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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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별로 안 무서워하시죠?”

빅터는 MC&D의 영업 사원이 되기 위한 면접을 받았을 때, 이상한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이상한 질문들 중 그 하나의 질문은 빅터의 머릿속을 언제나 떠나지 않고 있었다. 요즘 빅터는 만일 그 질문에 '무섭습니다.'라고 대답했더라면 자신을 고용하지 않았을까, 혹은 그냥 여기에 보내지 않았을 뿐일까, 그런 궁금증이 일었다.

허먼 풀러의 불온한 서커스의 수많은 줄무늬 텐트를 바라보며, 빅터는 무엇이 자신을 그리도 불안하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하였다. 단순히 살펴보았을 때는 평범하지 않은 것이 그 무엇도 없었다. 서커스가 만들어졌을 때 빅터가 훔치기 위해 흘끗거렸던 괴물이나 광대, 혹은 어트랙션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확실히 느껴지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빅터는 그 모든 것들이 어딘가 그렇게도 혐오스러울 것이라는 느낌을 떨져낼 수 없었다.

아마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 건 그저 칠흑처럼 새까만 솜사탕이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솜사탕이 밝은 분홍색, 연한 푸른색, 혹은 가끔 새하얀 색으로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을 터이다. 칠흑처럼 새까만 색이 아니라. 막대기 위에 어둠을 끼얹은 듯 그렇게도 깊은, 심연의 색을 품은 칠흑은 특히 말이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칼리오페를 연주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만약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칼리오페를 연주하는 건 그리 건전해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빅터십니까?”

빅터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덩치가 큰 근육질의 남자가 콧수염을 기른 채로, 중절모를 쓰고…

미친, 저게 가능해? 목구멍이 뇌를 관통하고 있기라도 한 건가?

“예, 말씀하신 대로. 마샬 카터&다크의 홍콩 사무실에서 온 빅터 찬이라고 합니다.” 빅터는 남자의 혐오스러운 외관에 느낀 경악을 최대한 숨기며 인사를 받았다. 빅터는 꽤나 왜소하고 가냘픈 남자였기에 그 남자를 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자리의 부드러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가격이 다섯 자리수쯤 되어 보이는 이탈리아제 정장 뿐이라는 것을 통감할 수 있었다. “고르함Gorham 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매니라는 이름의 신사 분을 만날 것이라 하더군요. 그 신사 분이 당신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나요?”

“지금까지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은 적이 없긴 합니다.” 위아래가 뒤집힌 얼굴의 남자가 건조하게 답했다. “무슨 일이죠, 엠씨 D? 제게 뭔가를 팔고자 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프라이빗 쇼라도 보고 싶으신 건가요?”

“사실 지금 재단에 확보된, 당신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자산 중 일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빅터가 답했다. 매니는 침음을 흘리고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분명 ‘이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제가 한 말이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이런 자산들을 다시 얻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당신은, 어, 당신은 우리의 무대 감독, 베로니카랑 대화를 나누셔야 하겠군요. 저는 무대 뒷편을 운영하고, 베로니카는 관객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거든요. 이 일의 배후에 그 여자도 연관되어 있을 것 같네요.” 매니가 불만을 내뱉었다. “따라오세요. 텐트에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빅터는 이 사탕 색깔의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고자 매니의 뒤에 가능한 한 바짝 달라붙어 그를 따라갔다. 둘이 서커스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솜사탕의 끈적이고 달콤한 향기가 빅터의 코와 입을 넥커치프로 가려야 할 정도로 너무나도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둘을 둘러싼 끊이질 않는 웅웅거리는 대화 소리 속에서 분명 빅터는 인간의 목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아직 동물은 본 적이 없지만, 동물의 울음소리가 대기를 울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중 몇은 빅터가 모르는 생물의 소리를 내었으며, 예외 없이 모든 소리가 몹시도 사나웠거나 애처롭게도 쓸쓸했다. 그 중 칼리오페 소리가 최악이었다. 음악 소리가 마치 어떻게든 서서히 자신에게로 침투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치 빅터의 가드를 내리게 하고 어르고 달래어 즐겁게 해주려는 것만 같았다.

