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스필드, 1987년 여름 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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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난로 통로 속에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점차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스티네를 어떻게든 몰아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 빌어먹을 도시에서 나는 서기이고, 그는 변호사이다. 어찌 되었든 그의 입김이 더 클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입김보다 더 센 무언가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로 돈. 이 마을 사람들을 졸졸 따라오게 할 유일한 방법은 돈을 뿌려대는 것밖에 없었다. 스티네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나자, 나는 다시 난로 통로를 기어올라가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통장을 들고 방을 나섰다.

후환은 사전에 제거해 둬야 하는 법이지.

6.

캔스필드 제4항구 매각 주민 총 협의회 규정

작성자 스티네

제9조 (협의회의 구성과 체제의 구성)

1항 협의회의 대표는 스티네(변호사)와 랜스(법원 서기)로 한다.

2항 협의회의 대의원은 제4항구 인근 동 12개의 동장으로 한다. 그 목록은 부록에 기재한다.

3항 대표는 대의원 12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단, 1명은 회의를 주재하며 투표권이 없음)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선출할 수 있다.

4항 3항의 조건을 준용하여 대표는 정직시키거나 해임할 수 있다.

…(이하 생략)

7.
그날 저녁 6시 나는 이 빌어먹을 협의회 본부에 앉아 있었다. 조금씩 초조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내가 고대했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와 스티네가 돌아다닐 때에는 눈꼽만큼도 비치지 않던 빌어먹을 대의원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였다. 나는 그 중 하나에게 손짓했다. 이미 모든 얘기는 끝나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끌고 별관의 문을 열었다. 이름은 잘 기억 안 나는 키 작은 노인 하나가 중앙에 앉았고, 다른 대의원들도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아니 이렇게 계속 부르면 상당히 이상한 표현인 것 같다. 그냥 적당히 켄이라 하자. 켄이, 의사봉이랍시고 들고 온 망치를 두들겼다. 쾅 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켄이 떨리는 목소리로 개회를 선포했고,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은 공동대표 스티네의 해임안.

100달러의 위력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는데.

안건과 이유를 읽는 것이 끝나고, 마침내 투표할 시간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6명이 모두 손을 들려 했다. 그 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별관 문이 갑작스레 열렸다. 스티네였다. 스티네가 내가 손을 써두지 않은 대의원 5명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투표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6명이 손을 들려 할 때, 스티네와 함께 온 대의원 하나가 말했다.

랜스 대표의 해임을 상정하십시오.

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그는 우물우물거리며 망치를 한 번 더 내리쳤다. 그러나 크게 상관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미 투표가 시작된 스티네의 해임이 먼저다. 그런데, 올라온 손은 5개뿐이었다. 그 빌어먹을 여자, 뭐로 보나 매춘부같이 생긴 그 빌어먹을 여자가 자신은 이런 더러운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며 100달러를 내던지고 나가버린 것이다.

켄이 다시 망치를 두들겼다. 부결. 나는 이제 완전히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진압된 반군 꼴이었다. 그러나 내 계획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스티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날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가 데려온 대의원은 5명뿐이다. 켄은 망치를 두들기며 탁자에 금을 내고 있어야 하고, 내 쪽 5명. 마지막으로 나간 사람 하나. 그러면 그가 얻을 수 있는 찬성표도 5개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필요도 없이, 앉아서 회의가 부결되는 꼴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그 때, 스티네가 천천히 켄의 자리로 다가가 말했다.

내 해임이 부결되었으니, 나는 지금 이 협의회의 대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켄의 자리를 내가 대신할 자격이 있겠지.

내가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짓거리요! 당신이 쓴 규정에 회의를 주재하는 건 대의원만 가능하다고 나와 있소!

미안하지만, 제 9조 4항은 3항의 조건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지요. 그리고 준용이라 함은, 법률적으로 그와 유사하지만 본질이 다른 사항에 대해 수정을 가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 경우, 3항은 대표가 없으니 대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게 당연하지만, 4항의 경우 멀쩡히 대표가 있는데 굳이 대의원의 투표를 제한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쨌든 규정은 규정이요. 규정은 쓰여진 그대로를 따라야…

변호사는 납니다. 규정을 쓴 것도 나고. 누가 그 규정에 대해 더 잘 알겠소?

스티네가 차갑게 말을 끝맺고 켄에게 무어라 속삭이더니, 곧 그의 어깨를 잡고 밀쳐냈다. 그가 망치를 빼앗아 들고는, 잠시 피식 웃더니, 탁자에 대고 내리찍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이 두 동강 났다. 켄이 엉거주춤하게 잠시 서 있다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걸로 6명. 가결. 끝이군.

