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Moore) 박사는 안경을 벗고 다시 한번 눈을 비볐다. 마지막으로 먹었던 아스피린 한웅큼은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않았고 세개의 화면에서 나오는 시선이 그녀의 욱씬대는 두통을 오른쪽 눈 뒤에서 느끼는 날카로운 통증으로 꿰뚫어대고 있었다. 격리실 벽의 무미건조한 흰색 페인트는 보안 카메라로 보면 어쩐지 더 밝아보였다. 간헐적인 삑삑대는 소리와 디지털 톤 그리고 공업 기계의 숨죽인 불협화음이 관측실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SCP-480은 항시 집중적 감시와 직원 주의를 요했지만 이러한 교대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480의 격리실에는 항상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공포와 극심한 지루함의 혼합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무어 박사는 머리를 흔들고는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무어, 적외선 분광 사진의 변화 결과가 필요해." 히스치(Hirsch) 박사가 씩씩거렸다.
무어 박사는 깜짝 놀랐다. 번호가 뭐더라? 왜 어떤 화면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지?
"어, 잠시만요."
히스치 박사는 카멜 한 팩을 찾아 실험 가운을 뒤적였다. 지포의 틱 소리는 어째서인지 배경 소음 사이로 들려왔다. 그는 담배를 길게 빨더니 한숨으로 인해 두배가 된 연기를 뱉어냈다. "이봐 무어. 격리 실패가 일어난지 3주도 안 지났다고. 대체 뭐야?"
중앙의 화면을 쨰려보며 무어 박사는 여러 지나가는 데이터를 따라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였다. 드디어. "오 칠 삼 시그마 십팔 점 삼입니다. 여기서 담배 피지 마세요. 장비에도 해롭고 저한테도 두통을 일으키니까요."
히스치 박사가 태블릿을 살피더니 몇개의 숫자를 쳐넣었다. "자그마한 연기가 2등급 방사능 방지 EMP로 방어된 작업실을 무너뜨린다면 문제가 상당히 많겠지 무어. 그리고 네가 밤에 두시간만 자니까 두통이 생기는거야. 내가 한달은 더 쉬라고 말했잖아."
"일이 너무 많습니다."
히스치 박사가 태블릿에 숫자를 더 쳐넣었다. "그래 그래 많지. 근데 이렇게 하는건 호의가 아니야, 엘렌. 너한테도 좋지 않고. 방금은 정중히 요청한거지만 이제는 네 상관으로써 빌어먹을 휴가 좀 내라고 명령한다. 지금 바로."
무어 박사가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이제 막 왔습니다! SCP-480은 특이하고 위험한-"
"그래. 480은 480이야, 박사." 히스치 박사가 말했다. "그리고 자네는 그걸 여기 두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 하지만 알다시피 모두 100% 준비된 상태여야만 해. 네가 집으로 가야한다고, 엘렌. 어머니를 보살펴. 스스로를 돌보라고. 그리고 일주일 꽉 채워서 밤에 8시간씩 잔게 아니면 여기서 보고 싶지 않군."
"하지만-"
"안돼. 반론은 받아들이지 않겠어. 지금은 제23기지에서 보충해줄 라미레즈가 와있어. 박사, 자네는 격리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야. 그리고 최고의 상태로 있어야 해."
무어 박사는 처음의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대신한 것은 히스치 박사가 맞다는 깨달음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는 피로였다.
그녀는 단말기에서 ID를 로그아웃한 후 개인물품을 챙기고 대기실로 향했다. 뒤에서 문이 닫힐때, 히스치 박사가 그녀를 불렀다.
"이봐. 엘렌. 오늘 핼러윈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는 손으로 운전대를 잡는 시늉을 했으며, 담배가 입에서 대롱거리고 있었다. "사탕 받으러 오는 애들 조심하라고."
