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파운데이션 갓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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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레프 기지 연회장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자리의 막을 열어젖힐 기회를 제가 얻게 되어 크나큰 영광입니다. 이제 이 특별한 SCP-엑스팩터 대회, "새로운 E계급을 찾아서"의 문이 열립니다! 세계 각국의 영재들이 오늘 저녁 이곳에 모여 자기만의 개성 있는 공연으로 스스로의 재능이 얼마나… 비범한지! 증명할 예정입니다. 초자연스런 목소리, 사람 미치거 하는 음악, 이 세상 게 아닌 안무, OK급 시나리오1, 이들이 모여 무대를… 그리고 기지를! 뜨겁게 달굴 준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죠! 으쓱거리는 어깨를 참으며 소개하겠습니다. 경이로운 아르시Archie 박사, 불같은 브롤Brawl 박사, 그리고 바로 저죠, 쌩쌩한 뒤퐁Dupont 박사, 세 사람이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을 맡게 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시죠!"

뒤퐁이 두 발을 하늘 위로 연극적으로 펼치고 빛나는 웃음을 얼굴에다 띄우며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기다렸다.

"관중들이 있었으면 진짜로 박수 많이 받았을 거야." 아르시가 말했다.
"그리고, 뭐, 저한테 다른 선택권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음." D-1234가 덧붙였다. 자신을 둘러싼 경비원 둘 중 하나의 가슴팍에 꽉 쥐어진 소총을 흘겨보며.

뒤퐁의 말끔한 웃음이, 마치 12월 31일 윤리위 회의실 책상 위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벨리댄스를 화려하게 추는 자기 사진을 누가 뿌렸다는 소식을 들은 듯이 뻘쭘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연단을 바라보게 갖다놓은 책상에 있는 두 동료 사이의 자기 자리에 뒤퐁은 풀썩 주저앉았다.

뒤퐁이 구시렁거렸다. "사회자 정신이 솟구쳐서 그래, 그냥 그것 땜에 그랬어. 그리고 도대체 이 방에 왜 우리 3명밖에 없는 거야? 통계적으로 천장이 우리 얼굴로다 무너져 내릴 확률이 96%밖에 안되는데? 알레프 기지의 단합 정신은 어디로 가버린 거지?"

"아, 공연히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5명입니다." 경비원 두 명 중에 나이 많은 쪽이 끼어들었다. "제가 짐작하기로는, 매일같이 전장으로 뛰어드는 저희 동료들의 수를 뻥튀기하시는 그 짓궂으신 모습을 생각하면 저희도 똑같이 보시겠다 싶긴 합니다만, 저희도 사람 아니겠습니까, 사람이요."

"6명이요." 이번엔 D-1234가 끼어들었다. "바로 저기 무대 뒤에 있는, 지금 무슨 지랄 땜에 지들이 썰려나갈지도 모르는 저희 친구들은 둘째치고요. 물론 여기 있는 모두들 저한테 관심 1도 없을 테고 또 이 테일 작가가 사디스트라지만, 저희도 영혼이란 게 있다고요, 영혼이요."

참지 못하고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브롤 박사였다.

"어흠. 여러분… 이 감동적인 씬에서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아 땀이었네. 여하튼, 제가 더 이상 못 참을락말락하고 있지 싶어서 말입니다."

브롤이 경비원 쪽에다 손짓했다.

"그럼 이제 이 "실험" 세션 시작을 선언하겠습니다. 아니면 우리 친애하고 또 존경하는 동료 뒤퐁 박사 식으로, 다시 말해 보죠. "그럼 쇼를 시작합니다!""

두 경비원이 D-1234에게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지시한다.

아르시 박사가 말했다.
"D-1234, 여기 보시면, 벌써 다 보이시겠습니다만 마이크 하나, 스피커 둘, 앰프 하나가 있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세트의 물건 하나라도 훼손시킨다면 실수하시는 겁니다. 몹시 안타까운 실수요. 뭐 예를 들어, 블랙홀이 갑자기 무대로 튀어나와서 중력에 이끌려서 당신의 몸이 뿌셔뿌셔가 된다거나. 그때부터 남은 수명은 아기오리가 분쇄기 들어갔을 때랑 똑같아지는 겁니다."