빅터가 기이한 주변 환경을 살피는 동안 허먼 풀러의 이름이 모든 텐트와 부스, 공중전화 박스와 캐러벤에 계속하여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매니는 무대 감독이 여성이라고 했을 텐데, 빅터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만일 빅터가 따분한 일상생활을 구가하는 사람이었다면 허먼 풀러가 이젠 세상을 떠난 설립자였을 것이라고 치부했겠지만, 혹시 허먼 풀러가 그 직원들과 닮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가 세상을 떴다고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풀러 님도 우리가 하는 거래에 싸인하러 오십니까?" 빅터는 자신의 넥커치프 너머로 기침을 하고선 최대한의 배려를 담아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이름만 내뱉었을 뿐인데 매니의 뒤집힌 얼굴에 스산한 눈초리가 떠올랐다.

"아뇨."

빅터는 그 이상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매니는 붉은색과 금색의 줄무늬가 있는 텐트로 빅터를 안내했다. 빅터는 그곳에서 두 광대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흉측할 정도로 기형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흐느적거리는 거대한 몸, 길게 늘어진 얼굴, 잿빛 회색의 피부, 그리고 길고 뾰족한 코. 눈이 없는 구멍은 잉크처럼 새까맸고, 크기가 굉장히 큰 입술 또한 같은 색이었다. 그것은 눈부시게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빅터를 향해 미소지었다.

다른 광대 하나는 미니어쳐 트램폴린에서 방방이를 뛰며 겉잡을 수 없이 웃고 있었다. 그 광대는 어린 여자의 모습으로 보였는데, 맨들거리는 새하얀 얼굴은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녀는 짝짝이 줄무늬의 스타킹을 신고 있었고, 프릴이 달린 보라색 드레스를 입었으며, 적갈색 머리카락은 리본처럼 꼬아 양갈래로 땋았다. 또한 찢어지게 웃는 붉은 입1, 빨간 코, 눈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붉은 선으로 화장하였다. 빅터는 평범한 인간이 화장을 했을 뿐인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롤리!” 매니가 여자 광대의 주의를 끌었다. 롤리는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이 두꺼운 검은색 여자 구두를 신은 채 착지했다.

“짜잔!” 롤리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매니는 그제야 롤리 또한 다른 광대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할 정도로 새하얗고 완벽한 이빨을 가지고 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광대였어.

“베로니카는?” 매니가 물었다.

“야생 동물의 아수라장Menagerie of Mayhem에 있어. 핑크 코끼리가 성장 쥬스에 푹 빠져서 사람들에 대한 환각을 보고 있지 뭐야.” 롤리가 낄낄 웃었다.

“내가 처리하지. 롤리,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 손님을 친절히 접대해줄 수 있겠니?”

“물론!” 롤리가 흥에 겨워 외치며 빅터에게 달려가 악수를 청했다. “안녕! 내 이름은 롤리팝인데 그냥 롤리라고 불러도 좋아. 서커스에 가입하려고 가출이라도 했어?”

“아냐 롤리, 저 사람은 사업 때문에 왔어. 이름은 빅터, 엠씨 D의 판매원이지.”

“듣기만 해도 지루해 보이네. 차라리 서커스에 가입하려고 가출이라도 하는 건 어때. 여긴 엄청 재밌다구. 그리고 나는 이키의 최애라서 딱히 문제도 없고 말이야.” 롤리는 매니를 향해 놀리기라도 하려는 듯 혀를 쏙 빼물었다.

“걱정하지 미세요, 눈 깜짝할 새에 돌아올 테니까.” 매니가 빅터에게 동정어린 토닥임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 큰 남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베이비시터니까.”

“날 감시해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데.” 롤리가 짖궂게 웃었다. 매니는 빅터를 두 광대와 함께 남긴 채 텐트를 떠났다. “왜 그렇게 무서워 해? 솔직히 누들즈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아. 우리, 광대가 조금 이상해 보일 수는 있어도 우리가 잔인한 생물이라는 건 아닌데.”

“아뇨,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냥 긴장해서 그래요. 조금 낯설어서 말이죠.” 빅터가 불편한 웃음을 억지로 만들며 그리 말했다. “어… 현장 업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그렇게 많이 하는 게 아니라서요. 이걸 현장 업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일단 릴랙스하는 건 어때, 앉아서 말이야?” 롤리가 텐트의 서쪽에 있는 커다란 목제 탁자로 안내하며 그리 제안했다. 롤리는 미니 바를 열어서 끈적이는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전통 우유병처럼 생긴 것을 꺼냈다. 그리고 나서 빅터의 옆에 앉아 뚜껑을 땄다. “미안, 둘이서 뭔가를 하려면 한 판 벌여야 해서 말이야.”

롤리는 병나발을 불며 꿀꺽이다, 발작적으로 자신의 등을 의자에 부딪혔다. 분명한 쾌락의 교성을 내뱉었으며 다시 진정하기 위해 격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괜찮으신가요?” 빅터가 물었다.

