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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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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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파트의 정적 속에서, 빈센트 아리안스는 술을 홀짝였다. 반쯤 비운 병과 장전된 권총 하나가 맞은편의 세면기에 놓여 있었다. 옅은 해질녘의 빛이 블라인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앞 방바닥에 엎어져 있는 아론 시걸을 비추고 있었다.

아리안스는 유리잔을 옆에 내려놓고 담배를 길게 빨았다. 빛 때문에 눈을 찡그린 채였다. 잠시 뒤, 아론이 몸을 약간씩 움직였다. 그는 팔꿈치로 몸을 일으켰고, 한 손으로 턱수염에 묻은 침과 졸음을 닦아냈다. 그가 벌겋게 부은 얼굴을 돌려 아리안스를 마주했다.

"뭔 일이 있었던 거야?" 그가 꺽꺽거렸다. "우리가 어디 있는 거지?" 그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작동했어?"

아리안스가 담배를 한 번 더 길게 빨았다. 연기가 천천히 콧구멍 끝에서 느리게 흐르면서, 그의 앞에서 빛을 받으며 빛났다. 연기에 가려 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죽었어." 아리안스의 눈은 저 멀리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작동했어."

한참 동안 아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 갑작스레 —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렇지." 그가 앙다문 턱 사이로 쉬잇 하고 소리쳤다. "그렇지."

아리안스의 얼굴은 냉담했다. "우리 거의 죽을 뻔 했어, 알지." 그가 담뱃재를 카페트 오른쪽에 톡톡 떨어뜨렸다. "우리 중 일부는 살아남지 못했고."

아론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가, 등을 벽에 대고 주저앉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아리안스가 담배를 건넸다.

"얼마나 많아?" 아론이 물었다.

"너하고 나. 펠릭스. 콘라드. 잉그리드." 아리안스가 손가락으로 셌다. "총 다섯 명. 펠릭스가 이미 다른 기지의 연구자들에게 연락했어. 그들 중 일부는 우리와 접촉하는 중이고. 모두들 똥줄이 탈 정도로 겁먹었더군." 그가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너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아론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잘 기억나지가 않아." 그가 아리안스를 훑어보았다. "어려진 것 같네."

"그래. 우리들 모두. 그 물이 그런 일을 하지." 그가 잔을 비웠다. "할 일이 많아, 아론. 하지만 시작하기 전에,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말해줘야 해."

아론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상관없어. 끝났잖아."

"엿먹어. 상관 있으니까." 무언가가 바뀌었고, 그들 사이엔 거리감이 있었다. "우린 — 나는— 내가 죽을 그날까지 잊혀지지 않을 일들을 했지, 세상을 구하고 있었으니까. 네겐 아바돈을 파괴할 기회가 있었어.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

그의 목소리는 점점 딱딱하고 차가워졌다. "넌 그들을, 아이들을 활성화시키는 순간 바로 도망가라고 했어. 왜인지는 묻지 말라고 했지. 그래서 난 그렇게 했어. 난 널 믿었다고, 네가 그러지 않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개 있어. 왜 프레드릭 윌리엄스를 죽인 건지 말해."

그들은 한참 동안, 오래도록 침묵했다. 아론은 담배를 끝까지 피우는데 열중했고 아리안스는 한 잔 더 들이켰다. 벽에 몸을 기대자, 아론은 아리안스의 눈 주변이 희미한 분홍빛으로 부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바돈은 없었어." 아론이 마침내 말했다. "전혀. 그건 미끼였어."

아리안스가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어떻게 아는 건데?"

"그가 내게 말해줬으니까, 빈스."

"뭐라고?"

"그리고 내가 그를 믿지 않자," 아론이 말을 이었다. "그가 내게 보여줬어." 그는 침묵으로 나머지 말을 대신했다. 침묵에 지겨워지자 그는 계속했다. "콩고 기지 가까이였어. 내가 거기 있었지, 그와 함께." 아론이 숨을 내쉬었다. 그의 콧구멍에서 연기 줄기가 소용돌이치며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아리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론이 담배를 들여다보았다. "그가 도대체 뭔지도 모르겠어. 아마도 사람이었겠지, 한때는. 어쩌면. 더 이상은 아니야. 그는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군 — 불가능한 것들을. 기지가 무너졌을 때…" 그가 눈을 감았다. "난 그가 시설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걸 지켜봤어, 빈센트. 한 사람이. 그걸로 충분했어. 그게 아바돈의 전부야."

"왜 그가—"

아론이 눈을 떴다. "그가 내 안에서 자기와 비슷한 정신을 본 것 같아." 그러고는,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난 그가 콘크리트와 철근이 무르고 젖은 반죽이라도 되는 양 뚫고 지나가는 걸 봤어. 난 그가 자기 해골을 두꺼운 노란색 연기로 내뿜는 걸 봤고. 한 여자의 피가 딱딱해져서 수정이 되는 걸 봤어 —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날카롭지만 석회만큼이나 약했지. 내가 지켜보도록 놔뒀어.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내가 지켜보도록 놔뒀어, 왜냐하면…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보려고 한 것 같아."

아리안스는 말을 하려 애썼다. 그의 목소리는 목구멍 속에서 약간 떨렸다. "그래서 네가 그를 파괴했군."

아론은 아주 침착했다. "그래. 나에게 그자를 죽이는 데 필요한 그런 종류의 힘은 없다는 걸 알았고, 그리고…" 그가 말을 멈추고 일어나서, 다른 술병을 찾았다. 하나 찾아내고서 그는 라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술을 한 번 더 들이켰다.