D계급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르시가 잠깐 생각해 보다가 다시 말했다. "네, 2주 전에 생겼던 일을 설명하는 데 이런 비유 정도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그렇게까지 될 가능성 별로 없습니다. 그 전에 진작에 경비원분들한테 총 맞았을 테니까요."

D-1234가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 마치 프로젝터 빛 때문에 이글루가 녹아내리기라도 하는 듯했다.

뒤퐁 박사가 브롤 박사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잠깐, 여기 탁자 위에 큼지막한 빨간 버튼 3개는 뭐야?"
"버저들? 신호 주는 용도야."
"무슨 신호?"
"저기 있는 기니피… 아니 D계급 끌어내리라고. 뭐 그렇잖아, 사건 110-A-FR 나면…? 여하간 소 날뛰기 전에 외양간이라도 있는 게 낫지.."
"좋아, 그럼 말야. 우리 지금 SCP랑 곧 -5 될 사람한테 왜 이렇게 가까이에 앉아 있어? 잘만 하면 이 실험실 벽을 좌약처럼 와장창해 버릴 텐데?"
브롤 박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실험체 바로 앞에서 편안히 앉아 있든 철근 콘크리트 벽이랑 방탄유리 너머 100미터쯤 되는 데 있든 결과는 똑같아. 공간의 모든 지점이 왜곡되고, 유기물 빼고 모든 게 폭발하는 거지. 그러니 같은 값이면 앞자리에서 보자고."

브롤이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 D-1234에게 소리쳤다.

"자! 아르시 박사님이 아까 현명한 조언을 드렸으니만큼 이제 앞에 있는 마이크를 잡으세요… 아니, 스탠드 말고요. 마이크만 잡는 겁니다. 그렇죠. 그리고 부들부들 떨지 마요 좀. 의료기록 보니까 무슨 파킨슨병 환자도 아니시더구만요."
"끄… 끝나고 처리만 한 시킨다고 약속해주세요."
"지금 그렇게 약속하면 진정하고 지시대로 하실 거예요?"
"네."
"D-1234, 이 실험 중에 저희가 피해드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분명하게 지금 약속드립니다. 이 물건에서 유일하게 특이한 점이라고는 스피커에서 아무 음악이나 나와서 당신이 그 가사를 따라부르는 것뿐이에요. 그게 끝입니다. 진정하셨나요? 좋아요. 그럼 마이크를 잡고 입으로 가져가세요."

줄곧 주저하던 젊은 피험자가, 마침내 진정하고는 지시대로 행동한다.

"이 마이크가 갑자기 제 얼굴만 안 때린다면야 안심하—"

스피커에서 갑자기 음악이 터져나왔다.

"가자! 세션 3, 피험자 1, 페이즈 1. 대상자가 SCP-110-FR의 성질에 노출. D-1234가 SCP-110-FR-05가 되었어." 그렇게 아르시가 말하는 사이, 뒤퐁은 태블릿 PC 위에서 스타일러스를 놀렸다.

Ski-bi dibby dib yo da dub dub
Yo da dub dub
Ski-bi dibby dib yo da dub dub
Yo da dub dub

브롤 박사가 벙쪘다.
"뭐야 이건?"
"이 음악… 이 앞뒤없는 의성어의 빽빽한 배치… 뭔가 알듯말듯한데." 뒤퐁이 중얼거렸다.
"전에 한 번 들어본 곡 같아." 아르시가 덧붙였다. "몇 초만 더 생각해보면 기억날 것 같은데. 진짜로."

그때, 아무말 대잔치를 D-1234가 난데없이 멈추더니, 세 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분명히, 또렷하게 내뱉었다.

I'm the Scatman.

"역시! 역시나! 스캣맨 존의 〈The Scatman〉이야. 거기! D-12…아니 SCP-110-FR-5, 팔이랑 머리 좀 더 열렬하게 흔들어주면 안될까요? 이 곡은 그래야 더 멋진데. 그리고… 잠깐. 저기 들어올린 중지, SCP라기보다는 피험자 의사 같은데, 안 그래들?"

