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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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지웠다는 게 무슨 말이야?"

"즈— 증거들을 전부 지우라고 지시받았어."

"바보같은 짓이란 거 알잖아!" 자레드가 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이거, 우리가 고칠 수 있을 수도 있잖아! 여기서 때려치울 수는 없다고."

에밀리는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그게.. 그게 4가 내게 말했던 거야. 방금 그 사람과 연락했다고."

"그래, 그래서 지금 명령을 따르겠다는 거지. 에밀리 영이 윗사람 말을 들은 게 언제적 일이었더라?" 자레드가 대답했다. 그는 에밀리가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볼 때까지 그녀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자레드가 심각한 상태임은 에밀리도 알 수 있었는데, 그가 평소처럼 문틀에 몸을 기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을 없애야 해. 그게 우리가 받은 명령이야."

에밀리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자레드도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연구실 사람들의 절반은 환호성을 지르고, 나머지 절반은 패닉에 빠져 있었으며, 모두의 휴대폰이 울려대고 있었다. 3448 모니터 속의 토니는 우쭐한 것처럼 보였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난— 아냐. 난 못해. 지울 거면 직접 지워. 내가 지워 주기를 원한다면, 그걸 직접 하라고. 난 떠나겠어," 자레드가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잠깐만! 그냥… 가지 말아줘, 자레드. 도움이 필요해."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내 도움은 아니야."

자레드는 그의 책상으로 가서, 컴퓨터를 집어들고, 자기 서류 몇 장을 챙기고는, 떠나 버렸다.


자레드 헬버그는 대략 백 년 동안 제2718기지를 보지 못했다. 백 년도 넘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었다. 1년도, 5년도, 10년도, 모든 나날이 그에게는 기나긴 시간처럼 느껴졌기에, 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항상 재단을 위해, 하지만 항상 다른 곳에서 일했다. 30년 동아뉴알레스카에서, 다시 몇십년 동안 베트남에서, 20년 동안 오리건에서. 지금은 캘거리에 있는, 8년 동안 일한 근무지를 막 떠난 참이었다.

사실 곧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기도 했다. 그의 딸은 곧 뉴스에 나온 그 사이버네틱 강화물을 이식받을 예정이었다. 제64기지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거기서 나온 로봇 공학은 무조건 의심하고 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원래는 한 몇 주 뒤에나 벌어질 일이었다. 지금 자레드는 순수한 호의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백 년 전 그녀를 버렸지만, 두 번이나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크게 심호흡하고는, 문을 열었다.

"저기요?" 자레드가 말을 꺼냈다.

헤드폰을 낀 여성이 탁자 뒤에서 튀어나왔다. "당신이 자레드인가요?"

"그러면 당신이 저를 부른 사람인가요? 이름을 듣질 못해서요," 자레드는 어질러진 책상과 종잇장의 바다를 건너 그녀에게 다가갔다.

"예, 죄송해요. 그게— 이상한 일이 많아서요. 저는 조이스 마이클스에요."

"아, 토니의 여동생이시군요."

조이스가 끄덕였다.

"예, 으흠. 무슨 일인지 조금은 알겠습니다. 에밀리는 어디 있죠?"

조이스가 그녀 뒤를 가리켰다. "뒤쪽에 모니터실이요. 오늘 아침부터 토니랑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하고."

"흔한 일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든요."

자레드는 모니터실로 향했다. 그 옆의 전등이, 그가 떠났을 때와 똑같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노크하고는 바로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에밀리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 백 년 전의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꺼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조이스, 필요한 게—"

에밀리는 자레드를 알아보고는 멈칫했다.

"어이 대장," 그가 말했다. "여전히 죽은 놈이랑 지랄하는 거야??"

"자레드?"

"보고 싶었어?"

에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씹새가! 니가 왜 여기 기어들어온 거야?"

"네 친구가 자기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거든," 자레드가 벽에 기댄 체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죽여달라면서 기어다니고 있는 거 아니었어?"

"첫 번째, 살기 싫어하면서 동시에 뭔가 할 수도 있는 거야. 그게 멀티태스킹이라고. 두 번째, 그건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너도 알잖아, 우리 막혔어. 너도 막히지 않을 거란 소리는 안 했고." 조리스가 옆 방에서 말했다.

자레드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토니는 어때? 생기가 넘쳐?"

