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chapter13.png

1red.png


현재

— - —
spear.png

아론의 손에 들린 검이 번뜩였고, 희미한 포효와 함께 방을 둘로 가르며 캘빈이 서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는 뒤로 뛰었고, 창 끝으로 불꽃 세례를 바닥으로 날리며 밑동으로 밀어냈다. 아론이 멈춰서자 불길이 칼날에서 온 사방으로 퍼져나왔고, 캘빈은 몸을 굴려 피해야 했다. 그가 멈추고는 창의 뒤편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고, 아론 역시 춤을 추듯 몸을 날려 긴 창끝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캘빈이 낮게 몸을 홱 움직였고, 창머리가 아론의 왼쪽 넓적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으며 가속도에 그의 몸이 앞으로 살짝 쏠렸다. 균형을 잃으며 땅에 부딪칠 때 그는 타오르는 새빨간 강철이 그를 향해 내려오는 걸 보고는, 몸을 굴려 아론이 검을 땅으로 휘두르며 생긴 불꽃을 피했다. 아론이 충분히 힘을 주어 다시 검을 들어올리고 내려쳤다.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매번 캘빈은 재빨리 몸을 움직이며 지옥불을 피해야 했다. 그는 기회를 포착하고 잽싸게 일어났다. 아론이 검을 다시 휘두르기 직전에 다리를 들어올리며 서서, 캘빈이 창을 날렸다.

방 안의 공기가 갑작스레 팽팽해졌고, 다른 모든 소리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 같은 낮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잠시 뒤 쾅 하는 소리가 났고, 창이 그들 반대편의 벽에 박히며 그 충격에 돌이 길고 들쭉날쭉하게 금이 갔다. 아론은 팔을 내려다보았고 피와 재를 보았다 - 창이 날아가며 남긴 자국이었다. 그가 마찬가지로 아론의 팔을 쳐다보고 있던 캘빈을 향해 돌아섰다. 망설임 없이, 그가 검을 왼쪽으로 당겼고 칼날에서 쏟아지는 불이 캘빈의 몸 주위에 마치 장막처럼 피어올랐다. 그가 옆으로 펄쩍 뛰어 피했으나, 아론이 다시 그를 덮치며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했다. 절박하게 캘빈은 한 손을 뻗어 그를 내리치는 칼날을 막으려 했다-

-그리고 그러더니 창이 다시 그의 손에 들려 있었고, 불타는 검이 내리찍는 것을 잡아냈다. 아론은 깜짝 놀라, 다시 뒷걸음질치며 멈칫했다. 캘빈이 양손으로 창을 밀어올리며, 아론을 뒤쪽으로 쓰러뜨리고 날카로운 창끝을 옆쪽에서 그를 향해 휘둘렀다. 아론이 몸을 숙였으며, 그 다음 공격은 검으로 폭포수 같은 불꽃을 바닥으로 날리며 막아냈다.

감독관이 다시 공격에 들어서며 길고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고, 캘빈은 불줄기를 피해 몸을 숙이고 굴렀다. 그가 열세 개의 의자가 있는 긴 테이블 주위로 미끄러지듯 뛰어갔고, 불길이 모니터들이 붙어있는 벽을 집어삼키며 모니터들을 녹이고 칠흑 같은 모습으로 바꿔버렸다. 그가 돌아서자 아론은 다시 한 번 그를 덮쳤고, 그러나 이번에는 황금 검이 위쪽이 아니라 아래에서 날아와 캘빈의 옆구리를 맞췄다. 캘빈이 비명을 내지르고 몸을 비비 꼬며, 창의 긴 끝으로 아론에게 반격했다. 뜨거운 피가 셔츠를 적시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아론은 멈춰서서 검을 옆으로 내렸다.

잠시 동안, 그 둘은 힘겹게 숨을 들이쉬며 서 있었고, 방 반대편에서 서로를 신중히 쳐다보고 있었다.