“당연하지. 못 믿을 정도로 행복해,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Humdrum이 이걸 마시면 혈액어쩌구 수준이 엄청 높아져서 심장발작이 일어날 정도로.”

롤리가 빅터를 향해 미소지었는데, 그 이빨에서 이상한 검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걸 오랫동안 떼어놓을 수 있게 되어 행복만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난 슬플 거야.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솜사탕 조금 줄 수 있어. 칼리오페 음악에 심취해본 적 없지, 그치?”

“저는 패스해야 할 것 같네요. 결국 사업 일로 온 거라서.” 빅터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솜사탕의 냄새가 자신의 이빨을 썩게 하는 것 같았다.

롤리는 병을 더 깊게 들이마시고는 누들즈에게 넘겼다.

“우리 서커스 본 적 있어?” 롤리가 물었다. 빅터는 고개를 저었다. “원하면 미팅 후에 여기 소개시켜줄게. 여기는, 진짜, 마법이야. 진짜 마법이라고! 사람들, 탈 것, 게임, 상품, 음식까지도 다 마법이야! 따분해빠진 병신같은 세상의, 마법의 안식처란 말이야. 내가 여기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원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리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지. 실제로도 그랬고.”

“돌아가다뇨? 마치 평생 여기에 계셨던 게 아닌… 그랬나요?”

“으응.” 롤리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린 소녀였던 시절엔 완전 평범했어. 내 엄마는 썅년이었고 나는 불쌍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 그래서 서커스가 마을에 열렸을 때, 엄마 지갑의 돈을 전부 훔쳐서 생에 최고의 날을 보냈지! 그 날 나는 이키를 만났어. 나를 구해줬지. 다른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나는 특별했어. 아마, 내가 직접 이키한테 가서 아니었을까. 엄청 예쁘고, 강하고, 대단하고, 엄청났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 당신도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질 걸. 이키는 마법사라고. 진짜 마법을 쓰는 진짜 마법사 말이야. 그리고 나는 이키의 귀엽고 사랑받는 조수야.”

“당신이…”

“친구기도 하지.” 롤리가 추가로 말하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이키가 당신을 구해줬다고 하셨다는 게 서커스에 출연하도록 만들어줬다는 건가요?”

“단순히 출연시켜준 것뿐 아니라, 광대로 만들어주기까지 했어! 누들즈는 여기서 광대로 태어났지만, 나는 만들어진 거지. 그래서 내가 다른 광대들의 특이한 외형이랑은 다른 거야. 그래도 이키는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나는 여기의 다른 존재들처럼 특별하지 않으니까, 여기에서 내쫓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했지만. 이키는 내가 광대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선 내가 광대를 좋아한다고, 히, 모두가 광대를 좋아한다고 답하니까 나를 광대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었지! 아, 사탕 좋아해?”

“저, 예?”

“사실, 우리같은 광대들은 설탕을 많이 필요로 해. 주요 식단이 기본적으로 전부 사탕이거든. 그래서 우리 이빨이 안 썩도록 이 특별한 치아를 가지고 있는 거고. 나는 한평생 이를 닦은 적 없어. 내가 꼬맹이였을 때 치과 의사를 엄청 싫어했는데, 다시는 치과에 갈 수 없게 해 준 이키한테 감사하고 있어! 광대가 되기에 충분한 이유 아니야?”

“저…는 사실 치과 의사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니라서요. 적어도, 다른 싫어하는 것들에 비하면요.” 빅터가 그리 답했다. “롤리팝 씨…”

“롤리.” 롤리가 그리 말했다.

“그래요, 롤리.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당신은 서커스 배우를 만들기 위해 이키가 변칙적인 변형을 가한, 가출한 아이었던 건가요?” 빅터가 목소리의 공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 물었다.

“…그리고 나는 원하는 만큼 사탕을 먹을 수 있게 됐지.” 롤리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고요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그건 내 인생 최고의 일이었어. 무대에 서는 게 좋아. 무대 위에 있을 때면 수백명의 사람들을 기쁘게, 놀라게 할 수 있잖아. 관객들에게 마법같은 게 진짜로 있다고 보여주는 거야.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하는 행동 중에 최고의 일이잖아. 난 그걸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이키는 끔찍할 정도로 평범한 삶에서 나를 구해줬고, 나는 영원히 그 일로 이키를 사랑할 테지.”

“다른 아이들도 구해준 건가요? 당신처럼?”