"맙소사, 백 년이 지났는데 넌 변한 게 하나도 없네." 에밀리가 말했다. 그녀는 3448의 컴퓨터 모니터 쪽으로 다시 돌아앉았다.

"너도 마찬가지야."

자레드는 가볍게 웃었다.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앉아 다시 토니에게 할 말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겁쟁이네," 그녀가 말했다.

"아직 그 일 때문이야?"

자레드가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너는 나를, 그리고 토니를 버렸어."

"누가 옳았는지 따지려면 며칠을 쏟아도 모자랄걸. 떠난 걸 후회하지는 않아.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것도 아니고."

에밀리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에밀리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러면 왜 여기 온 건데?" 그녀가 물었다.

자레드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마침내 할 말을 정하고는 에밀리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너를 여기서 끌어내야 했으니까. 먼저 토니를 여기서 내보내고, 그 다음엔 너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해야지," 그가 말했다.

에밀리는 잠시 자레드를 똑바로 훑어보았다. 얼굴이 달라졌지만, 똑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몸은 더 크고, 넒어졌지만, 똑같은 자세로 쭈그리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지만, 백 년 전처럼 알 수 없는 신뢰가 느껴졌다.

"날 그리워했다는 사실이 밉지, 안 그래? 벌써 옛날 생각이 나네," 그가 말했다.

"닥쳐."

"옙, 예전처럼요."


자레드는 에밀리와 조이스가 지난 몇 주 간 긁어모은 것들을 한나절 동안 모두 파악했다. 새로운 정보는 충분치 못했고,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자레드는 책상 위에 빈 공간을 내더니 컴퓨터를 꺼내 옛 파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뭘 찾고 있는 거야?" 에밀리가 물었다. 그녀는 자레드의 어깨 너머로 훔쳐보고 있었다.

"그게… 좋아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고, 우리가 토니를 그 여자애처럼 죽일 수 있다면, 그가 진짜 죽을 확률이 95%야, 그렇지? 똑같이, 네가 그 상태에서 죽을 수 있다면, 진짜 죽게 되는 거야."

"맞아."

"64기지에서 우연히 알게 된 게 생각났는데— 아! 여기 있네," 자레드가 파일을 열면서 말했다.

에밀리가 자레드를 옆으로 밀어냈다, "이게 뭐야?"

"SCP-3560. 로봇들의 연옥이야."

"자세히 말해 봐," 에밀리가 말했다.

"읽어본 적 없어?" 자레드가 눈을 굴리면서 말했다.

"조금은."

"여기선 하나도 안 보여," 조이스가 자레드 옆에서 말했다.

"좋아," 자레드가 조이스를 향해 돌아앉았다. "자, 요즘 인기라는 엔더슨 로보틱스 의체 알아? 이게, 엔더슨 로보틱스 제품들은 좀… 이상하게 작동하거든. 놀랍게도 말야, 이 의체는 영생하는 사람의 몸이 되기에 충분한 수준이야. 그쪽에선 결국 영혼을 기계와 융합시켜서, 이미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어. 최소한, 그렇게 해 왔지. 비슷한 짓을 했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이 외골격이 정확히 같은 원리인지는 모르겠네."

에밀리가 마침내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 잠깐. 영혼?"

"영혼, 의식, 생각을 의미하는 전기신호. 내가 보기에는 이것들은 전부 똑같은 거야. 오메가-K가 계속 살려놓는 우리의 일부분이지."

"아직 그게 토니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에밀리가 대답했다. "이미 반 죽었잖아. 슈트에 영혼을 집어넣을 수도 없다고."

"아직 남았어. 그래도… 네가 틀렸으면 좋겠네. 보면… AR 로봇이 죽으면, 3560으로 가게 돼. 내 생각인데 재단이 부테오 시리즈를 민간에 허용한 이유는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인 것 같아. 그러면 민간인들이 그곳으로 가지 않으니까."

"잠깐. 잠깐 잠깐," 에밀리가 계속 자레드를 컴퓨터 앞에서 밀어내며 말했다. "지금 토니를 데려와서, 로봇 슈트에 집어넣고, 죽여서, 그애의 로봇 영혼을 오리건 어딘가의 숲에서 찾아보자는 거야?"

자레드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살면서 들어본 것중 가장 바보같은 소리인 것처럼 굴지 말라고. 너는 라이터를 반 죽이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잖아."

