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도
평가: +4+x

30분 뒤면, 그녀는 죽거나, 아니면 에우르텍 최악의 범죄자로 명성을 얻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 되든, 그녀는 이제 한바탕 난장을 벌릴 참이다.

목표물은 땅딸막하고 보잘것 없는 1층짜리 콘크리트 덩어리, 선홍빛 구역의 생동감 넘치는 아르데코 양식 건축에 유일한 오점, 에우르텍 은행 본점. 그 안에는 최소 1000만 불 상당의 현금, 채권, 주식, 보석, 향신료, 주문서, 테크가 쌓여 있다. 그리고 앞으로 30분 뒤면, 그 모든 것이 그녀의 것이 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영혼이 보안체계의 일부가 되거나.

남은 시간: 29분.

그녀는 은행에 인접한 골목길 안에서, 노란색 2008년형 베스파 S에 앉아 있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전조등 위에 작고 평평한 탁자를 붙이는 개조를 해 놓았다. 그녀는 그 탁자 위에서 깍둑썰고 짓이기고 뒤섞은 물건을 주사기에 채워 넣는다.

또한 그 탁자 위에는 회색 IMI 데저트이글 한 정이 올려져 있다. 크고, 시끄럽고, 멋지고, 강력하며, 엄청나게 거추장스러운 총이다. 그녀는 살면서 사격장이라고는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자기 머리통에 구멍을 내는 것 외에 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없을 수밖에.

물건은 준비되었다. 그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아직 은행을 자세히 살피지도, 은행의 보안체계를 검사해 보지도 않았고, 건물 청사진 한 장 본 적 없었다. 아니, 아직 은행 안에 발 한 번 디뎌본 적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모두 내부자에게 들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물건은 준비되었으니까.

남은 시간: 28분.

그녀는 등에 멘 손가방에서 이소프로필 알코올 한 병, 면봉 하나, 고무관을 꺼낸다. 그리고 면봉을 병에 담갔다가, 왼쪽 팔꿈치 안쪽을 면봉으로 문지르고, 고무관으로 왼팔을 동여맨다. 두 팔 중 한 팔로만 하기에는 좀 귀찮은 작업이다. 여러 번 시도를 한 끝에야 제대로 팽팽히 묶는 데 성공한다.

남은 시간: 23분.

팔꿈치 주위로 고무관이 제대로 팽팽히 묶였음에 만족한 그녀는 오른손에 주사기를 들고 톡톡 두드려 본다. 주사기는 대답으로 쨍 하는 소리를 지른다. 주사기 안의 걸쭉하고 어두운 곤죽이 자그맣고 새빨간 팔 여섯 개 달린 고릴라가 되어 유리를 두드린다. 그녀는 주사기를 빠르게 흔들어 고릴라를 다시 주홍색 진흙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그녀는 숙련된 솜씨로 주삿바늘을 자기 팔 정맥에 찔러넣고, 순수한 귀기 100 cc를 스스로에게 주사해 넣는다.

남은 시간: 22분.

그녀의 심박은 빨라지지 않는다. 죽어라 달릴 뿐. 시야가 잠깐 흐렸다가 다시 선명해진다. 머릿속에서도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그저 자기 왼팔이 화소화된 것에 만족한다. 원래 부드럽고 연속적인 피부가 있던, 어깨 아래 왼팔 전체가 16비트 비디오 게임의 스프라이트처럼 변했다. 떨어지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흔들어 보고, 그리고 은행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은행과 그 주변의 모두가 이제 색색의 실로 보인다. 콘크리트, 석재, 금속의 둔탁한 회색, 목재의 깊은 황갈색, 인간들의 활기찬 주홍색, 기계들의 얼음 같은 석회색, 귀신들의 서릿발 같은 청색. 그 모든 것이 느릿느릿 움직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당밀의 홍수에 잠긴 것처럼. 이것이 바로 귀기인지력의 힘이다.

