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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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무조건 이상한 일인데, 어릴 때는 그런갑다, 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거 있지 않아요.

저는 중1 때 아버지를 따라가 반 년 정도 사이만 그 동네에서 지냈습니다. 아니, 뭐였을까. 현지부임 같은 회사 사정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동네는 어른 서른 명 정도의 자치회 같은 것이 주름잡고 있었고, 이사를 오자마자 거기 대표라는 아줌마가 찾아와 동네의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이 적힌 종이를 줬어요. 아버지뿐 아니라 저한테도, 「중요한 룰이니까 읽어 두라」면서. 그 아줌마는 상냥했지만 꽤 강한 어조로 말했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서 지금도 내용을 암기하고 있어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1. 타는 쓰레기는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 8시 반까지 내놓을 것.

2. 도둑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

3.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방범부저가 울려도 창 밖을 내다보지 말 것.

4. 회람판은 2일 이내에 왼쪽 집으로 돌릴 것.



이런 느낌이었어요.

네. 세 번째 녀석 말이죠. 확실히 그렇지요.

그런데 그 때의 저는 딱히 의문도 갖지 않고, 흐ー응 그렇구나, 라며 납득해 버렸어요. 순수함이라는 건 그렇게 무섭지요.

방범부저요? 네, 울렸어요. 2, 3주에 한 번 꼴 정도로. 요일은 제각각이었고, 제가 살던 부근에서는 꼭 네시 반쯤에 4, 5분간. 그 때 친하게 지내가 자주 놀러 갔던 타카나시군네 집에서는 거의 6시가 빠듯한 시간에. 밖에 소학생이 지나다닐 리도 없을 것 같은데, 어디선가 삐요삐요삐요삐요 소리가 울리는 거예요. 아뇨, 규칙이 있으니까, 저는 커튼을 닫고 절대 밖을 보지 않았어요.



이사오고 나서 대략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날은 이제 막 익숙해진 학교에서 기말시험으로 정신이 없어서, 날짜가 바뀔 때까지 노트를 계속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고요하던 밖에서 갑자기.

울려오는 거예요. 삐요삐요삐요삐요, 하고.

아마 2, 3초도 되지 않았을 것 같고, 부저음은 금방 멈추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다음이었던 것 같아요.

타타타탁, 하고, 자그마한 사람이 달리는 것 같은 소리에 이어서, 쿵, 하고 돌 같은 것이 땅바닥에 부딪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그리고는.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소학생이 아니라, 굵직한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어요.

거기서 저는, 어느샌가 제가 커튼에 손을 갖다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아뇨, 아직도 아버지에게 물어본 적 없어요.



「그 규칙은 도대체 뭐였어?」라던가.



「그거 아버지 목소리 아니었어?」라던가.



물어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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