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실패 기록 사건 240-0 사건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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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치젠越前 요원은 SCP 재단의 요원이다. 또한 재단의 SCP 위장 단체에서는 영업직으로서 근무하고 있다. 영업직 치고는 좋은 몸집을 갖고 있는데, 본인이 말하기를 ‘대학 때 미식축구를 좀 했지, 하하’ — 라고. 물론 제대로 된 정보는 아니다.

 에치젠은 그날 보고서를 정리하기 위하여 제81██기지로 출근했다. 보고서 작성은 주 1회 제81██기지 근무실에서 이루어진다. 위험은 적지만, 에치젠에게 있어서는 조금 지루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뭐가 달아나?”

 식당에서 동기인 이이지마飯島 연구조수에게 묻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란스러운 알람 음과 동시에 격리 실패를 알리는 방송이 흐르고 있었다. 멀리서 느껴지는 낮은 진동은 아마도 칸막이 벽이 닫히는 소리이겠지. 아무도 없는 식당에서 살짝 늦은 점심을 즐기려던 에치젠의 계획은 현재진행형으로 틀려먹고 있다.

 “그, 그니까, SCP-240-JP라고!”

 “아, 그 여치…….” “여치가 아니고 메뚜기! ……가 아니고 SCP-240-JP!”

 “그래 그래.” 맞장구치며 에치젠은 지급된 자신의 휴대 정보 단말을 손에 들었다. 지문 인증, 정맥 인증, 홍채 인증을 끝내고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이 스마트폰 엄청 좋단 말이야. 통화도 경비로 떨어지는 게 또 대단해요.” “대신 녹음되거든.” “알고 있어.”

 휴대 정보 단말……, 스마트폰으로부터 SCP 보고서를 찾아내어 특수 격리 절차를 읽었다.

제81██기지의 표준 곤충 사육 시설에 격리되며, 각 개체들은 따로 격리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특이점이 발견될 경우 담당 연구 감독관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SCP-240-JP에게 해를 끼치거나, 그러한 행동의 위험성을 간과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일절 금지한다.

 “어떻게 달아난 건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에치젠이 묻는다.

 “먹이 줄 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이지마가 답한다.

 “너 진짜 정말. ……에휴, 됐다. 요 뒤에 어떻게 잘 처리되겠지. 난 아무 말도 안 하련다.”

 한순간 진심으로 화낼 뻔했다. 하지만, 뒷날 이이지마가 당할 일을 생각하면 약간의 동정심도 있었다. SCP-240-JP가 인명에 치명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배어나는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이이지마는 침통한 얼굴로 말이 없다. 약해진 동료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릴 만큼 에치젠은 악독하지 않았다.

 “아― 그지, 그거지. 아마 그거지. 다행, 이란 말을 또 이렇게 쓰는 것도 좀 그런데, 일단 보고서 읽는 한에 있어서 메뚜……SCP-240-JP는 뭐가 멸망한다던가 그런 개체가 아니잖아? 그러므로. 그렇게까지 심하게 문책하고 그러진 않지 않을까? 그치.”

 배치가 좀 바뀔 수도 있겠다. 강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즉시 ‘해고’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에치젠은 생각한다.

 “에휴,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이지마의 얼굴은 변치 않는다. 한 3시간 쯤 전에는 개체 관리 임무를 맡았다며 기뻐하였으나, 그 기쁨의 그림자는 지금에 와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자 자 뭐 그렇게 어둡게 하고 그래! 어! 지금부터 그래, 만회를 하자! 아니 반납인가? 어쨌든, 이런 것도 다 교훈이 될 수 있는 거지. 지금부터 또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는 거야. 나도 이제, 도와줄 테니까. 어?”

 “정말?” 이이지마의 반응은 빨랐다. “도와준다 그랬지?”

 “가능한 한이지. 너무 무리는 안 할 거다?”

 위험을 느꼈다. 무엇에 대한 것인진 모르겠으나,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럼 설명을 일단 할게. 현재 이미 상사한테는 격리 실패 얘기해서 이제 격리 부대한테도 재격리 요청을 내어 놓고 있는 상태인데, 격리 부대도 다른 개체 격리로 좀 바빠서 이쪽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린대. 그래서 SCP-240-JP의 특성 상 파괴적 위험이 0에 수렴한다는 이유로 근처 요원에 대해서 협력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있어. 네 스마트폰에도 하나 왔을 텐데?”

 아까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안 왔는데. 중얼거리고는 스마트폰을 여니 보여져 있었다.

 “우와, 지금 왔네. 뭐야 이거.”

