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에 앞서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비평 스태프 나블라 입니다. 22년도 즈음 부터 다른 분들의 초안을 비평드리며 작가분들의 창작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 글의 구조적인 부분에 집중합니다. 이야기가 얼마나 역동적인지, 그리고 그걸 얼마나 독자에게 잘 납득시키는 지를 중심으로 비평드립니다.
- 미니멀리즘, 즉, 쳐낼건 쳐내고 둔더더기가 없이 필요한 것만 있는, 가장 최소화한, 짜임새 있는, 밀도 높은 글을 선호합니다.
- 제 비평은 언제나 하나의 '제안'에 불과합니다. 제 모든 비평점은 절대적인게 아니며, 적당히 참고하시고 취사 선택 해주시면 됩니다.
- 전 한 초안당 한번만 비평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말 원하신다면 제게 연락을 주시면 한번정도는 더 비평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비평을 드리겠습니다.
SCP-XXX
한위키에서 작성되는 모든 SCP는 뒤에 -KO가 붙습니다. 이후에 XXX를 적절한 번호로 바꾸실 때에 -KO도 붙여주시는걸 잊지 마세요!
SCP-XXX는 SCP-XXX-A 및 SCP-XXX-B에 대한 모든 변칙 현상에 대한 이름이다.
설명의 첫 문장은 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첫번째 지점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설명의 가장 첫 문장은 이게 무엇인지 명확히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명확간결한 문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승인해야만 열리는 철로 된 문 2개로 막혀있으나
묘사가 너무 추상적인 듯 합니다. 좋은 글은 읽기 편한 글이고, 읽기 편한 글은 떠올리기 쉬운 글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승인해야만 열리는 문'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묘사입니다. 만일 저라면 '키카드를 인식시킬 수 있는 장치가 오른편에 붙어있는 잠긴 철문이다. 이때 -A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재단 인원의 키카드를 인식하며 잠금을 해제한다.'라고 묘사를 더했을 거 같습니다.
SCP-XXX-N 개체가 SCP-XXX-B에 처음 들어온 이후로부터의 기간이 24시간 미만일 때 머무는 방.
-N 개체가 먼저 소개되지 않아 장면을 떠올리기 힘듭니다. 이왕이면 각각의 요소가 무엇인지 앞서서 같이 소개되고, 그 이후에 그것들을 천천히 지칭해 나가는 방식이 읽는데 더 피로감이 덜하리라 생각합니다.
SCP-XXX-N 개체는 강제로 SCP-XXX-B-1 안으로 순간이동된다.
앞서 설명되지 않은 주요한 특성입니다. 핵심적인 특성임에도 너무 뒤늦게, 그리고 놓치기 쉽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라면 설명의 첫 문단에 이 정보를 먼저 소개했을 법 하네요.
하위번호들
어떤 대상을 하위번호로 부르는 것은 상당히 비직관적입니다. -B, -B-1, -B-2, -C, 그리고 -N과 SCP-XXX-20200224 등등 여러가지 하위번호가 난립하게 되며 텍스트의 원활한 이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선 이것을 A로, 저것을 B로 칭한다는 사실을 글을 짜고 쓰면서 익숙해져 있을지언정, 독자에겐 익숙치 않아 어색하고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20200224라는 일련번호가 등장하는 이하 부록은 과도하게 긴 하위번호로 인해 텍스트의 30 퍼센트 가까이가 숫자로 가득차게 되어 가독성을 심하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각각을 명확하게 지칭할 수 있는 다른 단어를 이용하거나, 불필요한 세세한 구분은 합치는 식으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SCP-XXX-20200225가 -B-1 안으로 이동되었다. -20200225는 -20200224와 동일하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 -20200225는 -20200224에게 자신이 왜 여기에 있게 된 것인지 묻자 -20200224는 자신도 모르지만 절대로 좋은 이유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첫번째로, 조금 보고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어체가 눈에 밟힙니다. 덤덤히 보고서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거 치고는 너무 세세하고 소설스럽습니다.
두번째로, 보고서 형식으로 멀찍이, 그리고 요약적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각 인원들의 심리나 행위, 그 특유의 절박함이 독자에게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내용을 정리한 독후감을 보는 느낌이려나요. 저라면 이 장면을 일종의 녹화기록을 통해 좀 더 생생히 독자에게 보였을 거 같습니다.
서사
이 작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떤 끔찍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그리고 끝이 나죠. 재단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복선이 등장하는 듯 했지만, 활용되지 못하고 휘발됩니다.
이야기는 그리 역동적이지 않고, 그저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만 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리에 이입하기도 힘들지요.
그래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서사의 재미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러한 요소를 추가해서 작품을 더 흥미롭게 바꿔보는건 어떨까요?
- 반전 요소를 추가하기
- 예컨데, 이 공간을 만든 이들은 사실… 혹은 이 시설 자체가 사실…
- 이야기의 흐름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이리저리 바뀌기
- 예컨데, 누군가 이 구조에 헛점을 발견한다거나?
-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컨셉과 합쳐보기
- 예컨데, 이런 구조를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와 합쳐보거나? (이케아 같은 작품이 이런 접근법을 취합니다.)
결론
이대로 올라온다면 -1을 드릴 거 같습니다.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낮은 가독성(읽기 불편함)
- 글을 퇴고할 때 한명의 독자의 관점으로,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글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각 설명이 조리있게 독자에게 전달되는지를 중심으로 글의 구조를 파악해 보세요.
- 그리고 너무 많은 번호들을 정리해 보세요.
- 밋밋한 서사
- 흥미롭지 않은 컨셉
-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두 요소를 연결지어 보세요. 하나는 일상적인것, 다른 하나는 비일상적인 것이 좋습니다.
제 비평이 도움이 되었길바랍니다. 건필을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