“이키가 우리에게 가족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사람이긴 한데, 일반적으로 그 아이들을 데려오는 건 매니야. 몇 달, 혹은 그 근처 즈음마다 데려오지. 아이들은 그 바깥에선 위험해. 평범한 사람의 세상 속에 있는 괴물들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을 안전할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그리고 서커스의 스타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데려오는 거야!”

“엄청난 특권이네요.” 빅터는 그것보다 MC&D가 하는 것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고 생각하며 답했다. “그런데 만약 서커스를 떠나고 싶다면, 떠날 수 있나요?”

“광대로서의 나는 밀크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떠난다는 건 죽는다는 거랑 같은 말이야.”

“그렇군요.” 빅터가 끄덕였다. “광대에서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은 있나요?”

“기분 나쁘게 하려는 말은 아닌데, 그래도 나는 원래대로 돌아갈 바엔 차라리 밀크 결핍으로 죽는 게 나아.” 롤리가 답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건 못 하잖아.”

롤리가 풍선 여럿을 꺼내들어 그 중 하나를 한 숨에 부풀게 했다. 그리고 손쉽게 풍선을 묶어 하늘에 띄우자, 마치 공기가 아니라 헬륨이 들어있는 것처럼 하늘에 둥둥 떴다. 롤리는 이를 몇 개 더 빠르게 만들었으며 풍선들로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위로, 아래로 가는 풍선들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 했다. 마치 계속해서 바뀌는 투명한 트랙을 따라 공중에 떴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롤리가 바라는 것 마냥. 풍선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대단하네요.” 빅터가 칭찬을 건넸다. “서커스에서 보수는 잘 받겠지요.”

“보수는 증서로 받아. 우리는 서로 다른 현실의 엄청 다양한 나라를 떠돌아다니니까 차라리 이게 나아. 돈으로 받기엔 화폐 종류가 너무 많거든.” 롤리는 저글링을 하는 동시에 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듯 답했다. “바깥으로 나가려고 할 때 실제 현금으로 바꾸는 게 약간 귀찮기는 한데, 아무튼 난 이쪽이 더 좋아. 여기가 하나의 작은 나라고, 내가 공주님인 것처럼 느끼게 해 주거든.”

풍선 하나가 롤리의 손을 떠나 누들즈의 옆으로 둥둥 떠갔다. 누들즈는 그 풍선 하나를 손가락으로 터뜨렸는데, 풍선은 색종이 조각을 텐트의 사방에 흩뿌리며 마치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풍선들은 쥐 죽은 듯 조용히 바닥에 떨어졌다.

빅터의 표정이 혼란스러운 공포로 뒤틀렸다.

“아, 신경쓰지 마. 랍스터를 끓는 물에 넣을 때 껍질 쪽으로 스팀이 빠져나오는 거랑 똑같은 거야.” 롤리가 풍선들을 떠나보내며 말했다. “풍선은 영혼이 없어. 내가 알아. 하루는 옛 신 나부랭이의 차원인지 뭔지에 들어가려고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희생을 요구한 거야. 내가 그 희생으로 풍선을 주려고 하니까 엄청 짜증을 내더라고. 그래서 나는 확실히 알게 됐지. 만약 누군가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영혼을 먹는 고대의 신일 거라고. 결국 더 합리적인 요금을 제안하는 차원으로 이동했어. 그쪽은 내가 외발자전거를 위아래가 뒤집힌 채로 타는 걸 보여달라고 제안했고 말이야.”

“그래도 저세상 악마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말자. 조금 기분이 우울해져서. 조금 더 신나는 걸 말하고 싶은데. 엠씨 D 쪽에서 마법 물품을 팔지? 지금껏 팔아왔던 것 중에 제일 멋진 마법 물품은 뭐야?”

“고객이 되지도 않을 사람한테 우리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건 허가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나도 고객이 될 사람이야. 은행이 아니라 돼지저금통을 쓴다고 해서 내 돈이 별로일 거란 의미는 아니라구.”

“그건… 그렇긴 하네요. 마침 카탈로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빅터가 그리 말하며 자신의 브리프케이스를 열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딱히 상관 없을 겁니다. 매니나 무대 감독님께 넘겨준다고 약속하기만 하면요.”

“맹세할게. 안 그러면 성을 갈게. 아니면 눈에 바늘이라도 찌르지 뭐.” 롤리가 확실히 맹세하고선 카탈로그를 낚아챘다. “우와, 원더테인먼트 카탈로그보다 훨씬 더 멋진데.”

“33페이지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더테인먼트 물품 섹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청난 상품들은 최고로 숙련된 비예술가 분들이 수제작하셨는데, 그들은 그쪽에 알려진…”

“거품목욕 봉봉이에 120달러라니! 바가지 아냐?”

