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휴식 시간 2: 부검
평가: +2+x

부검 기록 3-12-2015AC

"좋아. 여기는 잭 브라이트 박사, 부검 3-12-2015AC 기록 시작한다. 대상은 인간형이고 남성, 나이는 불명. 대상은 제임스 할포스로 추정되고, 알토 클레프 요원이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혹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현 시점에서 망막 스캔으로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대상의 안구가 완전히 녹아 제 자리에서 흘러나온 것 같다. 지문 역시 화기에 의한 손상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치아 기록은 클레프 박사의 것과 일치한다. DNA 검사를 위해 조직과 골수 샘플을 채취했는데, 확인 결과 일치한다. 이쯤에서 이 시신이 알토 클레프의 것일 확률이 90%라는 데 걸지."

"외형 검사 결과 대상은 전신의 97퍼센트 이상에 4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고, 몸 곳곳에는 옷자락이 녹아서 피부에 엉겨붙어 버린 부분에…이거 싫구만, 정말. 뭐? 아니, 냉정한 태도를 지켜야 한다는 거 정도는 아는데, 나보고 이 부검 진행하라고 떠맡긴 건 자네들 아닌가! 내 전문 분야도 아닌 거 알면서들…"

"…뭐, 정신자적 감염 위험? 아 제발, 닥치시게. 좀 씨발 닥치고 계시라고."

"알겠다. 지금 열어 보고 있다. 구운 고기 냄새 같은 게 난다. 어어우, 그래, 잘 익었어. 안쪽에선 아직도 김이 난다고. 주요 장기 기관들은 죄다 잘 구워져서 시커멓다. 내가 보기에는, 잠깐만, 여기 열어 보겠다. 그렇네. 아마 대상은 화기에 의한 외상 때문에 죽기 전에 이미 질식했었던 것 같다. 아니, 잠시만. 이건 또 뭐지?"

"대상의 위 속에 이질적인 물체가 들어 있다. 금속제 공 형태인데, 지름 7인치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다려 봐, 내가 한다니까. 그래. 경첩이 있다. 지금 열어 보고 있어. 개체는 속이 비어 있고, 종이 한 장이 들어 있는데… 내가 읽으라고 쓰여 있구만, 당연하겠지. 편지 읽어 보겠네."

"잭.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문 들었어. O5들이 날 승진시키려 했다더군. 나는 그런 보직에 처박혀서 서류더미나 파먹으면서, 실상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건 참을 수가 없어. 자네한텐 그런 게 맞을지 모르지만, 나한텐 아니야. 결국 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정반대로 설치고 다니면서, 아무도 상상도 못해봤을 그런 짓들까지 해야 했네. 하지만 그러고서 얻은 결론은, 뻔했지. 682는 우리가 자길 정말로 죽일 수 있기를 바랬어. 자신은 이제 움직일 수 없게 돼 버렸고, 그런 꼴을 하고서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걸 알아 버렸던 거네. 내가 그놈이랑 직접 얘길 해 봐서 알아냈지. 그 도마뱀 꼬라지는 그냥 눈속임일 뿐이더네. 내가 이러는 게 001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하니 안타깝긴 하지만, 긴 안목에서 생각해 봤더니 어차피 난 신경쓰지 않게 될 것 같더군.
잘 있게나, 잭. 저들이 자넬 손대지 못하게 해.
알토 클레프."

"…"

"…"

"아니야. 아니라고. 그냥 눈에 먼지나 재 같은 게 들어간 것 같아. 이제 볼만한 건 다 본 것 같은데, 됐다고. 이거 클레프 맞아. 지랄맞게 뛰어난 요원이었고, 그가 그리울 거네. O5들에겐 이 친구를 오메가 기지에다 묻기엔 너무 남은 게 없다고 전해. 그리고, 이 친구 이제 쉴 때도 됐어."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