"아마도 그는 내가 할 수 있는지 — 하려고 할 지 보고 싶었겠지. 그냥 그 힘을 직접 보고 싶어 했던 걸지도 모르고. 서신 몇 군데에서, 옛날에, 그는 변칙개체들을 '영광스럽다'고 묘사하더군. 마치 일출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떠들어댔고. 내 생각에… 난 모르겠어. 그게 충분했는지도 모르겠고. 그자에게 충분한 게 존재할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 아론이 한번에 잔을 비웠다.

"그자가 암이야, 빈스. 아바돈이 아니라. 관리자라고. 그를 파괴해야만 했어. 그 모든 것들을 파괴해야만 했다고. 심장까지 썩어 문드러져 있었어." 그가 병을 들어 한 잔 더 따랐다.

아리안스의 숨은 무겁고 떨렸다. 다시 말하는 데에는 좀 시간이 걸렸다 — 그리고 말을 꺼냈을 때, 그는 흐느낌을 거의 숨기지 못하고 파르르 떨었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줄곧 내내 — 우린 멈출 수 있었어, 아론. 멈출 수 — 그들을 살릴 수 있었어, 그들을 살릴—"

아론이 병을 세게 내려놓았다. "아니, 빈스. 우린 아이들이 필요했어. 만약 그들이 없었더라면, 난 할 수 없었겠지—"

아리안스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우린 걔들을 잘라서 열어젖히고 씨발 뇌를 쑤셔댔다고!"

아론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리안스는 세면대를 향해 가면서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썼다. "내가 — 내가 아이들을 씨발 수술대에 묶었다고, 아론. 내 손으로 묶고 네가 완전히 베어낼 수 있도록 도와줬잖아.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데도 계속 벴어. 비명도 점점 약해져서는 걔들도 그냥 작게 두서없이 흐느꼈고 넌 그걸 듣겠다고 귀를 기울였지, 그리고 그러고는, 어느 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그리고는…"

아리안스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쌕쌕거리는 숨소리로 변했다. 그가 눈을 감고 열까지 셌다.

"윌리엄스 박사는 그저 해낼 수 있을지 보고 싶어했을 뿐이라고 했지. 하지만 넌?" 그가 눈을 떴다. "왜 멈추지 않았냐고?"

"내가 말했잖아. 그놈을 이용해서 죽여야—"

"난 네 말 못 믿어."

둘 다 입을 열지 않았다.

아리안스가 세면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재단이 무너지고 나면 할 일이 많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침착했다. 마치 검은 수면에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깔려있는 살얼음처럼.

"펠릭스가 연구원들을 모으고 있고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장소도 찾고 있어. 그들 모두 다 관리자가 아바돈과 한패였다고 생각해. 네가 무슨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네가 지도자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그리고 그게 바로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빈스." 아론이 그에게 몸을 돌렸다. 그의 눈은 멍했고 넓었다 — 마치 뭔가를 멀리서 보고 있는 것처럼. "너도 그걸 봤지, 안 그래? 그 일이 일어나는 순간 — 그게 그자를 파괴하는 순간. 그 순간 너도 본 거야. 그렇지?"

"그래. 나도 봤어."

"정말…" 아론이 적절한 단어를 고민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어." 아리안스가 답했다. "토대 아래에 깔린 흔해빠진 시체였을 뿐."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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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이 침을 뱉으며, 얼굴에서 거미줄을 떼어냈다. "내가 벌레들 정말 싫어하는 거 알죠, 맞죠?"

캘빈이 웃음을 터뜨렸다. "쟤들도 널 보고 짜릿해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나무들 사이로 짙은 아침안개가 스며들었다. 안개 때문에 숲에 흐릿한 호박색 광택이 생겼다. 재잘거리는 벌레들의 합창이 그들 주위를 둘러쌌다. 마치 침입해 온 것을 꾸짖기라도 하는 것처럼. 숲 속으로 한 발짝 떼어놓을 때마다 죽은 이파리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렸다.

애덤은 계속 입을 닦아냈다. "그리고 마법도. 만약 내가 싫어하는 것들의 목록을 쓴다면, 그 목록은 딱 이랬을 거에요. '벌레와 마법.' 그리고 당신은 날 그 두 가지가 전부 있는 임무에 데리고 왔고." 그가 거미줄 조각을 한 조각 더 뱉어냈다. "왜 나죠? 앤서니나 올리비아가 아니라? 이건 그 사람들이 잘 할 일 같은데요."

"올리비아는 거짓말쟁이를 처리하느라 바빠." 캘빈이 주머니에서 일지를 꺼내들었다. 그가 일지를 열고 몇 페이지를 쭉 훑었다. "앤서니의 경우에는, 외부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고."

"알겠어요. 좋아요. 하지만 이 여자는 — 기본적으로 일종의 마법사잖아요, 맞죠? 우리가 어떻게 상대할 건데요? 무슨 계획이 있는 거죠, 네?"

"여러 개 있지." 캘빈이 페이지를 넘기고, 걸어가면서 읽어나갔다.

"그럼, 뭔데요?"

"그 중 대부분은 얼굴에 대고 총을 쏴주는 걸로 되어 있고."

"그건…" 애덤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계획이 아니죠."

"지금까지는 꽤나 잘 먹혔어." 캘빈이 일지에서 눈을 들고, 애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만약 일이 골치아파지기 시작할 때는, 내가… 뭔가를 갖고 있어. 무기지."

"뭔데요?"

"말해줄 수 없어."

"진심으로요? 좀, 그건—"

"안 돼." 캘빈이 그의 말을 잘랐다. "문자 그대로 말해줄 수 없는 거야." 그가 일지를 닫고 멈춰섰다. "다 왔다."

애덤은 얼굴을 더욱 찡그릴 뿐이었다. 그가 공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당췌 어떻게 아는 거에요?"

"들어봐."

애덤이 멈췄다. 그는 들어보았다.

침묵.

