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술자들의 학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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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이후 한반도 술법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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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술법사 총서 제1권 중 발췌



개요

靑松黃葉古臺路 
惟有人心長未閑 
寶靨尙餘天上月 
宮眉留昨海中巒 
落花流水斜陽外 
斷雨殘雲城郭間 
遠鶴不來人事盡 
百年消息髮毛斑 


푸른 솔 누런 잎은 옛 만월대 길에 고대로건만
오직 사람 마음만이 오랫동안 한가하지 못해
보배로운 보조개는 아직 하늘 위 달에 남았고
궁인의 눈썹도 바다 가운데 머물러 뫼를 만드는데
흐르는 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지는 해 너머로 사라지고
비 그친 뒤 남은 구름 성곽 사이에 끼었네
먼 곳의 학은 오지 않고 사람 일은 다해가는데
백 년 소식에 머리터럭만 희어졌다

전우치(田禹治), 「만월대회고」

지식

[상략]

중세 이전의 한반도의 마술에 대해서는 문헌자료가 일천하여 상세한 그림을 그리기가 매우 힘들다. 현재까지 확정된 바로, 신라 시대의 최치원과 고려 시대의 강감찬이 상당한 마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져 있다. 고려 이후 한반도의 근세 국가는 조선왕조였다. 조선 전기의 도사들은 대개 각지의 산 속에 은거하며, 자신들의 기예를 닦는 데 열중했다. 속세의 권력쟁투에서 밀려난 유학자가 도사로 전향하여 은둔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시기의 술법은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성격을 띤다.

[중략]

1568년, 당대 제일의 도사로 평가받던 전우치가 사망했는데, 전우치는 죽으면서 이지함, 양사언 등에게 거대한 초상적 위협의 존재를 알리고, 그 위협으로부터 제세안민키 위하여 도사들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도사들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얼마 뒤 일어난 일본과의 대전쟁 때문에 전우치의 유언은 빠른 시일 안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1600년, 당시 영의정이었던 이지함의 조카 이산해는 선조와 여러 차례 독대하여 초상적 위협으로부터 사직과 백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어도감(不語都監)을 비밀 직제로서 설치했다. 하지만 도사들을 불어도감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귀속시켜 제도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평생 무법자였던 전우치의 바램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었다. 어쨌든 불어도감은 선조 말기와 광해군 치세 때 주로 북방의 대(對) 만주 첩보전에서 활약했다.

인조반정 이후, 북인의 영수 이산해에 의해 설치되어 광해군 시기 북인정권 때 활동했던 불어도감은 첫 번째 존폐의 기로에 섰다. 불어도감은 김상헌을 비롯한 청서파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고, 공서파 내부에서만 그 처우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공서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양차 호란 이후 최명길의 강력한 옹호 하에 불어도감은 서인정권 하에서도 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략]

17세기 말은 불어도감 내부의 분열의 시기였다. 여기에는 효종 때 표착해 온 네덜란드인들을 통한 외부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인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불어도감은 술법적 방식의 사용과 연구를 고수하는 파벌(주술파 — 구분을 위한 후대의 명칭임)과, 서양인들을 통해 얻은 신무기와 같은 가시적 군사발전을 우선시하는 파벌(기술파 — 마찬가지)로 양분되었다. 이는 현종-숙종 대에 이르러 피의 숙청이 일어나던 붕당정치와 맞물려 내부 항쟁으로 비화했다.

이 분열상에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북벌론이었다. 원래 북벌론은 조선이 야만족으로 여기던 만주족에게 패배하고 그 속국이 된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정신승리와 내부단합의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북벌을 주장하는 세력이 생겨났고, 불어도감 내부에서도 옛 고구려 시절의 영토의 수복을 주장하는 파벌이 생겨났다. 이들을 주술파・기술파와는 구분하여 북벌파(마찬가지)라고 부른다. 북벌파는 강경한 북벌론자였던 청남파의 영수 윤휴를 사상적으로 추종했다. 하지만 1680년 청남이 실각하고 윤휴가 사형되면서 북벌파는 큰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1697년, 승려 운부가 조직한 불교세력과 도적 두령 장길산 등이 반란을 일으키다 미수에 그치고 그 세력이 조기에 진압된 일이 있었다. 이 반란 주모세력은 정몽주의 후손 정아무개를 조선의 왕으로 세우고, 그 다음에는 북벌하여 청을 정복해 최영의 후손 최아무개를 중국의 왕으로 세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미수에 그쳤으나 북벌파는 이 반란에 참여를 타진했고, 성공적으로 봉기가 일어날 경우 수도 한양에서 내응할 계획이었다. 이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불어도감에서 북벌파는 대부분이 체포되어 주살당하고, 생존자들은 체포를 면한 장길산에게 합류했다. 이들은 비밀결사의 형태로 명맥을 잇다가 구한말에야 「홍익사」로서 다시 출현하게 된다.

1701년, 희빈 장씨가 무당을 동원해 중전을 저주한 사실이 발각되어 사형당하는 신사환국이 일어났다. 비록 장씨는 탁남 계열이기는 했으나, 불어도감 내부에서 청남과 유착 상태였던 북벌파가 일소된 상태에서 남인들은 불어도감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실각했다. 또한 환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어도감 기술파는 주술파가 희빈 장씨와 관련이 있다는 거짓 증거를 조작하여 뒤집어 씌었고, 주술파는 축출되어 임진왜란 이전의 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하로 잠적했다.

