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제로 -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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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에이드리언!?"

에이드리언 앤드류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베아트릭스가 에이드리언 쪽으로 몸을 굽히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에이드리언은 턱을 다쳤고, 이빨에서는 쇠 맛이 났다. 에이드리언은 세계가 핑 도는 것처럼 신음소리를 내며 느릿느릿 일어났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낮은 진동이 두통의 욱신거림과 대조적으로 합쳐져 울렸다. “무슨 일이야?”

“난기류를 만났어.” 비츠가 말했다. “넌 머리를 부딪쳤고. 괜찮아 보이긴 한데, 잠깐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게 낫겠어.”

“아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에이드리언이 다시 물었다.

비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 폭발이야.” 비츠가 말했다. 헬리콥터 바깥의 세계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헬리콥터 내부에 끔찍한 진홍빛을 드리웠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초화산이 폭발한 게 틀림없어.”

“만약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면, 우린 이미 죽었어.” 에이드리언이 지적했다. “이건 존재에 대한 문제야.” 에이드리언은 어떻게든 일어나서 조종사의 어깨 쪽으로 몸을 굽혔다. “조종사, 세타-프라임 채널로 연결해.”

“요원님? 세타-프라임이라는 채널은 없…” 조종사은 조종 콘솔을 다시 한 번 보고는, 세타-프라임 채널을 찾아냈다. 10까지 표시된 다이얼의 11번째 채널이었다. “…세타-프라임 채널로 연결하겠습니다.” 조종사가 말한 뒤, 채널을 돌렸다.

엄청난 잡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남자의 목소리가 통신 시스템 너머로 들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쪽에 누구 계십니까? 여긴 _}¡§¤þ입니다! 누구 들리는 사람 없습니까?”

“_}¡§¤þ! 다행이다!” 에이드리언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 가고 있어. iµ²¬®는 괜찮아?”

“iµ²¬®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_}¡§¤þ가 말했다. “내가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야. ©À ©¿러£ ¼ㅔㄱ¿ㄹÀㄹ ©ㅔ©¿드ㄹ¿©ㅓ£ £À£ ㅅÀㄹÀ¼¿고 ㅅ¿ㅍ¼¿ ©Àㄶ©À…”

목소리가 사라졌고, 남자가 말했던 마지막 말은 에이드리언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재단 기지의 모든 게 사라졌다. 가까운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 남자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 적도 없게 되었다.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신호는 으스스한 되먹임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짧은 짤깍 소리가 났고, 다이얼은 현실에 존재하는 숫자로 되돌아갔다.

“요원님?” 조종사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할 일이 딱 한 가지 있지. 에이드리언이 생각했다. “O5 평의회에 방금 CK급 재구축 사건이 생겼다고 말해.”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우릴 안전한 장소에 착륙시켜. 아직 무언가를 구할 기회가 남아있을거야…”


방 안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아는데, 아무도 그게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확실히 초현실적인 혼란이 나타날 법도 하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는 혼란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면서 조용히 자리에 앉아 그의 자료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혼란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있던 별 특징 없는 사람이 마호가니 목재를 금이 입혀진 재단 펜으로 크게 두드리자 마침내 잠잠해졌다.

“십, 보고하시오.” 소란이 잦아들자, 일이 말했다.

십은 올리브색 피부에 길고 흑단같은 머리를 어깨부근에서 꼬아놓은 마르고 딱딱한 남자였다. 그는 O5 평의회에서 가장 조용하고, 모든 회의에 참석하지만, 메모만 하고, 아무 말도 안하는 일원으로 알려져 있었다.그의 동료 중 일부는 그의 실제 역할이 뭔지 궁금해 했다.

그들은 지금 알게 될 터였다.

“처음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십이 말했다. “저희는 이 사건에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변칙 효과를 연구하던 기지의 연구원의 부주의로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알아듣게 말씀해주시죠?” 십일이 요구했다.

“…그는 SCP들을 교차 실험하고, 그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십이 계속 말했다. “그는 SCP-2000의 향상에 대해 연구하고…”

“잠깐만요, 보충할 게 있는데.” 구가 끼어들었다. “SCP-2000은 없어요. SCP 목록은 SCP-999까지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죠.” 십이 험악하게 말했다. “3시간 전에는 안 그랬습니다. 이 일로 저희는 격리 중이던 SCP의 3분의 2를 잃어버렸습니다. ”

“그건 불가능합니다!” O5중 한 명이 말했다. “그런 엄청난 양의 격리 실패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란 말입니까!”

“…매우 바보 같은 말입니다!” 다른 누군가도 항의했다. “지금 한 기지에서 일어난 단 하나의 사고가…”

“조용!” 일이 소리질렀다.

정적.