"넌 반란의 의지를 보여주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증거군." 시선을 캘빈에게서 절대 떼지 않고서, 아론이 느리게 말했다. "내가 더 어렸더라면 부러워했을 거야."

캘빈이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뭐 때문에 부러워한다는 건데?"

아론이 몸을 숙였다. "어릴 때, 난 실수를 저질렀지 - 값비싼 실수를. 항상 그 실수는 내 결단이 충분히 굳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 네가 여기 있군. 네 결단력은 나만큼이나 강하고,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르는데도, 넌 여기 있군, 내가 서 있던 바로 그곳에 서서, 그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

"난 너와는 아주 달라." 캘빈이 말했다. "난 네가 뭔지 알아. 배신자. 넌 반란의 엔지니어가 되었는데 우리를 배신했지, 그자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권력을 위해. 넌 황금 옥좌와 영원한 삶을 위해 네 이상을 배신했다."

아론이 올려다보았다. 슬픈 눈이었다. "난 엔지니어가 아냐, 캘빈. 그랬던 적은 전혀 없어. 빈센트 아리안스가 엔지니어였지. 우리가 함께 지었지만, 그가 최고 설계자였어. 그가 최상의 행동 양식을 썼고 우리를, 나를 견제하고자 반란을 설계했지."

그가 일어서서, 다시 손에 검을 쥐었다. "한 가지는 네 말이 맞군, 그래도. 난 널 배신했지. 난 너희 모두를 배신했지 - 하지만 내 이상을 저버린 건 아니야. 내가 그 이상과 끔찍한 무언가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했던 순간이 왔지. 그리고 그것들은 날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못했어."

검에 다시 불이 붙었고, 동굴의 희미한 불빛 아래 검의 불꽃이 아론의 눈에서 춤을 추었다. "난 널 죽일 거다, 캘빈 - 하지만 내가 널 증오하기 때문은 아냐, 네가 내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서도 아니고. 내가 널 죽이는 건 네 의지가 이제는 나보다도 강하기 때문이지. 내가 널 죽이는 건 만약 네가 날 죽이면, 넌 내가 그 오랜 세월 전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게 될 테고,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야."

그가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고, 그 자루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이 폭발하듯 몰려들었다. 화염이 허공에서 호를 그리며, 동굴 천장을 그슬리며 거기 있던 조명을 태워버렸다. 불길이 벽으로 피어오르며, 바위에 난 금으로 파고들며 닿는 모든 표면을 까맣게 태웠다. 바닥에 이르른 불길은 파도처럼 가로지르며, 휘젓고 휘돌며 연기와 재를 허공으로 내던졌다. 아론이 검을 머리 앞으로 가져오자 화염 전체가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방이 불타는 소용돌이로 가득 찰 때까지 회전했다.

그리고 그때 그가 캘빈을 쳐다보았다. 손에 창을 들고, 방 중앙의 테이블 위 허공을 뛰어넘고 있는 그를. 그가 막으려 몸을 돌렸고, 그를 향해 창이 솟구치자 기관차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가 칼날을 창을 향해 내렸으며, 부딪치는 순간 빛나는 황금 강철이 반짝이더니 산산조각났다. 창이 아론의 가슴을 맞추고 그를 방 반대편으로 날려버렸고, 방 정면의 모니터 아래 돌벽에 박아버렸다. 부서진 검 조각들이 그의 손에서 떨어져 땅 위에서 부서졌다. 그의 뒤편으로, 창이 돌을 뚫어버린 곳에서부터, 굵은 금이 이제는 천장을 향해 이어지고 있었다. 방을 집어삼켰던 불길이 잠시 동안 더 머무르더니 꺼졌다.

