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마을의 끝자락을 산책해♪
♪길을 건너서♪

오그덴은 기동특무부대 알파-1 본부의 침대에 누웠다. 최근에 오그덴은 꿈 속에서 자신이 옛날에 살았던 동네에 있었다. 오그덴은 예전에 자신의 집이 있었던 인도를 통해, 자신이 젊었을 때 자주 드나들었던 피자 전문점을 지나 자신과 친구들이 야구를 하며 놀았던 백로트를 향했다. 길모퉁이를 돈 오그덴은 10피트 거리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낯선 그 사람은 트렌치 코트, 페도라를 입고 있었으며 너무나도 친숙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오그덴이 가만히 서 있는 동안 남자가 자신에게로 세 발자국을 다가왔지만, 꿈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에 따라 둘 사이의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다.

"O5들은 전부 죽었네. 관리자는 미동도 하지 않을 거야. 이제 어디로 갈 예정인가?" 꿈 속의 남자가 물었다.

"음," 오그덴이 정보를 받아들이며 말을 잠시 멈췄다.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자살'이었지만 말이야, 사실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보고싶구만. 아직 계획대로 할 생각인가?"

"그래."

"씨발. 추측하건대 그 여자랑 이미 말을 나눴군. 틀림없이 잘 풀리지 않았겠지."

"그 여자는 아마도 우리를 멈추려 애를 쓸 거야. 또 한편으로는 만물도 우리를 멈추려 들겠지. 정말, 내 예상대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나는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책이 있어. 반면 그 여자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모양이야."

오그덴은 숨죽여 웃었다. "다른 놈들은 불렀나?"

"늙은 손이 다시 집결될 거야. 아직은 다들 흩어져 있으니 도움을 기대하진 말라고. 너는 만약 너희가 해내지 못한다면 절대 돌아오지 마."

군인이 끄덕였다. "우리의 자그마한 은퇴 패키지가 잘 되길 바라지. 네 오래된 코트에 그 일이 생긴 이후로, 떠나는 동안 내 옷을 의심하긴 싫은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 단언컨대 네 옷은 내 것보다 훨씬 많이 개량된 거니까. 곧 다시 보길 바라지." 그리고 그는 모자의 끝을 잡아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오그덴은 병영들의 많은 침대 속 자신의 것에서 일어났다. 만프레디, 존슨, 그리고 바인스는 역시 잠들어 있었다. 다른 이들은 O5와의 연락이 끊긴 이후로, 아마 복합 건물의 어딘가에 목적을 잃은 채로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알파-1같은 짐승이 O5라는 머리가 잘리고 혼돈 속에서 허우적거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머리는 아주 신속하게 잘렸기 때문에 머리를 잃은 알파-1은 단지 쓰러질 뿐이었다.

오그덴은 자신의 팔을 침대 밑으로 뻗어 몇 년간 먼지를 모으던 상자 하나를 찾아냈다. 상자 속에는 단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검은 전투복이 있었다. 그가 사직한 이후에 첫째 관리자가 주었던 은밀한 선물이었다. 오그덴이 그 옷을 입는 순간 그는 알파-1, 재단, 인류 전체의 배신자가 된다. 하지만 후회할 시간은 없었다. 오그덴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입었다.

♪구름다리가 흐릿하게 보이는 곳에서♪
♪죽음의 새처럼♪
♪날아다니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네♪

군인은 자신의 동료들을 깨우지 않고 힘찬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누군가 오그덴을 본다면 새로운 복장을 입은 특공대원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복합건물의 텅 빈 복도에서 그를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그덴은 그가 해야 할 것을 확실히 인지한 채로 경비실을 향했다. 오그덴이 건물을 몰래 지나갈 때 바닥에 깔린 두려움의 기류가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렀지만, 그러한 감정들은 훈련받은 호흡 몇 번으로 떨쳐낼 수 있었다.

