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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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자 하는 열망이 생김이라.

허나 여자가 뱀에게 가로되 만일 네 말이 참되다면

내 눈이 영원히 어둡게 그냥 두어라.


- 창세기 (개역한글판) 3:4-9

외마디 소리와 함께 레베카 러브Rebecca Love가 존재하지 않는 문을 펑 열고 나왔다.

'펑'이라는 말을 쓰는 게 적절할까? 일단 '펑' 소리는 확실히 났다. 사실 이 소리는 약간의 만족감도 가져다 주었다. 기포 포장지를 터뜨릴 때와 같은 그 느낌으로. 그나저나 왜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일까? 그는 궁금해했다. 어쩌면 지금은 없는 문으로 인한 틈으로 공기가 밀려들어서 그런 것일까? 그거 말 된다.

틈 너머에선 남자 세 명이 각자 책상 앞에 낮아 기묘한 기계들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기호가 새겨진 판 위를 오가며, 복잡한 그물 사이를 섬세하게 오가는 거미처럼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였다. 각 손가락이 내려갈 때마다 그 끝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그들의 앞에는 녹색 룬 문자가 발광하는 유리판이 있었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그들은 이 룬들을 엮어 특정한 '마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가장 위험한 종류의.

세 남자는 모두 '펑' 소리를 들었고, 가무잡잡한 피부에 하늘처럼 넓은 미소를 짓고 있는 땅딸막하고 왜소한 여자, 레베카를 향해 돌아보았다. 남자들 중 한 명이 자기 연장에 손을 뻗었다.

그 즉시 레베카는 그의 마술봉이 대량생산된 짝퉁들과는 다른 고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술봉의 색깔은 달빛이었고,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물푸레나무에, 끝에는 은이 씌어져 있었다. 아마 반자동마술(semi-automagic)이려나.

레베카는 다시 한번 말했다. 펑. 마술봉이 남자의 손에서 사라졌다.

남자들은 의자에 얼어붙었다.

"자," 레베카가 말했다. "댁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겠어. 어, 문자 그대로 의미는 아니고." 그녀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당신들 정신을 읽거나 뭐 그런 걸 할 수는 없거든. 하지만 추측해 보자면 댁들은 아마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좋아. 이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문을 펑 할 수 있어. 마술봉도 존재하지 않게 펑 할 수 있고. 그럼… 우리도 존재하지 않게 펑 할수 있는 걸까?'"

세 남자는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다시 레베카 쪽으로 돌아보았다. 레베카는 손을 내리고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서 '들어와 들어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난 뭐라고 할까… 맞혀 볼래?"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약 30초 정도의 생각 끝에, 아까 무기를 들려 했던 남자가 일어나 두 팔을 들어올렸다. 다른 둘도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킁." 레베카가 코를 씰룩였다. "그리고 댁들은 다들 경험론이 최고라고 하는 줄로 알거든. 탐구심 따위야 뭐 어떻게 되던지 말던지?" 그가 손을 올려 뼈를 깎아 만든 귀걸이를 건드렸다. 그리고 마술의 실가닥에 사고를 집중하여 실을 엮어냈다.

«방 확보. 작은 뱀 세 마리. 순순히 항복하려나 봐.»

«좋다. 윗층도 확보되었다. 여긴 그냥 자그마한 기술들 뿐, 대수로운 건 없다. 거기 아래층은 어떤가?»

«어디 보자. 고급 하드웨어. 프로세싱 머신 — 작업물. 어디 한번 볼까…»

레베카는 남자를 넘겨다 보았다. 방구석에 커다란 블록 모양 장치가 하나 있고, 탁자가 하나 있는데 그 위에는 서로 맞물리는 부품 십수 쌍이 놓여 있었다.

«3D 인쇄기. 아마 무슨 로봇을 만들려고 했던 모양인데? 작은 드론 같은 거.»

«좋아. 기계공학자들이라.»

데니스Denise의 빈정댐이 실가닥 속을 울렸다.

«그저 조심만 하라고. 청소당번들이 가는 중이니까.»

아까 마술봉을 들었던 남자가 레베카의 발에 침을 뱉었다. "너흰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지식은 자유로워져야 해."

레베카가 눈썹을 치켜떴다. "흐음." 그녀의 경험상, 뱀의 손 구성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저 멀리 머리통을 떠나보낸 호기심장이들과, 뒤져라 말을 안 듣는 광신자들. 이 남자는 그 중 후자임이 분명했다. 이런 유형을 설득하려 드는 건 벽돌담을 설득하려 드는 것과 같다. 보통 벽돌담도 아니고 분노에 사로잡힌 철딱서니 없는 벽돌담.