아론이 헉 하고 숨을 들이쉬고 벽에 몸을 기대고 푹 쓰러졌다. 그가 가슴팍으로 한 손을 가져갔고,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가 힘없이 한 손을 창자루로 가져가 뽑아내려 했으나, 그렇게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기침을 했고, 목구멍 깊숙히 피가 고이고 있었다. 그의 몸이 마비되는 게 느껴졌고, 팔다리는 차갑게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졌고, 매 숨은 짧고 힘겨워졌다.

그러더니 캘빈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피투성이에 멍들어 있었지만 서 있었다. 아론은 그를 보고서는 웃었다. 피가 이빨 사이로 튀었다.

"너무 성급했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캘빈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끝났어. 네가 그들 중 마지막이고, 이제 너희가 이 세계에 저지른 짓도 치유될 수 있을 거다."

옆을 향하고 있던 아론의 머리가 앞쪽을 향했다. 그가 눈을 들어 캘빈을 들여다보았고, 캘빈은 몇 달 전 델타와 소말리의 창고에 있던 그날 느꼈던 그 거대한 존재를 갑작스레 느꼈다. 자기 존재 전체가 - 마음, 육신 그리고 영혼까지 - 자기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에 조사를 받는 것 같은 뚜렷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 느낌은 사라졌다.

아론이 부드럽게 웃더니 기침했다. "아니, 캘빈, 넌- 넌 정말로 이해를… 못하는군. 나도 그렇게…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지만… 내가 틀렸어. 우리가 틀렸어. 아리안스는 보지 못했지만, 난- 난 봤어. 그는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난 절대로 말할 수 없었고, 그는 내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생각하면서 죽었지-" 그가 숨을 쉬려 헐떡였다. "-난 그를 사랑했어. 그는 내 형제였지. 하지만 그는 몰랐어."

아론의 숨이 약해졌다. "충분하지가 않아, 캘-캘빈, 충분- 충분하지가 않다고. 암, 암적인 존재… 그건- 그건 우리가 아냐, 그건- 그건- 프레드릭 윌리엄스도 아냐… 재단이야. 항상 재단이었어."

캘빈이 일어섰다. "그만해 - 끝났어. 난 아래층으로 간다, 그리고 이제 끝낼 거야. 끝은 이렇게 온다."

아론이 숨을 짧게 몇 번 더 들이쉬더니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의 눈이 흐려지더니 이름 같은 무언가가 입가에서 맴돌았다.

"소- 소피아, 소… 소피아, 나- 난… 난… 난-"

그가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쉬려 발악했으나, 더 이상 몸이 남지 않은 그의 몸은 그저 창에 기댄 채 무너졌다.

아론 시걸은 죽었다.

캘빈이 휘청이며 그에게서 물러났고,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녹아내려 작은 빛나는 덩굴처럼 된 플라스틱과 금속이 가끔씩 천장에서 떨어졌으나, 암흑에 거의 완벽하게 휩싸인 방에 그림자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는 어둠 속에 서서 숨을 골랐고, 익숙한 존재가 어둠 속에서 그의 옆으로 오는 게 느껴졌다.

"그는 죽었어." 캘빈이 말했다. 자기 목소리도 무언가 낯설었다. "내가 그를 죽였다."

목적은 방 뒤편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것이 두 손을 들어올려 박수를 한 번 쳤고, 그러자 석제 바닥 사방에서 빛나는 짧은 원통이 솟아올라 방을 밝혔다. 캘빈은 머뭇거리며 한 발짝 물러났다가 한 발짝 더 물러났으며, 아론의 몸은 벽에 박힌 채로 내버려두고 중앙 곁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거대한 인간형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 시설에는 재단을 파괴할 수 있는 방이 있지, 맞나?"

목적은 움직이지 않았다. "맞다."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곁방 아래에 있지, 안 그런가?"

"맞다."

"날 거기로 데려가."

그 둘은 곁방과 회당 사이의 이상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터널을 지나 재단의 유산을 묘사한 곳 아래의 뻥 뚫린 공간에 섰다. 그들 위쪽의 거대한 추가 느리고 조용하게 지나다녔으며, 자신들의 발소리 말고 그곳에서 들리는 건 어딘가 멀리서 거대한 시계바늘이 딸깍거리는 희미한 소리뿐이었다.

