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ESS - "마르텔 G. 닥터 박사의 개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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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마르텔 G. 닥터 박사님.
미국, 제117의료 기지
격리 파기 사태 이후 재단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불리는 제117기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다. 사태 당시에도 견고함을 유지했던 이 병원은 이제 기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었다. 이제 국제 사회에서 생존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조슈아 스타크Joshua Stark 연구원은 지난번 봤던 모습보다 훨씬 호전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날은 정말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죠. SCP-████ 한 놈이 격리를 파기할 뻔하고, 사 먹으려는 음료수는 품절이고, 휴가는 갑자기 황천길 가고. 욕지거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어요. 정신이 사나웠죠, 일이 잘 안 풀리니까. 가끔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좀비가 와르르 쏟아져 나와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주기를 빌었는데, 그게 진짜 일어날 줄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알약을 삼켰다.)
내가 좀비, 다시 말해 SCP-008 감염자에 대한 정보를 얻은 건 그날, 7월 13일 저녁이었어요. 아시다시피 난 제784복합기지에서 근무하고 있었잖아요. 온갖 정보가 몰려드는 곳이죠. 각 시설의 영상기록들이 여기로 모이니까. 소식도 비슷하게 들어오고요. 이전에 일어난 수많은 격리 파기 사태에 대한 상황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 바로 이곳 사람들이었죠. 그래봤자 하는 건 낄낄거리면서 웃고 까부는 것밖에 안 했지만. (한숨) 실제로 우린 그래도 됐어요! 그 온갖 사건들이 이곳으로 올리는 만무하니까. 생각해봐요, 그 유명한 SCP-682가 또 그 고상한 격리를 파기하고 세상을 휘젓는다 쳐요. 이곳으로 올때 즈음이면 우린 다 토껴있을 건데, 뭘 심각하게 받아들여요? 아니면 다시 격리하겠지. 우리에게 다른 기지의 격리 파기는 일종의 스포츠였어요. 악랄하게 들려도…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도 그랬죠. 갑자기 옐로스톤인가, 어디에서 008 감염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각 기지에서 전보가 들어왔죠. 내 동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아, 또 격리 파기군. 소각하고 끝내겠지 뭐." 심지어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죠. 지나갈 일인데 뭐?
하지만 상황을 깨달으셨죠?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이 눈을 감았다.)
15일이었나, SCP-████의 격리를 보강하기 위해서 다른 기지는 뭣 좀 있나 하고 전보실하고 영상기록 중계실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전보실에서 불이 난듯이 쫘라락하고 소식이 오데요. 전보 담당 인원 녀석한테 담배 한 갑 찔러주고 뭔 일인지 물어봤는데, 008 감염자가 갑자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랬죠. 기동특무부대가 진압하는데 애 좀 먹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엔 중계실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낑겨 들어가서 보는데, 아마 제76기지였나, 누가 소도시의 건물 위에서 찍고 있더라고요. 화면에 잡히는 걸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죠. 수십의 좀비들이, 비틀거리면서 행인들에게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청년들이, 분명히 술 좀 한 놈들이었는데, 용감하게도 감염자들에게로 다가가더군요. 다분히 정신병자처럼 보이는 그놈들을 놀리려는 의도였거나 여자친구한테 용감함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거나 둘 중 하나였겠죠, 아마. 그러나 그 친구는 결국 뭐도 보여주지 못했죠. 가까이 있던 좀비 한 놈이 그 청년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더니 얼굴을 베어 물었습니다. 그 청년의 친구들도 같은 운명을 맞았어요. 완전히 꽐라가 된 건 아니었으니 뭔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았겠죠. 그런데 수십이 떼로 몰려드는데 별수 있었겠어요?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생각했죠. 아, 좆됐구나.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깨닫지 못했죠.