무어 박사는 음울한 미소를 짓는데 성공하고는 손을 흔들고, 보안 체크포인트로 향했다. 문이 뒤에서 닫혔다. 그녀는 실험 가운을 걸어놓고, 블라우스 윗 단추를 풀었다. 벽에 박힌 ECG 모니터의 리드를 가슴에 올려놓고, 모니터 옆에 달린 스피어 옆에서 기대하며 기다렸다. 낮익은 자동화된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밈 격리 프로토콜 개시합니다. 허가된 비밀번호를 말씀해주십시오."
무어 박사는 목을 가다듬고는 ECG 모니터 옆의 작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지난 교체 동안 SCP-480은 나와 접촉하지 않았다."
수 초가 지났다. 무어 박사는 일어나 나가려 했지만, 문은 닫힌 그대로였다. 자동화된 목소리가 말했다.
"활력 징후가 부정확합니다. 허가된 비밀번호를 말씀해주십시오."
무어 박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보안 요원들에게 그녀가 복귀할 때까지 ECG를 점검하라 할 것을 결심했다. 그녀는 마이크에 암호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자동 보안 문이 열렸다. 그녀는 리드를 때어낸 후 늦은 오후의 저물어가는 햇살 속으로 기지를 나섰다.
그녀는 도로에 주차된 차에 앉아서 차고 너머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어두워진 터였기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밖에서 방이 뚜렷히 보이도록 해주었다. 빛은 이제 두달째 망가져 제대로 작동하는 가로등이 없기에 더욱 밝게 빛났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유감스럽다는 듯이 되새겼다. 무어 박사에게 있어 교외에 산다는 것은 한시간 이상 걸리는 통근시간과 도로나 전기와 같은 문명의 혜택을 유지시키는 것을 죽어라 기다리는 것을 의미했다. 제415기지가 있던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다시 한번 시골 구석의 집을 저주했다. 생각이 헤엄치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나 빨리 퇴근하려고 한거지? 알란이 옳았다. 피곤한 연구원들은 그녀의 직장에서는 사상자를 의미했다. 혹은 더한 것이라던가.
창문의 빛이 갑자기 깜빡이다 사라졌다. 무어 박사는 차에서 몸을 빼낸 후 이제야 집으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주무셨어요, 별 변화는 없으시죠." 무어 박사가 앞 문으로 들어왔을때 간호사는 코트를 입던 중이었다. "진통제 처방은 잘 되어가고 있네요. 시트 갈고 전부 치웠답니다. 나아진 건 별로 없지만 나빠지지도 않았죠."
무어 박사는 부엌의 의자에 내려앉으며 끄덕였다. "고마워요 주아나. 혹시…혹시…" 그녀는 이마를 손에 기대고 적당한 단어를 찾으며 층계참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짓했다.
"당신 어머니요?" 주아나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래요. 엄마. 제가 밖에 있을때 뭐 말씀하신건 없나요?"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전혀요. 그렇지만 의사들이 한 말을 알고 계시잖아요. 그 일이 일어난 후로 도움 없이 숨쉬는 것만으로도 운 좋은 거라고들 했어요."
"그래요. 행운이죠." 무어 박사가 코트를 벗었다. "당연하게도요. 다시 한번 고마워요, 주아나. 조금 더 휴가를 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엔 화요일에 어때요."
무어 박사는 머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간호사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고, 간호사가 무언가 웅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리둥절해 하며, 일어나 앉았다. 주아나는 말하는 척 하던게 뭐든지간에 그걸 웅얼거리는 것을 끝냈고 문으로 향했다. 그녀가 말하고 있었던가? 문이 닫혔고, 익숙한 소리는 무어 박사에게 너무 크게 들려왔다. 반향이 너무 많아. 그녀는 고개를 젓고는 위층의 어머니 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의 대부분은 링거, 심전도계, 병원 침대 그리고 여러 의료 기기들이 무어 박사의 전 서재의 책상과 책장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작고 주름진 형상이 튜브와 전선의 둥지 가운데서 자고 있었다. 베게위의 헝클어진 흰 머리나 옆에 걸린 상처 투성이에 누렇고 주름진 팔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사람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을 수도 있다. 무어 박사가 문가에 섰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안녕, 엄마."
팔이 살짝 움직이며 튜브와 전선의 작은 일부분을 스쳤다.