그곳, 방의 한가운데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목적이 먼저 다가서서는, 손바닥을 뻗어 문을 빠르게 밀어서 열었다. 캘빈이 안으로 들어가려 움직였으나, 목적이 한 손을 어깨 위에 올려놓자 멈췄다.

"나는 네게 말할 의무가 있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바리톤 목소리가 복도에서 메아리쳤다. "네가 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는 순간, 돌아설 수는 없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내려야 할 결정은 하나뿐이고, 그건 없던 걸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그가 몸을 돌려 땅 속 깊숙히 아론 시걸의 몸이 돌벽에 박혀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때가 되었어."

목적이 옆으로 물러섰고, 캘빈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러자 등 뒤로 문이 미끄러지듯 닫혔고, 그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캘빈은 밝은 빛에 눈을 찡그려야 했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천장이 높고 어두운 목재 바닥이었다. 반대편 방 벽에는 방 전체를 거의 둘러싸고 있는 길고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창문 밖으로 산비탈과 석양이 보였다. 벽에는 책장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안의 책들은 두껍고 오래되었으나 분명히 잘 보존된 것이었다.

한쪽 벽에는 또다른 모니터들이 줄지어 있었다. 머리 위 회의실 벽에 있는 것들과 닮았으나 다른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빗속에서 손목을 긋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머리에 총알이 박힌 남자가 열차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밤 동안 야영한 산 속의 무너진 요새가 보였고, 그린이 죽은 불타는 도시가 보였다. 공항이 보였고, 금속성의 그 대학살 속에서 뒤틀리고 부서진 잘생긴 남자의 시체가 보였다. 창이 가슴을 궤뚫은 아론 시걸이 보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매끈한 나무 책상이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그 위에는 모니터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고, 화면에는 재단의 보안 로그인 포털이 떠 있었다. 캘빈은 그 옆으로 걸어갔고, 책상 뒤의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는 찰나 책상 반대쪽 끝에 있는 무언가 이상한 걸 눈치챘다. 검은 철제 다이얼 전화기였다.

그는 컴퓨터로 몸을 돌려 로그인을 시작했다. 책상에 있는 지문 및 망막 스캐너를 통해 생체인식을 해야 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뻗어 빛나는 빨간 빛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그 빛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화면에는 성공적으로 로그인했다는 표시가 떴고, 방 주변의 화면들도 바뀌었다. 각각 다른 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공통점이 뭔지는 분명했다. 전부 다 재단 기지들이었다. 어느 화면은 제19기지, 다른 화면은 제42기지, 어느 화면은 제77기지. 그곳들이 빛나는 LED를 꽉꽉 채웠고 모든 화면에는 재단 기지가 있었다.

그러더니, 책상 위 화면에 옵션이 딱 하나 나타났다.

[끝내기]

가슴속에서 숨이 막히는 게 느껴졌다. 그가 한 손을 키보드에 올려놓았고, 손가락이 마지막 승리의 순간 위를 맴돌았다. 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그러고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망설였고, 손가락 끝은 자판에서 거의 머리카락 폭만큼 떨어져 있었다. 그가 듣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 몸을 그쪽으로 돌렸고,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다섯 번째로 울릴 때 그는 응답했고, 손이 마음과 따로 놀고 있었다. 그 동작에는 무언가 로봇같은 게 있었다. 뭔지는 알아낼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그를 이끈 직감적인 무언가가. 그가 수화기가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조심스레 집어들었고, 귓가에 가져다댔다. 반대편에서는 침묵만이 들릴 뿐이었다.

"여보세요?"