Everybody stutters one way or the other
So check out my message to you
As a matter of fact, I don't let nothin' hold you back
If the Scatman can do it…

"쏘 캔 유!" 아르시와 뒤퐁이 동시에 외쳤다.
"조용히 좀 해." 브롤이 끼어들었다. "우리 지금 일하는 거야. 장난치러 온 게 아니라. 사건 110-A-FR의 발생 조건을 규명해야 할 거 아냐. 좀만 진지하게 좀 가자. 젠장."

Ba-da-ba-da-ba-be bop bop bodda bope
Bop ba bodda bope
Be bop ba bodda bope
Bop ba bodda

"빠다바다바베 밥밥바다바뻬, 밥빠바다바뻬, 비밥바바다바뻬, 밥바바다바뻬 ~" 뒤퐁 박사가 계속 노래하다가, 브롤 박사의 사람 죽일 듯한 눈빛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I'm the Scatman, repeat after me
It's a scoobie oobie doobie, scoobie doobie melody
I'm the Scatman, sing along with me
It's a scoobie oobie doobie, scoobie doobie melody

"저기 말야, 괜히 분위기에 찬물 끼얹기도 좀 그렇지만… SCP-110-FR-05가 얼굴이 완전 벌개졌어. 온도를 너무 따뜻하게 해서 그러나?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를 좀 약하게 틀어야 할까봐."
"아냐, 숨이 막혀서 그러는 거 같아. 그럴 만도 해, 박자가 저렇게 빠른데."
그러고 뒤퐁은 펠트 모자를 머리에 얹은 다음 말을 이었다.
"역시 스캣맨, 그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구." 그리고 윙크 한 번 찡긋.

Yeah, I'm… The… Scatman.

D계급이 비틀비틀하다가 결국, 진이 다 빠져 무대에 털퍽 쓰러졌다.
아르시 박사가 놀란 듯이 말했다. "벌써 끝났네. 하긴, 3분 24초를 숨도 못 쉬고 노래 부르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

브롤 박사가 경비원들에게 고갯짓을 보낸다.

"실험 종료를 선언합니다. 피험자를 탈락시키… 아니, 내보내고 의무실로 데리고 가세요.
"일어나서 다시 노래를 부르면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원래 하던 대로 해야죠. 실험 중에는 살아있게 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끝나고 나서까지 약속해준 건 아니죠. 거기다 노래도 영 못 불렀으니까 뭐 큰 손실도 아니고요."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 아르시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두 경비원이 D-1234를 끌고 왼쪽으로 가서 무대 뒤로 사라지고, 다음 피험자가 오른쪽에서, 다른 경비원 두 명과 함께 나타난다.

브롤이 피험자를 불렀다. "D-9696. 앞에 있는 마이크로 가까이 가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또 봬서 반가워요. 너무 오랜만이네요, 똑똑한 사람만 보는 종이에 파묻혀 계셨는데. 아니, 왜 다들 그렇게 불편한 눈으로 보시는 거죠?"
"D-9696, 다시 말씀드립니다. 마이크로 가서, 크게 열린 입에다 갖다대고, 입 좀 다물어 주세요."
"아 네, 근데 무슨 마이크인가요, 박사님?"
"뭔 소립니까, '무슨 마이크'라니요." 황당한 듯 브롤 박사가 물었다.
"뭐예요, 전선이 안 달렸으니까 유슨 마이크가 아니구나 하는 말이잖아요."

브롤 박사가 벙찐 채로, 1분이나 그렇게 있고서야 저게 대체 무슨 말인지 꺠달았다. 아연실색한 박사가 눈을 질끈 감고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 그제서야 끅끅 웃고 있던 두 박사가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마이크 좀 입에다 갖다 대세요. 제발."
"아 네, 네, 알았어요, 알아들었거든요. 자, 이 정도면 됐나요?"
"아니요."
"이렇게?"
"아니라고요."
"이만큼?"
"D-9696?"
"네?"
"그 마이크 당장 입으로다가 안 처박으면 당신 바로 케테르 업무로 확 꽂아버릴 줄 알아요."