네! 그랬어요! 어떤 놈들은 기동특무부대가 얼마 만에 저것들을 진압할지 내기까지 하더군요. 바보 같은 놈들. 저런 소도시에까지 침투했을 정도인데, 원래의 위험 지역은 무슨 상태겠어요? 난 짬짬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기지에서 슬쩍 나와 주위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재기했어요. 모두 날 미친놈인 것처럼 봤죠. 뭐, 몇 사람 빼곤.
그럼 그분들이 당신의 동료가 되었겠군요.
다는 아니었고, 그중에서 나만큼이나 똑똑하거나 걱정이 많거나 잃을 게 많은 사람이 그랬죠. 그중에서도 몇몇은 중간에 포기했고. 결국 남은 게 나를 포함해서 여덟 명이었어요. 이 기지에 있는 인원이 거의 200명 가까이 있을 건데, 여덟 명이라니! 그래도 우린 착실히 대비했죠. 식료품을 사들이고, 무기를 사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어디 멀리로 가 있으라고 전하고. 사실 우리도 지치긴 했어요. 사람들은 우리 말을 안 믿는데도 잘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좀비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8월 27일이었는데, 일주일 전쯤에 어떤 기지의 연락이 끊기고 나서 흉흉한 소문이 좀 돌기 시작한 시점이었죠. 새벽 5시 즈음에 비상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나는 퍼뜩 일어나서 상황을 인지했어요. 내 온몸의 세포가 '이건 그 상황이다'라고 외치고 있더군요. 침실을 나오자 내 동료들도 전부 깨 있었어요. 우린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죠.
계획이요?
우리 기지는 A동과 B동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A동은 연구와 기록 보관이 주였고, B동은 인원 숙소와 편의시설, 그리고 벙커가 있었죠. 우린 A동의 3, 4, 5층을 점거하기로 했어요. 유일하게 SCP가 없고 당직실이 있는 층들이었어요. 식량을 미리 거기 보관해 놨기도 했고. 다들 숙소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하더군요. 우린 조용히 A동으로 지나가는 통로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드디어 A동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눈두덩이를 감쌌다.)
비명소리와, 사취… 직감으로 알았어요, 그들이 여기 왔다는 걸. 감염자의 분포가 그곳에 점점 진해지는 걸 알았어야했는데. 우리는 그때 뛰기 시작했습니다. 행여나 누가 알아챌까 하는 걱정도 쓸모없었죠. 우리는 5층의 연결 통로에서 잽싸게 3층으로 내려가 그곳의 모든 문을 빗장을 채워 걸어 잠그고, 5층도 그렇게 했습니다. 당직을 서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담당 인원이 무슨 일인지 알려고 내려갔던 것같던데… 그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잠시 멈칫했다.)
…우리는 혹시 이쪽으로 도망치는 사람이 있을까 봐 통로는 열어놓았지만, 5시간 동안이나 생명체 하나 보이질 않더군요. 우린 벙커에 다들 들어갔으려니 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부터 우리가 그곳에서 살아가게 된 거죠.
왜 벙커를 택하시지 않으셨죠?
글쎄요, 일단은 그 좁디좁은 벙커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단 게 위험하기도 했고.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생각해봅시다, 그 안에 조금이라도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우린 싸그리 뒤지는 거에요. 거긴 요원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연구원들이 더 많았고 또 의심되기도 했죠.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감염된 사람이 적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상대적으로 아래로 긴 벙커보다야 옆으로 긴 건물이 낫다고 여겼고요.
식량의 문제는 없었나요?
우리의 식량을 모두 세보니 대략 10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더랍니다. 사재기한 보람이 있던 거죠. 그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무기도 충분했어요. 우리 멤버 중에 제임스란 놈은, 무슨 일본도를 갖고 왔더군요. 세상에, 얼마나 쓸데없는 짓이었는지. 우리가 구출될 때까지 그건 빛을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비교적 평화롭게 생활을 영위해갔어요. 식량도 충분하고. 단지 좀 심심했을 뿐이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우리는 바깥 상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마침 중계실이 4층에 있겠다, 우린 거기서 일단 기지 안을 좀 보기로 했어요.
