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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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의 편지는 개인이 소장하던 기록 중에서 회수하였으며, SCP-2833 관련 추가 자료로서 보관하는 중이다.

베나레스, 1901년 5월 12일


우리 사촌 에밀리(Emily)에게

브리티시 라지, 인도 제국에서 인사 올릴게! 이거 참 웅장한 표현인걸. 솔직히 우리가 집에서, 학교에서, 또 세상 모든 내게 평범한 것들에서 이렇게 멀리 왔다는 게 실감이 안 나. 우리 없이 영국 사정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부 전해 줘!

여행 이야기는 시시콜콜하게 하지 않을게(지루하기가 짝이 없으니까). 엘레노어(Eleanor) 언니가 자꾸 칭얼거리던 말들 이야기도 안 할 거야. 엄마는 좀 이해심을 가지고 살라고 하는데, 왜 나는 하필 드레스랑 남자밖에 관심이 없는 언니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너같이 생각 있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어쨌거나 우리는 베나레스에 도착했어. 영국하고는 다른 게 정말 많아. 엄청나게 덥고 먼지 날리고, 오만 데 파리가 날아다니고, 진창에 썩은 과일 (그리고 더한 것들) 냄새가 나고. 그래도 뭘 보고 있어도 신나고 새로워. 마을을 차로 지나가면서, 터번 쓴 남자들, 분홍색 주황색 파랑색 실크 드레스 입은 여자들도 보고, 우리 운전수 비노드(Vinod)가 길 한복판의 덩치 큰 암소 때문에 차를 세우는 모습도 봤어. 또 망고 라씨도 마셔 봤어. 너도 마셔본 적 있어? 진짜 맛있더라.

그렇게 새 집에 도착했어. 고리버들로 만들었는데 온통 하얗게 돼 있고, 주변에서 나무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어. 그리고 다행히 시원해서 엄마 몸조리하기에는 좋겠더라. 아빠 말로는 이 집 이름이 "대사의 집"이래. 아빠는 그냥 마하라자의 연락 담당관이긴 하지만. 여기는 마하라자도 있대. 신기하지?

거기다가 우리한테 구루도 생겼어! 구루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냥 사두(sadhu)인 것 같긴 한데, 언니랑 나랑은 구루라고 부르기로 했어. 어울려 보이기도 해. 허리에 두른 사프란 로브, 팔에 찬 팔찌, 하얀 수염 등등 보면. 정말 인상 깊은 분이야. 구루는 문 앞에 서 계셨는데, 아빠가 돈을 주려고 하셨어. 그런데 정말 가난하게 생겼으면서도 돈을 안 받으려 하고 그냥 이 집을 축복해 주고 싶었다고 말하시길래, 우리가 집 안으로 불러서 차를 대접해 드렸어. 구루는 정성을 들여서 집을 축복해 주고는 악령들이 이제 물러갈 거라고 말씀하셨어. 엄마는 언제든 다시 와서 이곳의 신기한 관습들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했어.

정말 재밌는 일이었지만, 이곳에선 뭐든지 다 재미있어. 이야기를 더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걸.

제국 저편에서,

바이올렛(Violet)


베나레스, 1909년 8월 22일


사촌 에밀리에게

편지 받아서 기뻐. 내가 보낸 편지가 잘 배달됐다는 뜻이겠지. 잘 지낸다니 다행이야. 교회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니, 흥미로운 소식인걸. 나중에 시간 나면 교회 이야기도 해 줘.

여기는 몇 주째 천둥소리랑 비가 쏟아지더니만, 다시 온통 덥고 건조한 날씨가 되었어. 여기서 살아보면 궁금해질걸. 계절이 바뀌는 게 먼저일까, 여기서 지글지글 구워져서 피부가 갈색이 되어서는 오븐 속의 감자처럼 갈라지는 게 먼저일까!

나 참, 정말 끔찍한 날씨지만 덕분에 다 기억나는걸. 엄마랑 엘레노어 언니랑 나랑은 지난 2주일 동안 관광하러 도시로 여행을 떠났어. 갠지스 강을 따라 배도 탔는데, 정말 신기한 곳이더라. 강은 정말 넓고 오래되고 또 느리게 움직여서 도시에 돌아다니던 코끼리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앞뒤로 오가는 배들로 꽉 차 있었어. 강물은 짙은 초록색이고, 강 양쪽에는 노란빛에 모래빛 건물들이 서 있었어. 물가를 따라서는 온통 너른 계단이 있었고, 또 어딜 가도 사람들이 있었어. 빨래하고 목욕하고 기도도 하면서.