상처 입은 척 움직이며, D-9696이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았다.

"에에엥, 알았다구요, 장난이었는데. 오늘 너무 센치하신 거 아니에요 박사ㄴ… 으윽?!"

음악이 흘러나오자, 아르시 박사가 손뼉을 쳤다.
"자, 다시 갑니다! 세션 3, 피험자 2, 페이즈 1…"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말소리가 뚝 끊어졌다.

"하느님 성모 마리아님 성 요셉님. 이 노래… 안돼 안돼. 안돼! 저 사람 쫓아내! 빨리!!"

브롤이 아르시의 옷소매를 냅다 끌어당기며 다시 앉혔다.
"진정해 진정, 이 친구야. 너무 그렇게 흥분할 필요 없…"

I'm a Barbie girl, in a Barbie world
Life in plastic, it's fantastic
You can brush my hair, undress me everywhere
Imagination, life is your creation

"아 그랬구나, 다 이유가 있었네. 보안팀! 저 사람 입 틀어막아, 마취시켜, 때려눕혀, 제발 부탁이야, 입 좀 막아."
뒤퐁이 격분했다. "뭐야? 나 격심하게 이의 있어. 이 곡, 아쿠아의 〈Barbie Girl〉이라는 곡인데, 저 사람 노래 꽤 잘 부른다고."

아르시와 브롤이, 반응 열렬한 뒤퐁이 높이 쳐든 "8" 판넬을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무대 쪽을 다시 바라봤다.

"왜? 더 적게 주고 싶어? 동작도 그루브 찰찰 넘치는데."

몸집 육중한 브롤 박사가 천천히 안경을 벗었다. 곧바로라도 폭풍이 밀어닥칠 듯이 아주 침작하게. 그리고 쨍그랑 소리가 나리만치 탁자에다 거세게 내려놓았다.

"뒤퐁, 대체 뭐라 해야 할지… 지금 농담 따먹을 기분 아니라는 점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당장이라도 생길 만한 일 가볍게 볼 생각도 말고. 게다가…"

You can touch
you can play
If you say "I'm always yours"
You can touch
you can play
If you say "I'm always yours"

브롤이 더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아무 예고 없이 냅다 주먹으로 버저를 내리쳤다. 스위치를 부숴버리겠다는 것마냥. 종이조각, 종이 테이프, 꽃송이가 무대로 우수수 쏟아져내렸다.

"뭐야 이건 또…?"
"으흠… 이건… 어… 내가 넣은 거야. 분위기 좀… 축제스럽게 만들어 보려고. 솔직히 아이디어 좋았잖아. 합격할 때 박수소리랑 휘파람 소리도 틀어준다고." 아르시가 말했다.

브롤이 대꾸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무엇들 하십니까? 빨리 쏴요! 쏘라고!!" 발악에 가까웠다.

경비원 둘이 동시에 허리띠에서 피하주사총을 꺼내 D-9696에게 겨누었다.

진짜로 겁먹은 D-9696이 항복의 표시로 두 팔을 쳐들었다가, 이내 그렇다고 자기 태도가 변하는 건 없다는 듯이 그대로 도망쳤다.

Oh, I'm having so much fun!

그 말을 마지막으로, D-9696은 우아하고 유연하기가 마치 방금 전에 곡예사로 취직해서 공연하는 스모 선수와도 같이 무대 바닥에 꿍 넘어졌다. 두개골이 바닥에 거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앞니와 어금니가 주인에게서 빠져나와 굴러다니는 사이, D-9696은 다트를 맞은 채로 더 움직이지 않았다.

"마취제를 동원했습니다. 다시 자기 방으로 돌려보내도 되겠습니까?" 친절하게도 경비원 하나가 말을 보탰다.

"좋아 좋아, 바로 그거…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네, 데리고 가시죠'라고 하려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 아니, 바로 다음 두 사람 데려옵시다. 한 시간 있다가 베르스트라Verstrat 요원이랑 네렘사Neremsa 요원 당구 치는 거 관전해야 되는데, 늦게 가긴 싫네요."

