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톱니바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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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대충 챙겨 입고 격리구역 내부로 뛰어들어갔다. 유리벽 너머의 아내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격리구역 한 쪽 구석에 구겨져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SCP-217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모양이었다.
감염의 진행은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났다. 보통 감염 인자 확인에서 증상 발현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 마련인데, 아내의 경우에는 달랐다. 변종으로 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변이 증상이 눈으로 확인 될 정도로, 그 변이 속도가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아내의 희고 여린 피부가 찢어지면서, 황동색 기계장치들이 드러났다.
유리문 너머의 격리 구역을 열어야 했다. 굳게 닫힌 철문 옆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긁었다.

삑, 삐리릭.

열리지 않았다. 카드키가 부서지도록 몇 번이고 긁었다.

삑, 삐리릭. 삑, 삐리릭. 삑, 삐리릭.

인증 실패만 계속해서 울려댔다. 한참을 긁어대다 카드를 내던져 버렸다. 카드가 떨어진 자리에 면담을 위한 의자가 하나 보였다. 의자를 집어들고, 강화 유리를 내려쳤다. 그러나 유리는 깨지지 않았다.

"깨져라, 깨져, 깨지라고, 제기랄!"

몇 번이고 유리를 깨려 했지만 유리에는 자잘한 흠집도 나지 않았다. 결국엔 격리구역 내에 있는 인터폰을 들어 담당과에 연락을 걸었다. 기나긴 연결음 끝에 누군가 수화기를 드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217-20130418-F-025 격리구역 입니다! 감염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니 의료진을 보내 주십시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수화기 너머로는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금 천천히 감염자가 위급한 상황임을 알렸다. 말하는 내내 유리벽 너머를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아내는 굉음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거의 발작적으로 몸을 비틀고 있었다.

"제발, 제발 의료진을 보내 주십시오, 제발!"

거의 울다시피 수화기에 매달렸다.

[분명히 징계라고 말 했을텐데.]

온 몸을 관통하는 것 같은 차디 찬 목소리.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O5의 목소리였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나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그런 상황에서는 수화기를 내던지던, 욕을 내뱉던, 뭔가 격한 반응이 나와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O5의 반응은 나조차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차가웠다.

[자네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네. 명심하도록. 감염자의 생명유지를 제외한 지원은 일체 없다. 전부 다 보고, 전부 다 듣게나. 이제 이런 일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연결이 끊어졌다. 무언가 유리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유리벽을 돌아보았다. 아내가 유리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도와줘."

아내는 끔찍한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유리벽에 김이 서렸다가 다시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다시금 발작을 시작했다. 신경을 긁어대는 날카로운 기계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비틀릴대로 비틀린 손을 뻗어 유리벽을 힘없이 두드렸다.

탕 탕 탕 탕

그녀가 유리벽을 두들길 때 마다 그녀의 팔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도와줘… 도와… 도…"

그녀는, 이제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유리창을 두드리면서 유리창 아래 시선이 닿지 않는 쪽으로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나는 겁에 질렸다.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말았다. 그 격리구역에서 나와버린 것이다.


감시소로 돌아왔다. 비명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사람의 몸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목소리로 변환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스피커를 끄려 했다. 그러나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스피커는 상부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오히려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양쪽 귀를 틀어막은 채 구석에 쳐박혔다. 아내의 비명소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아내의 비명을 계속해서 듣고 있으려니 미쳐버리는 것 같았다. 사람의 비명을 들려주는 것 만으로도 끔찍한 고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은 흡사 악몽이었다. 아니 이것은 악몽이다. 악몽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악몽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발, 누군가 악몽이라고 말 해줘.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바아아아아아알!"

