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 문서" 논의가 본말이 바뀐 채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입 안내만 필수라는 논리 중에 "가입 절차가 신입 안내 속에만 있으니 신입 안내만 읽으면 된다"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수학능력시험과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受學)능력, 즉 향후에 공부를 계속 진행할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험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채점할 수는 없으니 주요한 과목과 평가기준을 만들게 됩니다(ex : 영어는 언어라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모두 평가해야 맞겠지만, 말하기/쓰기는 빈칸 채우기 등 간접적 방법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수능을 비판하는 단골 논리가 1. 문제 질이 부적절하더라도 유형만 익히면 점수가 잘 나온다 2. 고등학교가 학생의 품성을 함양하는 곳이 아니라 수능 대비시키는 곳이 됐다 등 교육과정이 당초 목적에서 벗어났음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온 나라가 입시학원이 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제대로 바로잡는 것을 과제로 삼을 일인데, "평가를 수능으로 하기로 했으니 수능만 잘 치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고등학교를 적극적으로 입시학원화하는 건 안 될 일이죠.
지금 가입 절차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나이, 최애SCP, 이유 빼고 남은 하나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이 하나의 평가기준은 새로 가입하는 분이 필수 문서를 읽었는지입니다. 지금 이 하나는, 본사는 한위키와 다른 탭 안에 있습니다. 이 정보를 어떤 성격으로 분류해야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음을 방증합니다. 사실 탭 어디 안에 있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읽었는지 평가하려면 내용이 심지어 다른 페이지 안에 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필수문서 다 읽었다면 당연히 읽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게 그냥 신입 안내 안에 들어왔고, 오래 남아 있을 뿐입니다. 맨 처음에 이 하나가 다른 페이지로 들어왔다면 그 페이지를 유일하게 읽어야 할 페이지로 주장해야 할까요? 가입 방법이 그냥 "가입하기" 버튼 누르는 것뿐이라면 그때는 필독 문서가 아예 필요 없어질까요?
그러면 본사가 제시하는 필독 문서들, 즉 "필수" 태그 붙은 글(태그 안내 페이지가 guides that are part of the required reading for joining the SCP Wiki라고 소개합니다)은 어떤 글일까요? 왜 본사는 신입 안내뿐만 아니라 이 글들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을까요?
지금 "필수" 태그 붙은 글들은, 신입 안내 제외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회원이 숙지해야 하는 규칙이 필수 태그입니다(사이트 규칙).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SCP 작성에 대한 규칙이 필수 태그입니다(SCP를 작성하는 법). 소설 작법뿐만 아니라 기본 서식, 게시 방법 등 최소한의 규칙 역시 분명히 내용 안에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본이 되는, 커뮤니티로서의 재단 활동에 대한 규칙들이 필수 태그입니다(위키 예절/대화방 안내). 자신의 글을 삭제할 권리는 자신에게만 있지만, 이를 사이트가 대신 집행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는 페이지가 필수 태그입니다(삭제절차 안내). 기분나쁜 답변은 본사도 삭제했지만 어쨌든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질문에 대한 사이트 차원의 대답을 담은 페이지가 필수 태그입니다(FAQ). 즉 제일 기본적인 의무(특히 적어도 사이트 규칙은)를 다해야 함은 알 것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건 이것도 못 하면 너는 자격도 없다라고 받아들일 사항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입 회원을 최소한이나마 보호하는 사항이죠. 새 회원이 규칙을 알든 모르든, 회원 관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규칙을 알고 규칙에 따라서 판단합니다. 규칙을 몰랐다고 말한다 해서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리지는 않습니다. 신입 회원이 규칙을 오인해서 위반하든 고의로 위반하든, 규칙을 한 번이라도 더 노출하는 것이 위반 자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의무의 차원에서 현재 "필수" 태그 문서들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 중에 과연 몇 가지나 필수냐, 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모두 필요하다고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입 절차는 단순히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데"를 평가하는 수단이고, 그것 때문에 가입 절차가 있는 곳만 뽑아내자는 건 거꾸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저 하나를 계속 절차로 채택할 필요도 없는데요. 새 회원에게 의무를 효과적으로 고지할 만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걸 대신 채택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