"그럼 됐어요. 전 복도 반대편에 있을-"
그녀는 병원 침대로부터 들려오는 그르릉거리고 씩씩거리는 소리에 의해 방해받았다. 낮고 목뒤에서 울리는 소리는 힘겨운 호흡을 연상시켰으나, 정상적인 호흡으로 보기에는 너무 느렸다. 무어 박사가 신음했다. 가끔 어머니는 이 소리를 몇시간이고 끝을 볼때까지 내고는 했다. 주로 한밤중에. 의사들은 이게 자발적인 호흡인지도 몰랐다. 고등한 뇌 활동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불확실한것처럼.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었다. 그녀는 방에서 걸어나와 필사적으로 잠이 들도록 노력하기 전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부엌 식탁 위에서 잠든 그녀를 깨웠다. 신문 위에서 잠들었던 것이다. 무어 박사는 비틀거리며 벽시계를 보았다 - 8시 30분. 누가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지? 그녀는 오늘이 핼러윈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지만 아이들은 그녀의 집만큼 멀리 오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이 1/4 마일 쯤 떨어져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가벼우나 무시할 수 없이 계속되는 세번의 두드림. 무어 박사는 문구멍으로 내다보았다. 오직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기전 뭔가를 보려고 노력하며 계속해서 문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쿵. 쿵. 쿵.
문구멍에서 무언가 창백하고 흰 것이 그녀의 시야를 가리자 즉시 무어 박사는 뒤로 물러났다,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심장이 뛰어댔고 그녀는 부엌으로 천천히 물러나며 움직이는 와중에 카운터의 식칼 꽃이를 찾아 더듬었지만 절대로 문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절대로 잘못되어 있었다.
쿵. 쿵. 쿵.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또다시, 그건 부드러웠지만 확연히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무어 박사는 어머니와 주아나 외에 방문객을 받아 본 적이 없었고, 그녀가 여기 살아왔던 8년간 그 누구도 핼러윈에 사탕을 받으러 여기까지 오려곤 하지 않았다.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던 간에 감은 잡을 것이다.
쿵. 쿵. 쿵.
이건 너무 오래가고 있었다. 뭔가 아주 잘못되어 있었다. 무어 박사는 칼꽃이에서 가장 큰 주방용 식칼을 꺼냈다. 그녀는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렸다.
2분이 지났고, 맥박은 관자놀이에 그리고 칼을 쥔 손에서 뛰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또 2분. 아무것도 없었다. 무어 박사는 천천히 다시 앞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대형 해머와도 같은 충격이 온 집안을 흔들었고, 문은 걸이에서 흔들렸다. 복도 밑의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무어 박사는 본인이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했지만, 충격의 소음 너머로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위층에서 어머니의 힘든 호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그녀는 감히 문구멍을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쾅!
이젠 문이 무너지고 있었다. 찬장에서는 접시가 떨어졌고 램프가 넘어졌다. 무어 박사는 공포로 좁아진 시야에 오직 손에 들린 칼만 볼 수 있었다. 전화기. 전화기로 가야만 했다. 그들은 절대 시간 내에 도착 못할것이었다. 전화기가 필요했다.
쾅!
윗층에서 들려오는 그르렁 소리는 이제 멈추지 않고 계속 끌려나오는, 뭐에 걸린듯 덜덜 떨리는 소리로 변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졌다. 무어 박사는 거실의 전화기를 향해 달렸다.
쾅!
문이 활짝 열렸다. 그녀는 그 물체가 복도의 벽장에 부딫히는 소리를 들었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귀를 채웠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전화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응답기에 손이 닿자마자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
"재니츠, 이리와! 빨리, 당장! 안정시켜! 안정시키라고, 제기랄! 모든 직원이 와주길 바란-"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부엌 테이블에서 자던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책 위에서 잠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표지를 보았다. "확보되고 안전한 집: 자물쇠 장인의 안내" 데니스 래더 지음. 그녀는 이걸 읽기 시작한 기억이 없었다.