“지난 30년간 저 사람의 일은 딱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를 감시하고 대기하는 거였소.” 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으니, 난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입을 닥치고 그가 이 빌어먹을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둘 걸 명령하는 바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말로 가능하다면, 저 사람이 우리 모두 단 1도 모르는 것에 대한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들으시오!”

정적이 계속됐다.

“십.” 일이 말했다. “계속하시오.”

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경을 약지로 고쳐 썼다. 아까의 설전에서도 십은 침묵과 침착성을 유지했다. “알았습니다. 방식을 바꿔보도록 하죠.” 십이 말했다. 십은 자신이 찾는 페이지가 나올 때까지 손에 들고 있던 종이의 페이지를 넘겼고, 깊게 숨을 쉰 다음, 계속해서 말했다. “SCP-2000은… 타우미엘 등급입니… 아니 이었습니다.” 십은 안 봐도 뻔한 지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타우미엘은 이제는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 격리 등급입니다.” 십이 설명했다. “이건 그 자체로 다른 변칙 개체들을 격리하거나 보호하는 데 쓰이는 변칙 개체를 말하죠.”

“고맙소, 십. 계속하시오.” 일이 말했다.

“SCP-2000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지정된… 비상 시스템이었습니다.” 십이 바로바로 시제를 바꿔가면서 말했다. “그 시스템은 현실 개벽 사건이 감지되면 실행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작동되는 방식은 약간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론 K급 사건 이후의 지구에서 거짓 기억들이 심어진 복제된 인간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개의 복제 장치들과 정신 조종 시스템으로 귀결되죠.”

“그러니까 CK급 재구축 사건이 인간 복제 장치 때문에 일어난 거란 말씀인가요?” 구가 물었다.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SCP-2000은 인간 멸종의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이 장치를 시간적, 혹은 공간적 현실 개벽에서 보호하기 위해 모든 장치들은 이 지구에서 존재적으로 가장 안전한 유일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옐로스톤 산 내부, ‘꽃’ 위입니다.”

십은 다시 또다른 항의와 질문의 합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꽃’은 블랙 박스 SCP입니다.” 십이 계속 말했다. “이건 지금까지 4명의 O5만이 알고 있는 SCP입니다. 저, 일, 이 그리고 십삼. 이건 이 우주의 리셋 버튼입니다.”

“너무 단순화시킨 말한 것 같소만.” 일이 퉁명스레 말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이 물체의 모든 ‘초우주적 꽃’과 ‘다중 우주의 감시자’적 측면을 모두 설명할 시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십이 침착하게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지금부터 아셔야 할 사실은, ‘꽃’이 여러 다양한 버전의 가능성의 분기점 정도라는 사실입니다. ‘꽃’ 그 자체는 이 행성에서 가장 존재적으로 안정된 곳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최후의 종족 복구 시스템을 그 위에 설치한 것이죠.”

“불행히도.” 십이 말을 이었다. “옐로스톤 산은 우연히도 지각 변동 운동으로 불안정하고 폭발하지 않을 한계를 넘어선 거대한 초화산입니다. 그래서… 널 박사가… ‘꽃’의 보호 효과를 복제하여 다른 곳으로 옮길 방법을 찾도록 배치된 것이었죠. 다른 안정된 장소로 옮기거나 복제하거나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러다 무언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서로 다른 평행 우주를 떼어놓는 게 아니라, ‘꽃’은 이제 평행 우주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그 주변엔 스크랜턴 현실 닻이 없나요?” 구가 물었다.

“‘그것’의 주변에 있는 스크랜턴 현실 닻 덕분에 저희 우주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겁니다.” 십이 설명했다. “잠시 여길 봐주시겠습니까?”

십이 키보드의 컨트롤키를 누르자, 십 뒤로 어떤 화면이 나타났다. “이건 모든 정확한 현실의 적외선 이미지입니다.” 십이 말했다. “이 파란 구는 부속된 시간대와 슈뢰딩거-타입의 불확실성입니다. 이 노란색 나선은 분리된 우주와 시간대입니다. 이 이미지는 저희 시간 연구 시설 중 한 곳에서 몇 년 전에 찍은 것입니다.” 십이 다시 컨트롤키를 누르자, 이미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현재 상황입니다.”

이전에는 움직이지 않던 이미지가 이제는 빙빙 돌다가 거품이 일었다. 마치 노란 꽃이 거품으로 된 바다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느리게, 하지만 망설임 없이, 꽃은 합쳐지기 시작했다. “시간대는 마치 양성자와 반양성자와 같습니다.” 십이 설명했다. “나뉘어져 있지만 양립할 수 없는 두 현실이 교차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호 소멸이죠. ‘꽃’이 근처의 현실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고 있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십이 컨트롤키를 누르자, “예상되는 진행 상황”이라는 글자가 화면 맨 위에 나타났다. “첫 번째 우주 교차로 우리의 현실을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의 막에서 붕괴가 나타났습니다. 죽는 사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건은 이제 시간의 어느 특정 부분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을 수 있었다면, 이젠 하나는 살아있고 하나는 죽어있는 두 개의 고양이가 생긴다는 겁니다. 이건 분명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두 고양이는 상호 소멸하게 됩니다.”

