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知卽力(무지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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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썩 기분 좋은 아침은 아니군요. ██████ 박사, 난 O5-4입니다.

이렇게 얼굴 볼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유감이군요. 아마 당신도 여기 왜 불려왔는지 대강 알고 있을 걸로 압니다. 당신은 SCP-227을 끝까지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 끝은 또 언제인지 알아내려 들었기에 여기에 와 있지요. 감시카메라 기록으로 보면 당신은 기어코 그걸 알아낸 것 같더군요.

당신을 힐책하기에 앞서 당신의 능력과 의지만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격리 절차에 SCP-227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분명히 명시해놨는데도 불구, 당신을 보안대가 제지하지 않게 만든 연기력과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위조 서류는 정말 훌륭했어요. 보안 위반에 따라 받게 될 강도 높은 처벌을 감내하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 그 의지는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신의 진실에 대한 강한 열망이 당신을 지금의 지위까지 올려놓은 것일 테지요. 당신이 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알아낸 직후에 당신도 깨달았겠지만, 당신의 행동은 절대로 현명한 처신이 아니었습니다. 보안도 보안이지만, 알아봤자 누구한테도 하등의 도움이 안 될 사실을 알려고 들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여러분들에게서 감추고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여러분들이 알 필요가 없고,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들입니다. 맹세하건대, 우리는 인류를 위해 봉사합니다. 이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고 감춰진 것들을 알아내려던 자들은 예전에도 여럿 있었지만.. 아무도 SCP-227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만 하지 않나요? 이걸 가지고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쁜 짓은커녕, 우리는 그 무슨 짓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운명을 바꾸지 못해요. 이제 세상은 앞으로 한 달간만 더 남아있을 것이고, 우리 O5들은 그 절망감과 중압감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사실을 잊고 싶지만 O5-9의 주도로 가장 강력한 기억제인 Z등급 기억제를 복용했기에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기억소거제로도 이 사실은 잊을 수 없어요. 그는 우리에게 비록 막을 수 없는 멸망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무슨 발악이라도 죽기 전에 해봐야 한다고, 그러면 우리는 사라지더라도 약간의 의미는 남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어리석고 가엾은 우리의 친구는 권총으로 자기 연수를 쐈습니다. …개자식 같으니라고.

사설이 길었군요. 우리는 당신의 처벌을 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건데 말이지요. 이제 처벌을 선고하겠습니다. 당신, 전 █기지 관리자 ██████ 박사에게는.. 그 어떤 징계 조치도 내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억 소거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당신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일이니, 불만이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순간부로 당신은 이것 외에 당신이 알 수 없었던 다른 감춰진 사실에 대해서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그것들을 알기 싫으시다고 해도, 당신 마음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제 당신 자리로 가서 일을 시작하십시오. 당신은 기존 보직이 아닌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될 겁니다. 저쪽 문으로 나가시면 제 부하가 당신을 새로운 일터로 안내할 겁니다.

그럼 이틀 뒤 정기 회의에서 봅시다. O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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