헬멧을 쓰고, 가죽옷을 걸치고, 손에는 캐넌을 든 채, 그녀는 정문까지 50 미터를 1초 이하에 주파한다. 정문은 젖빛유리문인데, 그녀가 왼어깨로 들이받자 산산조각이 난다. 그녀는 탄도를 따라 그대로 보안 안드로이드를 덮치고, 목구멍에 주먹질을 날린다. 안드로이드가 쓰러지자 오른팔을 그 찢어진 목 주위로 둘러감고 왼손에 총을 넘겨준다. 그리고 머리통에 갖다대고. 발사한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남은 시간: 21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살아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천장 일부가 쪼개지고 에우르텍 시민들이 바닥에 엎드리는 동안, 그녀는 안드로이드를 질질 끌고 대리석 바닥을 건너 출납계원, 메인프레임 인공지능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이 금고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1분에 한 명씩 죽는다고 경고한다. 인공지능은 망설인다. 그녀는 유리창에 기대며 총구를 안드로이드에게서 군중에게로 돌린다.

남은 시간: 20분.

안드로이드가 재작동하면서, 그녀의 배를 팔꿈치로 후리려 시도한다. 그녀는 그 팔꿈치를 파멸의 왼손으로 잡고, 등 뒤로 꺾어 뜯어 버린다. 안드로이드에게 자신의 좌반신 전체가 디지털 정보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을 정도의 시간은 주어진다. 안드로이드는 마치 절반으로 잘린 것 같은 모습을 온 세상에 드러내 보이며 앞으로 쓰러진다. 그녀는 얼어붙은 출납계원에게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어보인다. 다만 헬멧 때문에 그 웃음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그녀가 군중 속의 작은 아이를 총으로 겨누고 있음은 분명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시간: 19분.

은행 금고문은 두께 1 미터의 판 덩어리다. 그 조성은 우놉타니움™ 50%, 백금 30%, 이리듐 10%, 그리고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라는 지금은 없어진 회사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금속 9%. 이건 부술 수 없다.

금고문이 열리고, 그녀는 출납계원에게 헬멧을 기울여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와 금고 사이에는 여전히 시공간이 접혀 있는 80 미터의 복도가 남아 있다. 그 80미터는 기아스, 보안 포탑, 벽을 녹이고 나올 수 있는 금속제 골렘, 그리고 과거 에우르텍 은행을 털려고 시도했던 모두의 영혼들로 이루어진 부유하는 강령복합체1 등이 지키고 있다.

그 영혼들은 귀기회로 밖으로 빠져나가려 시도하지 않는다. 그녀는 슈퍼맨 스타일로 질주해 들어간다. 화소화된 팔이 선두에 선다. 곧 그녀는 부자가 되거나, 죽을 것이다.

남은 시간: 18분.

먼저 기아스들이 온다. 사전에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자는 무조건 숨을 멎게 만든다. 파멸의 왼팔은 그것들을 손쉽게 분쇄한다. 통념과 달리 악마는 계약을 깨뜨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남은 시간: 17분.

다음은 포탑이다. 벽과 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의 궤적을 따라 복도에 탄환의 우박이 쏟아진다. 녹색 실타래로 복도가 난장판이 된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파멸의 왼팔로 쓸어버리고, 실타래들은 끊어져 컴퓨터 칩들, 귀금속 블록들, 빠르게 사라지는 하급 귀기들로 분해된다.

남은 시간: 16분.

저 앞에서 벽 자체가 녹아내려 바닥에 스며 나온다. 그리고 거대하고 육중한 골렘으로 변화한다. 그녀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금속의 맹금들이 괴성을 지른다. 데저트 이글은 사실 바로 이 때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풍수적으로 축복된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삼각형 총신이 장착된 세상에 유일한 권총이니까. 물론 풍수는 조준을 도와주지는 못한다. 그녀는 손가방 주머니를 더듬거려 작은 파란색 알약 두 개를 꺼낸다. 이 귀기들은 아틀락나차의 제7차원에서 온 것들이다. 그녀는 그것들을 포도알을 먹듯이 삼킨다.

