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클럽은 자금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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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금 타이밍에 해야겠습니까?"

유서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당돌하게 서있는-사실 틀린말이지만 마땅히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심야클럽의 어린 회원을 바라보았다.

"극단에서도 비슷한 말하고 절 여기에 쳐박아둔게 벌써 두달째인걸요! 아이돌 명함만 있으면 뭐해요! 두 달째 일못하면 그게 아이돌인가! 그냥 날백수지!"

"역시 어린애가 당돌해."

"인사부장이면 최소한 제 편 들어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니, 애초에 저보다 현장 상황 더 잘 알잖아요."

심야클럽의 외부 상황은 빈말로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재단에서는 본격적으로 대 심야클럽 기동특무부대를 가동한 상황이었고, 방재원 역시 재단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서서히 대응팀을 조직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번만 더 눈에 띄는 일을 하면 분명 꼬리가 밟힐 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솔직히 우리가 아무리 유령이라지만 각 회실에만 쳐박혀 있으면 갑갑하잖아. 더군다나 진짜 아이돌 활동까지 했던 지혜양은 얼마나 답답하겠어."

"저걸 인사부장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해고, 외교부장의 말이 맞아. 지금은 좀 사려야 할 때야, 지혜양. 그동안 삼대천 쪽으로 관심이 심하게 쏠렸어서 조심해야해."

"힝…"

그러자 구석에서 조용히 사진기를 닦고있던 송현이 고개를 들며 입을 연다.

"요는 심하게 관심이 안끌리면 된다는거죠?"

"송현 군…"

"뭐요? 솔직히 지혜양이 아이돌 활동하면서 심야클럽 자금원에 살짝 숨통도 트였는데 그 은인의 부탁 정도야."

"와! 오빠 최고!"

다시한번 하이텐션이 된 황지혜와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송현을 보며 유서진은 물었다.

"그래, 뭐. 재단이나 방재원 눈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만한 곳이 있답니까?"

"혹시 두레원이라고 아세요?"


"우리 농장 라디오 고장난건 우찌 알고 또 이런걸 들고왔다냐."

"뭐… 그냥 떨이라고 해두지…"

옆집 마방의 승마 회원들을 흘겨보며 호야는 라디오를 원장에게 건네주었다. 조금 구닥다리하지만 튼튼해보이는 라디오를 보다 이내 그것을 들고 온 호야에게 원장은 시선을 돌렸다.

"고거 참 고맙구만. 한번 틀어봐도 되나?"

"어차피 이제 본인건데 굳이 나한데 허락까지 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건 또 그렇지."

딸칵-

~♪

트로트는 아니지만 살짝 구슬픈 곡조에 옛날 노래인듯 하면서도 요즘 노래인듯한 가요가 농장에 울려퍼진다.

"좋구만. 오늘 고구마 체험땐 이거 틀고 해야것어."

"마음에 드니 다행이네. 그럼 난 이만-"

"고마운데 고구마 말랭이나 들고 가!"

"그거 방금전까지 개간식으로 줬던거 아니야?"

"그건 저어기 다른거고, 이번거는 마방쪽 사람들도 좋다고 혔어!"

"마방 이야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쪽 사람들은 우리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구슬픈 곡조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간혹 노래 제목을 물어오는 체험객들, 심지어 옆집 승마 클럽원들까지 물어왔지만 원장은 요즘 노래는 모른다며 답하였다. 몇몇 손님들은 눈치챈 분위기였지만 이내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며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그런 광경을 보는 세 인영이 있었으니, 그들은 체험객들이 떠나고 원장까지 떠나 어두워질때까지 그 자리에서 농장을, 라디오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도 공연이라면 공연이긴 하지만…"

"좋다고 받아들일땐 언제고."

"그냥 라디오 노래일줄은 몰랐죠…"

"송현 군, 뭐요? 재단이랑 방재원으로부터 자유???"

"아하하… 재단이랑 방재원 요원은 안보였잖아요? 템페스터나 연합도 안-"

"그 인간들 빼고 다 있었잖습니까!! 아니 심지어 수신도에 손님네는 뭔-!!"

어둠이 내려앉은 농장. 농막 하우스에서 한 인영이 나오더니 산에서 내려오는 세 사람을 보며 푸념을 내뱉었다. 그리고 들어온 세 사람중 둘-유서진과 송현-은 서로의 멱살을 잡으며 실랑이를 펼쳤고, 윤성재는 그런 둘을 떼내며 말한다.

"어차피 그 짝들은 관심없어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어. 오히려 지혜양 노래에 흥얼거리기까지 했는걸."

"저도 봤어요!"

"후… 뱀손이랑 같이 다니니 리스크 감지 선이 맛이 간건지-"

"송현 군, 아까 보니까 뭐 만들던데 뭐만들었어?"

"우리 인사부장님, 며칠 전부터 돈돈돈 이야기 하시길래 좀 타파할 방법을 구상하고있어요. 그 중 하나가 이건데-"

송현이 가리키는 곳 끝에는 어설퍼보이는 허수아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속은 옆 농장에서 가져온 짚단을 넣고 옷가지는 얼마전 원장의 손자 손녀들이 일하다 버린 작업복으로 얼기설기 입혀진 상태였다.