"토니의 몸을 엔더슨 로보틱스에 넘기진 않을 거야. 몸을 기계에서 꺼내면 의식과의 연결이 끊어질지 말지도 모르잖아."

자레드가 일어섰다. "시도도 안 해보는 거야? 아니잖아.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을 알아. 몸을 집어넣을 수 있어."

"만약 슈트를 얻어서, 여기로 가져와서, 개념적 공간으로 보내면 어떻게 되는데?" 에밀리가 물었다.

"이 기계가 얼마나 보낼 수 있는지는 몰라," 자레드가 대답했다, "기본적인 개념은 가능한 거로 아는데, 라이터랑 총은 간단한 거잖아. 이 외골격이 어떻게 설명대로 작동하는 거지?"

"나도 몰라.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에밀리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몇 주 동안 계속 난리였어!"

"나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얘들아?"

에밀리와 자레드가 조이스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작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뭔가 멍청한 소리를 하려 할 때 짓는 그런 웃음이었다.

"자, 이 슈트가 보통 영혼이 완전히 들어가서 작동하는 거지, 그렇지? 그러면… 슈트에 영혼의 반을 넣고, 나머지 절반에 토니가 들어가면 어떨까? 그러면, 토니가 들어갈 영혼의 빈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에밀리가 자레드를, 다시 조이스를 쳐다봤다, "영혼의 반? 영혼의 빈 공간?"

"… 그래서?" 조이스가 으쓱했다.

에밀리가 끄덕였다, "말이 되는 것 같네. 그러니까, 아니긴 한데, 당연한 말이기도 하고."

자레드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 괜찮긴 하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중 하나에 영혼을 반 넣는다는 거야?"

"우리가 토니에게 물건을 보냈을 때와 같은 짓을 할 거야. 슈트에 영혼 하나를 집어넣고, 반 죽이는 거야," 에밀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슈트에 있는 두 영혼을 모두 죽여서, 기계 밖으로 꺼내는 거지," 조이스가 말했다.

"잠깐, 슈트에 넣을 영혼은 어디서 구해?"

에밀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봐봐, 개념 공간에서 뭔가를 본다면, 90% 정도 확실해지는 거야. 저쪽에서 완벽하게 돌아가거나, 아니면 전혀 돌아가지 않겠지."

"그래서, 누가 들어가지?"

에밀리와 자레드는 침묵에 빠졌다. 결국 이 순간이 올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것을 시도해 보려면, 누군가는 피실험자가 되어야 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믿거나, 토니와 한데 묶여야 했다… 아마 영원히.

"내가 할게," 조이스가 말했다.

"정말이야?" 자레드가 물었다.

"정말이야. 어쨌든 내 오빠니까."

자레드는 에밀리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에밀리는 조이스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에밀리, 괜찮아?"

"나— 난 말야. 그게 아니라… 모르겠어.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혼자?"

"그게… 네가 이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결과를 각오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널 막지는 않을게. 원한다면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가야겠지. 나는 그냥, 음, 나라서 그래. 내가 이기적이라서."

에밀리는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조이스는 에밀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에밀리."

"왜."

"꼭 돌아올게. 약속해."

에밀리는 고개를 들었다. 둘은 자레드가 컴퓨터에서 눈을 돌리기 전까지 몇 초 간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좋아, 조이스. 1주일 뒤에 새 기계 몸이 올 거야. 내가, 음, 뒤를 봐준 사람들이 있어서 시술 비용은 그렇게 안 들 거야."

"고마워 자레드. 정말 기대되네."


따르릉. 따르릉.

달칵.

"안녕하십니까? 스카일라 크리덴셜 포트폴리오Skylar Credential Portfolios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블랙 문 LLC의 주식을 공매하고 싶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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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커틀란, O5-4의 개인 비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제34기지 회계 담당인 에리카 던더스입니다. O5-4와 연락할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른 감독관들과의 일일 회의가 3시간 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서요. 혹시 이… 이 회선의 보안이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을까요?"

"여기는 감독관 사령부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제 보안 인가가 아마 당신보다 높을 겁니다. 저는 감독관의 일일 일정을 알고 있으니까요."

"예, 예. 음, 4에게 보고해야 할 게 있는데, 백 년 전에 진행되었던 개인 프로젝트가 재활성화된 것 같습니다. 제2718기지가 비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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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 뒤에 이야기하겠다고 하십니다. 사무실의 개인 회선으로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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