이번에는 그녀의 오른팔이 부풀어 오른다. 마치 보디빌더에게서 팔만 훔쳐서 붙여놓은 것 같다. 그 즉시 팔의 떨림이 멎는다. 이제 팔은 그녀가 아무리 빨리 달리든 정확히 제7차원을 따라 방향을 잡는다. 그녀는 미끄러지면서 아무렇게나 조준한 이글을 다섯 발 발사한다. 다섯 마리 골렘이 무너진다. 풍수의 법칙이 그것들을 이루는 금속의 조성이 깨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15분.

마지막 20 미터가 가장 어렵다. 이번에는 그녀가 미끄러지는 도중에 바닥이 떨어져 내린다. 이제 그녀는 은행 금고를 향해 떨어지면서, 적색과 청색과 보라색의 소용돌이가 자신을 휩싸는 것에 맞서 헬멧을 붙잡는다. 금고가 보이지만, 그녀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그 때 귀기복합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300년 간 축적된2 영혼들의 덩어리가 비명과 곡성을 내지르며 금고 쪽에서 솟아오른다. 절규하는 얼굴 수천 개가 그녀를 향해 달려든다. 이것이 에우르텍의 저주다. 은행을 털려다 실패한 저주받은 영혼들이다. 그들 모두는 영원 동안 은행을 지켜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 자기들이 그렇게 손에 넣고자 했던 보물을 지켜야 하는 신세가 강제되는 고문으로써 자신들의 탐욕의 대가를 치른다.

앞으로 5초 이내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필멸의 영혼을 담고 있는 껍질은 폭력적이고 고통스럽게 해체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인공의 지옥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저주가 그녀에게 쏟아진다. 그녀는 파멸의 왼팔을 뒤로 돌렸다가, 주먹질로써 저주와 연결된다.

새하얀 빛.

그리고 그녀는 은행 금고 안에 들어와 있다.

9분 뒤, 경찰이 건물 밖에 저지선을 친다. 건물 안에서는 파리잡이 팀이 금고 문으로 접근한다. 출납계원은 여전히 메인프레임 안에 숨어 있다. 출납계원은 정체불명의 강도가 들어가자마자 금고문을 봉했다. 파리잡이의 신호에 따라 출납계원이 금고문을 다시 연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금고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미끄러지며 총을 난사한다. 아틀락나차 알약은 30초 전에 효력이 다했기 때문에, 그녀는 장식용 벽 패널 몇 장만 간신히 쏘아 죽인다. 그러나 깜짝 놀란 파리잡이들은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찰나의 시간을 보낸다. 그녀에게는 그것이면 충분하다.

파멸의 왼팔이 은행 벽을 후려치고,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날아오른다. 도주하는 그녀의 뒤로 날아온 탄환 하나가 그녀의 두개골 뒤쪽을 파고든다. 그녀의 정맥을 타고 흐르는 지옥불이 바로 그 탄환을 녹여 버리고 피해를 복구한다.

그녀가 베스파에 올라탄다. 열쇠는 여전히 점화 스위치에 꽂혀 매달려 있다.

5분 뒤.

이제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파멸의 왼팔은 사라졌다. 파리잡이들이 은행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들의 선홍색 눈과 그들의 입에서 흐르는 침이 그녀에게 보인다.

그녀는 한 가지 속임수를 더 준비해 두었다. 베스파에 붙여 둔 탁자 위에 연두색 가루가 한 줄 뿌려져 있다. 그녀는 지금 빨대가 없다. 베스파 탁자가 깨끗하기만을 빌어야 한다. 그녀는 탁자에 얼굴을 대고 한 번에 가루를 코로 들이킨다. 그리고 엔진에 불을 붙였다.