“그 제품에 대한 원더테인먼트의 독접 투자자라서요, 경쟁이 없으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요.”

“이 가격이면 우리가 더 나은 걸 줄 수 있어. 근데 사람들이 진짜로 마법 사탕 한 조각을 사겠다고 100달러를 넘게 낸다고?”

“뭐,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당신의 멋진 서커스 밖에선 마법은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거든요. 우리 고객님들은 일반적으로 기꺼이 그만한 돈을 낼 걸요.”

“이키가 나한테 엠씨 D에서 라가머핀 사 줬잖아, 알지?” 롤리는 얇은 카탈로그를 휙휙 넘기며 말했다.

“…라가머핀이요?”

“헐! 내 인형을 소개시켜줘야겠네!” 롤리는 흥분하여 소리쳤으며, 카탈로그를 탁자 위에 내던지고선 팀 버튼Tim Burtonesque의 인형의 집처럼 생긴 곳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라색 머리의 헝겊 인형을 꺼냈는데, 그 인형의 눈은 단추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롤리 자신과 유사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내 인형, 라가머핀이야. 얘는 마법 인형인데, 괴물을 죽이거나 감금시키는 에시 피Essie P나 다른 나쁜 사람들 손에 넘어갔더라면 나쁜 일들이 엄청 많이 일어났을 거야.” 롤리는 다시 돌아와 빅터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라가머핀은 낯선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되게 부끄러워하고 일반적인 인형처럼 있는데, 일반적인 인형이랑은 다르거든. 이 아이랑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건 좀 유감이지만, 나는 그런 라가머핀을 좋아해. 이키가 나를 위해 얘를 구해다 줬어. 나는 여기에 배낭의 옷이랑 주머니 속의 현금 조금만 들고 왔는데, 이키가 여자아이는 인형이 필요하다 하더라고. 나는 이키가 찾아낼 수 있는 것들 중에 제일 특별한 인형을 원했고. 엠씨 D와의 거래는 나한테 그 인형을 사 주기 위해 부른 거야.”

“분명 그쪽에선 사랑스러운 집을 주지도 않고, 먼저 구매한 쪽에 라가머핀을 팔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는 라가머핀을 먼저 찾은 게 그쪽이라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 바깥 단체 중에서는 우선 라가머핀을 팔 생각을 하는 유일한 단체가 그쪽이잖아.”

“요점은 말이야, 그쪽이 사탕을 너무 많이 가져가긴 하지만, 우리가 사업 파트너라는 게 좋다는 거야. 라가머핀, 그렇지 않니?” 롤리는 인형을 귀에 가까이 대, 마치 인형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마냥 행동했다. 빅터는 다 큰 여자가 인형과 대화하는 척을 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희미하게 인형에서부터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러온다는 것이 그보다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라가머핀이 말하길, 그쪽 사람들이 자기를 되게 잘 대해줬대. 그리고 에시 피한테 실험을 당하는 것 대신에 이 서커스에서 나랑 함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대. 그래도 아직 당신이랑 대화하기엔 부끄러워하네.”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빅터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텐트에 다가오는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매니, 코끼리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면 그 구역에서 벌이는 술판을 멈춰야 할 거예요. 우리가 뭘 어떻게 하든 그 코끼리는 다시 술판에 돌아갈 거니까.” 빅터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짜 그래야만 한다면 AA에 보낼 텐데, 기르는 대가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한 여기에 놔 둘 거야.” 그리고 매니가 답하는 것을 들었다. “결국에, 코끼리는…

“입 밖으로 내지 마!”

“… 땅콩을 받으려고 일하는 거니까.”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고, 매니의 곁을 따라 텐트에 들어왔다. 분명 길쭉한 빨강 벨벳 코트를 입고, 높은 힐의 부츠를 신은 그 여자는 무대 감독일 것이다. 여자는 검은 장발 위에 실크 해트를 썼는데, 왠지 모르게 그것이 무대 감독의 모자보단 마술사의 모자를 떠올리게 했다. 여자의 피부는 광대의 피부처럼, 자기 재질과 같은 새하얀 색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교한 보라빛 화장은 링링 브라더스보단 태양의 서커스의 화장법 쪽에 더 가까웠다. 빅터는 정말 문자 그대로, 만화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여자가 모래시계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빅터는 누들즈와 그의 수없이 과장된 특징을 흘끗 쳐다보고선, 여자와 누들즈 양 쪽 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키!” 롤리가 흥분하여 소리지르며 의자를 박차고 무대 감독의 팔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진정해, 꼬마 롤리팝. 누군가 그날의 밀크 1인분을 가지고 있던데. 아주 잘했어.”이키가 롤리를 칭찬했다. “손님은?”

