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워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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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농사를 좀 짓고 와서…"

"농사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천 컨트리클럽 오름다방의 내부에는 어쩐지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초록색 머리칼의 여자가 잔뜩 얼굴을 찡그린 채로 희어멀건한 남자를 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멋쩍은 듯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여자, 류원시가 골이 난 얼굴로 카페라테를 홀짝였다.

"약속 잡아놓고 자기는 신나서 농촌 체험하러 가면 좋아요?"

"내게도 사정이 있었다 하지 않았소! 이야기를 들어보라니까."

남자, 김철현이 곤란한 듯 대꾸하자 원시의 눈이 가늘어졌다. 또 무슨 핑계를 대려는 게냐 묻고 있음을 아는 철현이었지만, 말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백배 나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철현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제 있었던 일을 어찌 이야기해야 하나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묘안이 떠올랐다.

"아직도 수신도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까?"

원시가 한쪽 머리칼을 손으로 꼬았다.

"그게 주력은 아니지만, 그렇죠. 2년 전보다는 진척이 있어요. 톱니장치 정교회 쪽 커넥션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보다시피 내가 하 인간이라 그렇게 친절하진 않더군요. 세라믹파야 이제 와선 그냥 깡패 집단이니 값어치도 없고…"

"…수신도로 바로 이어지는 커넥션이 있다면?"

"예?"

"어제 수신도의 백강을 만났소. 백강 태구련. 수신도 내에서는 정학파의 거두라던데."

원시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 그럼…"

철현이 조용히 에스프레소가 담긴 컵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들어보시겠소?"

원시가 잠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나야 싫을 이유가 없지."

"좋소, 그러니 이제 어제 일로 따지기는 없는 거요. 이 이야기가 끝나면 약속한 이야기도 할 터이니…"

그리고 철현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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