전 기지의 CCTV 기록을 볼 수 있었나요?
네, 중계실의 시설 설비가 워낙 좋다 보니… 그 여덟 명 중에 그나마 내가 그걸 잘 다뤄서, 담당 인원은 내가 되었죠. 기지 안은… 참혹하더군요. B동의 인원 숙소는 이미 검게 변한 핏자국과 살 조각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한 사람도 못 살아남았겠다 싶었죠. 8층부터 1층까지, 거의 다 그런 모양새였습니다. 거기다 꽤 수가 있어 보이는 좀비 놈들까지. 감염된 동료들이 또 동료들을 물고… 기지 전체가 좀비 지옥으로 변해버린 거죠. 벙커의 영상은 그나마 좀 낫더군요. 살아남은 인원들이 대충 80명은 될까, 절반도 못 살아남은 거예요. 대비하지 못했으니… 우리 말을 안 믿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겠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는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미안합니다. 웃을 일이 아닌데….
내 동료들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어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결과가 날 줄은 몰랐던 거겠죠. 물론 나도 그랬고. 다른 기지들은 어떤지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우린 그 후 한동안 중계실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미안한 마음도 컸고, 또 참혹한 현실을 보기도 힘들었으니까…
그제야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10개월이 지나면 어쩌지? 굶어 죽는 건가? 구조는 언제 오지?
구조 신호를 보내보기도 했어요. 우리 기지가 큰 편이기 때문에, 이게 맛이 가면 알아서 와줄 것 같았지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그 구조 신호도 제대로 갔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매번 회신이 없었으니… 두 달이 지나서야 우린 구조요청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중계실로 갔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 있었나요?
지상층은 동일했죠. 하지만 벙커는…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었다. 조슈아 연구원의 공황 발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좀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네요 이제. 아, 벙커. 그렇죠. 벙커는…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원시 상태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가구들이 널려있고, 패인 자국이 바닥 곳곳에 남아 있었죠. 거대한 텔레스크린은 금이 가 깨져있고, 밖과 교신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부족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나뉘어 싸우더군요. 그 왜, 그런 도시전설 있잖아요. 밀림 속을 탐험하러 들어간 연구원들이 점점 부족화되고 문명과는 떨어진 힘의 논리에 순응해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내가 떠올린 장면이 그대로 있더군요. 사람들은 9명에서 10명 정도로 나뉘어 있었고, 우두머리격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계급 분화마저 일어난 듯이 보였어요. 어떤 사람이 우두머리에게 무릎을 꿇거나 음식을 바치고… 내가 사회학을 잘 하는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뭔가 이상하단 건 알 수 있었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체만 해도 10명 가까이 있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부족들이 서로에게 엄청나게 적대적이진 않았으니, 아마 내부에서 싸우고 그런 거겠죠. 아님 감염자를 처리한 것이거나. 모두 이러한 광경에 넋을 잃었어요. 에이미는 급기야 울기까지 하더군요. 다들 이 광경을 그냥 방관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난 궁금했죠, 대체 무슨 지랄이 일어난 건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나요?
난 알아보려고 최선은 다했지만…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졌더군요. 내 생각엔 아마 벙커에 어떤 병신이 약한 밈성 무언갈 들고 왔던가 변칙예술가의 망작을 들고 온 것 같았어요. 실제로 나중에 그 벙커를 탐사한 인원 중에 밈적 인자가 검출되었다고 한 사람도 있고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난 그날 이후로 계속 중계실에 드나들며 다른 기지와 교신할 방도를 찾으며 벙커를 감시했어요. 수주일이 지나자 벙커 내부는 지옥으로 변했죠. 식량이 떨어진 듯 보였어요. 벙커에 대한 문건을 나중에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대략 3년 동안 100명을 풍족히 먹여 살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양의 식량이 있었다 하더라고요. 비리가 있어서 좀 줄었다 하더라도, 그래도 2년 정도는 살 수 있었을 텐데… 분명히 저들을 야생에 던져 놓았을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서 비롯된 문제인 것 같았어요. 탐사대가 말하길, 식량 창고가 다 터져 있었다하더군요. 식량이 떨어지자 부족은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잠시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쌌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내가 알던 어떤 선배가 상당히 젊은, 갓 입사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을 둔기로 공격하는 모습과, 내가 얼굴만 알던 두 사람이 서로를 찢고 할퀴고, 마침내 하나만이 남아 그 쬐깐한 레토르트 파우치 하나를 소중히 감싸 안아 들고 가던 모습이. 또 수 주일이 지나자 마침내…
(조슈아 연구원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좀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떠올리기 싫습니다. 부탁입니다.