"재단이 어떻게 꽤나 살벌한 변칙개체들을 격리하는지 알지, 맞지? 만약 점검해 주지 않으면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들 말야?"

"네." 애덤이 나무에 몸을 기대고, 공터를 훑어보았다. 그 조용함은 — 정적의 느낌— 압도적이었다. 그걸 깨는 것은 마치 상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죠."

"그리고 재단이 어떻게 어, 정확히는 모르겠네 — 한 세기인가 두 세기 정도 이어져 온 건지도 알지?" 캘빈이 주머니에 일지를 쑤셔넣었다.

애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럼 이제 역사 퀴즈. 만약 재단이 세계 멸망을 일으킬 수 있는 변칙개체들을 그렇게 많이 격리하고 있으며, 불과 한 세기동안 존재했다면, 그 개체들을 재단 이전에 격리하고 있던 자들은 누굴까?"

애덤이 눈을 굴리지 않으려 애썼다. "아무도 아니죠. 변칙개체들은 재단 전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감독관들이 불멸을 얻으려고 그들을 만들었어요. 제발, 진심이에요? 이건 애들 수준이잖아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냐. 재단 이전에 있던 변칙개체들도 있었거든. 그리고 더군다나, 만약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겠어?"

애덤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이마를 찌푸렸다.

"진짜로 일어났던 일은," 캘빈이 공터 한쪽 가장자리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변칙개체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거지. 재단이 그 문제를 만든 건 아냐 — 그저 그 문제를 훨씬, 훨씬 더 심각하게 만들었을 뿐."

"어떻게요?"

캘빈이 찾던 곳에 도착했다. 묘목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쉰 뒤, 그 사이로 팔을 뻗었다.

그의 손이 손목 부분까지 사라져 버렸다.

애덤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캘빈이 팔을 뒤로 뺐다. 상처 하나 없이 손이 다시 나타났다. 그가 돌아서서 애덤에게 보라고 팔을 내밀고는, 손가락을 구부려 보였다. "그자들은 당겨서는 안 될 실들을 당겼지. 그걸 이용하려고 했어 — 심지어는 동력으로 쓰려고 했지."

"이게 시발 뭔—"

"길이야. 세계들 사이의 터널. 해지고 흐트러진 실 조각." 캘빈이 묘목을 바라보며 팔을 다시 뻗었다. "이 사이로 지나가려면, 정확하게 두드려야 하지."

애덤이 캘빈을 향해 걸어가며, 그의 팔이 사라진 공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 — 뭐라고요?"

"길을 여는 것 말야. 어떤 때는 그저 하루 중 특정한 때일수도 있고, 아니면 들고 있는 뭔가일 수도 있지. 또는 의식이거나, 단어이거나, 생각일 수도 있고. 지금은 어느 특정 지식이야. 너에게 중요한 뭔가." 캘빈이 애덤을 돌아보았다. "지나가면 그걸 잊게 될 거야."

"어…"

"네가 알고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알 필요는 없을 소소한 지식을 생각해. 그러고는 묘목들 사이로 들어가. 그리고, 미리 경고해 두는 건데 — 꽤나 박진감 넘치는 여정이야." 캘빈이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사라졌다.

애덤은 캘빈이 사라진 공간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숨을 내쉬고, 눈을 감고서 앞으로 걸어갔다. 진짜로 굳이 THAC0가 뭐의 약자인지 알 필요가 있을까?

모든 것이 한 번에 찾아왔다. 공간과 물질이 사탕처럼 휘어졌다. 숲이 움직이고 공기가 그에게 휘몰아쳤다.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터널을 관통하는 것만 같았다 — 빛과 소리로 된 무한히 뻗어있는 터널을.

세계가 그의 주변에서 으르렁거렸다. 말을 하려고, 고함을 치려고,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 그가 내는 모든 소리는 입가에서 떨어져 나와 뒤로 돌아가 공허 속으로 사라졌다. 차갑고, 냉정한 별들이 위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더니 — 마치 우주가 쭉 늘렸다가 놓아버린 고무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 모든 것이 제 자리로 튀어 돌아왔다.

애덤이 앞으로 몸을 구부리고, 팔과 가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괜찮아? 말했잖아, 꽤나 박진감 넘칠 거라고." 캘빈이 엎어져 있는 애덤을 도우려 몸을 숙였다.

이제, 그들은 안에 들어와 있었다.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고, 바닥은 부드럽고 평평했으며 주황색이었다. 애덤은 몸을 일으켜, 그들 주변의 공간을 탐색했다.

"여긴…" 애덤이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 애썼다.

그들은 길쭉하고 가는 형광등 수십 개로 밝혀진 거대한 사무공간 안에 들어와 있었다. 방의 벽을 따라 냉장고 크기만한 중앙 컴퓨터들이 조용히 웅웅거렸다. 애덤은 모델이 뭔지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만약 돈을 걸고 추측을 해야 한다면, 80년대 중반의 것이라고 짚어낼 수 있었다. 하드 디스크로 레코드 크기만한 자석 판을 쓰는 종류의 것들.

크고 육중한 흑백 모니터들이 놓인 책상 여러 개가 그들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애덤은 심지어 오래된 마이크로피시 기계처럼 보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 그런 걸 본 건 아버지의 다락방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

"—제가 예상했던 건 아닌데."

복도는 방의 사면으로 뻗어나가며, 더 많은 방으로 이어졌다만 — 한 눈에 보기에도, 그것들은 비슷하게 꾸며져 있는 것 같았다. 복도는 계속 이어지며, 시야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 장비 하나가 그들의 시야를 가려버리고 있었다.