이제 원동기는 그녀의 정신, 즉 아드레날린, 약물, 두 개의 서로 다른 귀기들의 과운동성 칵테일을 연료로 돌아간다. 베스파 프레임은 울부짖는 원동기를 겨우 붙잡아 지탱한다. 하물며 이 조그만 이탈리아 스쿠터는 시속 200 킬로미터의 속도로 골목길을 찢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파리잡이들을 지나쳐 날아오른 그녀는 그들 앞에 반투명한 분홍색 오토바이들이 일렬로 늘어서는 것을 본다. 파리잡이들의 사이오닉 강제억지대대. 말도 통하지 않고, 뇌물도 먹을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산송장 경찰바이크 부대. 그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쫓는 사냥감 뿐이고, 그들은 사냥감이 철창신세가 되거나 관 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남은 시간: 4분.

그녀가 왼쪽을 슬쩍 쳐다보는데, 갑자기 교차로에서 트럭이 한 대 튀어나온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새 트럭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잠깐 사이에 베스파는 고철더미로, 그녀는 내장 더미로 찢어진다.

라는 미래도 가능한 선택지들 중 하나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남는 모든 가능한 미래들을 히란야카쉬푸가 붕괴시키는 것을 심안으로 보았다. 1조 개의 서로 다른 가능성들이 그녀의 두개골을 스치고 지나갔다가 사라진다. 그 충격으로 그녀는 교차로에 들어서지 않고 방향을 틀어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 공원으로 빠져나온다. 풀숲에서 달려나온 베스파에, 공원에서 낮을 즐기던 사람들이 흩어져 도망친다.

나무들 사이로 바이크 대대가 뛰쳐나와 착지하더니 그녀의 옆으로 붙어 달린다. 반투명한 분홍색 바이크마다 반투명한 분홍색 짭새들이 타서, 분홍색 매그넘 리볼버를 꺼내들고 있다. 그들이 그 총을 그녀에게 쏘려는 것만 아니었다면 정말 웃긴 장면이었을 것이다.

다섯 발의 총성이 울린다. 에우르텍의 모든 심령능력자들이 갑작스런 공황의 순간을 경험하고, 자기 몸에 총알구멍이 났는지 미친듯이 몸을 더듬는다.

남은 시간: 3분.

히란야카쉬푸가 그녀에게 또다른 1조 개의 미래를 보여주는 순간, 그녀는 0.5 초 동안 손잡이를 확 늦춰 잡는다. 그 정도면 다섯 발의 총성이 모두 그녀의 머리 위를 스치고만 지나가기에 충분하다. 그 중 두 발이 바이크 대대원 두 명에게 가서 맞고, 대대원 네 명이 모두 일시적으로 이 존재평면에서 사라진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베스파는 다리를 건넌다. 그 바람에 남자 한 명과 그 손자가 몸을 엎드린다. 나머지 대대원들은 개울이 평지인 것 마냥 허공을 건너온다.

베스파는 공원 문을 통해 나가 길거리로 돌아온다. 붉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하마터면 다중 추돌사고를 발생시킬 뻔 한다. 멀리서 열차 경적소리가 들린다.

남은 시간: 2분.

그녀는 열차 경적이 들리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다. 그리고 붉은 신호 하나, 붉은 신호 둘, 붉은 신호 셋… 을 지나 요란한 경적소리와 금속의 마찰음이 그녀의 등 뒤 저 멀리서 멀어져간다. 하지만 귀신 야마하 세 대의 거슬리는 소리는 멀어지지 않는다. 베스파는 슬슬 속도가 느려져 간다. 하지만 바이크 대대는 멀쩡하다.

그 순간 그녀는 살 길을 찾는다. 교차로에 서 있는 담청색 조차 트럭. 조차에는 엑토플라즘을 의미하는 특유의 직사각형 생물재해 표지가 그려져 있다. 유형의 형상을 가진 자는 생 엑토플라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저 산송장 대대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허리춤(쓸모가 없어진 뒤 그녀의 골반뼈 속에 총이 수납되어 있던 현실)에서 데저트이글을 뽑아들고 트럭을 조준한다.