아퀘트는 경비실에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는 가만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퀘트는 하나의 모니터에서 다른 하나의 모니터로 눈을 빠르게 움직였으며, 카메라의 시야 범위를 지나간 어떠한 움직임의 신호도 전부 추적하고 있었다. 이따금 아퀘트는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뉴스 스크린으로 시야를 돌려 종말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퀘트는 모든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이는 감시를 해야 한다는 의식과 충돌을 일으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의 완전한 집중이 깨어졌다.

아퀘트는 그 사람이 누군지 보기도 전에 무엇인가 자신을 둘러싸는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레, 그는 빠르게 들어 올려졌다. 아퀘트의 머리가 콘크리트 천장에 부딪혔으며, 그로 인한 뇌진탕이 두뇌를 어지럽혔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아퀘트는 문 앞에 서 있는, 우측 소매로부터 촉수가 나오고 있는 오그덴을 내려다봤다.

"미안해 친구. 해야 할 일이 있어."

♪경계의 총격 속에 비밀이 잠든 곳에서♪
♪윙윙거리는 와이어 속에서♪
♪이봐, 네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잖아♪

아퀘트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의 기관이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촉수는 먹이를 조이는 비단뱀처럼 더욱 더 단단히 조여왔다. 아퀘트는 자신의 허파에서 바람이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늑골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뇌로 혈액이 몰리는 것을 느낀다. 아퀘트의 신경으로 고통이 넘쳐흐르다, 온몸이 마비되었다. 그리고는 뚝 부러지는 큰 소리가 났다.

오그덴은 천천히 아퀘트의 몸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신의 전우가 기절했는지, 혹은 죽었는지 확인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빈 의자에 앉아 패널에 타자를 치기 시작할 뿐이었다. 오그덴은 자신의 이어폰을 딸깍 눌러 주파수를 변경했다.

"엘리. 베일리. 클리프. 주디스. 여기는 오그덴이다. 철수한다." 다른 넷은 아무런 질문 없이 모든 일을 그만두고 명령을 따랐다.

오그덴은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려 다른 네 명을 바라봤다. 베일리와 클리프는 항공기 격납고를 향하며 자신들의 복장을 갖추었다. 한편 주디스는 무기고에서 여러 무기를 자신의 상의에 채워 넣었다. 자켓의 여분 차원은 무기고 전체를 비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는 재빠르게 통신실에서 다른 요원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프로토콜 가니메데는 그들이 다른 기지들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나 그들은 분명 귀머거리가 아니었으며, 다른 의사소통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엘리는 그 자들이 기회를 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의 소매에서 몇 개의 팔이 뻗어나와 설비를 박살내고 찢어버렸다.

♪광장을 지나서, 다리를 지나서,♪
♪공장을 지나서, 굴뚝을 지나서♪

베일리와 클리프는 싸움을 하며 격납고를 향했다. 베일리가 통제실로 올라간 한편 클리프는 자신들의 제트기를 확보하기 위해 재빠르게 활주로를 가로질렀다. 촉수 팔들은 저항하는 사병을 제압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나머지 사병들이 후퇴했다.

종말의 시작이 사병들의 마음 속에 헛됨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뿌렸다. 가니메데 프로토콜 활성화는 그 생각을 기르는 역할을 했으며, 그들을 적대하게 된 전 동료들의 행동은 마침내 완전한 무관심을 싹트게 했다. 클리프와 베일리는 자신들을 지나치는 그들의 얼굴에서 그 무관심을 볼 수 있었다.

"베일리야. 활주로를 확보했고, 제트기에 연료를 공급했어."

"확인했다," 오그덴이 대답했다. "주디스와 엘리가 지금 그쪽으로 향하는 중이다."

오그덴의 옷에서 약간의 촉수 팔들이 더 튀어나와 패널의 버튼과 스위치에 도달했다. 팔들은 놀라운 속도로 타자를 치고 버튼을 눌러댔다. 구내의 모든 문이 경보 없이 닫히기 시작했다. 화장실, 병영, 식당 등 그의 동료들에 의해 점거된 모든 공간이 폐쇄되었다. 카메라의 몇 모니터들이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교체되었다.