십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 소멸 현상은 측정할 수 없는 양의 에너지를 뿜어낼 것입니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는 합체 과정을 더 가속화시키고, 더 많은 평행 우주를 끌어당겨 더 빠른 속도로 합치겠죠.” 화면에는 꽃이 서로 겹쳐지고, 회전하고, 그리고 회색 거품으로 사라진 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이게” 십이 말했다. “그 결과입니다.”

“ZK급 현실 붕괴 시나리오군.” 일이 말했다.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한 용어가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십이 인정했다. “몇 시간 이내로 무슨 짓이든 하지 않으면,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될 겁니다. 저희에겐 최후의 만일의 사태 계획이 있지만, 성공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제가 생각한 유일한 다른 방법은 직접 ‘꽃’ 자체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일단 옐로스톤 산 기지에 들어가야겠죠.”

“지금 우리에게 제시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 뭐가 있소?” 일이 물었다.

“하나밖에 없습니다.” 십이 말했다. “기동특무부대 오메가-7, 판도라의 상자. 팀 아벨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지만, 팀 아이리스의 팀 리더하곤 어떻게든 연락이 닿았습니다. 사실, 원래 그가 이 사태를 알린 요원입니다. 한 시간 이내로 기지에 진입할 준비를 마칠 겁니다.”

“누구 덧붙이고 싶은 말 있습니까?” 일이 물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럼 실행하시오.” 일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계속 보고하도록 하시오.” O5의 리더는 십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어두운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이 사건을 잘 처리하도록.” 일이 말했다. “필요한 모든 일을 하시오.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당신에게 모든 재단 내 자산에 대한 작전권을 주겠소.”

십은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옐로스톤 산은 꽤나 안정되어진 듯 했다. 아직도 질이 나쁜 가정용 테이프처럼 보이긴 했지만, 초점이 어긋난 사진처럼 조금 흐릿하고 반투명해 보일 뿐이었다. 매 순간마다 산은 깜빡거리더니 바뀌어갔다. 마치 여러 다른 가능성들이 이 현실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

험비 세 개가 산 밑자락에 착륙한 헬리콥터에 모였다. 열두 명의 군인(남자 6명, 여자 5명, 에피 1명)이 내렸다. 군인들 중 까만 피부에 강렬한 눈 위로 강청색 아이섀도의 흔적이 보이는 커다란 남자가 앞서던 차량에서 가방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에이드리언과 베아티릭스의 발치에 가방을 넘겨주었다.

“저희와 함께해줘서 다행입니다.” 윌리엄 에이브럼스 요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지금 비츠와 같이 침대에 누워있고 싶으신 것 같군요.”

“이봐, 난 안 그런 줄 알아?” 비츠가 자기 전투복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지면서 웅얼거렸다. 비츠는 바로 눈치 볼 것도 없이 트렌치코트와 잠옷을 벗고, 자기 전투 장비로 갈아입었다. “침대 안에서 아침 먹기로 했단 말이다.” 비츠가 청회색 스포츠 브라를 머리 위로 입으면서 말했다.

“정말요? 하, 세상에, 에이드리언을 손에 가지고 노시는군요.” 빌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도 그러는 편이 좋거든.”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에이드리언 역시 옷을 벗고 턱시도 그림이 그려진 사각팬티를 더 얌전한 형태의 짙은 회색 속옷으로 갈아입었다. “팀 아벨 쪽 상황은 어때?”

“모르겠습니다.” 빌이 말했다. “계속 연락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팀 아벨은 기지 내에 있었습니다.”

“썅.” 에이드리언이 회색 디지털 위장 무늬가 있는 바지를 입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제군들. 앞으로 있을 구역 내 전투에 대해 알려주겠다. 자네와 에피는 소총을 들고, 나머지는 기관단총이나 카빈총을 들도록. 방어구는 중간 정도로 착용한다. 시간 변칙성을 고치려 해도 다른 공간의 괴물들에게 죽으면 다 소용없어지니까—”

“저는요?”

열한 쌍의 눈이 SCP-105에게 쏠렸다. 금발의 십대 소녀는 은색 권총집을 손에 꽉 쥔 채 헬리콥터의 문간에 서 있었다. “제 장비는 없지만, 제가 도울 일이 있을—”

“오메가-7이 아닌 인원은 이 임무에 참여할 수 없어.” 에이드리언이 단호하게 말했다.