무어 박사는 비틀거리며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9:48 분. 누가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는 걸까? 그녀는 모호히 오늘이 핼러윈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지만, 아이들은 그녀의 집까지 멀리 오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이 반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판에. 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세번의 느리고 무거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무어 박사는 문의 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다. 작고 마른 여자가 문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흰 머리카락 뭉치로 가려져 있었다. 무어 박사는 눈을 찌푸렸다. 병원 가운을 입고 있는건가?
주저하며 문을 열었다. 늙은 여자가 무어 박사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병원 가운만 입고 있었다.
박사는 멈칫했다. 그럴리가 없었다. "…저기요?"
늙은 여자는 아직도 박사에게 등을 돌린채로 서 있었다. 완벽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럴 수는 없다. 어머니는 윗층에 있었다. 도움없이는 침대에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아래층이랑 바깥을 떠나서. 하지만 얄팍한 흰머리를 잘못 볼리가 없다. 무어 박사는 늙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즉시 여자는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늙은 여자가 땅에 부딫혔을때, 무어 박사는 뼈 몇개가 부러지는 소리와 공허하고 젖은 찢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의 엉덩이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있었고, 불가해할 정도로 망그러진 상태로 누워있었다. 무어 박사는 공포에 질려 뒤로 펄쩍 뛰었다. 얼굴의 핏기는 단숨에 가셨다.
익숙한 뭐에 걸린듯한 그르렁 소리가 윗층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가? 문가에 있는 것은 누구지?
문가의 망그러진 형체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부러진 사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때 숨막힌 으드득 소리와 부러지는 소리가 늙은 모르는 사람의 시체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막 도살된 고기의 냄새가 무어 박사에게 닿았다. 낮선 늙은 여자에게서 피는 보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시체의 머리가 갑자기 위로 치켜올려졌다. 얼굴은 아직 가려져 있었지만, 무어 박사는 그것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씨이이이이이익. 그르르르르릉. 씨이이이이이이익."
어머니의 끈질긴 단말마가 이제는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시체가 보이지 않은 힘으로 끌어올려져 천천히 일어났다. 그것이 무어 박사의 눈높이에 다다랐을때 비틀리고 부러진 다리는 땅에 닿지도 않았다.
"그르르르르르릉."
무어 박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어머니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있었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입뿐이었다.
"그르르르르르릉."
박사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으나, 뒤에서 보지 못했던 손이 나타나 목을 조르자 공기는 그 목주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즉시 무의식이 뒤따랐다.
"비주요 직원들은 부 단지에서 내보냈습니다. 격리 실패의 원인을 찾은 것 같군요, 박사님."
"주여. 맥박 체크해, 조심하라고."
노크소리가 부엌 탁자에서 자던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거대한 서류 더미 위에서 잠들었던 참이었다. 어리둥절하며 첫 장을 집어들었다. 머리가 놓여있던 곳의 잉크가 번져있었다. 첫줄은 읽기가 힘들었다. 두번째 문단은 "적외선 설정을 주의."로 시작했다. 오늘 그 문장을 말한 기억이 났다. 자세히 보았다. 문단 전체가 오늘 아침 기술자 웨이와 했던 대화였다. 그녀의 손글씨로 쓰여있었다. 이 것을 쓴 기억이 없었다.
무어 박사가 벽시계를 보았다 - 11:58 pm. 어떻게 이렇게 오래 잔거지?
노크소리는 다시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거실의 유리 커피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속이 쿵 내려앉았고 한기가 수족을 감싸왔다. 가슴속에서 숨이 멈췄다. 천천히 거실로 다가갔다.
방은 어두웠지만 흰 시트를 뒤집어쓴 아이들은 분별하기가 쉬웠다. 어째서인지 구식 귀신 분장의 아이 세명이 집안에 들어와 있었다. 핼러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공포가 조금 가셨지만 혼돈이 찾아왔다. 핼러윈에 아이들이 그녀의 집까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이 2마일 거리인데. 그리고 왜 집에 들어와 있는거지?