어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지직거렸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틀림없이 - 하지만 그 소리에는 캘빈의 팔 털을 쭈뼛 서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아주 멀리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곳에 있는 듯한 뭔가를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하할 일이 생겼다면서요, 루시엔 씨." 그 목소리가 말했다. 밝은 어조였고 부드러운 말투였다. "당신은 특출한 결단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에게 훌륭하게 공헌할 거라 확신합니다."

캘빈의 맥박이 빨라졌다. "누구지?"

"내가 누구냐니? 제발, 루시엔 씨, 지금쯤이면 추측했을 텐데요. 난 당신이 죽이려고 시도해 온 사람이랍니다."

한 줄기 땀이 캘빈의 이마에 맺혔다. "뭐라고? 무슨 소리지?"

"난 관리자입니다, 루시엔 씨."

캘빈의 영혼 속에 무언가 다른 것이 나타났다. 공포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원시적인 무언가가. "그건 말도 안 돼. 관리자는 죽었어 - 아론 시걸이 그자를 죽였다고."

목소리가 부드럽게 헛기침했다. "아니, 아니, 아닙니다. 그는 프레드릭 윌리엄스라 불리는 남자를 죽였죠."

"난… 프레드릭 윌리엄스가 관리자였잖아."

목소리가 낄낄거렸다. 낯선 소리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윌리엄스 씨는 그저 우주를 천천히 풀어나가던 해진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는 줄을 찾았고, 연구했으며 — 구분했고 — 분류했으며, 결국에는 그것이 되었죠. 그래서 재단이 태어나게 된 겁니다." 반대편의 목소리가 잠시 말을 멈췄다. "프레드릭 윌리엄스는 자신보다 큰 뭔가를 보았고 그걸 자라게 할 씨앗을 심었습니다. 아론 시걸은 그것 때문에 그를 죽였지만, 그의 일부는 여전히 여기 있죠. 아론 시걸이 사람을 죽였지만, 씨앗을 죽이지는 않았기에 그는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아직 이해가 안 되나요? 그는 날 죽이지 않았다고요."

캘빈의 팔에서 힘이 빠졌다. 무거운 부담이 그의 위에 내려앉았다. "넌 뭐지?"

"문서 위의 서명. 회의실의 정장. 전화기의 목소리. 시걸 씨는 진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프레드릭 윌리엄스가 재단의 첫 관리자이기는 했으나, 진정한 관리자는 아니었다는 거죠. 바로 나입니다, 루시엔 씨. 나는 재단 때문에 존재하죠. 그리고 재단은 나 때문에 존재합니다. 목적이 항상 뭐라고 했더라?" 목소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했다. "내 본질을 안다는 것은 재단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다. 뭐 그런 거였는데."

캘빈은 답하지 않았고,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정말로 시걸 씨가 권력 때문에 재단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겁니까? 재단이 그를 유혹했고 술책과 계략에 넘어갔을 거라고?" 목소리가 조롱했다. "아니죠. 그는 결론에 도달했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이상이라는 대가를 치러서. 그는 당신이 오늘 여기 서 있는 똑같은 이유로 그 일을 했습니다 - 왜냐하면 일을 끝마치고 싶었거든요." 그 말에는 갑작스레 적의가 서려 있었으나, 목소리는 침착해졌다. "그러더니 당신이 들어와서는, 그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와 모든 피조물 사이에 버티고 선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의 심장에 창을 박아버리기로 결심한 거죠."

목소리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러고는? 당신은 전화기를 집어들었죠."

자그마한 저항의 불씨가 캘빈의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만약 내가 집어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는데?"

반대편의 목소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거칠고 급작스러운 소리였다. 듣기도 전에 깨어날 것만 같은 그런 종류의 소음이었다. "바보같이 굴지 말아요, 캘빈. 항상 누군가가 전화기를 집어든답니다."