"이봐요?" 캘빈이 복도 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으나, 처음 들어온 방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누구 있어요?" 응답은 없었다 — 그저 수없이 많은 컴퓨터들의 웅웅거림뿐. "여기 누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어… 여긴 뭐하는 데에요?" 애덤이 중앙 컴퓨터들 중 하나에 다가가 눈으로 자세히 훑었다. 모든 기계마다 매끈한 로고가 있었다 — 빛나는 에메랄드 눈에 은 왕관을 쓴 뱀의 상이었다. "이 기계들은 나보다도 늙은 것 같은데요."

"아마 그럴지도." 캘빈이 얼굴을 찡그리며, 애덤을 힐끗 돌아보았다. "여긴 도서관의 일부야. 재단이 이전에 있었던 세계의 모든 일을 기록하는데 사용하는 곳이지. 예술, 문학, 음악 — 손으로 썼든 인쇄했든 — 어떤 종류의 정보든."

"마이크로필름에 말이죠." 애덤은 딱히 감명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만요, '이전에 있었던'이라고요?"

"그래. 사서를 찾아야 해. 이곳은 사실상 무한하고, 길을 잃으면 다른 영혼을 찾기 전에 굶어죽을 테니까."

"사서라?" 이제 애덤은 컴퓨터 중 하나를 더 면밀히 뜯어보고 있었다. "어, 이건 작동하지 않네요."

"그래, 사서. 그들은 도서관의 일부야, 모든 것이 어디에—" 캘빈이 말을 멈추고 애덤에게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 뭐라고?"

"이 컴퓨터요. 작동하지 않는데요." 애덤은 이미 도구 상자를 꺼내들어, 정면 패널의 나사를 풀고 있었다. "플러그도 끼워져 있고, 스위치도 들어와 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네요."

캘빈이 다가왔다. "허튼 짓 하지 마."

"왜 안 되는데요? 망할, 그냥 이것들을 파괴해 버리면 안 돼요?" 애덤이 답했다. 캘빈이 그에게 도착했을 때쯤, 그는 이미 나사 네 개를 풀어내고 패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건 아주 안 좋을 거야, 애덤. 그것들은 그저 잊혀진 세계를 기록하기 위한 게 아냐 — 격리하고 있는 변칙개체에 대한 정보의 백업 목적이라고. 만약 이 컴퓨터들을 잃어버리면, 변칙개체를 격리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를 잃어버릴 수 있고—"

패널이 옆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내부는 거의 비어 있었다. 와이어는 다 벗겨져 있었고, 하드 디스크의 자석 판만 남아 있었다. 빽빽하고 구불구불하게 쓴 인발들이 그 표면에 새겨져 있었다.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동안, 판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 딱히 눈에 띄는 동력원이 없는데도.

"저게 씨발 뭐죠?" 애덤이 물었다.

캘빈이 애덤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만지지 마." 그가 쉬잇 소리를 냈다.

"저게 뭔데요?"

"다에바 문명에서 기원한 겁니다." 그들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그들은 홱 돌아섰다 — 캘빈의 손은 엉덩이의 권총으로 향했고, 애덤은 스크류드라이버를 칼처럼 쥐었다.

그 생물은 그들 모두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잘록하고 말랐으며, 빛나는 은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후드를 얼굴 위로 쓰고 있어, 이목구비는 가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애덤은 여전히 그것의 피부를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 — 창백하고, 약간 에메랄드 색조를 띄었다. 거칠고 비늘로 뒤덮인 것 같았다.

캘빈이 잠시 동안 그것의 가슴에 권총을 들어올렸다가, 천천히 낮추었다. "사서로군."

애덤이 스크류드라이버를 낮추었다. "우린 기록 보관자를 찾고 있어요."

"그녀는 더 이상 여기 없습니다." 사서가 그들에게 알렸다.

"어디 있죠?" 캘빈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도대체 다에바 기술이 재단 서버에 왜 들어와 있는 거고요?"

"그리고, 망할 놈의 다에바 문명이 뭔데요?" 애덤이 더했다.

"그녀는 뱀과의 약조를 깼고, 금지된 지식을 취했습니다. 자기가 속하지 않은 이야기에 스스로에 대해 써내려갔죠. 그녀가 지금 있는 곳에 대해서라면- 만약 찾고 계시다면," 사서가 그들에게 말했다. "데려다 드리죠 — 아래쪽입니다."


그러고 그들은 내려갔다. 긴 계단은 끝없이 줄지어 선 책들과, 기이하고 끔찍한 작품들로 가득한 화랑과, 딸깍거리는 음악이 들려오는 좁은 복도가 있는 평탄한 면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지나치는 모든 문은 알아둘 가치가 있는 또다른 우주였으나, 여전히 계속 그들은 내려갔다. 애덤은 이곳에서 시간이 이상하게 흐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얼마나 오래 이동했는지, 아니면 얼마나 오래 이곳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위를 올려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더 이상 도서관의 꼭대기를 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여전히 계속 그들은 내려갔다.

일생이 흐르고서야 계단이 끝났다. 그들의 발은 다시 한 번 돌바닥을 밟았고, 그들 뒤의 계단은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곳의 어둠은 짙었다. 사서의 횃불조차 더 침침하고 빛을 덜 내뿜는 듯 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 어두운 곳을, 머리 위 암흑 속에서 솟아난 어마어마하게 큰 석순들이 자리한 거대한 동굴 속을 걸었다.

"이곳은 도서관의 기반입니다." 사서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몇십 년만에 듣는 첫 번째 말이었다. "이 기둥들은 영겁의 시간 전에 뱀이 직접 구축한 것입니다. 모든 지식이 그 위에 서 있죠."

애덤이 기침을 했다. "뱀이 이걸 지었다고요?"

사서가 그를 기묘하게 쳐다보았다. "뱀은 당신의 세계에서는 뱀이라고 불립니다, 왜냐하면 이 홀 바깥에서 취하는 모습이 그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아래쪽 어두운 영원 속에서는, 뱀은 수많은 형상을 취합니다."