"이제 니들이 생각하는 장난이라면, 꼬맹이들아, 재미없다. 너희들 부모님 전화번호가 지금 필요할것같-"
세명의 작고 분장한 인영들이 재빨리 다가왔다. 그녀는 다리가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이 중 두명이 무어 박사에게로 달려들어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세번째는 그녀의 머리 곁으로 다가왔다. 말라빠지고 비틀린 팔이 분장의 눈구멍에서 뻗어나와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가까이 왔을때 그녀는 분장 시트의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밝은 흰색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 점점이 뿌려진 붉게 물든 자국을 보았다.
그녀를 넘어뜨린 아이들 중 하나가 중간부로 뛰어올라왔다. 앙상하고 주름진 다리가 분장아래서 뻗어나왔으며 그녀의 몸을 감싸고 그러한 다리가 지탱하고 있었을 마른 몸에 속할리가 없는 엄청난 무게로 내리눌렀다. 핏줄기가 그것의 정강이를 타고 흘러내려와 무어 박사의 셔츠를 적셨다.
무어 박사는 자유로운 손으로 턱을 잡고 있는 손아귀를 떼어내려고 버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손은 그녀에게 딱 붙어 엄청난 힘을 내었다.
마지막 분장한 인영이 천천히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몸을 구부려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는 듯 했으나 그 검은 눈구멍 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다른 말라빠진 팔이 펜치를 들고 시트 밑에서 뻗어나왔다. 주름진 손가락이 펜치를 천천히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무어 박사의 얼굴로 가져갔다. 손이 가까지 다가올수록 시트 밑의 누군가에게서는 씩씩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씨이이이이이이이익. 그르르르르르르르릉."
분장한 아이가 무어 박사의 입에 펜치를 억지로 쑤셔 넣었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릉. 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앞니 여러개가 아랫턱에서 거칠게 뽑혀나갈때 무어 박사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피가 빠르가 입안을 채웠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위턱의 이빨 몇개가 더 뽑혀나가는 것을 느꼈다. 고통과 쇠맛 밖에 나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이 저항했고, 기절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를 이 상태로 방치해야 한다고 하신겁니까?"
"히스치 박사. 알란. 프로토콜은 알잖아. 그녀도 알고 있었어. 쓰는 걸 도왔다고."
"지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기나 하십니까? 저 안에서?"
"지난 숙주는 18개월 동안 480을 무사히 격리해주었지. 너희 모든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잖아, 알란."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기지 관리자의 명령이다. 자네의 안락사 요청은 거부되었네. 히스치 박사. 그리고 그게 끝이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부엌 식탁 위에서 잠든 그녀를 깨웠다. 마닐라 우편 봉투 위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두드리는 소리는 상상이었나? 그녀는 얼굴 밑의 봉투를 보았다. "엘렌에게" 라고 앞에 활자체로 적혀있었다. 이걸 집에 가져온 기억이 없었다.
봉투를 열었다. 식탁 위로 내용물을 흔들어 쏟아내자 사진 무더기가 쏟아져 나와 식탁과 바닥에 흩어졌다.
무어 박사는 비틀거리며 벽시계를 보았다 - 오전 1:05분. 핼러윈을 잠으로 넘겼다는 미약한 생각이 들었다. 문에서 누군가를 환영하지 못한데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으나 바로 사탕 얻으러 오는 애들이 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래도 그녀의 집까지 멀리 와서 그냥 돌아가야 했을 아이들을 동정했다.
그녀는 식탁에서 사진 한장을 집어들었다. 즉시 자기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 사진에서 뭘 입고 있는거지? 왜 이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질 않는거지? 그리고 왜 저런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는거지?
무어 박사는 다른 사진을 집어들었다. 자신을 찍은 다른 사진이었다. 그녀는 병원 침대에 누워 수많은 기계로 보이는 것에 연결되어 있었다. 실험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양쪽에 있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지? 왜 이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지?
그녀가 다른 사진을 향해 손을 뻗었을때 사진 무더기가 테이블 반대편의 아래에서 뭔가가 빠르게 세번 두드리자 같이 튀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