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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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실 책상 앞에 젊은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취조실로 들어온 박사는 그에게 문서가 들어있는 노란색 종이 파일을 내밀었다. 젊은 남성은 질문대신 한 쪽 눈초리를 올렸다. 그의 눈은 파일에 대해 묻고 있었다. 박사는 대답대신 파일을 열어 내용을 읽었다.

"에릭 카트너. 23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부양해 모셔야 할 중풍에 걸린 부친이 있음. SCP-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한 장을 넘겼다.

"조나단 베어리. 36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6살 난 딸과 몸이 약한 아내가 있음. SCP- 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마틴 후드너. 45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이틀 후가 퇴역일. SCP- 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리카르도 카밀레. 34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오늘은 그의 34번째 생일 임. SCP-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칼 도너. 31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이번 달 말에 결혼 예정. SCP- 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젊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제드 리. 26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사고일이 첫 출근일. SCP- 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젊은 남성은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

"브루스 챌피. 29세 남성. 특무부대 소속. 사흘 후 아내의 출산일. SCP- 682 제압 중 사망."

박사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그만… 제발 그만…"

젊은 남성이 울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다. 박사는 그를 내려다보곤 파일을 닫았다.

"그 외 사망자 3명, 뇌사 1명, 중상 2명, 경상 5명."

박사는 울고 있는 젊은 남성 앞에 파일을 내려놓았다. 젊은 남성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모두 자네가 주도한 실험 중에 사망한 부대원이네. 그 빌어 쳐먹을 도마뱀을 제압하는 도중에 세상을 떠났지. 하지만 걱정은 말게나. 자네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을거야. 왜냐? 자네는 4등급 인원에게 열흘간 매달려 실험 승인을 얻어냈고, 실험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이니까. 그러니까 떳떳하게 허리 펴고 인상 피고 식당에서 맛있는 밥 꼭꼭 씹어 먹으면 되는거야. 알겠어?"

젊은 남성은 아무 말 못했다. 박사는 고개를 혀를 차며 취조실 문을 향해 돌았다. 젊은 남성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젊은 남성이 모기소리 만 하게 중얼거렸다. 박사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왜 내게 사과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군. 내가 아니야. 죽은 부대원의 친지와, 죽은 부대원. 그들에게 사과 해야지. 그들이 자네를 용서할 수 있다면."

박사는 취조실을 나섰다. 젊은 남성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큰 소리로 오열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이었다.


박사는 휴게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박사님."

박사는 뒤를 돌았다. 한 연구원이 있었다. 달려왔는지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연구원의 가운에는 '브루스 챌피'라고 적힌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아, 챌피. 날 찾았나보군. 서류는 금방 보내주도록 하겠네. 저번에 SCP-682 실험 했던 놈 있지? 그 놈하고 얘길 좀 하느라고. 따지고 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늘어놓은 게 되지만 말이야. 하하."

"또 부대원이 몇 명 죽었네 어쩌네 한겁니까?"

브루스의 대답에, 박사는 놀란 척, 모른 척 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부양해 모셔야 할 중풍에 걸린 부친이 있고, 6살난 딸과 병약한 아내가 있고, 이틀 후가 퇴역일이고, 이번달 말에 결혼 예정이고, 뭐 기타등등 그런 이유겠지요. 그리고 거기에 제 이름을 또 넣었겠죠. 아내 출산일이 코앞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하하하! 이젠 다 외웠구만!"

박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브루스는 얼굴을 감싸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이러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까요. 왜 연구원들이 고 위험 SCP를 실험 할 때마다 그런 거짓말을 하시는 겁니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브루스가 한 쪽 눈초리를 올렸다.

"실험을 주도하는건 연구원이지만, 정작 죽어나가는건 특무부대거든. 아이러니하지 않나? 실험을 계획한 사람은 사지 멀쩡하게 살아 돌아가 뜨신 밥 먹고, 엉뚱한 사람들이 목숨바쳐 그 뒷감당을 하고는 흙더미에 파묻히니 말이야. 웃기지, 웃기는 일이야. 으흐흐흐."

박사가 슬며시 미소지었다. 감기약 같은 미소였다. 그는 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 있나?"

브루스가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그에게 라이터를 건넸다.

"저는 아직도 박사님 말씀을 이해하지 못 하겠습니다."

박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자네도 곧 이해하게 될 걸세. 그만큼 봐 온다면 말이야."

박사는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잿빛 연기는 그의 눈을 찔렀고, 매캐한 향기는 그의 코를 감쌌다.

"젠장, 담배 맛 드럽게도 없군."

그는 담배를 비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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