 “타이밍 한번 좋네.”

 “검토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거겠지.” 이이지마는 말한다.

 “물론 나도 재격리에는 전력을 다할 거니까. 너도 협력 좀 해 줘.”

 “그런데 있잖아.” 에치젠은 말하기를 주저한다. “이건 그냥 통상적 업무에 포함되는 일 아냐? 요청이 와서, 그렇기 때문에 요청이 와서 내가, 도와주는 그런 거지.”

 “그렇네.” 이이지마는 동의했다. “네가 도와주는 걸로 무언가 바뀌는 건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무언가 바뀔 지도 모르잖아.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좀 멋진 듯이 말해 보려는 것 같았으나, 결국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 합시다’이다. 단지, 도살을 기다리는 양과 같이 방 안에 숨어서 구석에서 겁내는 것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다.

 “좋아. 그래, 몇 마리?”

 “오, 찾아 주는 거야?” “됐고. 몇 마리 달아났어?”

 이이지마는 머뭇거린다. “뭘 새삼.” 에치젠이 다그쳤다.

 “사실은 말이지.” 이이지마가 입을 열었다.


 에치젠은 식당 의자에 걸터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요원 몇 명이 흩어져 SCP-240-JP를 수색하고 있다.

 저거는, 뭐냐, 그거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걸까.

 어렴풋이 생각하며, 이이지마의 말을 되돌아본다.

 

 “0마리야.” “뭐라고?” “0마리.”

 갑자기 뭔데. 에치젠은 당황했다. 죄악감과 긴장감과 압박감이 섞이면 사람은 무너지는 법이다. 그런 순간을 눈앞에 두었다고 느꼈다.

 “OK, 오케이. 물음을 좀 바꾸자. ‘SCP-240-JP 몇 마리가’ ‘몇 마리에서’ ‘몇 마리가 된' 거야?’”

 산수. 단순한 산수다.

 “‘SCP-240-JP 0마리가’ ‘0마리에서’ ‘0마리가 된’ 거야.”

 돌아온 답 또한 지극히 단순하였다.

 “뭘 이상하게 묻고는 그래.” 그렇게까지 말했다.

 감은 참 틀리는 일이 없는 법이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란 이것이었을까.

 SCP-240-JP의 보고서를 읽었을 때 ‘기분 나쁨’을 느꼈다.

 이것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게…….”

 식당에서 SCP-240-JP를 수색하고 있는 다른 요원들을 바라보며, 에치젠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오, 왜 그래, 에치젠 씨.” “히라냐.”

 안녕—, 하며 손을 흔들어 대며 곁에 다가온 것은 동료 요원인 히라사카平坂였다. 같은 위장 기업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에치젠과 엮이는 일도 많다. 재단에서는 에치젠보다 선배지만 연하이기 때문인지 에치젠을 ‘에치젠 씨’라고 부르고 있다.

 “왜 그러기는 뭘 왜 그래. 사무소에서 보고서 만들고 있었더니 모이라잖냐.” “우와…….”

 동기의 실패까지 전해줄 필요는 없겠다. 보고서의 겉면을 쓰다듬듯 만졌다.

 “히라도 그것 때문에 여기 왔냐?”

 “그렇게 되지.” 히라사카가 답한다. “이 주변에 영업 갔다가 스마트폰 울려서. 적어도 이게 위장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낫지.”

 그것도 그렇지. 에치젠은 동의했다.

 “에치젠 씨는 이런 데서 농땡이 부려도 돼?”

 “아니 뭐 되고 안 되고 그런 걸 다 떠나서. SCP-240-JP 보고서 읽었지?”

 “그치 읽었지. 당연한 거 아냐. 문자도 제대로 확인했어.”

 그럼 왜 대체. 라고 말하기보다 “이거 완전 페이크잖아.” 히라사카의 말이 더 빨랐다.

 “페이크?” “그래, 페이크. 애초에 말이야, ‘SCP-240-JP 0마리를 격리하는 데에 실패했다. 재격리 지원 부탁한다.’ 같은 메일이 온다는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0마리가 뭐야, 0마리가.”

 에치젠은 동의한다. 격리 실패에 관여한 이이지마한테 직접 들었을 때도 ‘아, 얘 어떻게 된 건가.’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거기서 이 히라사카 님은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페이크라고.”

 “근데 그럼 왜 페이크 정보를 흘려?”

 “거기가 말이지.” 히라사카도 동의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보고서 그거 아냐? 몇 등급 이상인 사람이 들어가면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거. 그러니까 지원 요청도 거기에 따라 있는 거지.”