브롤이 안경을 고쳐쓰고 깍지를 끼며 입가를 감쌌다. 면박을 담은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뒤퐁이 브롤을 바라봤다.

"어흠. 방금 건 미안해. 이렇게 유쾌한… 아니 이런 유형의 경험은 처음 겪어보느라고. 아무래도 내가 너무 흥분해서…"
브롤이 중얼거렸다. "아냐, 내가 미안해. 나도 평소에 화딱지 쉽게 내는 편이니까. 거기다 사건 110-A-FR이 생겨날 가능성을 생각하자니 걱정이 태산이라 말이지. 우리가 머리 위로 쳐놓은 이 그물, 과연 무게를 얼마만큼이나 버틸 수가 있을지… 그뿐이야. 잠깐. 다음 "스타" 두 명이 왔군. 또 준비해 볼까!"

이번에는 경비원 두 명이 각각 무대 양쪽에서, 표준 복장 차림의 D계급 한 명씩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르시가 목을 가다듬었다.

"큼. 반갑습니다, 두 분! 이번 실험을 어떻게 진행할지 물론 벌써 전달받으셨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D-1010?"
"네."
"첫 번째로 저 마이크를 잡아주시면 됩니다. 입으로 가져다대고 바로 나서, 와일드Wild 요원이 곧바로 마이크를 가져갈 겁니다. D-4500?"
"예."
"그 다음에 마이크를 받아서, 옆의 분이랑 똑같이 입에다가 가져가면 됩니다. 질문 있나요?"
"네, 저요. 노래가 별로 하기 싫으면 어떡하나요?"
브롤이 받아 말했다. "처분되죠. 그리고 여러분의 무덤에서 제가 직접 제가 좋아하는 트레파크(trepak)를 출 겁니다. 호두까기 인형 노래 틀고요. 또 질문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좋아요. 뒤퐁? 네 차례야."

뒤퐁이 벌떡 일어나 넥타이를 살짝 다듬었다. 그리고 숨을 후욱 들이쉰 다음 말했다.

"D-1010, D-4500…" 엄숙한 목소리였다. "쫄깃함과 반전이 넘치는 오늘밤, 여러분 두 분이 다름아닌 결승전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이제 눈앞에 놓인 이 스테이지가 끝나면 오직 한 명만이 승리를 차지하고, 승자는 이번 시즌의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또한 승리에서 우러나오는 명예와 영광을 모두 차지하게 됩니다. 승자의 이름은 거룩한 우리의 연감에, 특히 우리 기지의 연감에 영원히 새겨지게 됩니다. 승자는 미래 세대의 귀감이 되고 또 오늘의 눈부신 승리는…"
"어흠."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흠·큼."
"아휴, 알았어… 세션 3, 피험자 3·4, 페이즈 1, 고고!"

경비원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D계급 인원 둘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무겁게 내리깔린 침묵. 불꽃 튀는 분위기. 뚜렷한 긴장감.

아르시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읊조렸다. "지금이 모멘트야. 이번에도 사건 110-A-FR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식당의 도넛만 공연히 날리게 돼."

갑자기, SCP-110-FR이 작동했다. 1초도 안 되어서 경비원이 D-1010에게서 마이크를 낚아채 D-4500에게 쥐였다. 그러나 방 안에 밀려오는 음악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모두에게 놀랍게도, 두 사람은 각자 무대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대결 구도로 서로 마주봤다. 브롤 박사는 본능적으로 두 명이 트랜스 상태에 빠졌음을 알아차렸다.

뒤퐁 박사는 들려오는 이 낯익은 노래가 제목이 뭔지 골똘히 생각하던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원래 쓰던 음악 인식 앱을 켜고 노래를 검색했다. 그러나 그 전에 뒤퐁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태블릿 PC에 떠오른, 이글거리는 아홉 글자를 읽지도 않늩 채로.


Welcome back… To the stage of history. 뒤퐁이 중얼거렸다.


Yo.. Slim Shady!

