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소리 집어치워!! 무슨 확보 격리를 한다는 거야!
그리고, 무슨 보호? 옥리들의 감옥에 갇혀 받는 보호 말인가? 거짓으로 세계와 존재들을 Wrong하고 속여온 너희들을 오늘 단죄하러 왔다. 나 검은여왕이다!???: 뭐… 뭐… 검은여왕?! 변칙이다! 기특대! 기특대…!
???: 야 이 옥리놈의 자슥들아! 이것은 현실개변 마도철갑탄이여! 개변당하지 않으려면 까불지들 말더라고! 아야, 날려라!
???: 안되겠소, 쏩시다! [피융- 피융-]
~~~~ 빠아아암 부아아아아아앙 ~~~~
이 001은 SCP 재단이 어째서 과학자 집단인지를 과학철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철학에서는, 진리/진실은 인간 외부에 실재로서 존재할 수도 있지만(아니라고 생각하는 과학철학자들도 있습니다. 다만 과학자들은 그런 실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아니라 생각하는 철학자들을 띠꺼워 합니다), 과학이라는 "지식체계"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해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과학철학 이론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잘 알려진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론과 노우드 러셀 핸슨의 관찰의 이론적재성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볼까요.
먼 옛날 사람들은 천동설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의 식자 집단인 자연철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성직자들 사이에 천동설이 진리라는 "총의"가 존재했고, 그 총의가 그들의 관념을 지배했기 때문이지요. 그 총의를 "패러다임"이라고 하고, 총의가 존재하는 학문을 "정상과학"이라고 합니다. 천동설이 정상과학이었던 시절 사람들은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지구가 한 바퀴 자전했구나"라고 생각지 않고, "태양이 지구 주변을 한 바퀴 공전했구나"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관찰하는 바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관념/이론에 의해 관찰되는 순간부터 이미 해석이 반영되는 것을 이론적재성이라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기존의 패러다임 — 총의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 즉 변칙성(아노말리)이 누적됩니다. 변칙성이 한두 개에 지나지 않을 때는 무시할 수 있지만, 변칙성이 너무 많아지면 총의가 무너질 위기(크라이시스)가 도래합니다. 그리고 변칙성들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 패러다임이 등장해서 기존 패러다임과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이 지경이 되면 "모두의 합의"인 "총의"는 이미 깨진 것이죠. 이렇게 경쟁이 일어나는 시기를 과학혁명기라고 하고요.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최종적으로 승리해서, 새로운 과학 이론을 형성합니다. 과학자 공동체의 새로운 "총의"가 이루어진 것이죠. 천동설-지동설 과학혁명의 예를 보자면, 지동설이 새로운 정상과학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 유의할 것은, 다시 총의가 이루어진 것이, 천동설을 고수하던 반대자들을 지동설 지지자들이 일일이 설득해서 합의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천동설을 고수하던 구세대가 모두 죽어서 없어지고, 신세대인 지동설 지지자들만 남아서 자연스럽게 총의가 형성된 것이지요.
이렇게 지동설이 정상과학이 된 이후에는,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해가 뜬다" 는 관용적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아무도 "태양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았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동설 이론이 관찰에 적재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학이론이 바뀜으로써 세계관(세상을 보는 눈)이 바뀜이 이와 같습니다.
각설하고 001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면, IK-현실재구축 사태가 일어나서 세상이 뒤바뀌고 역사가 변해 버렸습니다. 변해 버리기 전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13명 뿐입니다. 그 중 한 명은 ORIA를 만들러 갔고, 나머지 12명+기억하지 못하는데 기억하는 척 하는 1명이 재단의 O5들이 되었지요. O5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인 인식법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립니다.
- IK-현실재구축 사태가 정말 일어나서 역사가 변해 버렸고, IK 사태 이전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 열세 명 뿐이다
- IK 사태는 사실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열 세명만 이상한 환각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투표 결과 1번이 결론으로 받아들여져 총의에 도달합니다. 1번이 재단에 있어 지배적 패러다임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재단은 그 패러다임에 따라 확보, 격리, 보호를 수행하는 정상과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대 O5들의 최초의 총의 이후 재단의 모든 활동에는 그 패러다임이 적재되어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패러다임이 결국 패러다임, 총의, 합의일 뿐, 실재로서의 진실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 과학의 패러다임간 경쟁에서는 변칙성이라는 물적 증거가 존재하기에 그 증거에 보다 잘 부합하는 패러다임이 필연적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초대 O5들의 최초의 총의는 그저 자기들끼리의 투표에 의해(그것도 한 표 차이로!) 결정된 것에 다름아니죠. 그러니 우리는 재단이 정말 파국적 IK 사태를 겪은 뒤 인류가 그런 재앙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저 13명의 망상병자들이 자신들의 망상이 망상이 아니었고, 자기들을 제외한 세상 전체가 미쳤다고 치부한 결과 만들어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설사 후자가 실재론적 진실일 경우에도, 재단의 모든 활동에는 이미 기존의 패러다임, 총의가 적재되어 있기 때문에 최초 총의의 시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총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총의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곧 재단의 존재 이유가 소멸하는 것, 또는 재단이 계속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재단은 초대 O5들이 세운 이전의 재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는 것(왜냐하면 적재되는 총의가 달라지기 때문!)을 의미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재단의 활동은 과학자 공동체의 그것과 판박이입니다. 총의로써 패러다임이 이루어지고, 그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정상과학적 활동이 이루어지니까요. 다만 그 근간을 이루는 패러다임 — 총의가 실제 과학자들의 이론적 토대와 달리 모래성 같은 것이라는 점이 유일한 차이점이겠지요. 그 사실에서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중국어 사이트 쪽을 보니 "이학원" 태그가 달려있던데 달아놓는게 어떨까요? 이 작품이 "이학회"와 관련있기도 하고 나중에 중화이상사물현상학회 허브가 변역될 수도 있으니까요.
중국어 SCP가 아니라 본사 SCP이니 본사에서 달지 않은 태그를 달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게 중국어 사이트에서 본사로 수출된 것도 아니구요.
제가 O5-1의 계승의 편지에서 '놓아다'를 '놓았다'로 수정했습니다. 근데 좀 큼지막한 SCP를 건든 것이다보니, 좀 불안해서요. 이정도는 문제 없을까요? 처음이라서 좀 무섭네요.
덜덜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 작품을 수정하면 안되지만, 사이트 규칙을 준수한다면 "사소한 수정"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오타라는 걸 확인하고 수정하셨다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뭔가 무서워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사실 남의 글 마음대로 헤집어놓고 아무 말도 없는 사람이 더 무서워해야지, 이렇게 작은 것도 여러 번 말씀하시는 경우는 오히려 정직한 일을 하셨다고 표현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사소한 일이 어느정도까지 벌어질지 감이 잘 안잡혀서요. 게다가 SCP-001이라 한 글자 한 글자가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그리고 조언 감사합니다. 경험 하나 더 쌓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