“에이드리언, 저 사람들은 제 친구에요…”

“오메가-7이 아닌 인원은 이 임무에 참여할 수 없어!” 에이드리언이 반복했다. “조종사. 이 SCP 개체를 최대한 빨리 격리 조치를 취하도록.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자네는 이 개체에 전기 충격을 가해 무의식 상태로 돌려보낼 권한이 있다.”

에이드리언은 여자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자 그 쪽을 안 보려고 노력했다. 비츠가 SCP-105를 헬리콥터로 데려다 주는 소리와 헬리콥터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이륙하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에도 에이드리언은 자신의 장비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상에나.” 빌리가 말했다. “되게 냉정하시네요.”

“지금 당장으로선 그녀는 짐이다. 자산이 아니라.” 에이드리언이 딱 잘라 말했다. “이 작전에서 빨리 빠져줄수록 더 좋은 거지.”

“계속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십쇼. 저는 말이죠, 그저 그녀를 저 곳에 데리고 가기 싫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든단 말입니다.” 빌리가 아직도 깜박거리는 산에 손짓하며 말했다.

에이드리언의 대답은 마르고 중성인 사람이 노트북을 들고 달려오는 바람에 막혔다. “팀 아벨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파티마 워크와이즈 요원이 말했다. “아벨이 얘기하고 싶답니다.”

“시발.” 에이드리언이 웅얼거렸다. “상황 진짜 잘도 돌아가는군.” 그는 에피로부터 노트북을 받았다. “여기는 팀 아이리스— 이런 씨발!”

마지막에 뱉은 비명은 노트북 속 화면을 보고 나온 말이었다. 모든 복도는 피로 흩뿌려져 있었다. 천장에 매달려 미친 듯이 흔들리는 형광등. 화면 바깥에는 공포에 질린 비명과 총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런 욕설을 하게 만든 건 연구실 책상에 누워있는 남자였다. 크고, 냉정하고, 올리브색 피부에 검은 머리, 피부는 진홍색 문신으로 덮여 있었다. 그의 허리 아래쪽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앤드류스.” 아벨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하도록.”

에이드리언은 속에서 뭐가 올라오는 막은 채 깊은 숨을 쉬었다. 안정될 때까지 숨을 총 세 번 쉬어야 했다. “팀 아이리스는 지금 진입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현재 아이리스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모였습니다.”

“좋아.” 아벨이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살육을 멈춰볼까 해.” 아벨이 마침내 말했다. “자네가 이 작전의 지휘권을 가져가게.”

에이드리언은 한기를 느꼈다. “아벨? 지휘권을 가져가는 건 스콰이어일텐데요…”

“스콰이어는 전사야. 나처럼 말이지. 내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스콰이어도 못하는 거야. 이 사태는 학자를 필요로 하지. 이길려면 근육이 아니라 정신이 필요하단 말이야.” 화면 속 크고, 어두운 머리의 형체가 무너져 내리더니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신 움직이지 않았다.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얼굴에 때와 검댕이 묻었고, 흰 머리가 섞인 빨간 머리의 나이든 남자가 나타났다. “아벨에게 들으셨을 겁니다, 요원.” 스콰이어 요원이 말했다. “내리실 명령이라도?”

“망할.” 에이드리언이 숨을 깊게 들이켰다. “알겠습니다. 지금 숨어 계신 장소가 어디죠?”

“보안 시설 9입니다. 여긴 꽤나 안전하지만, 복도에 적대적 개체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상자들이 생겼고, 현재 전투하기 적합한 상황이 아닙니다.” 스콰이어가 으스스하게 웃었다. “제가 볼 땐 판도라의 상자가 또 열린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에이드리언은 어깨 너머로 손짓을 했고, 손에 지도가 잡히는 걸 느꼈다. “고마워.” 에이드리언은 험비의 보닛 위에 지도를 펼쳤다. “좋아.” 에이드리언이 다시 말했다. “보안 시설 9는 여기다. 우리가 들어갈 곳은.,..” 에이드리언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에이드리언의 시야가 계속 흐려졌고, 눈을 깜박을 때마다 복도의 모양이 바뀌어갔다. “제기랄. 지도가 계속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데.”

“언젠가 그 복도를 걸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콰이어의 으스스한 미소가 커졌다. "벽이 당신을 산채로 집어삼키려 할 테니까요, 엄청난 골칫거리죠."

에이드리언이 지도를 몇 번 더 쳐다보느라 몇 초가 더 흘러갔다가, 에이드리언은 포기했다. “좋습니다. 5분만 기다리세요.” 에이드리언이 노트북에다가 말했다. 에이드리언은 지도를 집고 그걸 컴퓨터 화면으로 옮긴 다음, 대원들을 모으기 위해 공중에다가 작은 원으로 손을 흔들었다. “팀 아이리스!” 에이드리언이 소리쳤다. “다들 모여! 다 같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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