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경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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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메가 요원과 [편집됨]에 관한 정신상담 결과가 보고됨. 보고에 따르면 오메가 요원은 자신이 쓰지도 않았던 안경을 '윌슨'이라고 부르며 소중히 하고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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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 얻을 것은 골칫거리밖에 없었다. 적어도 오메가 요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SCP 재단이라는 조직 자체가 골칫거리들을 잔뜩 찾아 가둬두는 곳이기는 하다. 오메가 요원의 주 업무가 그 골칫거리들을 잡아 가두는 일이기도 했고. 문제는 골칫거리들을 처리하다 보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메가 요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래 전에 네메시스라 불리는 어느 SCP가 있었다. 일련번호는 SCP-666-KO. 사탄의 군세에서 탈영한 것 같은 외형을 한 악마 녀석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다른 개체들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투력과 지능을 가진 탈 케테르급 재앙이라는 점이었다. 아벨도 겨우 상대가 될 만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 녀석은 너무 거대한 골칫거리였기 때문에 재단의 높으신 분들은 그를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폐기하기로 결심했다. 두 케테르급 SCP와 텔레킬 합금이 포함된 이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SCP 제압 전문 부대인 폭스트롯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오메가 요원은 바로 그 폭스트롯의 멤버였다.

덕분에 오메가 요원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바로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 피가 튀고 잘려나간 팔다리가 남사당패 풍물놀이 마냥 공중제비를 돌았으며, '아벨과 네메시스의 최후의 결투''악마의 간을 빼먹는 구미호' 같은 특집 4D 영화가 상영되었다. 어쨌건 모든 일이 정리되었을 때 녀석은 더 이상 존재하는 녀석이 아니었고, 그렇게 골칫거리는 해결되었다.

어디까지나 재단의 관점에서 그랬다. 오메가 요원에게는 골칫거리가 또 생겼다.


SCP-953은 현실조정자였다. 따라서 그녀는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마음껏 그녀가 원하는 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녀에 의해 바뀐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재단은 기를 쓰고 그녀를 격리했지만, 이번처럼 골치아픈 상황 속에서는 가끔씩 격리가 실패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눈 앞에서 네메시스의 뱃속에 수류탄을 까넣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 장면에서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는 미지수였으나, 어쨌든 오메가 요원이 네메시스의 파편이 날아다니는 것을 감상하는 동안 그녀는 오메가 요원의 뒤로 다가와 그의 █을 붙잡고는 그의 ██을 강제로 ██ 그녀를 ████ ████.

███ ███ ███ 좆됐다는 ██ ██ █████, ██████ ███ █ '██'███ ███ ████ ██ ███. 그녀의 ██ ███ ███ ███ ███ ███ ███ ███ 감각█ ██ ██ ██ ████ ██ ███. ███ ██ ██ ███ ███ ██ ████ ██ ████ ██ 고통과 ███ ███ 절정의 ███ ██ ████ ████ ██ ██ ███ █████.

██ ███ ███ █████. █ ██ ███ 전율██ █ ███ ██적인 감각█ █████ 전달██. ███ ███ █ 엄청난 양의 사█으로 █████, ████ ██ ████ ███. ████ ████ ██ ████ ████ ████ ███ █ ███ ███. 그것은……

"씨발 나 기억소거 받을래" 였다.

깨어나 보니 오메가 요원은 제17기지 의무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은 완전히 새까만 상태로, 그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대체로 3등급 이상의 기억소거를 받으면 일어나는 부작용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는 대부분의 기억을 되찾았지만, 953이 그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부분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김가루로 떡칠1이 되어 있었다.

그를 담당한 박사는 그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최고 등급의 기억소거를 요청했지만, 그렇게 하면 유능한 요원 하나를 D계급 인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나 다름없으므로 3등급 기억소거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오메가 요원은 그것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소지품을 챙겨 일어났다. 다시는 제17기지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메가 요원은 그의 옆에 있는 안경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오메가 요원은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님, 이 안경은 누구 겁니까?" 그가 말했다.
"이제 네 거야." SCP-953의 목소리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오메가 요원은 안경을 내던지고 마구 밟으며 난동을 부렸다. 안경은 박살이 나 여기저기 흩어졌다. 박사는 깜짝 놀라 다급한 목소리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보안 담당관이 도착해 그를 마취총으로 더블탭하기 전까지 오메가 요원은 그 의무실 내에서 약 4천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다시 깨어나 보니 오메가 요원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방의 침대에 묶여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안경이 있었다. 완벽히 멀쩡한 상태였다.

오메가 요원은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온 몸이 묶인 상태에서 자살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안경은 오메가 요원이 어딜 가든지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쉴새없이, SCP-953의 목소리로 쫑알대면서. 마지막이 가장 성가신 점이었다. 일단 구미호의 목소리가 늘 옷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와중에 똑바로 일을 하기란 어려운 데다가, 그 목소리는 SCP-953의 정신조작 능력마저(미약한 수준이지만)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오메가 요원은 일을 하다 말고 안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헤벌쭉 웃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벌컥 화를 내는 일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SCP-953에게 [편집됨] 당한 충격으로 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메가 요원에게 스트레스가 좀 더 완화될 때까지 일을 쉬는 게 좋겠다면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그를 "폭스트롯"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오메가 요원은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거처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했다.

