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의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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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카나리아."

유란이 밝게 웃었다. 그 모습을, 세 존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지러지는 금속과 인간의 형태. 그들의 무의식 속에 어떠한 심상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자네들이 음지에서 죽을 수 있도록 양지에서 싸운다네. 역겨웠군.

생존자. 그들은 어떠한 그리움과 함께 그 세 단어를 떠올렸다. 신들의 의식은 경고를 이어갔다. 생존자… 생존자.

"유란!"

그 생각들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카나리아가 외쳤다. 그 외침을 신호로 그는 다시 한번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신의 손에서 다시금 불길한 힘이 맴돌더니 파도와 같은 형상의 흑염(黑炎)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는 맥없이 꺼져버렸다.

공중에서 스러지는 불길 속에서 유란은 미소했다. 그리고 전뢰처럼 덤벼들어, 어린 신에게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이게, 이 무슨—"

유란의 주먹이 쥐어지자, 기계 근섬유가 팽창했다. 곧장 날아간 주먹은 적을 밀어내 흙바닥에 쳐박았다. 신의 노란 눈이 황당하다는 듯 유란을 노려보았다.

"일어나. 2662."

유란은 선포했다. 그의 왼손에서 서류가방이 가볍게 흔들렸다.

"갈 길이 멀다. 목적지는—"



"제62C기지."

외안의 감독관이 미소했다.

"기밀 개체가 보관된 곳이지."

그의 반대편에 앉은 이사관은 침묵했다. 그는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감독관만이 묵묵히 설명을 이어갔다.

"어느 날, 제62C기지에 재단 인원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시체가 나타났다네. 우리는 이 시체가 어디서 왔는지 오랫동안 연구했고, 그 인원의 수트와 그 기록 또한 분석했지."

감독관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마치 메트로놈의 추와 같이 반복적인 모습이였다.

"흥미롭더군. 그건… 평행 세계에서 온 것이였다네. 재단이 인류를 멸망시킨 세계."

"그 이유를 알아냈습니까?"

"그래."

감독관은 싱긋 웃었다. 그의 이빨에서 금니가 요란하게 빛났다.

"자네. 신(神)을 믿나?"

"유물론적으로는요. 신격 독립체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신격 독립체, 초월적 고대 독립체로 불리는 것들. 인간의 믿음을 먹이로 하는 것들이지….."

감독관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것은 흐릿한 사진이였는데 마치 포토샵으로 길게 늘린 듯한 인간형 개체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이건 파스타파지라네. 신에게 올 믿음을 먹는 신의 기생충을 뜻하지. 한 우주에서, 이것들은 모든 형이상적인 신들을 잡아먹었지. 상상해 보게. 우리는 수없는 신들을 격리했지만 '어떤' 유명한 신들은 할 수 없었잖나?"

이강수 이사관이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의 목에 새겨진 뱀 문양이 맹렬히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5000의 기원 세계가 멸망한 겁니까?"

"그렇다네. 이 개체들은 죽음과 삶까지 잡아먹었고… 그곳의 재단은 인류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웠다네."

감독관은 웃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피에트로 윌슨을 꼬드겨 차원문을 열고 이곳에 도착했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 세계처럼 대량 학살을 뺀다면 우리는 이 위협에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다네."

"제21K기지에 실행하도록 명령하신 그 프로젝트도 실패입니까?"

이강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뺨을 시뻘건 네온사인이 밀어내고 있었다. 감독관은 침착하게 웃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영혼을 넣는다. 그 프로젝트는 분명히 유용했지만 가짜 신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이였지.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지. 신에게—"


"불신자의 영혼을 넣는다."

유란은 읊조렸다. 그는 늘어진 소녀를 안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발목에는 룬 문자가 새겨진 금속 족쇄가 감겨 있었다.

"그게 방법이였어. 그것IT을 막을."

"나도 들어본 바 있다. 인간이여."

거대한 도마뱀이 느릿느릿 중얼거렸다.

"나의 아비 팡글로스는 언제나 가짜 기생충들에 대해 경고했지. 메카네조차도 신앙을 빨아먹히면 한낱 부서진 화물이 되어버린다고."

카나리아는 그들을 따라 조용히 걸어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다. 재단인지 신인지 꾸민 자도 모르는 거대한 계획에 휘말렸음은 둘째치고, 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신들, 종교들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것은 불가해한 운명과도 같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린 어디를 가는 건데? 그 기지는 뭐하는 데고?"