비명소리가 멈추었다. 슬그머니 화면을 돌아보았다. 아내는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여전히 발작적으로 몸을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비명에도 더 이상 힘이 없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아내는 멈추었다. 말 그대로 멈추었다.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발작도 멈추었다. 다만 몸을 심하게 요동치며 숨을 몰아 쉬는 모습만이 보였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비명을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곧 토할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아침이 찾아왔다. 도저히 아내를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날 원망할 게 분명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도움을 줄 사람을 찾으러 갔다고 할까? 그렇게 둘러대기엔 당시 내 모습은 아무리봐도 무서워서 도망치는 꼴 이었다.
그렇게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격리시설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한 쪽 구석에 얼굴을 가린 채 앉아있었다. 그녀의 오른팔은 재구성 과정이 거의 다 끝나있었다. 오른팔 곳곳에 채 변환되지 못한 피부조직이 너덜거리며 붙어있었다.

"…왔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 그나마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이미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아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 만큼 비명을 질렀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했다.

"미안해."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아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정말 놀랍게도.

"사람 같지도 않은 꼴 보이기 싫었는데. 많이 놀랐지?"

그녀가 웃어주었다. 희미하지만, 예전의 그것과 비슷한 미소였다. 그녀는 분명 내게 웃어주었다.
나는 그대로 유리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아내가 놀라 일어서서 왜 그러냐며 달래주었지만, 울음이 터져나오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하지만 용서를 받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내가 했던 생각은, 행동은, 어느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었다. 어쩌면 저주를 받은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밤에는 변이가 급속도로 이루어져 끔찍한 비명으로 가득했다. 아내의 희미한 미소도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이후의 아내는 고통과 슬픔 외에는 어떠한 감정도 나타내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누군가 감시실 문을 두드렸다. 날 신경써 줄 사람은 두명 뿐이었다. 한 사람은 격리구역에 갇혀있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사람 밖에 없으니까. 문을 열었다. 역시나. 빅터 박사였다.

"징계 중에는 다른 누구도 만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만."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쩐지 그가 반갑지 않았다. 징계 중 유일하게 찾아 온 사람이긴 했지만,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몇 번 징징거렸더니 승인해 주더라고. 바짓가랑이 붙잡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지."

빅터 박사가 감시실을 쭉 훑어보았다.

"이야, 여긴 여전히 후줄근하구만. 좀 치우고 살지, 이게 뭔 꼴인가."

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발로 툭툭 밀었다.

"저 장난 칠 기분 아닙니다."

"알아, 안다고. 자네 와이프, 변이가 시작 되었다면서?"

"오늘로 사흘 째 입니다. 잠복기가 너무도 짧았습니다.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을런지."

빅터 박사는 격리구역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을 돌아보았다. 아내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녀는 이제 사람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신체의 대부분은 이미 기계장치로 변해 있었다. 첫 눈에 반했던 그 얼굴은, 절반 가량이 기계장치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어떠한 것도 나타내지 않았다. 고통도, 슬픔도, 원망도, 행복은 있을 수도 없고. 신체 활동은 둔해지고,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했다.

"변이가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군."

빅터 박사가 인상을 약간 구겼다.

"차라리, 차라리 그 때 살처분을 신청했으면, 적어도 고통스럽게 살 일은 없었을텐데."

"개소리 집어 치우게. 살고 죽는 건 당사자가 결정 하는 거야. 아니면 하늘의 뜻 이던가. 자네가 자네 와이프의 목숨을 결정 지어선 안 돼. 아내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 마디라도 한 적 있나? 그것도 아닌데 자네가 아내를 죽이려 생각한다면, 자네는 충분히 개자식이야."

그의 말이 맞았다. 얼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선택지 하나는 제외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 보는 유형의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보기 하나 제외 되었다고 답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였다. 빅터 박사는 그런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그는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네, 다른 SCP의 사용은 생각해 봤나?"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시각을 되찾은 장님의 기분이, 걸을 수 있게 된 앉은뱅이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나는 빅터 박사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그겁니다! 세상에,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한 거지?"

나는 그대로 격리실 바깥으로 나갔다. 빅터 박사가 날 말리려 했으나, 그를 뿌리치고 나와 버렸다. 희망이 생겼다. 어쩌면, 예전의 평화롭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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