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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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나무로 만든 커다란 문이 열린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호화스러운 장식들로 가득 찬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척 보기에도 매우 수준 높고 교양 있는 신사들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오만함과 서로를 향한 경멸이 서려있다. 그리고 흥분도.

커다란 문이 다시 한 번 열린다. 이번엔 어린 아이들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있다. 떠들고 있던 신사들은 일순간 조용해진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얼굴에는 오직 흥분만이 서려있다.

문이 닫힌다.


이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다.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차려입은 상류층의 사람들 뿐이다. 레스토랑 안은 다양한 종류의 소음으로 인해 다소 소란스럽다. 차분하고 교양있는 클래식 음악이 이 소음들을 조금은 가려준다.

나비 넥타이를 멘 웨이터가 뚜껑이 덮힌 큼직한 은쟁반을 들고 턱수염이 덥수룩한 노신사와 그의 부인이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서 멈춰선다. 웨이터가 은쟁반에 덮혀있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혀를 빼고 죽어있는 조그만 새끼 돼지가 있다. 웨이터가 테이블 위에 있는 보석으로 치장된 접시 위에 새끼 돼지를 미끄러뜨려 올려놓자 새끼 돼지가 눈 깜빡할 사이에 몸을 웅크린 아기로 변해있다. 부인은 입을 다물지 못 하고 노신사는 짐짓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웨이터가 나이프로 아기의 배를 가른다.
먹음직스러운 냄새와 향긋한 허브향이 올라온다.

안에는 소고기가 가득 차있다.


경매장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 단상 위에 서있는 말쑥한 남자가 더 높은 금액을 부를 분이 계시냐고 소리친 후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그때 한 뚱뚱한 신사가 사회자가 말했던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소리친다. 파격적인 액수에 경매장 전체가 술렁인다. 사회자가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며 다시 더 높은 금액을 부를 분이 계시냐고 소리친다. 경매장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 하고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뚱뚱한 신사는 자못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콧수염을 만지작거린다.

몇분 후 한 여성이 단상으로 강제로 끌려온다. 손은 구속되어 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다. 부분부분 보이는 맨 살 부분에는 학대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녀의 충혈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상류층들만의 사교파티가 한창이다. 모두가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려 하고있다. 무도회장 가장자리에서는 수많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다과를 즐기며 담화를 나누고 있다.

한 여자 하인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시중을 들고있다. 하인의 다소 불안정한 걸음걸이에 주목하여 그녀를 자세히 본 사람들은 그녀의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몇몇 모습들에 숨을 죽였다.

귀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녀의 귀의 구멍에서 자라나 늘어뜨려진 근육조직이었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의 발이었다. 힐을 신고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발은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발 뒷꿈치가 마치 힐의 뒷굽처럼 변형된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있던 것이다.
그녀는 발의 끔찍한 고통을 억누르며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있다.

그녀는 이 두려웠다.


이 어두운 방 안에는 빛 한 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묶여있다. 그들의 손목에는 시계가 채워져 있다.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구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가 살을 찢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웃음 소리가 들린다.

시계는 다시 반대로 돌아간다.
그들은 다시 거칠게 숨을 쉬고, 울고, 게워내고, 비명지른다.

시계가 다시 반대로 돌아간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찢어지는 육신의 고통보다, 그 웃음소리가 그들을 미치게 했다.

이제 그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시계는 계속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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