"난 아직도 그냥 걸어갈 수 있어." 그 말들은 캘빈의 혀 위에서 마치 석회처럼 느껴졌다. 무슨 일이 다가올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점점 늘어나는 짐에 몸부림쳤다. 그가 화면을, 커서를 다시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네, 할 수 있죠. 지금 당장 걸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 말고는 당신이 여기 있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를 거에요. 심지어 거기 그 버튼을 누르고, 그게 재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볼 수도 있습니다." 캘빈은 그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입가에 웃음이 서서히 맺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고는, 몇 분 내로, 전화기가 다시 울리겠죠,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 그리고 아무도 답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자기들한테 무슨 일을 하라고 말하지 않을 테죠, 루시엔 씨. 저 기지들이 부서져 열리고 안에 있는 괴물들이 우리에서 풀려나오면, 수십억 명이 죽을 겁니다, 그리고 더 많이." 목소리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난 여전히 여기 있을 테고요."

그것이 말을 이었다.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요. 내가 암이라고. 내가 변칙존재라고. 난 첫 번째 사람이 첫 번째 기적을 보았을 때 태어났습니다 - 재단 전체에 새로이 의식을 불어넣은 거죠. 프레드릭 윌리엄스는 그때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걸 씨는 알아냈죠, 제때에. 이제 그 암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시걸 씨는 분명 아니죠 - 그는 위쪽 벽에 꽂혀 있으니까. 당신은 그의 나머지 보호자들도 죽였죠 - 만약 그가 죽기라도 하면 그 과업을 이어가는 임무를 맡은 자들을. 이제 누가 날 격리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그들은," 캘빈은 자기가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었으나, 왜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들은 사악했어."

"사악하다?" 목소리가 소리쳤다. "루시엔 씨, 이게 여태까지 당신의 가장 큰 실수입니다. 왜인지 당신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은 거요. 당신은 선한 일을 하고 있고, 적은 악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당신의 행동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려 멈추지도 않았죠, 캘빈, 그리고 사람들이 왜 그것들을 만들었는지."

그것이 말을 이었다. "회계사? 내 존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시걸 씨가 택했고. 그는 내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있던 겁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단 한 사람도 해치지 않았죠 - 마법처럼 나타난 재단의 돈은 거의 다 폭군과 사기꾼에게서 온 겁니다. 거짓말쟁이는 자기가 새로이 찾아낸 능력으로 세계가 광기 속으로 빠져드는 걸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불운한 상황에 놓여 있던 좋은 사람이었죠. 외부인, 그 불쌍한 아가씨는,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연구원이었고 당신이 그녀를 다루게 놔두느니 그냥 죽는 걸 택한 겁니다. 그 점을 생각해 봐요."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말을 멈췄다. "썩은 사과도 몇 개 있었죠, 분명 - 특히 가장 권력을 많이 쥔 자들. 기록 보관자, 꼬마, 미국인. 하지만 그들 역시 쓸모가 있었고 다른 자들의 제어를 받았습니다. 당신이 끼어들기 전에, 기록 보관자는 책 속에 파묻혀 있는데 만족했었고 다른 살아있는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어요. 꼬마는 도구였죠, 캘빈, 강력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지시를 따랐다고 아이를 탓할 겁니까?" 그것이 말을 다시 멈췄다. "그린. 그자가 아마도 최악이었겠죠. 하지만 그녀 너머에 뭐가 있습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죠. 일부는 책임감 때문에 미쳐버렸고 다른 이들은 그저 거대한 기계의 폰일 뿐이었다만. 그러더니 당신이 와서는, 고결한 도덕적 꼭대기에 서서 이 불쌍한 사람들을 사악하다고 부르는군요. 당신은 바로 그 이유로 그들을 살해하는 걸 정당화했습니다."

캘빈은 답할 말을 찾지 못했고 잠시 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그가 응수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분명해지자, 목소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뇨, 캘빈." 목소리가 부드럽고 반박할 수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선은 없습니다. 악도 없어요."