"좋아. 시설의 나머지 구역도 폐쇄해보자고." 영구적인 폐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의 보안 규정은 외부의 힘이 방해하지 않는 한 30분만에 폐쇄를 해제할 수 있었다.

활주로에서 격납고의 문이 미끄러지며 열렸다. 클리프는 이미 활주로 위로 제트기를 운전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병들은 근처에 서서 이를 지켜봤다.

오그덴은 일을 마치기 직전이었으나, 문이 열리는 소리와 권총의 장전음이 들려왔다.

"콘솔에서 손 떼, 오그덴."

촉수 손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오그덴의 상의 속으로 들어갔다. 오그덴은 자신의 적을 보기 위해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의 동료인 카일린이 오그덴의 관자놀이에 9mm 총을 겨누고 있었다. 카일린은 자신의 격렬한 분노를 참느라 물을 가두는 수문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일린, 쏠 테면 쏠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으르렁댔다. "이유를 알고 싶기 때문이지."

오그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 내 동료랑 내가 가야 할 곳이 있거든." 그는 9mm 총을 긴 시간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넌 나를 방해하는군."

"그 기괴한 상의는?"

"상관이 선물로 줬어."

몇 초간 둘은 완전히 행동을 멈췄다. 두 명이 피, 땀, 눈물로 우정이나 전우애를 몇 년간 얼마나 공유하고 쌓아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둘은 이제 서부의 두 총잡이처럼 상대가 움직이길 기다리며 서로를 바라봤다.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분위기는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오그덴," 베일리의 목소리가 그의 이어폰을 통해 치직거리며 들려왔다. "썅, 대체 어딨는 거야? 모두 이미 제트기에 타고 있다고."

오그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카일린과 서로 바라보고 있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곧 이 정적은 깨질 것이다.

"오그덴, 들려?"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카일린의 집게손가락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오그덴은 재빠르게 도약하여 이어지는 사격을 우측으로 회피했다. 그는 동시에 상의를 열었다. 그 속에서 장갑된 손들이 질풍처럼 빠져나와 그의 전 동료에 도달했다. 카일린은 한 번 더 발포하려 했지만, 팔들이 그녀의 양손을 잡아 벽에 고정시켰다. 길쭉한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생긴 곤충의 팔이 그녀의 손목을 찔러 총을 놓게 만들었다.

몇 팔들은 카일린으로부터 멀어져 패널로 돌아갔다. 오그덴은 그 팔들을 이용하여 폐쇄 절차를 마쳤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자, 구내 전체가 암전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어폰을 툭툭 쳤다. "좋아, 이제 간다."

오그덴이 벽에 고정된 그녀의 친구를 바라봤다. "정말로 미안."

팔 하나가 정확히 카일린의 얼굴을 쳐 그녀를 죽였다. 팔들은 카일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오그덴의 상의 속으로 돌아갔다. 오그덴은 감시실을 떠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제트기는 알파-1 본부에서 멀어졌다. 클리프는 조종석에 있었으며, 다른 네 명은 이륙 이후에 본인들의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에 몰려들었다. 넷은 텔레비전으로는 오직 그 파편만을 담을 수 있는 혼돈을 창 밖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땅 밑에서 분출한 용암으로 인해 황폐화된 작은 마을 상공을 날았다. 만약에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아래쪽에 가까이 날았다면 하늘로 뿜어져 나오는, 녹아내린 암석의 분수가 제트기에 손상을 입혔을 것이다.

"자비로운 죽음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겪는 고통에 비해서는요." 암울한 목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려왔다.

♪심해지는 폭풍에서 키가 크고 멋진 남자가 걸어나오네♪
♪먼지투성이의 검은 코트와 붉은 오른손과 함께♪

넷이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첫째 관리자가 직접 서 있었다.

"저에게 오기까지 상당한 수고를 들인 것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래도 감사-"

"알겠습니다." 엘리가 말을 끊었다. "우리가 이제 도착했는데, 계획이 뭡니까?"

관리관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우리는 북동쪽으로 빠르게 날아갑니다. 우리의 자원을 강화해야 해요. 해야 할 것이 아주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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