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울고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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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었지. 당신은 어린 나를 상냥하게 돌봐주고 꼭 안아주었어. 허구한 날 혼나서 엉엉 우는 나를 안아줄 때 나는 천국을 맛봤었어. 이 사진을 봐 철없이 장난치는 어린 나와 천사의 모습으로 웃는 당신의 모습이야. 이땐 다 좋을 줄 알았겠지. 당신에게 나는 그저 어린애로 보였고 계속 아이로 볼 뿐이었어. 그래서 당신은 나를 과잉보호하려 했고 계속 품고 있으려했었던 거야. 맞지?

친구들은 떠나갔고 당신은 점점 무서워졌어. 당신은 내가 자기 마음에 안 들자 그렇게 만들려고 했고 그럴수록 나는 무기력해지고 수동적이 되어갔지. 나는 스트레스로 폭식했고 하루종일 방에 저박혀 책만읽었어. 미친놈처럼 봤던 쓸데도 없는 불쏘시개를 10번을 보고 20번을 보고 30번을 봤어. 난 약골이 되었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이 하루하루 영혼 없이 지냈어. 이렇게 5년이 흘렀지. 그것 때문에 이러냐고? 아니 아니 계속 들어봐.

이 한심하고 찌질한 모습을 참다못한 당신은 나를 방에서 끌어내었어. 어디 만화 같은데 나오는 착한 누님처럼 가서 영화도 보여주고 등산도 같이 가주고 밥도 사줬어. 나를 위해 아낌없이 주고 나를 위해 진심 어린 눈물을 흘려주었어. 나에게 메말라가던 감정을 다시 깨워줬어. 고독과 냉소로 얼어있던 심장을 다시 녹여내었어. 생기 없던 눈동자에 생명력을 채워 넣었어. 안 좋은걸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란 걸 처음으로 알려주었어. 처음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이런게 삶이라는것을 느꼈었어.

4년 전, 그 전까지 여자 보기를 돌보듯 하던 내가 처음으로 두근거림을 느꼈어. 누굴 향한 마음이었는지 알겠지? 당신이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우면서도 귀엽게 느껴졌어. TV에서 연예인이랍시고 아이돌이랍시고 나오는 여자들이 다 고깝게 보이고 오직 당신만이 보였어. 안 좋아하던 교회도 당신이 다녔기에 다녔고 옷차림도 신경 쓰고 당신 근처로 다가가려고 했어. 하지만 소심한 나는 더는 다가가지 못했어.

2년 전, 나는 한계에 부딪혔어. 친구도 다시 생겼고 무대 공포증도 나아졌지만, 여전히 당신에게는 다가가지 못했어. 나는 그게 불만스러웠지만 내 구애는 너무 서툴렀고 당신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지. 말라붙은 줄 알았던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매일매일 터져 나왔어. 왜 우는지도 모른 채 나 혼자밖에 없는 침대에서 베개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어. 가슴속이 저리고 아파오기 시작했어. 불면증이 찾아왔고 매일 밤 잠들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

1년 전, 나는 그렇게 해서 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거야. 밤마다 환각이 보였고 그 환각에서 당신은 내 손을 맞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어. 나는 그거론 부족하다고 말했고 당신은 나에게 키스를 해주었어. 서서히 혀가 들어오며 내 입속을 범했고 내 혀를 빨아내며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어. 당신의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이미 당신이 세상에 전부가 되어버린 가엾은 한 명의 아이가 있었어. 당신은 팔과 다리로 내 몸을 꼬옥 옥죄어 주며 가슴의 포근함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었어. 내 머릿속은 강렬한 황홀감에 젖어서 바보가 되었고. 당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내 마음과 이성은 완전히 녹아서 형체도 남지 않았었어.

하지만 아침이 되자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고 강렬한 햇빛과 바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비웃으며 질 밟았지. 밤마다 행복감에 젖은 채 잠들고 나면 지옥과도 같은 현실이 아침과 같이 찾아왔고 나는 필사적으로 그 달콤한 꿈속에 남으려 발버둥 쳤지. 불면증은 더욱더 심해졌고 내 정신상태는 조각조각 나고 있었어. 당신을 향한 추악한 욕망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 갔고 마음속의 공허함은 깊은 어둠이 되어 나를 좀먹고 있었어.

몇 달 전, 당신은 나를 보고 옛날처럼 안아줬어. 망상이 아닌 진짜 젖내와 부드러움이 느껴졌어. 당신은 내 뺨에 입을 맞춰주었고. 나도 당신의 뺨에 입을 맞췄어. 당신은 나를 어린아이 대하듯 쓰다듬어 주었고 안겨온 나에게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여자친구는 있느냐고 물었어. 없다고 했지.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고 물었어. 나는 당신이 좋다고 했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했어. 내 젖먹던 힘을 쥐어짜서 낸 솔직한 고백이었지.

하지만 당신은 어린아이의 철없는 말을 웃어넘기듯이 그래, 그래 라고만 했어 내가 입에 진하게 키스하려고 했을 때 거부했어. 나는 깊은 좌절과 절망만이 남고 나머지는 모래성마냥 무너지는 것을 느꼈어. 나는 밤에 당신을 찾아갔어. 당신을 향한 욕망이 나를 집어삼켰거든. 하지만 당신은 없었지. 그날 밤은 다른 사람의 곁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어. 나는 당신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있는 이불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어.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냐고 울부짖으면서 말이야. 당신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있는 베개와 속옷에 얼굴을 묻고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위로했어. 내가 미쳐버렸다는 걸 통렬히 실감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나는 당신이 너무나도 무서워.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집착하는 만큼 말이야. 당신의 입에서 내 마음을 배신하는 말이 나올까, 나를 거부하는 말이 나올까 항상 노심초사했어. 당신이 안 그럴 거라는걸 알지만, 불안감이 더 컸어. 그래서 청테이프의 힘을 빌렸지. 당신의 발이 나에게서 도망칠까 봐 그러지 못하게 살짝 장난을 쳤어. 당신의 손이 나를 감싸주지 않을까 봐 거기에도 손을 썼어. 아, 손을 쓴 게 아니지. 아무튼, 당신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어.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해. 누구도 나를 사람으로 감싸주지 않아.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해주지도 사랑해주지도 못하는걸.

환각을 보면서 당신만의 것이 되고 영원히 당신에게 구속당해 당신만 바라보고 당신에게만 사랑받는 환상을 본 적이 있었어. 하지만 당신은 나를 구속하면서 채찍질만 해댔지. 당신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내 마음의 채찍이 되었어. 나이 먹은 것 같다, 몸이 안 좋다고 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죄책감에 휩싸이고 나보고 이제 징그럽다고 달라붙지 말라고 할 때마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기는 고통을 느끼며 눈물을 삼켰어. 키스를 거부당할 때는 세상 전체에게 거절당한 것 같아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했었고 말이야.

당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겠어 하는 감정에 이런 심한 장난을 쳐버렸지만 나도 알아. 이렇게 발악할수록 당신의 마음은 내게서 멀어지는걸. 난 이미 지쳤어. 이제 모든 걸 끝내고 싶다고. 내 소원이 뭔지 알아? 당신의 품속에서 당신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잠드는 거야. 이건 당신이 매일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던 칼이야, 잠깐만 아프면 영원히 같이 잠들 수 있어. 이제 괴롭지 않을 거야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괜찮아. 헤헤…. 아픈 건 금방 끝나니까. 빨리하고 같이 잠들자 응?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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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꿈에서 깨어나는건 괴롭지, 안그래? 그래서 난 안깨어나려고 해
그런데 내가 왜 울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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