그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캘빈이 의자에 주저앉았고, 전화기를 귓가에서 잡고 있었다. 반대편의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이 일에 일정한… 특전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누가 압니까? 아론 시걸은 날 죽일 수 없었지만, 당신은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죠. 그리고 언젠가 — 당신이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올바른 조명 아래 가져가서, 적절하게 기울인다면 —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르고요."

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세계는 텅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거라고는 전화기와 목소리뿐이었다. 마음 저편에서, 애덤이 땅에 누워서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돌아오라고 애걸하는 게 보였다. 올리비아가, 피부가 찢어지고 얼굴의 상처로 피가 흘러나오는 채로, 무표정하고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앤서니가, 땅에 쓰러져서는 숨을 쉬려 헉헉대는 게.

위층의 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게 들렸다.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힘내시죠, 루시엔 씨. 우리 일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캘빈이 전화기를 딸깍 하고 내려놓았다. 방 안의 유일한 소리는 그 자신의 심장박동뿐이었고, 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맞추어 메아리쳤다.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그가 방 반대편을 쳐다보았고, 마음 속 눈으로 무언가를 보았다 - 아득히 먼 옛날 꿈의 메아리를. 아론 시걸이 책상에 서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소피아 라이트가 그의 옆에 슬픈 표정으로, 하지만 놀라진 않은 듯 서 있는 게 보였다. 앤서니 라이트, 빈센트 아리안스였던 남자가 책상 앞에 서서 총을 빼들고 있었다. 그가 총을 아론의 심장에 겨누었다.

"그 망할 전화기 내려놔." 앤서니가 말하는 게 들렸다. "내려놔, 아론. 가자. 여기서 나가자고, 어서. 네가 이 짓거리를 하게 놔둘 순 없어."

"그에게는 시간-"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씨발 입 닥쳐, 이 창녀야." 앤서니가 말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네가 여기로 데려왔지. 이게 네 독이었군, 이걸 다 꾸민 거야. 여기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군." 그가 다시 아론에게 돌아섰다. "아론, 제발. 우리가 한 모든 게 있잖아. 그걸 생각해, 우리가 한 모든 희생을.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해. 가야 해. 우린 여전히 할 수 있어. 그냥 전화기만 내려놔. 제발. 전화기 내려놔."

아론의 얼굴은 죽은 사람 같았으며,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가 마치 열차가 - 무언가 육중하고 필연적인 게 들이닥치는 걸 보는 것처럼 총신을 내려다보았다. 앤서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론, 제발. 제발, 와. 가자. 가자고. 저 여자는 여기 내버려둬. 여기서 썩게 놔두라고. 저 여자는 너한테 아무 도움이 안 돼, 아론. 아무것도 없다고. 전화기 내려놔." 그가 총을 약간 더 높이 들어올렸다. "전화기 내려놓으라고 망할, 제발."

아론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난 못해, 빈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텅 빈 목소리였다. "못해. 못한다고."

앤서니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혈관이 튀어나왔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소리쳤고, 증오와 좌절감과 독설이 억수같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는 캘빈은 총소리를 들었다. 앤서니가 머리 위 천장에 대고 탄창을 통째로 비웠고, 책상 위로 돌과 파편을 흩뿌렸다. 총질을 멈추고서는 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좋아." 그가 둘 중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며 말했다. "좋아. 난 널 죽일 수 없어, 아론. 난 그렇게는 못하겠어. 어쩌면, 내가 운이 좋으면, 네 실수가 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텅 빈 총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더 이상 한 마디도 없이, 그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돌아섰고 시야에서 벗어났다. 아론이나 소피아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환영이 흐려졌다. 캘빈은 다시 책상에 홀로 있었다. 그가 시선을 내렸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총이 보였다. 시선을 들자, 여전히 바위에 구멍이 남아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조용히 책상에 놓여있는 전화기가 있었다.

30초 후,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렸다.


그리고 울렸다.


그리고 울렸다.


그리고 울렸다.


그리고 울렸다.


일곱 번째로 울릴 때, 캘빈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