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을 바라보다




23,891년


죽음을 연상시키는 기생충나의 목을 옭아맨다. 옭아매는 것이 그 자신이라 해도 망설이지 않는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거야? 이코르에 익사하는 즐거움을?" 그것이 나의 오른쪽 귀에 속삭인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거야? 삶을 축제처럼 즐긴다는 어려움을?" 죽음이 반대편 귀에 지저귄다.

"나는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어. 평범한 삶을, 우정이라는 개념과 함께 말이야.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야?" 나는 내 아래에 있는 눈꺼풀로 된 깔개를 움켜쥐고, 세상이 경외감에 떠는 것을 바라본다. 나의 판단이 비겁이라는 불순물을 결국 끓여 증발시킬 것임을 알며, 곧이어 내 안의 숨겨진 힘을 드러낸다. 나는 굴욕을 견뎌내며,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안다. 그것의 입이 나의 신경이 차단됨과 동시에 기쁨으로 쭉 늘어나는 것을 본다. "이게 내가 원했던 거야?" 나는 그것이 긍정의 신호를 보냄을 본다. 이것이 나의 영혼이 허물어지고 스스로를 없애려 떠난 첫 해였다.

나의 목이 막혔다.

나는 말을, 말을 했다.

나는, 나는, 나는.

나.

나?

배경이 깨져나가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23,982년


나의 새로운 형태는 제일 어렸을 때의 나, 수호자의 길과 어머니의 길 사이에서 투쟁하는 태아 상태의 여성이다. 세상은 늘 그렇듯, 어둡고 고요하게 시작한다. 오래 기다릴수록, 더 빨리 다가온다. 나는 빛을 향해 꿈틀대며 나아가며, 나를 감싼 공기를 희미하게 느끼고, 곧바로 불타버린다. 배경이 깨지고, 나의 재가 날려간다.





23,983년


내 새로운 형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검은 방 안에 있고, 검은 말벌이 윙윙대는 달콤하고 낯선 소리가
틈새를 향해 들어온다. 테이블 너머에 여성이 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없다.

"저기요?" 그녀가 내게로 걸어오고, 나는 한눈에 그 걸음걸이를 알아본다. "잠깐, 왜 너도 여기 있는 거야, 내 생각엔 아마도 —" 이곳에서 내가 처음으로 느낀 신체적 감각은 축축한 강철이 나의 간을 꿰뚫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비틀었고, 나는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게 영감을 준 네가…" 그녀는 내 앞에 꿇어앉고는 내 몸을 뒤집는다. 그녀의 무릎이 내 머리 위로 간 탓에, 올려다볼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뿐이다. "어떻게 날 버릴 수 있어? 어떻게 네 어머니까지 버릴 수 있냔 말이야, 너 혼자 편하자고…"

"너는 애초에 그녀도 아니잖아… 제발 멈춰. 숨을 쉴 수가 없어!"

"우리에게 너의 피조물들을 풀어놓기 그걸 한 번 더 생각해야 했어." 그것이 고개를 내젓는다. "이게 너의 평생이 육체적으로 구성된다고 느끼는 감정이야? 사실을 공상으로, 공상을 사실로 만들어 내면서.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거야? 생각에 대한 지식을?" 그녀가 칼날을 내려놓자 방이 황폐한 노란색으로 변한다.

오른쪽 소지. 피가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10살이고, 급우에게 그녀는 그 무엇도 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학장은 그녀를 동정한다. 밝은 빨강

왼쪽 약지. 피부가 풀려나가고, 그 아래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난다. 아이는 12살이고, 그때는 그가 세상이 "두려워함"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네온빛 분홍

왼쪽 중지. 정맥이 기어나와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부패한, 창백한 녹색

시간이 분명한 구조를 가졌던 시절, 두 명의 성인이 서로 헤어지면서 그들의 아이들을 상실과 혼란 속에 방치했다. 아이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 몰랐고, 서로에게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은 둘을 남은 삶 동안 결속시킬 것이며, 새롭고 안정적인 어른의 삶을 쌓아올릴 수 있는 결속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바라던 바였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는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했고, 그곳에는 가족으로써의 형식적인 겉모습도 서로와의 친밀한 관계도 없었다.

이제 내 왼팔의 모든 느낌이 사라진다. 소금과 포도당은 감각을 되살리지 못한다.