"기밀 개체가 보관되어 있대. 너희가 거기 있는 가짜 신들, 변칙 개체들과 맞서는 동안 난 이걸 거기 던지는 게 임무야."

유란은 서류 가방을 들어 보였다.

"인간. 그 옷을 벗지 않게 조심하라. 그 옷을 입은 동안에는 그 기생충이 내게 보이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도 주체할 수 없어."

파충류가 길게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유란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것보다 2662가 문제인데. 일단은 봉인을 시켜두고 있지만…"

"팡글로스 이 놈은 또 어디를 간 거야. 무슨 수를 꾸미는 게지?"

말이 끝나게 무섭게, 선명한 불빛과 함께 인간형의 불꽃이 나타나 그들의 앞에 섰다.

[모두 만났구나.]

"어이, 영감. 어서 몸은 원상복구 시켜주지 그래."

짐승이 모독적인 목소리로 대들었다.

[그럴 수는 없어— 과업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그렇게 될 것이니.]

팡글로스는 연극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을 취하며 말했다.

[네 과업이 가장 무겁다.]

"……알고 있어."

유란이 불꽃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재단의 아귀다툼에 온갖 신이며 기생충들이 나타나고 있어. 이렇게 하게 되어 미안하구나.]

"됐어."

유란의 목소리는 쌀쌀맞았다. 카나리아에게는 그리 익숙치 못한 목소리였다.

팡글로스는 슬픈 듯한 몸짓을 해 보이고는 다시금 허공으로 사라졌다. 세 존재는 간 곳 없는 신을 슬픈 눈으로 좇을 따름이였다.

"저길 봐라."

적막을 깨뜨린 것은 도마뱀의 목소리였다. 저 멀리로부터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숲을 헤치며 성가대 옷을 입은 자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 몇은 재단의 기특대, 몇은 연합, 몇은 지평선 구상이였다. 그 무리의 새에 기형적인 인간형 개체들이 몇 보였다.

"…..기생충들. 잘도 알고 찾아왔구나."

카나리아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어이."

짐승이 물었다.

"싸울거지?"

대답은 필요없었다. 일시에 세 존재가 무리에게 날아들었다. 빗맞는 총성과 비명 소리가 검은 숲 속을 울렸다. 나무와 숲이 숨긴 지옥 속에서 신들이 피의 제전을 벌였다.


"실패는 아니라네."

감독관은 쓰게 웃었다.

"그 방법은 고대의 신을 자극했고, 결국 나와 팡글로스를 대면시켜주었지. 나와 놈은 같은 목적이 있었고."

잠시 침묵.

"이강수 이사관. 자네는 신을 믿나?"

같은 질문이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는 더욱 진중한 어투로.

"재단에서 신을 믿는… 모시는 자들을 조심하게. 이미 꼭두각시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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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란."

"자네도 SCP-5000의 기록을 모두 읽어보았지?"

"……"

"자네는 이 이야기의 피에트로 윌슨이라네."

"자네는 그 신들과 함께 제62C기지로 향해야 해. 신들에게 이끌린 놈들은 곧 자네에게 파고들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그리고 자네가 희생해야 하네. 다른 세계로 추락하면서 가짜 신들을 묶어놓게."

"이게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부탁하네."

"세계, 그리고 카나리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유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흐릿한 건물을 노려보았다. SCP-579가 있다는 그 장소. 제62C기지.

"무슨 방법?"

카나리아가 물었다. 유란은 대답이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출발하자. 카나리아."

유일한 방법. 아무것도 아니야, 카나리아. 유란은 되뇌이면서 자신이 꾸었던 꿈들을 회상했다. 죄책감과 분노에서 우러나온 꿈.

해방될 수 없는 죄책감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발자국 소리가 건조히 울렸다.


O5 평의회는 공허한 눈으로 그 광경을 내다보았다.

"불신자 놈."

"용납될 수 없다."

꼭두각시들이 웃고 울며 명령을 내리려는 광경. 그들의 손가락이 두 신과 한 속제물을 가리켰다.

"기동특무부대 알파-1을 보내게. 나아가서 저 모두 쓸어버리라고 전해."

"신의 갱도에서 새가 우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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