자의 깊은 눈망울은 사람들의 본모습을 읽을 수 있었어요. 모든 사람의 영혼을 읽을 수 있었던거죠. 여자는 남자 옆에 붙어있었지만 차츰 불안해졌어요.
'내 친구는 너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뺏어가버릴거야.'
그리고 잠시 뒤에 덧붙였어요.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 친구가 나를 떠날지도 몰라.'
여자는 슬프게 남자를 쳐다보았어요. 여자는 남자를 지킬 방법을 생각해보았어요.
'동굴을 지킬 때 처럼 하면 어떨까?'
하지만 그 방법은 좋지 못했어요. 모든 사람들이.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남자는 없어질 것이었어요. 여자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여자는 총을 잡던 손에 연필을 쥐었어요. 공책을 펼치고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고, 논문을 읽고, 새로운 방정식을 생각했어요. 별빛이 남자를 해치지 못할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고, 지나가는 바람이 남자를 흉보지 못할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죠.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어요.
"내가 너를 위한 집을 지을게.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에서 숨을 수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은 너를 해치지 못할거야."
여자는 곧 나무를 베고 돌을 깎고 망치로 못을 박고 시멘트를 붓고 철근을 세웠어요. 튼튼한 집이 만들어졌지만, 그 집으로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말았어요. 여자는 깊게 실망했답니다. 하지만 곧 기운을 내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것에서부터 자신의 유일한 친구를 지켜낼 방법을 말이에요. 여자는 자기 대신 싸울 사람을 만들고, 상처를 되돌려주는 사람도 만들었어요. 죽일 수 없는 커다란 용도 만들었고요. 사람들을 죽지 못하게 하는 세균도, 잘못하면 모든 세상을 파멸로 이끌 위험한 물건도 만들었어요. 하지만 여자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그것들을 아주 잘 알고있어서 잘못 쓸 일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만들었지, 그것들이 세상을 파괴하기를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적절한 방법으로 그것들을 격리했어요.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말이에요. 그렇게 수많은 신기하고 기이한 생명체와 물건이 나왔어요. 지금까지도 여자는 수많은 것들을 만들고, 또 그것들을 보관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옆에는 정말 아름답게 빛나는 남자가 앉아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갖고있는, 더이상 아무데로도 갈 수 없는 그 남자 말이에요.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나온답니다. 재단의 가장 깊은 곳, 어떠한 불빛으로도 밝히지 못하는, 다만 그 남자만이 밝힐 수 있는 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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