왼쪽 검지. 나는 구토한다. "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한 첫 날 기억해?" 토사물이 물어온다. 기억 안 나,라고 발화 능력을 쥐어짜 대답하지만, 사실 나는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 "너는 변칙개체 격리실을 들여다보고 있어, ████. 네가 그곳에서 걸어나갈 때 그것이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 그 변칙개체를 기억해?" █████의 ████같은 거였잖아, 아냐? "맞아! 그걸 기억하다니 잘 됐네, 너 그 자리에서 토해버렸잖아! 바로 다음날 그들이 너를 다른 기지로 옮겼지. 인생이 참 재미있다니까." 진창같은 갈색

오른쪽 약지. 손톱이 부서져 장면을 만들어낸다. 나는 내 기억에 없는 총을 가져왔다. 나에겐 그것을 사용한 기억도,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는지의 기억도 없다. 둔중한 회색

왼쪽 손목. 나는 모든 소셜 미디어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스스로를 내가 파고드는 유일한 사이트에서 세 가지 프로젝트만 진행하도록 주저앉힌다. 차갑고 텅 빈 백색

오른쪽 엄지, 뼈가 떨어져나가 나의 왼눈으로 끌려온다. 그것은 나의 상처 속으로 부식된 피를 흩뿌린다. 말벌이 나의 각막에 집을 짓기 시작하고 안와에서 색이 빠져나간다. 내 실험실

"있잖아, 너는 더 오래 버텼어야 했어. 우리를,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그것, 내 여동생이었던 것은, 이제 내 조카딸이 되어 씩 웃는다.

"나도 이해 —"

"정말?" 그것이 나에게,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리친다. "이해한 거야? 무엇이 너를 조종하는지? 나도 저 멀리에 있는 신의 피조물이라고, 우리 세계에 머무를 뿐이라 여기는 거야?" 무엇도 없었다. "틀렸어."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

"돌아가는 모든 것들이 다가오는 게 아니 —"

돌아온다. 셰이 스타디움, 1965년 8월 15일

불확실한 바닥과 천장은 이제 내가 가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야구장의 모습이 되었고, 주변에는 그 시절과 비슷한, 기이한 남녀들이 가득했다. 시야는 끔찍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흘겨보았다. 내 몸 상태는 개판이지만 저 먼 곳의 누구도 알아보지도, 신경쓰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의 비명이 귀청을 찢을 정도고, 소리는 환희에 차 소리치는 한 사람마다 점점 커진다. 이들에게 끝이란 없다.

이 사람들에게 끝은 없다.

너무나 많은 몸들이 영원히 나를 둘러싸고 있다.

나는 내 앞의 아이에게 토한다.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 내 왼쪽 어깨를 건드려 뒤돌아본다. 나의 어머니다. 누군가 내 오른쪽 어깨를 건드린다. 나의 아버지다.

"안녕 반가워, 이쁜아! 우리 기억하겠니? 사실은 말야, 여기가 바로 우리 둘이 처음 만난 장소란다!" 어머니가 소리쳤다.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무한정 커지고 있음에도, 그녀의 말은 분명한 형태와 의미로 다가와, 어떻게든 들을 수 있었다.

"그래 맞아! 우리가 어떻게 이 티켓을 손에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게 축복이었다는 건 확실해. 귀염둥이 4인조1가 아니었다면, 너는 태어나지도 못했겠지!" 아버지가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재밌는 비밀이 하나 있어." 그녀가 내게 기대더니 속삭인다. "사실 음악에 흠뻑 빠진 탓에 네 아버지가 오는지도 몰랐단다."

"하하, 여기 모두가 말야, 아름답지 않아?" 그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울었고, 체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것도 네가 모르는 일이겠지만 예야, 이 쇼가 끝난 뒤 내가 네 엄마한테 알코올과 담배를 처음 가르쳤단다, 그래서 그녀가 평생 중독과 상호의존을 달고 산 거지. 이렇게 작은 일에서 시작한 거야, 그렇지?"

"여보야, 그렇게 말하지 마요! 그게 사실인지 애가 어떻게 알아요?" 그녀는 내 너머로 몸을 기울이더니 아버지의 뺨에 키스했다. "우리가 진짜 사랑 때문에 함께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최소한 진실로 노력하기는 했지."

"자기야, 이 다음에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은," 폴 맥카트니가 마이크에 대고 모두가 듣도록 말했다, "저희의 새 영화에 들어갈 타이틀곡입니다!" 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한다. "이 노래는 바로, "헬프!Help!" 군중들이 소리질렀고, 야성적인 흥분으로 들떴다. 레논과 맥카트니가 기타를 치자, 음표가 선이 되고 폐가 텅 비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예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렴, 우리는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날 거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게 아니란다. 아무튼 네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에 실린 곡이지, 안 그래?" 배경이 깨져나가고 그들이 킬킬댄다. 그리고 나의 본질은 푸르른 교외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23,984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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