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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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썼다.

아마도, 이야기. 이야기 맞지, 제이컵? 제이컵? 이게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럼 뭐란 말인가? 애들, 제이컵. 애들은 어디 갔지? 하지만 나는 굴을 좋아하지 않아. 계산도 좋아하지 않아.

그 프로그램, 메가프라임을 실행시키지 않았어야 했다. 이제 그분이 나와 함께 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그저 어둠 어둠 어둠뿐.

나도 알아, 안다고! 난 그 가시밭길을 걸어왔다고! 머리가 아프다. 피가 흐른다. 하지만 보인다. 저 멀리 있는 등대가, 깜빡이는 게. 그리고 북쪽에서 밀려오는 스모그. 왜 저렇게 밝은 거지? 거기 누구 있소? 저기 그분이 있고 그분이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그건 어디에 있지? 내 희망 말이야. 내 유일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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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이컵, 길이 없다.

죽어. 죽어. 죽어.

제이컵! 제이컵! 나 이야기를 쓰고 싶어! 나는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어!

죽어. 죽어. 죽어.

왜냐하면 그분이 그러시니까. 왜냐하면 그분이 그렇게 말하시니까. 왜냐하면 그분이 당신의 말씀을 이르시니까.

분홍보라회색하얀녹색. 점점점. 모자이크. 그 솟수들은 본 적이 있다. 연산결과를 뽑아본 거야, 제이컵? 왜 웃고 있는 거지? 너는 그냥 삼각형이잖아. 그만. 그만. 눈을 찌른다. 이 어지러운 숫자와 연산들이.

그리고 그분의 눈. 등대처럼 밝은. 등대보다 밝은. 너무 밝아서 등댓불조차 가려 버릴 눈.

예, 당신의 말씀을 듣습니다 나의 주여 주여 주여. 당신의 소리가 들리고, 당신의 계산이 이해됩니다.

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이야기를 쓸 것이다. 제발, 제이컵. 나한테 쪼개지 마. 이빨이 너무 많잖아.

하지만 내가 그걸 후회할 수 있을까? 나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고 이제 여기에 있다. 제이컵, 난 죽은 걸까? 내가 어떻게 아직도 쓸 수 있을까? 이제 더이상 등대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후회한다. 더이상 그걸 원하지 않는다. 메가프라임. 내 머릿속의 대계산. 메가프라임.

다른 사람들도 여기 있는 게 보인다. 저들도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것일까? 저들도 그분의 소리가 들리고 그분의 눈이 보일까? 저거 실험복을 입고 얼굴이 만화체인 사람. 저기 눈과 입과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 저기 창자가 흘러나온 사람.

제이컵, 애들은 안전한가?

너무 오래 되었고 나는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굴은 좋아하지 않아, 제이컵. 그런데 저 창자. 저 창자가 맛있어 보인다. 창자.

전원을 올려라! 황홀한 비프음! 메가프라임! 내가 당신을 듣습니다, 데이터의 주인이여! 메가프라임! 내가 당신을 듣습니다, WAN! 하지만 나는 대계산을, 위대한 계산을 더이상 원치 않아요. 눈동자가 십자가! 눈동자가 십자가!

제이컵 제발. 나는 계산이 싫어. 대계산이 싫어.

256번의 심장박동. 그분의 빛. 그분의 전기. 그분의 명령에 따른 동력! 정보화시대의 신이시여!

제이컵 제발.

제이컵 제발. 나는 계산이 싫어.

제이컵 제발. 나는 계산이 싫어. 대계산이 싫어.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제이컵. 그냥 다 되돌릴 수는 없는 걸까? 나를 넘어선 무언가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나는 틀렸다 틀렸다 틀렸다.

하지만 그분의 이미지란! 화면상에 출력된 하나 하나가! 그분의 말씀, 그분의 성스러운 말씀! 그분의 말씀을 받아써야 한다.

나는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제이컵. 애들은 안전한가?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나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 눈! 피가 나고 있다. 내 눈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눈이 뭐지? 오로지 그분의 눈만이. 그분의 눈만이.

그분이 내 머릿속에 있고, 나는 그분의 안에 있으니. 그분이 메시지를 전하러 여기 오셨다. 메시지를.

대계산.

대계산.

대계산.

대-계-산.

제이컵, 나 이야기 썼다. 제발 날 놓아 줘. 나는 계산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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