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소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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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열네 살입니다. 곧 있으면 중학교 이학년이 되기는 하지만, 다른 어른들을 보면 저는 굉장히 어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어리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리면 건강하고, 기억력도 좋대요. 외할아버지는 건망증이 심하신데 항상 내게 나도 네 나이 때는 어떤 작고 사소한 일이든 곧잘 기억해냈다고 하십니다.

제가 이상하게 여기는 건 이 부분입니다. 요즘 자주 제가 무언가를 잊어먹었다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뭔가를 깜박해서 생각이 날락 말락 할 때의 그 초조한 느낌을 아시나요?

예전에는 숙제를 깜박하고 놀다가 잠이 들 때, 외삼촌이 오시는 날을 깜박해서 하루 종일 밖에서 놀기만 할 때에만 아주 가끔씩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하루건너 날마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지난번 외가에 갔을 때 외할아버지께 들었는데 외할아버지는 날마다 뭔가 깜박깜박한 느낌이 드신대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정말로 무언가 깜박깜박 하세요.

그럼 저도 무언가 진짜로 깜박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고 보면 요즘 다른 이상한 일도 있어요.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이제는 그 이상한 돼지그림 천 안 들고 오냐고 하는 거예요. 웬 그림 천? 거기다 돼지? 전 돼지를 안 좋아해요. 뭔가… 더럽거든요.

또, 학교에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원에서 재밌는 일이 생기면 항상 속으로 '꼭꼭 담아뒀다 말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런데 암만 생각해봐도 말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사실 전 그렇게 친한 친구도 없고, 부모님은 맞벌이시라 늦게 들어오세요. 인터넷에서 자주 다니는 사이트들은 있지만 회원가입도 거의 안했거든요.

이런 이상한 점들을 느낄 때마다 무섭고 소름 돋기도 해요. 하지만 제일 크게 느끼는 건 외로움입니다. 내가 편하게 기대고 있던 의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기분요.

이상한 빌딩이 나오는 꿈을 꾸기도 해요. 잘은 기억 안 나지만 행복했다가 다급했다가 슬퍼지는 꿈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 빌딩을 얼마 전에 발견했답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학원을 갔다 오는 길에 꼭 거길 한번 가보곤 해요.

이 이야기는 다른 누구에게 말하면 절 이상하게 쳐다볼 것 같아서 이렇게 공책에 써둘 생각이에요. 그러면 다시 까먹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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