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가 보여주기 원하는 한 단면을 갖가지 토핑을 사용해서 즐거운 이야기로 빚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여주신 바와 같이 날 것 그대로의 정제되지 않은 심상을 미사여구를 통해 아름답게 보여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방식의 글이 통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개 아닌 경우에는 작가가 그 생각에 몰입한 상태라 얼핏 독자에게는 그 진의가 이해되는 정도와는 별개로 자기 안에 갇힌 글 같다는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과 같은 경우에는 그런 요소가 조금씩 보였습니다. 글 자체만 두고 보면 아름다운 글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독자에게 그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처음부터 몰아치다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어떤 서사와 함께 진행되었다가 그 서사의 클라이맥스부에 제시되었다면 괜찮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쓰고 싶지 않으셨다면 그것 역시 이해받을 일입니다. 하나를 보이기 위해 많은 분량을 쓴다는 건 워낙에 번거로운 일이니까요. 다만 독자에게 몰입의 기회를 줄 수 있게끔 완급을 조절하는 기술이 들어갔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짧지만 하나를 잘 제시한 작품으로는 라이드 온 유물환수가 있겠습니다. 여기서는 주제의식을 제시하기 위해 서사를 사용했는데, 그만큼 독자의 몰입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근래 나온 작품이라 아마 읽어보셨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으셨다면 한 번 참조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구성이나 문장 등에서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드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여 업보트를 드리고자 합니다. SCP-433-KO는 저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그 분위기가 이야기로 전이되었을 때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형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몰입을 고조시키는 형태로 나온다면 더욱 사랑할 만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글이 날 것으로 보인다는 거 인정합니다. 실제로 글을 올릴 때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원래 쓰던 글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안 돼서 일단 올리고 보자 식으로 올린 게 그런 느낌을 더 가중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분량이나 내용 추가는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으니 다른 글을 마저 쓰고 천천히 작성해볼 예정입니다. 예시 작품 추천과 추가적인 조언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