“아직 약간 긴장하긴 했는데,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럴 거예요. 그래도 되게 좋은 사람이구요. 와서 인사해요.”

“저기 있네. 런던의 불사의 상인Deathless Merchant of London에서 오신 분.” 이키는 탁자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 사람을 절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듣진 했는데, 맞아요. 마샬, 카터&다크에서 왔습니다.” 빅터가 이키와 악수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키는 그 대신 빅터의 얼굴을 붙잡고 그녀의 밝은 보라빛 눈동자에서 나오는 어질어질한 빛이 빅터를 검사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이키가 웃었다. 완벽히 새하얀 치아가 자신 또한 광대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좋아. 아주 이쁘네요. 당신 상관이 내가 어린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메모를 확인했나 보군요. 런던 사무실의 늙고 지루한 인간보단 훨씬 귀엽고 말이죠. 이름이 뭔가요, 부르주아?”

“부르게스야.” 매니가 답했다.

“아깝네.” 이키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키, 그 남자를 무섭게 하지 마요.” 롤리가 말했다.

“그렇네. 미안해.” 이키가 그리 말하며, 부자연스럽게도 강한 힘으로 붙잡고 있던 빅터를 놓아 줬다. “더 전문적이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무대 감독님이라 불러줘요, 어린 신사분. 그렇게 불리면 되게 전문적인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물론 사람들이 이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걸 들었다면, 그건 내가 맞아요. 마법의 광대 이키는 무대 감독이기 이전에 내가 맡은 배역이었거든요. 그리고 물론, 여기 매니는 나를 계속 베로니카라고 부르고 있어요. 내가 지루하고 평범한 인간일 시절의 이름 말이죠. 왜인지는 모르겠네. 당신한테 내가 평범해 보여?”

“싸움이 쉽게 일어날 만한 질문은 물어보지 말아.” 매니가 그리 말했다. “우리 둘 다 바쁜 몸이고, 여기 이 남자를 나름의 이유로 데려 왔잖아. 시작하도록 하지.”

“그것도 맞네요. 어린 신사, 다시 자리에 앉아요.” 이키가 말했다. 빅터는 재빠르게 그 말을 따랐고, 이키는 빅터의 건너편에 앉았다. 이키는 병에서 텀블러 하나만큼의 밀크를 부어 한 모금만에 전부 마시고, 고함을 내며 자신의 손바닥을 탁상에 내리쳤다. 곧 두 번째 잔을 부었지만, 이번에는 평범하게 홀짝여 마셨다. 롤리는 이키의 무릎 위에 앉아, 자신의 팔을 이키의 어깨에 둘러 마치 산타를 만난 것마냥 행동했다. 매니는 둘의 오른쪽에 섰는데, 누들즈는 빅터의 바로 뒷편에 섰다.

“준비되면 시작하시죠.” 이키가 말했다. 빅터는 서류 가방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닐라지 폴더를 꺼냈다.

“요청하신 대로 그쪽 서커스의 과거의 자산이었던 것들, 우리가 알기로는 지금 SCP 재단에 격리되어 있는 것들에 대한 SCP 파일의 내용이 담긴 서류 일체를 모았습니다.” 빅터가 폴더를 이키에게 밀어 넘기며 말했다. “돌려받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재단과 연관된 우리 계약이 격리 시설이나 직원에 대한 추가적인 기밀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보안 시스템의 오류를 일으켜 드릴 수도 있고 말이죠. 도움의 값은 여러분의 복원 작전 시행 중에 작전 대상 시설과 같은 시설에 있는 SCP 물품 몇 개만 같이 회수해주시면 됩니다.”

“에시 피와 적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매니는 이빨 사이로 으르렁댔다.

“맞아, 나는 에시 피가 싫어. 나쁜 놈들이잖아.” 롤리가 말했다. “괴물을 괴물이라는 이유로 감금하고 말이야. 그건 옳지 않아. 광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 하는데, 만약에 내가 감금되면 그런 것도 못 하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렴, 얘야.” 이키가 말했다. “만화경과 함께라면, 우리가 원하는 어떤 문이든 넘어갈 수 있어. 그리고 엠씨 D의 작전에 따르면 카메라에 잡힐 걱정도 하지 않아도 돼. 절대로 그게 우리라는 걸 알지 못할 거야. 특히나 거기 있을 때 우리는 다른 걸 훔치고 있을 거거든. 완벽한 요술이야. 나는 마술사로서 그걸 꽤나 잘 하기도 하고.”