"어두운 영원이라? 그게 뭐죠?"

"당신이 뱀이라 부르는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실체는 그게 아니죠. 뱀이라는 것은 현실의 보편적 양상 중 하나의 화신입니다. 바로 정보죠.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내지는 모든 것들에는 내재적인 진실이 있다는 생각." 사서가 말을 멈췄다. "이 아래에는 삶과 죽음을 벗어난 공허가 있습니다, 무(無)가 있죠. 뱀의 침묵하는 형제는 그 조용한 망각의 군주입니다. 그곳을 탐험하는 모든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사서가 멈춰서서 그들에게 얼굴을 돌렸다. "이 기반은 있는 것들과 있지 않은 것들 사이의 장벽입니다. 이 문들을 넘어서면," 사서가 손을 뻗었고, 그 앞에서 어둠 사이에 거대한 청동 문 두 개가 보였다. "모든 지식의 근원이 있습니다, 뱀이 도서관을 지은 기반의 중심이 있죠. 이 방 안에는 건드려서는 안 될 책이 세 개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 세계는 물론이고, 모든 세계에 필수적인 것이지요. 보게 되면 뭔지 알 겁니다."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기 전에, 맡긴 걸 돌려받고 싶군요."

사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로브를 잡아당겼다. 그 안에서 겉에 룬 문자가 빽빽하게 새겨진 짧은 철제 튜브가 하나 나왔다. "당신이 이걸 그 오랜 세월 전에 가져왔을 때, 우린 당신이 다시 되찾으러 올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군요, 내가 보기에는." 사서가 실린더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 도서관이 알지 못하는 것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이 용기에 든 내용물도 그런 것들 중 하나지요. 이게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군요."

애덤이 튜브를 받아들어 손에 쥐었다. 그가 입을 열려고 고개를 들자, 사서는 사라져 있었다. 있던 자리에 여전히 횃불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그들 앞에 문이 서 있었다.

"그럼," 캘빈이 권총을 빼들고 탄창을 확인하며 말했다. "가자고."

그들은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지방을 넘어 통과하면서, 애덤은 그들이 처음 길 안으로 들어섰을 때 느낀 것과 똑같은 그 메스꺼운 속도를 느꼈다. 잠시 뒤 그것도 사라졌고, 그는 눈을 떴다.

그들은 녹색 잔디로 덮인 경사진 언덕의 꼭대기에 서 있었다. 머리 위에는 흰 구름이 점점이 박힌 푸른 하늘이 있었다. 그들 아래에는 골짜기가 있었고, 그 골짜기의 중앙에는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그 중 한 그루 밑에 평범한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 하나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발치에 책이 두 권 있었다. 세 번째 책은 손에 들려 있었고, 그녀는 빨간 과일 하나를 조용히 씹으면서 그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들이 통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애덤은 한 30대쯤 되어 보인다고 짐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머리카락 뿌리가 회색빛으로 물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손에 들린 책은 가죽 정장에 금빛 테두리를 하고 있었고, 아주 오래된 듯 보였다. 그 책 앞에 작은 금색 글씨로 무어라 쓰여 있었으나, 애덤이나 캘빈 모두 읽어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다가섰고 캘빈이 말했다.

"네가 기록 보관자지?" 그가 말했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캘빈이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그가 권총을 빼들어 그녀의 이마에 아주 가까이 대고 세 발 쏘았다. 기록 보관자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소음이 그들 주위의 공간에서 메아리쳐 사라지자, 그녀가 천천히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얼굴에는 총알구멍이 없었다.

"책을 읽나, 캘빈?" 그녀가 말했다.

캘빈이 총에서 탄창을 잡아빼 주머니에 집어넣고서, 벨트의 클립에 달린 다른 탄창을 잡아당겼다. "아니," 그가 답했다. "요즘에 책을 읽을 시간이 있었다고는 말 못하겠군." 그가 총의 방아쇠를 재고 그녀에게 다시 겨누었다. "그럼 이건 뭐야, 무형의 뭔가라도 되나? 이 일을 하려면 신성한 총알이라도 필요한가 보군, 아마도 은으로 만들기도 해야 할 테고?" 그가 세 발 더 쏘았다. 기록 보관자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난 읽어." 그녀가 말하며, 손에 들린 책을 덮어 반쯤 먹은 과일 옆에 내려놓았다. "사실, 난 아주 자주 읽지. 난 작가야, 그리고 작가가 자기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읽고 쓰는 것뿐이야."

그녀가 머리를 나무에 대고 그의 얼굴을 이제는 똑바로 쳐다보았다. "독서로부터 얼마나 많은 걸 배울 수 있는지 아나? 난 알아. 아주 많지. 사실, 다른 일을 할 이유가 거의 전혀 없을 정도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책만 있어도 거의 수십억 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책만 봐도,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어. 예를 들어,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에 독자에게 마치 거기 있지 않은 것처럼 총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다는 거 알아? 난 알아. 난 그 책을 읽었지. 난 모든 책을 읽었어."

그녀가 눈을 감고서는, 옆의 두꺼운 책 겉표지에 대고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네가 불쌍한 펠릭스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정할게, 난 두려웠어. 죽음이란 개념은 우리에게는 이제는 너무 이질적인 것이고, 그에 대해 걱정해 본 건 너무 오래 전이었거든. 필멸에 대한 예상까지 맞닥뜨리자 내가 맡은 일은 훨씬 더 어려워졌고. 난 작가야, 그리고 재단 내에서, 이 지구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해야 해. 내가 죽으면 그 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지."