 과연. 그런 것도 생각할 수가 있겠구나.

 “그래서 일단 페이크, 그러니까 거짓 정보만으로 되는 요원들에게 수색하게 한다는 거는, 0마리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제대로 실체가 있다. 그래서 그것도, 보면 바로 죽는다거나 하는 종류의 그런 실체가 아니다. 이런 거.”

 만일 보고서나 지원 요청에서의 SCP-240-JP에 대한 설명이 거짓 정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페이크만이 접근 가능한 요원들에게 수색시킨다는 결정을 한 이상 대상이 치사성이 있는 개체일 리는 없을 것이다.

 과연 말이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러니까— 난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 일단 나는 탐색 재개할게?” 히라사카는 말하며, 왔을 때와 같이 손을 흔들며 갔다.

 히라사카는 보고서의 설명이 거짓이고 사실 SCP-240-JP는 실체가 존재하며, 거짓 정보밖에 모르는 요원에게 수색하게 하는 이상 치사성은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필시 그것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담당하는 걔가 0마리라고 했단 말이지—.”

 이이지마가 몇 등급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관리하고 있는 이상, 먹이를 주고 있는 이상, 이이지마는 실물을 보았다. 그 이이지마가 ‘0마리’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0마리’인 것이다.


 격리 실패로부터 이미 3시간이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격리 부대는 아직 기지에 도착하지 않았다. SCP-240-JP를 수색하는 요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실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이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타파해야 한다. 에치젠은 생각했다. 슬슬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보고서 작성이 더 나았다.

 에치젠은 생각했다. 무언가 힌트는 없을까.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한 힌트다. 0마리를 찾아내기 위한 힌트다.

 찾아내기 위해서는, 없어졌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먹이를 줄 때 달아난 0마리는 어떻게 달아났지? 어떻게 없어진 거야?

 

 “그걸 모른단 말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

 이이지마의 얼빠진 소리에 얼떨결에 목소리를 높인다. 식당의 가 쪽이라고는 하나 조금 시선이 모였다.

 “……아니, 침착하고. 그럴 리가 없잖아? 더 좀 이렇게 봐, 좀 생각을 해 봐.” 최대한 모를 안 내게 얘기를 하려고 했으나, 이이지마의 굳은 얼굴로 미루어 볼 때 모는 이미 날 대로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억을 내라니……. 아, 그랬었지.” 으응, 하고 갸웃 고개를 기울인다. “평소대로 그 시간 따라서 먹이를 주러 갔지. 보고서 읽었지? SCP-240-JP 0마리가 0개의 우리에 각각 나뉘어서 사육이 된단 말이야. 그래서, 각 0마리씩 먹이를 주는데, 그 중 0마리가 우리를 안 열었는데도 0마리 달아나서, 결과적으로는 0마리가 된 거야.”

 “아니, 아니, 부탁이니까 좀 기다려 봐. 잠깐만.” 굳은 웃음은 에치젠에게로 넘어갔다.

 “진정해. 좀 진정을 해.” “……진정은 네가 해야 하지 않아?” “알고 있거든!”

 심호흡을 한다. 방금 한 이이지마의 말을 떠올려 보았다.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부위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착각을 경험하고 있다.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나, 생각했지만 결국 착각이다. 왜냐하면 결국 0마리니까.

 “아— 응. 좀 있잖아, 콤팩트하게 가자고, 콤팩트하게.”

 “콤팩트하게.”

 “그래, 콤팩트.” — 숨을 들이쉰다. “그렇지. 걔네들이 튄 걸 알았잖아. 달아난 순간에는 그게 어떤 느낌이었어? 우리는 안 열었지만 일단 보이긴 했잖아?”

 0마리가 말이지. 마음 속에서 덧붙인다.

 “도망친 순간은…… 잘 몰랐어.” “뭐라고?”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몰랐다고. 우리 너머로 0마리인 건 확인을 했지. 눈도 안 뗐어. 근데 갑자기 0마리가 된 거야.”

 “즉, 보고 있었는데, 그 뭐냐, 사라졌다는 거야?”

 “아니지, 사라진 게 아니야. 0마리가 된 거야.”

 설마. 그런 일이.

 에치젠의 등골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덮쳐 왔다. 척수에서 등줄기까지 찌릿 하고 매이는 감각이다. 그것은 에치젠에게 있어 몸이 공포를 호소하는 신호였다.

 그리고 아마. 아니, 거의 확신이 되었다. 이것이 이 사건의 불씨이다. 해결로 이끌 실마리다.