“뭘 하려는지 알겠네.” 매니가 그리 말했다. “에시 피한테서 괴물 하나나 둘의 탈옥을 도와서 집으로 데려오면, 나머지 괴물들은 광대들이 그러하듯 널 좋아하게 되겠지. 그러면 이제는 그들이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에 나는 필요 없어질 거야.”

“매니, 난 허먼 풀러가 아니잖아요.” 이키가 매니를 안심시켰다. “당신을 퇴출시키려는 게 아니에요. 이 서커스에 누구보다 오래 있었잖아요. 그러니 누구보다 서커스를 더 잘 알 테고 말이죠. 이 서커스는 당신 없이는 돌아갈 수 없고, 아무도 그런 걸 바라지 않아요. 특히 나는 더. 허먼이 이 서커스를 가족이라고 말했을 때 진심이 아니었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은 내 가족이에요. 여기 있는 모두도 같이. 그래서 이 작전을 하고 싶다는 거고. 물론 의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적어도 그 덕분에 우리의 길을 잃은 작은 공연자들Little Acts Lost에게 걔들이 괜찮다는 사실이라도 알릴 수 있겠죠. 만약 괜찮지 않다면 도와야 할 거고. 서커스는 가족이예요. 그리고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해요.”

매니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는 행동을 취했는데, 위아래로 뒤집힌 얼굴 때문인지 그 행동은 오히려 턱을 쓰다듬는 것처럼 보였다.

“실례지만 한 말씀 드리자면, 무대 감독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작전에서는 재단을 적대해야 할 정도의 위험이 없거든요.” 빅터가 말했다. “마샬, 카터 & 다크는 한 번도 들키지 않고 수십년 동안 물품들을 훔쳐왔습니다. 재단은 반드시 격리해야만 하는 실제 세계종말급 위협 또한 가지고 있죠. 잃어버린 자질구레한 변칙 개체를 전부 쫒아 다닐 수는 없을 겁니다. 이미 그쪽은 우리 단체를 알고는 있지만 첩보 활동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행위를 취하진 않죠. 게다가 계획대로만 된다면, 우리 둘 어느 쪽도 연루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겁니다.”

“매니, 에시 피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빠른 탈출을 위한 만화경도 있고, 조기경보시스템으로서의 점쟁이도 있잖아요.” 이키가 말했다. “에시는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요. 대체 뭘 포기해야 하나요?”

매니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적어도 파일은 확인해봐. 한 번 보긴 해 봐야겠지.”

이키가 기쁨의 비명을 질렀으며, 탐욕스럽게 탁자의 파일을 낚아챘다. 빅터는 각 페이지마다 이키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는 걸 깨달았으며, 그것이 속독이라고 추측했다.

“어디 보자… 안 돼, 너무 끈적한 거, 너무 탐욕스러운 거. 소송이 있을 수도 있는 거. 흐음… 수다쟁이Motormouth라.”

“아, 나 수다쟁이 좋아했는데. 나한테 저글링을 가르쳐줬거든.” 롤리가 말했다.

“모두가 수다쟁이를 좋아했지.” 이키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걔는 안 돼. ” 매니가 확고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이키가 동의하며 실망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그래도 수다쟁이를 넘기기 전에 입에서 기관총을 빼낼 수도 있었던 거잖아.”

“와아, 우리 고기벌레 미티 데려올 수 있나요? 되게 재밌을 텐데!” 롤리가 물었다. “엄청 빠르고 엄청 높고, 또 위아래랑 양옆으로, 뒤까지 구불구불하게 움직였잖아요, 슝 슝 슝 슝 하고! 끈적거리기도 했고.”

“찰리 없이는 기계를 안전하게 작동시킬 수 없어.” 매니가 답했다. “아직도 틀어박혀있어?”

“아니, 자기가… 자기를 날려버렸지. 흥.” 이키가 말했다. “넘어가보자. 비세라랑 색종이 조각? 너무 지저분해. 잔뜩 화를 내서 혼낼 수도 없었지. 캔서? 별론데. 카드나 뭐 그런 거나 보내 주자고.”

이키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어서 그녀의 눈이 커졌다.

“거장Virtuoso”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장이 있잖아.”

“이키, 그게 누구야?” 롤리가 물었다.