당연히 구루도 따라오셨지. 구루는 뱃사공한테 마니카르니카 가트로 배를 몰아 달라고 하셨어. 구루 말씀으로는 종교적으로 정말 신성한 곳인데, 힌두교 사람들이 시체를 화장하러 오는 곳이래. 보기도 전에 매캐한 연기 냄새가, 도시에서 계속 풍겨오던 악취들과, 또 다른 어떤 달콤할 뻔한 향기와 함께 느껴졌지. 더 가까이 갔을 때 사원이 보였어. 둥근 헬멧처럼 생긴 키 큰 탑이 있었는데, 연기 때문인지 까매져 있었어. 강가의 계단에는 불이 붙은 곳이 세 개 있었는데, 하얀 옷 입은 사람들이 그 주위를 돌고 있었어.

그렇게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구루가 저 의식들 이야기를 해 주셨어. 구루 말씀으로는 힌두교 사람들은 자기 몸을 파괴해야만 영혼이 다른 형태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대. 내가 기독교도들은 죽은 몸이 부활한다고 믿는다고 하니까, 구루는 웃으면서 그것도 좋은 방법 같다고, 맨 먼저 지금 우리 몸이 더 오래 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고 말씀하셨어. 나를 놀리시려는 건가 생각도 들었는데, 구루는 우리가 건강할 수 있도록 요가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 엄마는 좋다고 하셨지.

나중에 비노드한테 마니카르니카 가트의 스펠링을 물어봤는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그러고 나서 어쩌다가 비노드가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됐어. 비노드는 구루가 그런 곳으로 가잔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고, 구루는 묘지 속에 살면서 이상한 걸 믿고 있다고 했는데, 엄마는 그냥 다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라고 하셨어. 비노드가 언니 이름도 이야기하는 걸 들은 것 같아. 혹시 관심 있어서 그러는 걸지도? 어련하시겠어. 영국의 모든 남자들이 언니를 좋아하는걸. 여기라고 뭐 다르겠어?

언니 말고 너하고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나중에 또 어떻게 지내는지 편지 써 줘.

정성을 담아서,

바이올렛


베나레스, 1909년 12월 3일


에밀리에게

네가 보낸 편지 재미있게 읽었어. 특히 너희 교회단체에서 사우스다운스로 여행 간 이야기. 가을 과일이랑 크림 티랑 함께라니 정말 멋진 여행인 것 같아. 진짜 네가 인생 제대로 사는 것 같다 싶더라.

이곳에선 여전히 똑같이 사는 중이야. 아빠가 수업을 계속해 줄 가정교사를 구해 왔는데, 말하기도 끔찍하게 지루해 빠진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한텐 언제나 찾아와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구루가 있지.

구루는 요가를 계속 가르쳐 주시고 있어. 시간만 나면 아빠한테도 가르치곤 하셔. 우리는 리넨 옷을 입고 매트나 바깥의 반얀나무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곤 하지. 충격받은 모습이 눈에 선한걸? 하지만 여기선 뭐든지 격식이 필요없으니까. 내 생각엔 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요가 수업에서 더 많은 걸 배우는 편이야. '요가'라는 말이 "잇다", "붙이다"라는 뜻인 거 알아? 요가는 신체 각 부위를 키우고 늘릴 수 있도록 하고, 또 이들을 서로 이어 주는 운동이야. 그리고 새로운 신체 부위를 깨우는 운동이기도 해. 말하자면 이마 중앙에 있는 세 번째 눈이라거나… 미안, 설명이 제대로는 안 되네.

다시 한 번 해 볼게. 첫 수업 때는 앉아 있으면서 구루가 심호흡을 하도록 시키셨어. 구루는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셨는데, 내가 왼손잡이인 걸 알고는 많이 기뻐하셨어. 듣자하니 구루가 생각하시는 모두가 따라야 할 왼손잡이들의 길이 있다나 봐. 그래서 웃으면서 엘레노어 언니한테 내가 언니보다 훨씬 낫지롱 해 줬지.

그 다음엔 모두 같이 만트라를 외웠어. "아욤(Ayom)" 같은 소리였는데, 호흡하면서 굉장히 느리게 말해 줘야 해. 그리고는 구루가 우리 몸 속에 살고 있는 마법의 뱀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만트라를 외우며 이 뱀을 몸 위로 떠올려 머릿속으로 튀어나오도록 만들어서 사마디라는 상태로 다다라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열반 비슷한 걸 말하는 거겠지? 정확히 어떤 이야긴지 설명해 주긴 어려웠지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또 구루가 말씀해 주실 때는 모두 사리에 맞게 들렸어.

한 번은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 구루가 엄마의 흉터를 보셨어. 의사가 종양을 잘라낸 자국이었지. 구루는 정말 화가 나서는 영국 의사들은 자기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른다, 그것보다 훨씬 나은 약들을 알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어. 전에 한 번도 못 봤을 만큼 화가 난 모습이었지만, 구루는 조금 있다 사과하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가능한 만큼 건강한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

너도 건강하고, 크리스마스 즐겁게 지내길 바라면서 편지 마칠게.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시무시한 녀석들을 쫓아 줄 파리채를 갖고 싶다고 말했어!