그러셔도 좋습니다. 아니, 부디 그래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지경까지 가자 더 이상 그들을 구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만 그들에게 신경 쓰고 있긴 했지만… 결국 벙커의 CCTV 연결을 끊어버렸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안건 우리가 구출되고 난 후였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려하지 않았다.)
다른 기지와의 교신은 어떻게 되었나요?
일단 계속 중계되어 오는 영상 속의 기지와 교신하기로 했습니다. 기지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의미니까요. 적당한 병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죠. 나는 필립이라는 친구와 그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하기 전엔 조금 걱정이 들었죠. 우리 기지가 이렇게 많은 영상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았을까하기도 했고. 뭐, 결국엔 가능했지만.
영상들은… 어떤 면에서 볼때 벙커보다 더 참담했습니다. 처음 몇 영상은 완전히 암흑이었죠. 그러다가 가끔 신음 소리가 들리고. 그러다가 가끔 사람들이 보이는 영상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 그게 살아있지 않아서 그랬지. 단체로 자살했더군요. 보는 동안 몇번이나 욕지기가 치밀었습니다. 난 역사 예술품 쪽 인원이지, 시체를 매일 보는 그런 학문을 전공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 뒤 영상은…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떤 남자의 영상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그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오더니… 뒤이어 따라온 좀비 놈에게 잡아먹히더군요. 우리 둘 다 미친듯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어요. 그러니까, 먹힌 거죠. 난 정말…
(그는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산 사람들을 몇 보긴 했습니다. 대부분 우리 같은 상황에 놓여있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SOS를 크게 벽에 그려놓기도 하고… 어떤 곳은 이미 좀비로 가득 차기도 했고. 산 사람들과 연락을 취해서 서로의 지식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혹시라도 지식이 부족해서 죽으면 정말 아깝잖습니까. 그러다가 또 갑자기 연결이 끊기곤 했고… 맘 놓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1
그 와중에 일명 '682 격리 사태'를 목격하신건가요?
아, 그 광경을 빼놓을 수는 없죠. 우리가 그곳에서 거주한지 5달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제██기지가 함락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682 격리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풍덩, 마치 물에 누가 뛰어드는 소리요. 그쪽 영상을 확인해봤더니, 엄청난 광경이 보이덥니다. (그는 껄껄 웃었다.) 전 재단 인원으로 보이는 감염자들이 SCP-682의 산성 욕조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더군요. 그러더니, 풍덩하고 빠지고, 완전히 다 녹아내릴 때까지 그 파충류 놈한테 헤엄쳐 가서 물고… 처음엔 그놈도 뭔지 싶었을꺼에요. 처음 물렸을때 움찔하는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한 10명쯤 뛰어들었을까, 그놈이 포효하며 나가려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SCP-682의 체내에 SCP-008이 스며든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2 확실히 조금 그놈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초조한 듯이 보이기는 했죠. 하지만 그놈의 포효는 다른 좀비들을 이끌고 오는 것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어림잡아 수십 명의 감염자가 682의 격리실로 달려오다시피 하더군요. 그리고는 또 그 짓을 했죠. 682 녀석, 꽤나 놀랐을 겁니다. 항상 자기를 두려워하고 멀리하던 놈들이 그렇게 친근함을 과시하다니. 하지만 그건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죠.