"내가 이 아래로 내려온 건 이 책들 중 하나에서 불멸의 비밀을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어. 알고 보니 책이 굳이 필요 없더군, 처음에는. 여기서 시간이 얼마나 이질적인지 느꼈나? 그건 뱀의 선물이야. 도서관에 있을 때는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데 필요한 시간이 주어지지."

그녀가 미소지었다. "난 여기 얼마간 있었어."

캘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불멸이 되는지 알아낼 때까지 계속 책을 읽어가겠다 이건가?"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오 아냐, 절대 아니지. 벌써 알아냈거든. 사실, 벌써 다 끝냈고."

그녀가 자기 뒤의 나무들을 가리켰다. "이 나무들은 특별한 것들이야. 여기 있는 이건, 이건 선악의 나무지. 저건 생명의 나무고. 지식의 나무는 지식을 주고, 생명의 나무는 생명을 주지. 하지만 뱀은 교활해. 이 나무들을 만들고서는 저주했지. 오로지 다른 나무의 것을 이미 먹었을 때에만 한 나무에서 먹을 수 있어. 그것 때문에 역설이 생겨, 맞지? 다른 나무에서 먹기 전까지 그 나무에서 먹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한 나무에서 먹을 수 있겠어, 그 다른 나무에서 먹으려면 첫 번째 나무에서 또 먹어야 하는데?"

그녀가 다리를 풀고 일어섰다. "난 이 아래에 아주 오래도록 있었어. 어딘가에 정답이 있으리라는 건 알았지, 내가 놓쳐버린 어떤 비밀이. 이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은 뒤에서야, 비밀이 없다는 걸 깨달았지. 여기 있는 모든 지식이 내 안에 있나니."

그녀가 지식의 나무에 느긋하게 손짓했다. "난 한때는 이 나무에 왜 열매가 없나 궁금해했어. 왜냐하면 도서관이 바로 그 열매이기 때문이지. 난 이미 그걸 먹은 거야."

그녀가 목을 꺾고 어깨를 돌렸다. "뱀이 결국에는 여기로 내려올 거라는 걸 알았지. 뱀은 내가 아직 먹지 않은 유일한 열매는 셋뿐이라는 걸 알았어. 생명과 죽음의 서, 있었던 것들의 서, 그리고 있을 것들의 서. 내가 그것들을 읽지 않았다면 뱀은 아주 좋아했을걸." 그녀의 등이 구부러졌고 척추 어딘가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제는 상관없지. 뱀은 도서관의 관리자다. 뱀은 도서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다. 난 도서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 고로 내가 바로 뱀이다."

그들은 기록 보관자의 피부가 척추 맨 아래에서부터 등 위로 갈라지는 것을 공포에 질려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눈구멍에서 툭 튀어나오더니, 스펀지에서 물을 짜듯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입은 비명을 지르듯이 벌어졌으나, 그 대신 길고 갈라진 혀가 나타났고 그 다음에는 송곳니 끝부분이 나타났다. 축축하고 두껍게 찢어지면서, 그녀의 몸 전체가 부서지고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거대한 뱀이 나타났다. 그 눈은 새까만 구멍이었으며, 그 에메랄드빛 등의 길쭉하게 솟은 부분을 따라 목초지의 햇살처럼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머리 위에는 검은 우로보로스가 새겨진 뾰족한 은 왕관이 떠다니고 있었다.

뱀이 똬리를 틀고 그들을 쳐다보았고, 그 입의 가장자리가 아주 살짝 벌어지며 무시무시하게 웃었다. 그것이 눈을 깜빡였고, 그때 그들은 기록 보관자의 비취색 눈을 잠깐이지만 볼 수 있었다.

"하나 골치아픈 게 있군." 그것이 제 거대한 몸을 완전히 들어올리며 말했다. "바로 네가 들고 있는 그 튜브의 내용물이다, 애덤 이바노프. 참으로 기이한 일이야, 지식에 생명을 불어넣은 자도 모르는 것이라니. 내가 직접 알아내야겠어."

뱀의 입이 넓게 벌어지고, 그 송곳니가 번뜩이더니 애덤에게 달려들었다. 청년은 뱀이 돌아서서 다시 공격하기 직전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고, 뱀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발을 놓쳤다. 익숙한 총소리가 들려왔고, 캘빈이 뱀의 머리 뒤쪽에 대고 총을 쏘는 것이 보였다. 뱀이 돌아서서는, 그 눈이 다시 새까매지더니, 꼬리를 아래로 휘두르며 거의 캘빈을 깔아뭉갤 뻔 했다.

"얼굴에 대고 총을 쏴댈 시간은 지난 것 같거든요!" 캘빈이 재장전하고 있을 때 애덤이 소리질렀다. 애덤은 자기 발치로 손을 뻗어 자기 권총을 꺼내들고, 괴물의 몸통 옆에 몇 발 비워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 그들 주위의 고요한 골짜기가 무너지는 걸 알아차렸다. 거대한 틈이 땅에 생기고 있었고, 땅을 둘로 쪼갰고 어떤 곳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드러난 구멍에서 애덤은 그들 밑에 무한히 펼쳐진 암흑을 볼 수 있었다. 그들 머리 위에서 하늘은 제 푸른 빛깔을 잃기 시작했고, 어두운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그 세계의 유일한 색깔은 뱀의 등에 있는 보석과, 반짝거리는 은 왕관뿐이었다.

캘빈이 총을 갈겼고, 또 다시 갈겼다. 뱀이 달려들었고 그는 솜씨 좋게 피했다. 그가 왕관의 끄트머리를 맞췄고, 왕관은 종처럼 울리며 공기를 진동시켰다. 숨을 고르려 잠시 멈추자 뱀의 꼬리가 날아들어 캘빈을 후려쳤고, 회색빛 잔디 한가운데로 쓸어내 버렸다. 애덤이 총을 쏘았고, 총알은 그 짐승의 등에 맞고 튀어나왔다.