Yo.. I'll fuckin.. I'll..
I'll puke, eat it, and freak you
Battle? I'm too weeded to speak to
The only key that I see to defeat you
would be for me to remove these two Adidas and beat you
and force feed you 'em both, and on each feet is a cleat shoe
I'll lift you off your feet so fast with a roundhouse
you'll think I pulled the fuckin ground out from underneath you

I ain't no fuckin G, I'm a cannibal
I ain't tryin to shoot you,
I'm tryin to chop you into pieces and eat you
Wrap you in rope and plastic, stab you with broken glass
and have you with open gashes strapped to a soakin mattress
Coke and acid, black magic, cloaks and daggers
Fuck the planet, until it spins on a broken axis

I'm so bananas I'm showin up to your open casket
to fill it full of explosive gasses
and close it back with a lit match in it
while I sit back and just hope it catches
Blow you to fragments
Laugh, roll you and smoke the ashes


"이런 말 꺼내기는 저급한 상소리고 부끄러우리만치 진부한 소리라서 정말 나부터 미안하지만… 왔더뻑??" 아르시 박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외쳤다.

브롤 박사가 맞장구쳤다. "솔직히 맞아, 나도 어리둥절해. 피험자 둘이 노래 하나에 동기화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대체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제스처 프로급 래퍼가 된 거지? 격리 절차 찍찍 검열하고 다니는 인턴 뺨따구 때릴 정도로?"

뒤퐁 박사가, D계급 두 명의 입으로 펼쳐지는 불꽃 같은 랩배틀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의식이 있는 거야."

다른 두 박사가 뒤퐁을 동시에 쳐다봤다.

"누가?"
"SCP-110-FR이. 생각해 봐, 전번에 누가 저 기계가 지성체라고 추측했던 적 있잖아. 사건 110-A-FR이 어떤 상황에서 뚜렷하게 이유도 없이 발생하는 모습 보고는. 마치 클래식을 참살했다거나 원디렉션 히트곡을 너무 잘 불러버렸다거나 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듯이 말이야."
"일리는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들 기껏해야… 털썩, 쓰러지는 정도였잖아. D계급 한 명 다리 세 개 부러지는 정도도 아니었는데."
"바로 그거야! 지금 이 현장에서 변칙성의 한 면이 새로 드러나는 거라고. 보통은 SCP-110-FR-05가 새로운 언어로 노래를 불러야지 우리가 사건 110-A-FR이 박두했는지를 알아채지. 지금운 노래가 영어로, 좀 과감하지만 아주 정확히 나오는 상황인데도 피험자들이 최면에 빠진 상황이라고."

아르시 박사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 다른쪽을 찡그렸다.

"그럼,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전에 없었던 대재앙이 바로 잠시 뒤에라도 닥쳐올 수 있다 그 말이야?"

뒤퐁이 피식 웃었다.

"일단 기다려 봐, 지금은 스포츠의 현장이니까."


Am I the worst? Because I, never go to church
I run a red light then sideswipe a hearse
I'ma drink 'til my liver rot, see the doc
Leave the E.R., then hit a bar for a liquor shot, 'til the liver spot
One day we all gon' die
But when I die, I'ma be so high
that I'ma get up and walk, leavin the concrete bare
with the chalk outline still there


아르시 박사가 자기 자리 아래에서 일어오는 떨림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저 상상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때, 탁자 구석에 있던 물병을 아르시는 갑자기 봤다. 평평하던 수면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분명 의자에 일어오던 떨림이 물병에서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덥썩, 아르시 박사가 마이크를 낚아채고

"세션 3, 피험자 3, 4… 페이즈 2 시작!!!"


I bust my gun first, and then I chat with your corpse
Since way back, I was one to never like back-talk
See me at the pearly gates in line, wearin a Nordface
Nickle nine at my waist, God done lost faith
Angels greet me but I don't reply back
Just show me to my quarters, and oh yeah, where's Thai at?


연구원 세 사람은 반응할 시간도 없었다. 땅바닥이 부들부들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우르르 요동치고, 탁자가 넘어지고, 의자가 넘어지고, 사람이 넘어졌다.

