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었으면 말 되겠는데, 사실은 전혀 말이 안되네, 그러니 수고요

"이 스크랜턴 현실성 닻이란 거 유용성 정말 미쳤는데요. 왜곡된 현실성에서 나온 효과들을 탐지해서 무효화하는 시스템이라니? 왜 아무 데서나 이 기능을 안 쓰는 거죠? 격리할 때 쓸 수도 있고?"

갓 3등급으로 승진하고 새로 도맡게 된 허가며 몰랐던 사실이며 보면서 난감해하던 찰스 보Charles Vaux 연구원이, 실험 절차안 하나를 보고는 펜을 두드리며 말했다.

"가장 크게는 위험하니까 그렇지." 소피아 라이트였다. 둘은 라이트의 사무실에 같이 있었다. "아직은 못 봤겠지만 그 장치 다룰 때 쓰는 개인 보호장비에는 고립된 방에서 원격조종 기계를 돌리는 것도 포함돼. 전원 장치는 시작 시간 이전에는 완전히 끊어져 있기 때문에, 누가 방 안에 있는 한 우연히 작동 시작하지가 않아. 유기체에다가 쓰지 않는 이유가 다 있지. 치명적으로 위험하니까."

"그렇구만요." 보가 중얼거렸다. "뭐 언젠가 이 기적의 기술이 이온화 방사성 치명량을 같이 안 내뿜는 버전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 저희는 될 대로 돼라 그거네요."

"사실 그것보단 좀 재미있게 작용해." 라이트가 말했다. "개리슨 실험실에서 전에 연구했지. 이온화 방사선이 아냐. 부작용 같은 게 아니야. 어떤 효소가 있는데, 5-아미노-3-이미다졸 카르복실산염을 아미노마다졸로 바꿔 줘." 그러다 잠깐 말을 멈췄다. "아니다. 4-이미다졸."

"어, 그렇네요, 그건 좀 흥미로운데요."

"글리신 합성 과정의 전구물질이야. 모든 진핵생물들한테 필수 효소지. 이 효소는 스크랜턴 장 안에서 작용하지 않는 걸로 나타났어. 작동 중에 그 안으로 들어가면, 당장은 안 죽겠지, 몇 시간 지나야겠지. 빠밤."

"세상에." 보가 몸서리쳤다.

"기능을 완전히 멈춘다고. 얼마 전에 이 효소의 기작을 살펴봤던 적 있어. 뭐 때문인진 모르겠더라고. 너무 이상한 현상은 아니잖아? 이 세상에 효소는 많고, 아직도 기작이 신비에 싸여 있는 것들도 많아. 시간 문제겠지만. 이 효소는 구조도 평범하지 않아. 다른 효소들이랑 비슷하지가 않거든. 그 자체가 너무 심각한 사실은 아니야. 하지만 이상하지."

"…허어."

"고세균 중에서는 그런 것도 있었어. 메타노사르치나Methanosarcina였나? 그거는 속(屬) 자체가 스크랜턴 현실성 닻 장 속에서 사라져 버려. 사.라.진.다.고. 차이를 더 크게 느끼겠지. 잘 아는 생물도 아니니까 사실 신경 쓸 필요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쩌다 실험 대상이 됐는데, 뭐 그래서 그렇게 됐네."

"뭐, 뭐라구요?"

"가끔은 닻을 설치한 기지들한테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해. 생태계 교란. 시스템 고장. 생명 작용만이 아냐. 어떤 친구들은 스크랜턴장 가까이 비치했던 책 속에서 텍스트 변질 현상을 확인했어. 책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야? 결국 쿠르드의 제80기지에서는 닻을 빼야 했어. 아람어랑 반응해서 이상한 효과가 났으니까. 언어 자체랑."

"어…"

"재단 물리학자들은 이야기해 보니까 별 신경 쓰지 않았어. 화학자들도. 하지만 닻을 가동하고 나서 기지 하나가 부분적으로나마 붕괴했는걸. 아직도 이유는 모르지만, 장려금 받아가면서 일하는 건축가 친구한테 몇 가지 생각을 듣긴 했지. 이유라면 나도 말해주지 못해. 나한테도 추측뿐이니까. 하지만 그 장치들을 아무데서나 못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면, 뭐, 지금까지가 이유야."

"뭐예요 대체? 어떻게 이런 부작용이 나오는 거죠? 너무 괴상해요."

"아, 부작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스크랜턴 현실성 닻은 목적 딱 그대로 잘 돌아가고 있어."

라이트가 고개를 으쓱했다. "과학, 기술, 예술, 진보라는 건… 그런 것들은 대개 꼭 절대적 진리에서 조심해 가면서 연역해 내는 것들이 아니잖아? 우연이란 게 있고, 직관이 있고, 요행이 있는 거야. 변칙존재는 현실에서 떨어져 있지 않아. 누구나 의식을 치러서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를 부를 수 있는 거야. 누구나 설명서만 잘 따라하면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듯이. 그래서 FBI는 우라늄을 정제하는 사람을 감시하지. 우리는 악마를 소환하는 사람을 감시하고. 우리가 전문가가 되어야만 하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우리가 아람어나 글리신을 격리할 수도 없어." 라이트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아무도 말 꺼내지 않고, 감독관들도 해보시오 시키지도 않고, 우리는 이 세상의 종말을 막긴 막으려고 다른 거나 연구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세상에나." 보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의자 시트를 꽉 부여잡았다. "그래서 이런 실험을, 스크랜턴 닻이랑 같이, 여기다 넣어놓은 거였어요? 저 보여주려고. 너무 잘 알았는데요."

"아, 그건 아냐." 라이트가 손을 내저었다. "난 닻이 이곳에서 좋은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아닌 것 같으면 말해도 좋아. 하지만 이런 식의 문제는 허구한 날 튀어나오는 게 사실이야. 재단이 현실을 일관성 있게 꾸며주는 데 탁월한 것뿐이지. 어쨌거나, 3등급 승급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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