신사환국 이후 불어도감은 혁파, 이금위가 신설되었다. 이금위는 그보다 앞서 불어도감에서 분리되어 나왔던 전문기구인 보전원과 더불어 조선의 새로운 국책초상기관으로 이원체제를 형성했다. 하지만 안정기는 1백 년을 채 넘기지 못했고, 1795년 천년구미호가 봉인에서 풀려나는 을묘화변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금위와 보전원은 책임 면피를 위해 불어도감에서 축출된 과거의 주술파 잔당들을 사건에 결부시켰다. 천주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던 상황에서 충성심을 증명하고자 한 남인 일부, 그리고 왕의 뜻에 영합한 노론 및 소론 세력까지 모든 진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탈주(rogue) 도사들에 대한 대대적 추적과 탄압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불어도감 주술파 잔당(이하 지하도사)들을 음지와 양지 양면에서 지원하던 ▓▓▓가 정조에게 친국을 받아 죽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그는 애초에 불어도감에 합류하지 않고 재야에 머물렀으며, 이 시기에는 노론 낙론과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에 간신히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을묘화변으로 인해 지하도사들과 보전원-이금위는 완전히 철천지원수가 되었고, 지하도사들은 철저하게 비밀결사화되어 조선이 망할 때까지 역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진다.

[중략]

1910년 일본제국에 병합됨으로써 대한제국(조선의 후신)이 멸망하고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 이 때 계파를 막론하고 이금위와 보전원의 조선인 술법사들은 대다수가 일본의 초상기관(이자메아 등)에 흡수되어 부역했다. 이들의 부역이 없었다면 이자메아의 백택3호계획이 그렇게 단시간에 완료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저항운동에 투신한 이들도 소수 있었고, 이는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지하도사들 위주로 더욱 활발했다. 지하도사들은 1910년대에 미국에서 뱀의 손과 접촉, 그들과 합작하기로 결정했고, 1920-30년대에는 만주와 중국 일대에서 의열단과 자주 공조했다. 지하도사들과 의열단은 특유의 무정부주의적 성향과 비밀결사적 특징이 어울려 상당히 손발이 잘 맞았다.

의열단의 활동이 와해된 뒤 지하도사들은 1945년 일본제국의 패망 때까지 다시 잠적했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한반도는 마침내 외부 초상세계에 완전히 개방되었다. 분서꾼들과 옥리들 등 다양한 초상기관들이 한반도에 진출한 것도 이 시기 이후다. 지하도사의 후예들은 한반도 뱀의 손인 "능구렁이 손"으로서 현재까지 비밀결사적 형식을 유지하면서 때때로 분서꾼들이나 옥리들과 항쟁하는 의로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권말부록: 계보도

이하 도표는 현재까지 밝혀진 불어도감 이전의 한반도 술법사의 대략적인 학맥 계보도이다.

범례:

  • [  ]: 그냥 도사
  • [  ]: 점복술사
  • [  ]: 양생술사
  • [  ]: 일반인
  • [  ]: 정괴
  • [  ]: 조직
  • [  ]: 사건사고
                                                       
                                                                 
                                                        고운 최치원
857년생-몰년미상
                                                                 
                                                       
                                                                 
                                                        인헌공 강감찬
948년생-1031년몰
                                                                 
                                                       
                                                                 
                                                        매월당 김시습
1435년생-1493년몰
                                                                   
                                                                                 
  격암 남사고
1509년생-1571년몰
  화담 서경덕
1489년생-1546년몰
  광진자 홍유손
1431년생-1529년몰
  허암 정희량
1469년생-몰년미상
  윤군평
생년미상-몰년미상
                    백우자 이혜손
생년미상-몰년미상
                                                                                                                     
                                                                  천년구미호
생년미상-생존중
                              청학상인 위한조
생년미상-1602년몰
                                                                   
                                                                                                                               
                                                                                                                                                 
  봉래 양사언
1517년생-1584년몰
  명월 황진이
1506년생-1570년몰
  토정 이지함
1517년생-1578년몰
  우사 전우치
1499년생-1568년몰
  희천교생 곽치허
생년미상-몰년미상
  윤임
생년미상-몰년미상
  이사연
생년미상-몰년미상
  "해동칠선"
                                                                                                                               
                                                                                                                               
                    Hx
1517년생-생존중
  아계 이산해
1539년생-1609년몰
                    용현진인 한무외
1517년생-1610년몰
  총지 남궁두
1526년생-1620년몰
  용잠거사 조여적
생년미상-몰년미상
                                                                                                                               
                                                        불어도감
1600년 설치
                                                     
                                                                                           
                                                                                                             
                                                                                                           
                                                                                                             
                                                        운부・장길산의 난
1697년
                                             
                                                                                                               
                                                                                                                               
                                                                                                                               
                                                        신사환국
1701년
                                                       
                                                                                                               
                                                                                                                               
                                      불어도감 잔당
(지하로 잠적)
                    이금위
17██년 설립
  보전원
1654년 설립
                   
                                                                               
                                                                                                                               
  담헌 홍대용
1731년생-1783년몰
                                      을묘화변
1795년
                                                       
                                                                                               
                                                                                                                               
                                                                                                                               
                                                                                                                               
                                                                                                                               
                                                                                                                               
                                                                                                                               
                                                                                                                               
                                                                                                                               
                                                                                                                               
                                                                                                                               
                                                                                                                               
                                                                                                                               
                                                                                                                               
                                                                                                                               
                                                                                                                               
                                                                                                                               
                                                                                                                               
                                                                                                                               
                                                                                                                               
                                                                                                                               
                                      능사사
1910년대-1950년대
                            이자메아
1906년 조선 상륙
            홍익사
19██년? 출현
 
                                                         
                                                                   
                                                                           
                                                                                                             
                                                                                           
                                                                                           
                                      능구렁이 손
1970년 재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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