이 안경은 대체 뭐지?

953은 왜 내게 이런 짓을 한 거지?

내가 무슨 짓을 했기에?

물론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그 빌어먹을 안경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오메가 요원의 정신은 붕괴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953의 원격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을 습격해서 간을 뜯어내고, 복도를 피로 칠하다가 대응반에게 걸려서 몸 이곳저곳에 바람구멍을 낸 채로 널브러지면, 나중에 박사들이 953의 문서에 작은 부록을 덧붙일 것이었다.

부록 5: 사건 KO SCP-666-KO를 퇴역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 중 SCP 제압 전담 부대 폭스트롯 소속 [편집됨] 요원이 SCP-953에 의해 [데이터 말소] 당함. 약 1개월 뒤 [편집됨] 요원은 자신의 거처에서 뛰쳐나와 ██명의 간을 뜯어냄. [편집됨] 요원은 이후 대응반에 의해 사살되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 모든 일은 안경이 전부 담당할 테니까. 그가 할 일은, 그저 신을 저주하면서 망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그뿐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해." 953이 말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 포기해. 모든 걸 다."

"포기할까." 오메가 요원이 말했다.

"포기해."

"안 돼."

"뭐야?"

"안 돼, 오메가."

"지금 누가 얘기하는 거야?"

"그 목소리를 듣지 마, 내 목소리를 들어!"

"재단이다. 자세한 건 몰라도 돼. 일찍 온 건 아니군."

"그 목소리 듣지 마."

"방금 뭐라고 했지."

"포기하라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메가."

"왜지? 난 모든 걸 잃었어, 동료들도, 평판도, 폭스트롯에서의 내 입지도. 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거야, 포기하지 않는다고 내가 얻을 게 뭐가 있는데?"

"재단에서 얻을 것은 골칫거리밖에 없지. 내 목소리를 들어."

"재단이 얻을 것이 있지."

"내가 얻을 것은 없어?"

"없지, 전혀 없어. 내 목소리를 들어."

"재단이 곧 너야, 오메가. 넌 재단에 들어온 순간 네 모든 것을 재단에 내놓은 것이고, 그렇게 서약했어."

"헛소리. 내 목소리를 들어."

"재단이 얻을 것은 뭐지?"

"모두 헛소리야, 오메가, 내 목소리를 들어."

"수십 명의 목숨. 그리고 네 목숨도."

"어차피 모두 죽을 거야. 이 지옥 속에서. 내 목소리를 들어."

"어차피 모두 죽을 거잖아. 이 지옥 속에서."

"우리가 지옥 속에서 죽으면 모든 사람들이 밝은 태양 아래 살 수 있어."

"거짓말이야. 내 목소리를 들어."

"거짓말이야."

"넌 네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냐?"

"뭐라고?"

"내 목소리를 들어. 내 목소리를 들어. 내 목소리를 들어. 내 목소리를 들어. 내 목소리를 들어."

"애송이 시절을 생각해, 네가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

"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

"너는 언젠가 괴상한 목소리가 네 머릿속을 어지럽히게 될 거라고 배웠어."

"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지. 무의식의 깊은 곳에 너의 목소리를 '저장'하고, 너의 정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너의 뇌로 직접 전달되는, 강력한 메시지. 나는 너의 목소리다, 오메가."

"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내 목소리를 들어."

"내 목소리를 듣겠어."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좋아."
"이럴 순 없-"
"시끄러워."


"이럴 순 없어."
"오메가, 내 목소리를 들어."
"안 돼, 안 돼, 안 돼!"
"들리냐? 이봐, 들리냐고?"
"빌어먹을."


"잘 했어."
"무슨 일을 한 거지?"
"그 녀석의 목소리를 다른 문단으로 옮겨 버렸어. 너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더라도, 그것이 너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면 이긴 건가?"


"절대로. 넌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난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수백, 수천 명의 정신을 빼앗았고, 그 중에는 현자들과 권력자들도 있었다. 네가 그 놈들보다 나을 게 뭐가 있다고 감히 이렇게 반항하는 거냐? 언젠가는 너도 패배하게 될 거다, 오메가!"


"당분간은. 그녀는 너를 얕봤어. 당연하겠지, 너는 현실조정자도 아니고 기적사도 아닌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까. 하지만 네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훈련을 받았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지. 그녀와 네가 접촉할 수 있는 건 단지 이 안경을 통해서야. 그리고 이제 이 안경은 더 이상 너의 정신을 잠식할 수 없어. 단지 953의 메시지 수신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지."
"그녀가 계속 메시지를 보낼까?"
"아마 그럴 거야. 혹시 모르니 마지막 한 가지 장치를 추가하는 게 좋겠어. 잠깐 주의가 흐트러지면 안경을 통해 너의 정신을 공략하려 할 수 있어. 그러니 안경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필요해."
"……저 녀석을 윌슨이라고 부를래."
"으흠, 우리 둘 다 윌슨이 어떤 녀석이었는지 알지. 좋아, 이제 내 임무는 끝났어. 아, 그리고 절대로 그녀 눈에는 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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