뱀이 그를 향해 돌아섰고, 애덤의 키만한 송곳니들 사이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애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가만히 서 있었고, 총을 떨어뜨렸다. 뱀이 달려들기라도 할 것처럼 그의 앞에 똬리를 틀었고, 그는 자신 몸 속의 동물적인 본능이 뛰라고, 도망치라고,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라고 간청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때 캘빈이 오른쪽에서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애덤! 튜브! 튜브를 열어!"

그는 충격에서 한 순간 벗어났다. 애덤은 금속 용기를 재빠르게 잡아 세게 당겼고, 뚜껑을 열어 땅을 향해 쏟았다. 튜브에서 무언가 길고, 두껍고 무거운 것이 미끄러져 내리자 그는 갑작스런 무게감을 느꼈다.

검고 매끄러운 나무 창자루였다. 표식과 룬을 나무에 불로 새겨넣은 채였다. 그 끝부분에는 굵은 철제 밴드가 있었고, 그 앞부분에는 날카롭고 위협적인 창머리가 있었다. 그걸 잽싸게 훑어보니, "-불신자요, 신성에 흔들리지 않는 자에 맞서는-"라는 글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다시 한 번 피해가기 전에 뱀이 다가왔다. 그는 창을 몸 뒤로 끌어당기고는, 공포에 차 캘빈에게 소리질렀다.

"이봐요, 이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거든요!" 그가 말했다. "심지어- 씨발! 심지어 들지도 못하겠다고요!"

그 말을 하자마자, 그가 땅에 떨어뜨린 금속 용기가 회전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러 연결 부분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허공에서 더 많은 금속 용기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였다. 애덤이 공격해오는 뱀에게서 급히 피하는 동안, 뒤쪽의 용기는 거대한 기계 받침대의 모양을 갖추고 접혀들었다. 캘빈이 처음 그걸 눈치채고, 애덤의 주위를 끌려고 소리질렀다.

"저기, 봐!" 그가 권총을 재장전하면서 받침대를 가리켰다. "그거 작살이야! 작살 발사대에 올려놔!"

애덤은 머뭇거리다가 거의 죽을 뻔 했다. 뱀이 옆쪽으로 그를 덮쳐 땅에 쓰러뜨린 것이다. 뱀이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애덤이 잔디를 뚫고 창을 끌어당겨 피했고 뱀의 송곳니는 땅에 박혔다. 캘빈의 무기가 계속 쉬지 않고 불을 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나, 발 아래 무너지는 땅 주변에서 중심을 잡느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톱니바퀴와 도르래, 강철로 된 작살 발사대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발사대 위에 끌어당기고 거꾸로 감기 시작했다. 창이 제 자리로 들어가고 발사대가 장전되자, 애덤은 뱀을 향해 돌아섰다가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다.

뱀이 꼬리로 캘빈을 단단히 휘감고 있었고, 캘빈은 갈라진 땅 바로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뱀이 쉿쉿거리며 애덤에게 웃어보였고, 캘빈을 살짝 흔들었다.

"이런, 이런," 뱀이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는 말자꾸나. 내가 이 일이 어떻게 풀릴지 예측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 그렇지? 난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을 배웠단다, 애덤. 네 심장을 얼음으로 바꿀 수 있을 것들을 보았지. 너무 두려워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곧장 죽어버릴 수 있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 눈은 약간 집중하고 있었다. "인정은 하마, 네가 그 무기에 들인 마법이 뭐든 간에 까다롭구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이제 내가… 음, 상관없다는 거 알지?"

"난 지금 당장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 애덤이 으르렁거리며 뱀의 얼굴에 창을 겨누었다. "일 초도 안 걸릴걸."

"설령 할 수 있다고 쳐도," 뱀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비단결 같았다. "할 능력도 없겠지만, 어쨌든 왜 그러고 싶겠어?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하는 거냐? 네가 뭘 이루려고 하는지 알기는 하는 거냐고?"

"열세 명의 재단 감독관들을 죽이는 것." 애덤이 앙다문 이빨 사이로 말했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왜?"

"너희는 비열한 욕망을 채우고자 이 우주를 뒤틀었다." 애덤이 내뱉었다. "너희는 자연 질서를 조롱했다. 너희의 영향은 암과도 같다."

뱀은 한숨쉬는 것처럼 보였다. "광신이란. 이 세계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어도 너희를 이해하지는 못할 거야." 재빠른 한 번의 동작으로, 뱀은 캘빈을 내리치고 공허 속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애덤은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손은 무기의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뱀이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뒤틀린 끔찍한 SCP 재단을 파괴하겠다고 꿈꾼 게 네가 처음이라고 생각해?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애덤. 난 수천 번의 인생을 살았고 그보다 수천은 더 많은 인생에 대해 꿈꾸었다. 이 세계가 시간이 지나가며 바뀌는 걸 봤고, 충실히 그 모든 것을 기록했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뭔가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나와 내 의무 사이에 버티고 설 수 있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것이 작살 발사대를 향해 꼬리를 움직였다. "그 웃기는 건 치워. 난 생명의 나무의 과실을 먹었어. 난 죽지 않아, 이제 내가-"

- 딸깍 -

단 한번에 창이 공기를 뚫고 뱀에게 날아갔고, 뱀에게는 제때에 피할 시간이 없었다. 창이 기분나쁜 으드득 소리와 함께 뱀의 두개골을 파고들었고, 괴물은 움찔거리며 비명질렀다. 뱀이 몸부림치자 그 머리의 갈라진 상처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꼬리가 날아와 작살 발사대를 박살내자 애덤은 깔리지 않으려 몸을 날렸다.