"너희는 실패할 거다. 결국은 진보의 횃불이 승리할 것이니."

«좀 빨리 할 수 없어? 한 놈이 주절대고 있단 말야.»

레베카는 눈알을 굴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집중을 유지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가드 내리지 말고.

"너희라고 세상을 영원히 —"

남자가 앞으로 튀어나옴과 동시에 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레베카는 뒤로 물러나면서 남자 쪽으로 자기 손을 들어올렸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 — 레베카는 채널에서 빠져나올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의 무의식적인 생각들이 뼛속을 흘러 실가닥 사이로 진동했다.

«쾅!»

«레베카?»

펑.

레베카의 손이 흔들렸다. 쭉 뻗은 손바닥은 조금 전까지 남자가 있었던 빈 공간만을 붙잡고 있을 따름이었다. 남자의 두 동지들은 그 빈 공간을 말없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보았다.

레베카가 두 남자에게 주의를 돌렸다. "뛰어."

그들은 계속 보기만 했다.

"뛰라고 했잖아!" 레베카가 두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레베카! 보고해!»

«한 놈이 폭탄을 터뜨렸어. 내가 펑 시켰고.»

두 남자가 레베카의 등 뒤에서 다리가 꼬였는지 넘어졌다. 레베카는 그대로 둘을 질질 끌면서 나아갔다. 몇 걸음 뒤 그들은 비로소 자기들에게도 발이 달렸다는 것을 기억하고 레베카와 함께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너 못 하는 거 아니었어 —»

«할 수 있어. 하지만 딱 12초 동안만. 야, 다 엎드려!»

레베카가 이를 갈면서 두 남자를 문간으로 밀어넣고, 그들을 따라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의 뒤 어딘가에서 공기가 개방된 마술과 함께 파열했다.

펑.

"— 어둠 속에 남겨둘 수는 없을 테니! 잠깐… 여기가 어디 —?"

폭발이 묵직한 주먹처럼 레베카의 등골을 치고 지나갔다. 불의 발톱이 그의 등을 위아래로 긁어댔다. 온 몸이 인치 단위로 작렬하는 열의 세례를 받았다. 무지막지한 힘이 그를 두 남자 쪽으로 날려보냈고, 그들은 바닥에 한 덩어리로 얽혀 나동그라졌다.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위에서는 파편 조각들이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레베카는 고통의 침음성을 냈다. 아직 살아 있나? 어디 보자. 그는 몸을 일으켜 보려 했고, 그리고 — 타는 듯한 고통의 전격이 등 전체를 타고 흘렀다. 잠시간만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다들 보고하라.»

«여기는 잭Jack. 클리어 앤 오케이.»

«버넌Vernon이다. 난 이상무.»

«다이Dai. 좀 흔들렸지만 넘어지지는 않음.»

«좋아.»

목소리들이 각자 대답할 때마다 데니스의 안도감이 모두에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껄끄러운 불안감을 동반했다.

«베카?»

«다쳤어. 죽지는 않았고.»

레베카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아래에 깔린 두 남자가 꾸물거렸다. 둘 중 한 명은 신음소리를 냈다.

«하나는 확실히 죽었고, 나머지 둘은 기절. 아무래도 이 둘은 자기네 겁 없는 대장의 출구전략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나 보아»

«좋아.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 싸우지는 말고. 지금 그리로 갈 테니까. 다이, 나하고 같이 가.»

데니스의 절박함이 레베카를 타고 흘렀다. 그것은 포옹에 상응하는 정신 상태였다. 비록 실제는 아니었지만, 접촉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경련이 척추를 꿰뚫었다.

그 아래 깔린 남자들 중 한 명이 끙끙대면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으-윽. 도대체 방금 뭐가 —"

"앉아 있어. 앉아 있으라고." 레베카가 경고했다. 목소리에 고통이 묻어나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서.

"— 난 방금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다 끝났어. 넌 괜찮을 거니까. 그냥 움직이지만 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주문이 존재한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이 없는데."

고통과 싸우면서 레베카는 몸을 일으켜 그에게 반쪽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제는 뭐 아무래도 좋았다. 남자의 정신을 분산시키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정신자학자들의 처리를 받으면, 그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초마술(Paramagic)이란 거지."

남자는 두 눈썹이 서로 닿아 매듭을 지을 정도로 인상을 찡그리며 방금 들은 낱말을 분석하려 애썼다. "초… 마술? 그게 도대체 무슨… 넌 누구야?"

"난 재단에서 일해. 우리는 과학을 격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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