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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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버린 하늘에서 한 줄기 빛만이 지상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희뿌연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홀린 듯하기라도 한 듯이 그것만을 바라보았다. 나 또한.

우리가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을 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방열판을 장착한 탐사기들은 태양의 끊임없는 열기 속에서 스러저만 갔고 흑점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갔다.

모든 대책은 무의미했다. 하급 연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영원한 일식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전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잦아진 일식은 일생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경험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내와 딸이 별들을 보면서 소리지르고 기뻐했을 때에도 난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달이 더 이상 빛을 비추지 못하게 되었을 무렵 더 이상의 정보통제는 불가능해졌다. 전 세계의 기억을 수정하는 일은 몹시 고되고 힘든 것이였다.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는 나에게 있어서 아직도 의문이다. 운석? 그것은 그냥 위에서 공식적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영원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욕망이 잘못되어서? 아니면 그냥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흔치 않은 일 중에 우리가 운 없게도 말려들어 버린 걸 수도 있다. 내가 끝없이 고민해봐도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나는 결국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사직서를 내고 연구소를 걸어나오며 보이는 하늘은 반쯤 어두워져 있었다. 아마 그것들이 임계점을 넘어서 태양을 덮어 버린 것이리라. 아마도 오늘 안에는 완전한 어둠이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이제 어둠이 몰려온다. 그것은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저녁노을을 먹어치우며 끝없이 먼 저편으로부터 몰려온다. 사람들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저 가던 길을 계속 갈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지구가 영원한 어둠에 잠겨 스스로 종말을 고하는 걸 바라보고 싶지 않다.

마침내, 닫혀버린 하늘에서 한 줄기 빛만이 지상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눈은 다시 뜨지 않았다. 세상이 눈을 감은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알기에.

누군가 아침의 환하게 내리쬐던 태양빛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난 다시 눈을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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