8.
그… 가결 직후의 일은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기억하기로 아마 추태를 부렸던 것 같다. 아니, 너무 약한 표현인가. 발광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은 스티네와 몇 명에게 사지를 붙들려 끌려나갔고, 내 집까지 들려 끌려왔다. 그 다음에는 집 안에 있는 술을 모조리 축내다가, 술이 다 떨어지자 비틀거리며 어찌어찌 술집에 도착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쉴 새 없이 술을 들이켰던 것 같다.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을 때, 술집의 시계는 이미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비린내가 코를 찔러왔다. 술에 취해서도 이 빌어먹을 바다 냄새는 피할 수도 없다니. 술에 취해서도. 나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철망과 함께 그 너머로 제4항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패배. 나는 완전히 패배했음을 통감하고 있었다. 스티네라는 작자는 이제 푼돈으로 보상금을 던져주고 모든 걸 마무리해 버릴 것이다. 나는 이 엿 같은 도시의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테고. 그렇게 더러운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문득 위화감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망. 제4항구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철망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고, 마치 감시라도 하는 듯 담배 불빛이 두어 개 있었다. 나는 술에 취한 척 철망 쪽으로 다가갔고, 구토를 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고 철망을 붙잡았다. 불빛이 가까워지더니 말소리가 들렸다. 딱딱하고 빠른 목소리였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빨리 돌아가시죠.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헛구역질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한숨을 내쉬더니 동료에게 말했다. 취한 놈이야. 무시해.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들이 확실히 간 듯 하자, 나는 철망에 바싹 얼굴을 붙였다. 눈을 가늘게 뜨자, 항구에 점차 느리게 정박해 오는 거대한 배가 하나 보였다. 컨테이너들과 드럼통들이 잔뜩 실려 있었고, 무언가… 총을 든 사람들도 잔뜩 타고 있었다. 시체 비누 주식회사라더니, 진짜 시체라도 가져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 회사에서 지금 항구를 정식으로 사들이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걸 잘 이용하기만 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두운 거리를 비틀거리며 술집까지 돌아왔지만, 쓸만한 아이디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눅눅한 바람이 목구멍까지 쑤시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술집에 주저앉아, 소리쳤다.

빌어먹을! 이 도시에는 쓸만한 작자들은 왜 아무도 없냐고!

구석에 앉아 있던 술꾼들이 힐끔거리다 내게 다가왔다. 이봐 형씨. 술이 취했으면 곱게 취하라고. 그들이 내 멱살을 잡았지만, 내 관심은 뇌도 없는 것들이 나를 협박하고 있는 데 있지 않았다. 그 때를 대비해 주머니에 S&W M60 리볼버를 넣어 놓았으니까. 내 관심은 이 항구 일에 찌든, 물욕으로 번들거리는 이들의 눈동자에 있었다. 내가 천천히 말했다.

지금 그 회사에서 자기네 마음대로 항구를 차지하고 쓰고 있다고. 아직 우린 한 푼도 못 만져봤는데. 근데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술이나 퍼마시고 있나?

술집에서 의자를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몇몇 사람들은 항구에 쳐진 철망을 확인하고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점점 술집 안은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 수십 명을 이끌고 철망 앞으로 전진했다. 이제 거대한 배는 화물들을 내리기 시작했고, 크레인들이 컨테이너들을 항구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정말로 항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듯 보였다. 밀어!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쳤다. 곧 철망에 손들이 달라붙고, 철망이 삐걱거렸지만, 넘어가지는 않았다. 아까 그 경비원 두 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총을 겨냥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잠시 움찔거렸지만, 술기운과 머릿수로 압도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곧 다시 철망을 밀어대기 시작했다. 철망이 비틀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자, 그들 중 하나가 총을 하늘에 대고 쏘았다. 요란한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공포탄인가? 별 효과는 없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공포탄이 아니었다. 바다 냄새를 압도하는 지독한 냄새, 아니 가스가 밀려들었다. 최루탄을 쏜 것이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려대며 얼굴을 감쌌다. 나 역시 비틀거리며 한 30m쯤 걸어갔다. 다시 한 번 총소리가 나고, 최루탄이 하나 더 발사되었다. 나는 엎어졌고, 얼굴을 차가운 아스팔트에 대고 진정하려 했다. 구역질이 났다. 술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질렀다.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쓰러졌다고!

내가 쓰러진 걸 보고 오해한 건가? 빌어먹을, 우둔한 머리인데 최루가스를 듬뿍 마셨으니 오죽하겠어.

그 때 내 머리를 스치고 무언가가 날아갔다. 돌이었다. 곧 우우 하는 함성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돌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가서 야구방망이라도 가져와! 저것들이 사람을 죽였다! 철망을 부숴! 저 화물들도 때려부숴! 아마 약간의 요행이 따르는 듯 했다. 이제 저들은 그나마 가까스로 숨겨오던 원초적인 본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중을 우중이라 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니까. 나는 일어나 곧 몰려올 폭도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아직도 지독한 최루가스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만약 저들이 내가 죽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움직이지 않는 게 더 좋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엎어져 있을 때, 함성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죽은 척을 하며, 눈물 너머로 무엇이 보이나 슬쩍 눈을 떴다.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그들은 쇠파이프와 각목, 야구방망이, 하다못해 돌이라도 들고 철망을 두들겼다. 감시원들은 계속 최루탄을 쏘았지만, 그건 그냥 폭도들을 계속 흥분시킬 뿐이었다. 곧 철망이 쓰러지자, 감시원들은 허겁지겁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둘을 쫓아 항구로 들어갔다.

마지막 사람까지 항구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기어서라도 술집까지 가려 했다. 누군가가 내 다리를 밟았는지, 몸을 도저히 일으킬 수가 없었다. 최루가스와 아스팔트에 배어 있는 비린내를 맡아가며 술집까지 향할 때, 내가 들은 마지막 소리는 이것이었다.

불을 질러!

9.
그래… 이제 처음으로 돌아왔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죽음을 열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묘하게 진정이 된다. 다리는 아직도 지끈거리고, 지금 이 기록을 텅 빈 술집에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볼펜으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이 편하다. 아마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시뻘건 불빛이 선명히 보이는 저 항구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나는 이 기록을 내 지갑에 집어넣을 것이고, 그 지갑은 바텐더에게 맡겨 둘 것이다. 물론 삥땅치지 않도록 적당히 리볼버로 위협을 해야겠지만. 그 다음에는 저 항구로 들어가, 폭도들이 모든 것을 부수는 사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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