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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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인류에게 해가되는 변칙적인 이들, 혹은 그러한 것들을 확보(Secure), 격리(Contain), 보호(Protect) 하는 기밀 단체. 재단에게 격리된 개체들은 인류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위협하는 개체들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유능한 박사들과 기지 관리자들이 그 개체들의 폭주를 막을수 있다. 아니, 있었었다.

여느때보다 평화롭던 어느날. 마치 폭풍전야 같이 고요했던 어느날, 그 위협하는 개체들이 탈출했다. 한때 682나 106이라 불리였던 것들은 재단뿐만 아닌 민간인들 마저도 공격했고, 그에 따른 사상자는 셀수도 없이 많았다.

여기 한 남자가 서있다.
한때 자신의 동료들, 자신이 몸담은 부서가 있었던, 그 장소에 유일한 재단 내의 생존자가 서있다. 그는 떠올린다. 위험한 SCP란 것들이 잔뜩 갇혀있는 격리실 바로 옆에서, 함께 일을 처리하던 동료들을. 가족사진이 담긴 펜던트를 항상 차고다니던 무장 경비를. 별나지만 그래도 동경의 대상이였던 박사들을.

그는 자신에게 닥친 참담한 현실을 믿지 못하는듯 눈을 깜빡거린다. 그는 슬프지 않다. 그저 마음 한켠이 불에 타버릴듯이 아려올뿐. 모든것을 잃은 그는 두려울게 없다. 다만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 소름끼칠뿐. 그는 분노에 차지 않았다. 그저 허탈할뿐. 그렇기에 복수또한 하지 않았다. 아니, 할수 없었다.

그가 무엇을 할수있는가. 그가 SCP-2000을 사용할줄 아는가? 그가 현실 재구축을 할줄 아는가? 아니다. 그는 그저 흔하디 흔한 3등급 직책의 박사였다. 여느 박사들처럼 재단의 시스템이 너무나도 당연한듯 수긍하고, 그런 재단을 의심만 할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그런 흔한 박사였다. 그는 O5가 아니다. 그는 4등급도 아니다. 그는 그저 3등급의 흔한 박사였다.

처음 1달은 노력했다.
재건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계 곳곳의 기지를 돌아다니고, SCP라 불렸던 것들을 포획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앞을 가로막는 절망의 벽은 점점 더 거대해져갔다.

그렇지만 그는 의지를 가졌다. 누군가 생존했을것이다. 누군가 재단과 세계를 재건할수 있는 이가 아직 존재할것이다. 나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아닐것이다. 그러나 그의 앞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과 재단도 이해못한 괴물들, 그리고 지옥같은 자연환경들 뿐이였다.

그렇지만 그는 가능성을 믿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 생존했을 확률이 0.01%가 안될듯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만이 이 광활한 행성에 남은듯 했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0.01%를 믿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재단의 기지들에서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그나마 미소지을수 있었던 때는 4번째로 도착한 기지에서 총소리가 들렸을때였다. 그는 SCP에게 총을 발포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달려간 그 자리에는 입에 총을 넣고 쏜 한 여성이 있을 뿐이였다.

그렇지만 그는 혹시라도 있을 한줄기 희망을 잡기위해 노력했다. 그는 바뀌기 시작했다. 불편한 재단의 연구복을 벗어던지고 눈에 띄는 옷가게에서 편하다고 생각되는 옷을 입었다. 그는 어딘가에 있던, 사실은 기지관리자의 책상에 있던 각 재단 기지들의 연락처를 찾을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지들은 모두 먹통이였다. 그렇게 포기하려고 마지막 기지에 연락을 한 결과.

그는 희망빛 한줄기를 잡을수 있었다.
그리고 잡았다.

그 끊어질듯한 빛줄기는 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기쁜 목소리였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의 이름인 엘릭스. 엘릭스는 자살 직전에 울린 전화를 받고서 뛸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 운명이였다. 엘릭스는 어느날 자신이 좀비에게 물렸다고 했다.
엘릭스가 말했다.

"자네. 무리한 부탁인건 알지만 제발 살아주게나."

그는 그 상태로 움직일수 없었다. 그의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만이 느껴졌다.

결국 그는 1달간의 노력을 불구덩이에 던져버렸다. 그는 재단이 멸망했을때 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의 미간은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마냥 찌푸려져 있었고, 그의 눈은 심하게 부어 눈이 충열됬으며, 그의 마음은 모든것을 잊길 원했다.

그의 머리는 기억 소거제를 생각했다. 그는 즉시 재단 건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그는 어딘가 있을 기억 소거제를 찾아다녔다. 시체인지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망가진 시체들을 뛰어넘으며 편해지는 약. 기억 소거제를 찾아다녔다.

그는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는 죽은 동료들의 시체가 보였다. 그는 일어섰다.

여기 한 남자가 서있다.
한때 자신의 동료들, 자신이 몸담은 부서가 있었던, 그 장소에 유일한 재단 내의 생존자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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