시간이 지나고 한 수십이 산성 욕조에 떠다니고 삭아버리니, 산성이 중화가 조금 된 모양이덥니다. 완전히 중화는 아닐 거에요, 그 정도로 중화가 될 용액이었으면 재단이 아니죠. 다만 그놈은 그 순간에 그걸 극복해낸 겁니다. 공포감 때문이었을까요? 글쎄요, 제가 알 방도는 없으니… 어찌 되었건 그 녀석은 격리실을 부수고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그때 온 기지의 영상을 뒤져서 그놈의 행적을 따라갔습니다. 많이도 부수더군요. (웃음) 수십여 분이 지나자 그놈은 마침내 기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그놈을 기다리고 있는 건… 가히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감염자들이었죠. 왜 그렇게 많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긴 합니다. 그곳에 격리된 SCP들이 위험하고, 또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많이 보냈을 것 같아요. 다만, 그렇게 많이 보낸 덕에 재단은 최강의 좀비 소굴을 만들어 버렸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SCP-682를 발견한 감염자들은 그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이상하게도 녀석의 움직임이 굼뜨더군요. 그래도 감염자의 10분의 1이 그놈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온몸이 산산조각났습니다. 다시 회복해서 기어가긴 했어도.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죠. 처음 잘린 몇 놈이 그 녀석의 발을 물자 그놈은 흉측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뭔가로 변해보려고 하는 것같긴한데 영 갈피를 못 잡더래요. 그러다가 수십, 그러다 수백, 그리고 수천 전부가 그놈의 거대한 몸뚱어리로 기어올라 고기 파티를 벌였죠. 그놈이 할 수 있는 건 감염자들이 더 이상 못 씹게 피부를 매우 두껍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무슨 좀비 공 같은 게 떡하니 있더래요.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SCP-682, 평화로운 시대의 악몽이자, 좀비 시대의 광대. 그러고보면 참 많은 것이 바뀌었죠. 우리를 침대에 지리게 했던 많은 것들이 역사 속으로 잊혀지고 우리는 근시가 되어 앞만 보고 살아가게 되었죠. 애석한 일이에요. 뭐, O5 양반들도 그렇고… 잠깐, 이거 말해도 됩니까?
이건 개인 기록입니다, 스타크 박사님. 괜찮아요.
뭐, 그럼 되었구.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린 그 뒤로 3개월 정도를 거기서 살다 재단-GOC 연합군에게 구조되었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그쯤 되니 정말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더군요. 특히 제임스가 다행이었어요. 어디서 베였는데, 상비약이 거의 다 떨어져 갈 지경이라. 파상풍에 걸릴 위험이 컸죠. 그들이 우리 문을 똑똑 두들길 때 우리 반응을 봤어야 하는 건데. 그들이 문을 따고 들어오자 본 모습은, 온갖 무기를 손에 쥐고 벌벌 떨고 있는 거지들이었습니다. (그는 미소지었다.) 간신히 문명 사회로 돌아올 수 있었죠. 제 이야기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여기서 끝입니다.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박사님.
아니… 아니요, 잠깐만요. 몇 마디만 좀 더 하겠습니다.
그러십시오, 어떤…?
저는… (그는 잠시 침묵했다.) 저는 솔직히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개중엔 좀비에 물려 자신의 팔이나 다리를 잘라낸 사람들을 보았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고작해야 사태가 우리 기지에 당도했을때나 부리나케 달린 것말곤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여러 기지와 교신하면서 아직 살아있는 기지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 덕에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은 대가를 치렀지요. 하지만 나는 내 목숨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긴 침묵) O5들과 같이요. 사태가 일어났을 때 외부차원, 아님 외딴 섬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던 그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더 설득하지 못하고 나 혼자 도망쳐버린 나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린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간에요.
이 인터뷰를 마치고 3일 뒤 그는 자살했다. 공식 기록은 연속된 공황 발작과 신경 쇠약에 기인한 자살이라고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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