경비원 하나가 워키토키를 뽑아들었다.

"경보! 기지 남측동에서 사건 발생! 지원 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땅바닥이 야생동물처럼 우두두 솟아오르며 브롤 박사와 그 몸무게 95kg를 70km/h로 무대 한복판으로 내다꽂았다. 바로 그 옆에 선 D계급 인원들과 경비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대 다른편에선 벌써 구멍이 큼지막하게 아가리를 벌려놓았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경비원이 있었다가 파트너한테 간다고 옮겨간 곳이었다.

아르시와 뒤퐁은 운이 좋았다. 둘은 각자 동쪽/서쪽 벽으로, 전투기도 저리 가라 할 속도로 날아가 부딪혔다. 아르시가 쨍그랑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팝콘이, 음료수가, 그리고 의자들이 공중에서 자신에게 위험하게 날아왔다. 그래서 다시 눈을 꽉 감았다. 뒤퐁은 벽을 언뜻 보았다. 벽이 지주에서 뽑혀나고, 천장도 바닥도 뜯어져 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지지대 없는 채로 우르르 귀청 떨어지도록 무너져 안전망이 팽팽해지리만치 쏟아졌다.


Archie was seriously wounded
But the soul still burns
FINAL BATTLE… FIGHT!


"에이씨. 아직도 노래 불러?"

뒤퐁이 간신히 다시 일어섰다. 어깨는 부딪히느라 탈구되고,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뒤퐁이 무대까지 간신히 겨우겨우 걸어갔다. 무대 위, 널브러진 파편들 한가운데서, 그 재난 속에서도 살아남아 당당히 자리를 잡은 D-1010이 미친놈처럼 아직도 랩을 하고 있었다.

"저… 저거…"

뒤퐁이 고통스레 찌푸리며 몸을 굽혀, 천장에서 떨어져나온 큼지막한 석면 조각을 쥐어들고, 있는 힘을 다해 D계급에게 던졌다.

퍽, 조각이 적중했다.

뒤퐁이 무릎 꿇고 쓰러졌다. 눈앞이 흐려지다가 캄캄하게 되었다. 그리고 침묵만이 찾아왔다.


"뒤퐁 박사님? 들리세요?"

누군가 그렇게 말하면서 재채기하며 공기 중에 구름같이 쌓인 먼지들을 휙휙 부쳐댔다.

"아, 깨어났군요 알랭Alain, 저 노엘Noëlle 박사예요. 걱정 마세요, 부상이 심각하지 않아요. SCP-500형 합성용액을 주입했어요, 좀 있으면 흡수될 거예요. 몇 분만 지나면 일어서실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 모두 구조되었어요."

뒤퐁이 주위를 돌아봤다. 자기는 심사위원 탁자에 기대 앉아 있었다. 앞에 있는 무대는 잔해가 무너져 덮여 있느라 못 알아볼 정도였다. 보안 인원들과 의료 인원들이 뒤퐁의 주위에서 바삐 움직이며 방 안을 돌아다녔고, 또 우람한 기술 인력들이 잔해들을 치우고 있었다.

"SCP-110-FR…"

"네? 뭐라구요? 제대로 못 들었어요."

"SCP… 110-FR 어딨어요…? 사건 중에 훼손되었다면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빨리."

"뭐라 하신 거예요?"

"SCP-110-FR이 망가지면… 그대로 백척간두의 상황이… 공간적 변칙현상이 뒤늦게… 대피해야 해요. 아니면 여기서 우리 모두…"

"죄송해요, 아직도 무슨 말인지 안 들려요."

뒤퐁 박사가 허둥지둥, 부리나케 일어나 주변을 바삐 훑어봤다. 저 파편들 속에 비져나온, 땅바닥에 누운 마이크를 찾아냈다. 뒤퐁이 흥분한 채로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마이크가 저항했다. 무언가가 잡고 있었다. 뒤퐁이 쑥 뽑아냈다.

뒤퐁이 마이크를 입에다 가져다댔다. 말이 나오는 대신, 노래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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