 하지만 이걸 뭐 어떡하라고. 착각이라면 어떡하지.

 창피 당하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말서도 큰일은 아니다. 근신 처분은 바캉스다. 감봉은 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착각이라면, 이 친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상태로 손가락만 빨고 있어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언제가 되었든 격리 부대의 개입으로 사태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밖에 없다.

 “괜찮아? 조금 지친 것 같은데.”

 “아니, 아니 그건 괜찮아.” 근데, 하고 덧붙인다.

 “그 뭐냐. 적당한 크기의 케이지— 우리? 락앤락 같은 거도 괜찮으니까, 그런 거 있냐.”


 손바닥만한 크기지만 우리는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다. 투명한 아크릴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곤충용 우리. 지원 요청으로 온 요원들은 지금도 식당 주변을 찾아다니고 있다.

 에치젠은 그런 그들의 눈을 속이듯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가능한 한 식당에서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격리 구역 내에서는 A240 창고가 그곳이었다.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격리 부대 도착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고 연락이 와 있었다. 손에는 우리가 있다. 시간은 붙잡혀 주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용기뿐이다. 무얼, 용기라고 하면 재단에 소속된 그 날부터 아주 가득 차 있다.

 그럼 됐다.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다.

 

 “자아아아아아아아아압았다아아아아아아!!!!”

 

 에치젠의 성난 고함소리와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가 식당을 나간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었다.

 

 “에에에스! 시이이이이이! 피이이이이이이! 2! 4! 0! 제이! 피이이!”

 “잡았다!!!!!”

 

 그 드높은 목소리로부터는 영혼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 뒤에 히라사카 요원은 말하였다.

 

 창고 안은 의연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조금 지친 에치젠이 든 우리에는 역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마무리를 재촉하는 요원들에게 드높이 내세워졌다. 요원들은 물론 무엇이 일어났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조금 있다 이이지마가 사람들 틈을 헤집고는 창고로 들어왔다.

 “자, 확인.”

 이건 내기였다. 확신이야 있었으나, 그래도 내기였다. 이 내기에서 지면 이제 ‘대책’은 없다. 격리 부대가 도착하면 최종적으로는 벌칙까지도 예상된다.

 “오, 좋아! 0마리 있어!”

 결과는 대승리였다.

 ‘0마리가 0마리 줄어 0마리가’ 됐다. 그렇다면, ‘0마리 잡아 0마리 돌려놓고 0마리로’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얘를 돌려놓으면 일단락 지어지는 거지? 그치, 일단은.”

 드디어 일이 끝났다. 에치젠은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보고서 작성을 안 했다. 아, 아직 점심 안 먹었는데 벌써 저녁 시간이 됐다. 엄청 지쳤다.

 사고는 맥락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제 일도 끝났겠다, 칸막이 벽도 슬슬 올라가겠지. 오늘 결근해도 되니까 그냥 돌아가고 싶다. 그렇지 돌아가면 맥주나 마시

 “잠깐, 잠깐 기다려.” “뭔데.”

 이이지마의 말 한 마디에 사고가 중단되어 자연스레 좋지 않은 목소리가 나온다.

 “음, 그러니까, SCP-240-JP를 재격리해 줘서 고마워. 그래서, 음, 0마리란 말이지.”

 “응. 그지. 0마리지.”

 “응. 그니까, 0마리야.”

 응. 응. ……응?

 “그러니까?” 묻고는, 동시에 앗차, 했다.

 “0마리 달아났으니까, 이제 0마리 남은 거야.”


재격리 보고서: 20██년 ██월 ██일
격리 실패로부터 5시간 뒤, 제81██기지 A구역 창고 내에서 SCP-240-JP를 0마리 확보. 이를 시작으로 A구역 B식당 내부 주방에서 0마리, B구역 창고 앞에서 0마리, B구역 05통로 구석에서 0마리를 확보함. 담당 직원에게 확인하여 격리 실패한 0마리의 SCP-240-JP 전원을 재격리함을 확인하였다.
이상.
— 에치젠 요원

어떠한 SCP 개체에 대하여서라도 격리 실패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 틀림없다.
이번 격리 실패에 대하여 헌신적으로 대처하여, 또한 전 개체를 재격리한 에치젠 요원의 공적은 헤아릴 수 없다.
그 공적을 찬하고자, 2주간의 휴가를 진정한다.
느긋이 피로를 풀기 바란다.
— 제81██기지 관리관

이이지마 연구조수에게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내일 13시에 606회의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 제81██기지 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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