“풀러가 만들어낸 자야.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뭐어, 정확히는 많은 목소리를. 거장은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 그게 그가 살아온 방식이야. 그냥 거장의 노래를 듣기만 하려고 몇 시간 동안 그의 감옥 옆에 앉아 있을 수도 있어. 그에게 말을 걸기도 해. 그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어. 진짜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하루는 허먼이 나를 때린 날 밤에 그에게로 갔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때까지 울고 있던 건 기억 나. 거장이 노래를 마친 후에, 평소처럼 다음 노래로 넘어가는 대신에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선 한 다미를 내뱉었지. '신청곡은?'이라고. 나는 충격에 빠져서, 길버트와 설리번의 작품을 아느냐고 중얼거렸어. 거장은 끄덕이고선 군함 피나포2를 풀 버전으로 불러줬지.”

“그때부터 내가 그에게 말을 걸 때면 그는 최대한 조용히 흥얼거리듯 노래 부르며 말을 들어줘.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하면 답을 해주기도 했지. 바보같은 노래를 불러주고, 나는 그에 맞춰 듀엣을 불렀어. 그에게 꽃을 가져다 주기도 하며. 나는 그의 첫 번째 팬이자, 친구였어.”

이키의 얼굴을 타고 눈물이 떨어졌으며,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다. 롤리는 이키에게 밀크를 더 권했지만, 이키는 유리잔을 밀어냈다.

“죽은 줄로만 알았어.” 이키가 말을 이었다. “허먼이 산채로 불태운 줄 알고 있었어. 그건 사고였잖아. 공연 중에 거장의 포장지에 구멍이 뚫려서, 그 목소리가 관객 대부분의 귀를 멀게 했던 거. 그 이후에 허먼이 거장을 처리하기로 결심했었고. 나는 그때부터 몇 주 동안 울다 잠이 들었지. 근데 살아 있었어! 불에서 살아남아서 에시 피 쪽으로 넘어간 거야! 여태껏 감금되어있었고 말이야. 노래를 부르기 위해 태어났으며, 남에게 노래를 들려주어야 하는데, 그 새끼들은 방음 처리된 방에 감금해서 혼자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고! 매니, 나는 그를 이대로 놔둘 수 없어.”

“원하는 대로 해. 말리지는 않아.” 매니가 답했다. “대신에 일이 끝나고 만화경을 닫는 건 확실히 해 둬. 기독 특무 부대가 문 중 하나로 들이닥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고마워요.” 이키가 답했다. 이키는 빅터에게 SCP 문서를 넘기며 말했다. “엠씨 D, 이게 우리가 원하는 거예요. 에시 피 1860. 그 자를 격리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넘겨주세요.”

“아주 좋습니다. 제 상관께 정보를 넘겨 드린 이후에, 우리가 제공해드리는 서비스와 그에서 비롯된 것들 대한 적절한 값을 책정하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빅터가 드리 말하며 서류 가방을 챙겼다. “더 하실 말씀은 있으십니까?”

“하나 더 있어요.” 이키가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VIP 패스를 꺼내 빅터에게 넘겼다. “사업 용무 외에도 언젠가 여기에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쏘는 거예요. 우리 쪽의 엠씨 D 외판원이 되고자 한다면 서커스는 한 번 봐야죠. 그래도 정장은 조금 더 싼 걸 입고 와요. 우리 단원들 중 몇이 그쪽 옷을 더럽힐 수도 있거든요.”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어, 제가 마샬, 카터 & 다크에서 일하는 시간이 정확히 9시부터 5시까지인 건 아니고, 그쪽 서커스에서 투어 스케쥴을 따로 짜시는 게 아니라 제가 어떻게…”

“게리의 번호가 있잖아요. 여유로운 시간에 언제든 그에게 전화를 거세요. 그러면 게리 쪽에서 출입구를 통해 당신을 데려올 사람을 보내 줄 테니까.” 이키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빅터는 잠시 동안 거절할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어어어 하고 하아아 하였는데, 라가머핀이 이키에게서 티켓을 가져와 탁자를 가로질러 열정적으로 티켓을 흔들며 빅터에게 건넸다. 인형의 단추 눈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으며, 바느질된 입은 천천히 열려 검은 미소를 지었다. 빅터는 그것으로 기절할 뻔 했으며, 저승의 비명이 들리는 듯 했다.

“아우우, 너 좋아하나 봐!” 롤리가 속삭였다. “이제는 여기 다시 와야겠네. 안 그럼 라가머핀이 속상해할 거야.”

“그러지 않길 바라죠.” 빅터가 그리 답하며 티켓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광대가 무섭다고 대답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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