"또 뭔 사고를 치려고…"

"고전적인 시나리오죠. 왜 공포의 집같은데 가면 보이는 허수아비 킬러같은거 있잖아요. 그런걸로 위장해서 돈도 좀 벌고 하면-"

"인사부장님, 얼마나 돈없다고 쪼아댔으면 회원들이 죄다 이렇게 돈에 미쳤답니까."

"아니, 나 그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는데-"

"작동법은 간단해요. 그냥 여기에 빙의한다-생각하고 들어가면 어느정도 자기 뜻대로 움직여요."

"저요! 저저저 해볼래요!"

송현의 말에 방금전까지 기운없었던 황지혜는 벌떡 일어나며 허수아비로 다가간다.

"그냥 빙의한다- 생각하면 된다는거죠?"

"고럼~"

"아니 잠깐만요, 송현 군. 이거 테스트는 해본겁니까?"

"지금 하잖아요?"

"야이 미친-"

"그럼 해보겠습니다- 얍!"

후웅-

황지혜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축 늘어져 있던 허수아비가 순가 꿈틀거린다. 그리고 몇번인가 경련하더니 천천히 일어나는 허수아비.

"성공인가?!"

[우와! 이거 느낌 신기해요!]

"봐봐요, 외교부장님! 성공했잖아요."

"우리 다음 정기 회의때 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진짜 미쳐돌아가네."

"오… 이게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지혜양! 이거 들고 한번 무서운 포즈 해봐요!"

어느샌가 농장 하우스에서 낫 두개를 꺼내온 송현은 그대로 허수아비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러자 포즈를 취하는 허수아비.

[크아아앙!]

"와악! 무서워!"

"와아… 무섭다…"

"내면을 아니까 별로 안무서운데."

-푸르륵-

…푸르륵?

갑자기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에 일동은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그 곳에 있는 건 왠 백마 한마리.

"…시발?"

"아니 말이 여기 왜-"

"저기 옆집 마방 문이 열렸어!"

"아니 분명 마방 사장님이 잠그고 간거 아니었어요?!"

"안쪽에서 열었나본데요."

[꺄아아아악-!! 오지마!]

농장 옆 마방에서 탈출한듯 보이는 백마는 희끄무리한 다른 심야클럽원들 대신 그동안 밭에 멀뚱히 서있기만 했던 허수아비를 보며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황지혜는 다가오는 말에 공포를 느끼며 손에 든 낫을 휙휙 흔들며 말을 내쫓으려 한다.

"그거 함부러 휘둘지 마! 말 다치면 치료비가 얼마인줄 알아?!"

"그게 지금 중요해요?!"

[그럼 어쩌라구요?!]

"차라리 뛰던가!"

[꺄아아악!!]

다리 하나밖에 없는 허수아비이건만 뛰는 속도는 일반 사람과 다를바가 없었다.

-히히힝-!!

그리고 말은 그걸 병주하자는 뜻으로 여겼는지 그 뒤를 바짝 쫓는다. 산쪽으로 미친듯이 뛰어가는 두 인영을 보던 심야클럽원들.

털썩

"…저거 사람 아닙니까."

"저거 기절한거지??"

"그런 거 같네요."

산 속에서 무언가 촬영하고 있다가 말에 치인 것인지 아니면 낫 들고 뛰어다니는 허수아비를 보고 기절한 것인지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 사람.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손에는 카메라를 꼭 쥐고 있었다.

"이거 우리 촬영한건가."

"재단 소속인건가요."

"재단이 이렇게 허술할리 없잖아요. 방재원 소속인거 같은데요."

"그럼 다행인가…"

"이 카메라에 수작 좀 걸어놓으면 다행이겠죠."

농장에서 쇠파이프를 들고온 송현은 그대로 카메라를 내리찍는다.

달이 찬 산에는 여전히 소녀의 비명소리와 말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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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초상방재원
██차 두레원 정기보고 속기록 중

김미영 정보국 1팀장 - …그래서, 본인은 충실하게 감시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가항력으로 인해 기절했다?

양수택 현장 요원 - 어… 낫든 허수아비 정도면 정상참작 가능하지 않나요…

이혁천 사회국 2팀장 - 그리고 증거품이던 카메라도 박살나고 말이야 응.

양수택 현장 요원 - 정말로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거기에 유령이 있었고 낫든 허수아비랑 미친 말도 있었습니다. 제 모든 걸 걸수있어요. 물론 SCP같은 미친것들이 가득한 이 판에 유령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김미영 팀장 - 시끄럽고 진위여부 확인될때까지 본부에서 서류작업이나 하시죠. 징계 안내린거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십쇼.

이혁천 팀장 - 기절한거까진 이해는 되지만 아침까지 기절해있다가 두레원 인원들에게 들킨건 잘한게 아니지.

양수택 요원 - 알겠습니다…

(속기록 종료)

(파괴된 카메라 메모리는 현재 복구중에 있으나 난항을 겪고있는 중이다. 근시일 내 복구를 힘들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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