그 주변의 세계가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고는 점점 세져서 공기조차도 떨릴 정도로. 하늘이 어두워지고 굵은 광선이 하늘에 난 금에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밑의 땅은 파도치고 휘돌더니 결국에는 무너졌다. 애덤이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건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실루엣만 보이는 뱀이었다. 빛나는 은빛 창이 그 얼굴에서 당당히 튀어나와 있어 마치 유니콘 뱀처럼 보였다.


애덤이 정신이 들었을 때, 머리맡에 차가운 잔디가 느껴졌다. 목이 아팠고, 일어나 앉으려고 하자 팔다리는 움직이라는 명령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동쳤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집중하려고 했다 - 얼마나 오래 떨어지고 있었더라? - 그러나 근처에서 목 쉰 기침소리를 듣자 눈을 떴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캘빈이 쓰러져 있었고, 땀과 피에 절어서 눈에 띄게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멀쩡해 보였다. 애덤이 다가서자, 캘빈이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고 미소지었다.

"야." 그가 피범벅이 된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우리 안 죽었네."

애덤이 웃었다. 주변을 잠시 동안 살펴보고, 이전처럼 잔디가 깔린 언덕 위에 있는 걸 알아차렸으나, 하늘은 다시 한 번 푸른색이었고 잔디는 다시 한 번 녹색이었다. 그의 눈이 언덕 꼭대기의 나무 두 그루 중 하나까지 이어진 피로 된 길을 쫓아갔고, 그곳에는 평범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두개골에 거대한 창이 박힌 채 나무에 꿰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고, 흰 드레스는 이제 그녀 자신의 생혈로 얼룩진 채였다.

그 옆에 서 있는 형체가 있었다. 키가 크고 말랐으며, 마치 사서 같았으나 뭔가 더 소박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덮는 로브를 입어 이목구비를 가렸으나, 이 로브는 훨씬 더 선명한 녹색이었다. 그 형체는 약간 구부정하게 서 있었고, 그가 서 있는 곳을 보고 애덤은 그자가 창에 궤뚫린 여자를 보는 게 아니라, 창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애덤은 캘빈이 일어서도록 도왔고, 둘은 함께 천천히 걸어 조심스럽게 언덕을 올라가 그 형체를 향해 갔다. 그들이 다가가자, 분명하게 알아볼 수 없는, 녹색 로브를 입은 자 뒤에 서 있는 또다른 형체를 바로 볼 수가 있었다. 그 형체가 뭐든 간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기에, 그들은 몇 번 힐끗거리는 거 말고는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 형체가 몸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무언가 이상하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아, 일어났군요." 그 형체가 말했다. 부드럽고 잔잔한 목소리였다. "최악의 경우를 걱정했습니다. 이 도서관은 수많은 위대한 진실을 품고 있지만, 있는 것과 있지 않은 것 사이의 평면을 지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고 있지 않거든요. 사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사람이 그 장벽을 넘어서고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그건 상당한 공적이라 할 만하죠."

녹색의 형체가 뒤쪽의 어두운 형체를 가리켰다. "당신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권세를 쥐신 분은 당신들이 그 결합을 풀어주게 놔둘 때가 아니라고 결정하신 것 같군요. 아직은요, 어쨌든." 그것이 장갑 안에 든 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네, 아주 드문 일이죠."

캘빈이 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녹색의 형체는 그들 말을 듣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여기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건, 이건 기묘한 것이군요." 그가 손을 내려 한쪽 나무에 박힌 창에 얹었다. "뭔가 이상한 게 있어요. 도서관에서는 당신들 대신 보관해주기로 결정했었지만, 그게 뭐였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 또한 아주 드문 일이죠."

그 형체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게 뭔지 압니까?"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 형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불신자의 창이라고 불리는 겁니다. 고대의 무기이죠. 어쩌면 이 도서관보다도 오래되었을 수도 있는. 가장 처음으로 생각을 한 존재가 전지성을 부정하기로 결정했을 때 제련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항거할 수 없는 권능에 홀로 맞서기 위해서요. 아주, 아주 이상하죠." 그 형체가 아마도 웃음일 듯한 소리를 냈다. "사실, 전 저걸 볼 수조차 없답니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요."

그 형체가 캘빈을 돌아보았다. "이걸 어떻게 얻었는지 보면 - 누군가가 당신에게 줬겠죠, 맞나요?"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형체가 다시 몸을 꼿꼿이 세웠다. "그것 정말 괴상한 일이군요."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 형체가 손을 뻗어 나무에서 창을 뽑아냈고, 다른 손으로는 감독관의 만신창이가 된 시체에서 창 끝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창머리를 얼굴 앞에 똑바로 가져다대고, 꼼꼼하게 뜯어보았다. "아주, 아주 이상하군요. 마치 이 물건은 제게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형체가 몸을 숙여 땅에서 매끈한 철제 용기를 집어들고, 창을 통째로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 둘 사이의 길이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창은 완전히 들어갔다. 그 형체가 몸을 돌려 애덤에게 용기를 넘겨주었고, 애덤은 앞으로 나와 받아들었다.

"있죠," 그 형체가 이제는 자기 발치의 피웅덩이에 누워있는 여자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전 얼마간 그녀를 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이 복도에 들어섰을 때, 당신들 중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녀의 목적이 - 순수했을 수도 있겠다만 - 바로 그녀를 이 지점으로 몰고 갔습니다. 당신의 신념은 당신 스스로를 진실로 놀라운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끝없는 경이와 공포를 불러올 수 있는 존재로."

그것이 그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고, 캘빈은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신념이 당신을 어디로 몰아가게 될지가 궁금하군요?"

눈부신 불빛과 열기가 터져나왔고, 잠시 뒤 그들은 다시 숲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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