그녀는 남은 탄환 세 발을 교차로에서 가속을 시작하는 조차에 쏟아낸다. 그 중 두 발은 헛방이 되어 새 떼만 놀라게 만든다. 세 번째 탄환이 조차의 밸브를 날리고, 묽은 녹색의 엑토플라즘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교차로를 통과한 조차는 가는 곳마다 엑토플라즘을 흘려대고, 그녀는 그것을 뚫고 달린다. 덕분에 간선도로에 난데없는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뒤를 돌아본 그녀는 바이크 대대가 찐득거리는 심령체 때문에 멈춰선 것을 확인한다.

남은 시간: 1분.

이제 앞에 목적지, 철로가 보인다. 건널목 차단문은 내려와 있고 불이 번쩍인다. 예정대로 화물열차가 오른쪽에서 시야에 들어온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으르렁거리는 야마하 원동기 소리가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다. 처음 두 대대의 짭새들이 생자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들은 그녀를 따라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냥 등에 총을 쏘아 잡으려 할 뿐.

그녀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옆으로 기울였다. 가죽옷이 도로에 시속 300 킬로미터로 갈려나가고, 베스파는 자비가 없는 아스팔트에 닿아 박살이 난다. 그녀는 차단문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철로 바로 위에 멈춘다.

용서를 모르는 5천 톤 짜리 무쇠와 강철이 시속 70 킬로미터로 그녀를 들이받는다. 그녀는 산산조각이 나고 그 조각들은 철로 주위로 흩어진다.

대대는 멈추지 않는다. 바이크는 계속 굴러가는 채 그대로 땅 속으로 가라앉는다.

시간 끝.

그녀는 날카롭고, 깊은, 고된 숨을 내뱉으며 일어선다. 그녀는 연두색 오망성의 중앙에 나체로 앉아 있다. 오망성은 5분 전 그녀가 원동기장치자전거 위에서 들이켰던 그 가루로 그려진 것이다.
오망성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 그려져 있다. 천장에는 형광등들이 한 줄로 배치되어 있다.

“생자의 세계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루키.” 누군가 불러온다.

그녀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텔레비전 한 대와 그 앞에 소파 두 개가 있다. 그 중 하나에 내부자가 앉아 있다. 그는 과자 봉지를 들고 그녀에게 웃어 보인다.

“씨발 장난해, 루키” 그가 말한다. 과자를 와그작거리면서. “아주 벌집을 쑤시고 왔구만. 내가 가진 모든 채널마다 그 강도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고! 앤디콥터들이 그 베스파 추격전을 따라가며 촬영을 했어. 그 놈들이 널 잡겠다고 파리잡이들을 보낼 줄이야, 믿을 수가 없군!”

그녀가 능글맞게 그를 쳐다본다.

“뭐 어쨌거나, 살아 돌아왔네! … 어때? 그리고 뭐 한 건 했어?” 남자가 묻는다.

“계약. 하급 노르니르 귀기. 난 죽었고. 다시 돌아왔고. 금을 좀 챙겼지.” 그녀가 느릿느릿 대답한다. 그전까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성대로. 그녀가 조심조심 손을 뻗어 움직여 본다. 마치 커튼을 확 젖혀 여는 것 같은 동작. 허공에서 현금, 황금, 보석, 채권, 주식, 향신료, 주문서들의 산더미가 쏟아진다. 저녁 식사의 양을 보고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와, 미친.” 그가 말한다. “진짜 저질렀구나. 아주 깨끗하게 싹 털어먹었어. 에우르텍 은행을 강도했다고.”

그가 과자를 소파 위에 내버려 두고 폴짝 뛰어 소파를 넘어와 그녀에게 걸어온다. “정말이지 네 그 ‘귀기 약물’에는 뭔가 있는 것 같애.”

그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주먹을 내민다. 그녀도 알아듣고 주먹을 쥐고 그의 주먹에 갖다 박는다.

“축하한다, 루크미니Rukmini. 시카고 스펙터는 이제 물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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