사랑과 행복을 빌며,

바이올렛


베나레스, 1910년 3월 1일


사촌에게

편지 고마워. 네가 "동양철학" 때문에 경고하는 모습이 좀 딱딱한 거 아닌가 싶어. 너야 교회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우리가 정신적으로 지도를 받는다는 게 충분히 걱정이 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에밀리. 모두 다 장난삼아 해 보는 일이고, 하루하루 지낼거리 삼아 하는 거니까. 거기다 구루는 흥미로운 관찰력을 보여주곤 하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걸.

어제는 구루가 우리를 도시 바로 바깥에 있는 사원으로 데려가셨어. 베나레스에는 사원이 이만 개는 있고, 엄마랑 엘레노어 언니랑 나랑은 그 중에서 많은 사원들을 봤지만, 구루는 이번 사원은 좀 다를 거라셨어. 우선 첫째로 그곳은 정글 한가운데 있고, 산비탈의 바위 사이에 입구가 감춰져 있대. 비노드가 거기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는 걸 보고 놀랐어. 최근에 구루를 좀 좋게 생각하는 거 같긴 했지만. 하지만 아직도 하인들 몇 명은 구루가 찾아오시는 걸 반대해. 누구는 하인 못 하겠다고 하고 떠나더라니까. 믿을 수 있어?

어쨌든 사원 이야기를 할게. 안쪽에는 위에 어딘가에서 빛이 스며나오고 있었는데, 빛 자체는 희미했고 안쪽 공간은 대개 짙은 초록색을 띠고 그늘이 져 있었어. 돌벽에는 조각이 새겨져 있었는데, 꽤나 오래되고 신비하게 생겼어. 조각 중에는 《라마야나》에 나오는 전투 같은 것도 있었는데, 랑카에서 온 거대한 저거너트랑 악마들이 싸우는 모습도 있었어. 코끼리처럼 긴 코가 달린 것 같은 사람도 있었는데, 구루한테 저게 가네샤냐고 물어보니까 구루가 웃으면서 이 사원에서는 가네샤를 모시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어. 더 오래된 조각 중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도 있었어. 다들 똑바로 못 그려진 것처럼 웃기게 생기고 있더라고.

우리는 주실(主室)로 들어갔는데, 땅에 구멍 하나가 있었어. 너무 어두워서 어디까지 파내려간 건지 안 보였어. 메아리라도 울리는지 살펴보려고 했는데, 구루가 모두 앉아서 눈을 감고 함께 만트라를 외우자고 하셨어.

솔직히 말하면 최고로 괴상한 경험이었어. 우리가 만트라를 외우니까, 메아리가 구덩이 속에서 돌아 나오는 느낌이었고, 또 공기가 허밍을 하고 있던 기분이었어. 약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몸이 방금 일어난 듯이 상쾌해졌어. 엄마도 언니도 똑같은 기분이었을 거야.

너도 여기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저녁은 나만 먹겠지. 구운 염소야! 심지어 채식만 하던 비노드도 생각이 달라졌어. 구루 말씀으로는 이 고기는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진실한 지식으로 통하는 첫걸음이래. 재미있는 걸 정말 많이많이 아시는 분이야.

진실한 지식을 추구하는 여정 속에서,

바이올렛


PS – 엄마한테 이 편지 보여줘야 해서 본문에는 못 썼어. 충격적인 소식이야. 엘레노어 언니가 임신했어! 엄마 아빠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나겠지만, 아직은 모르고 계셔. 언니가 우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 언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한텐 말해 줄게. 자세히 설명은 안 했지만, 정말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야. 비노드가 그런 걸까? 아빠는 어떻게 반응할까?


베나레스, 1910년 5월 30일


사랑하는 친구 에밀리에게

우리가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온다니 기뻐. 이 편지가 네가 출발하기 전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할 게 있어. 우리는 모두 좋은 모습을 하고 있을 거야. 구루가 조언도 해 주고 식단도 짜 주면서 우리가 놀랍도록 건강할 수 있게 해 줬거든. 솔직히 네가 날 만나도 나인 줄 몰라볼 거야!

엘레노어 언니까지 윤기가 나고 있어. 언니가 벌써 배가 불렀다고 말하면 못 믿을 거야. 엄마 아빠도 구루랑 한 번 이야기를 나누자마자 새로 나올 아이를 맞게 된 걸 축하하고 계셔. 구루 말씀으로는 사내아이(사내라고 확신하고 계시더라고)가 새로 나오는 것은 환생의 수레바퀴가 되돌아오는 것인 만큼 축하할 일이라고 해. 생각해 봐 에밀리.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는 거야. 우리들의 살과 피를 가진 가족이.

도착하면 바로 우리 집으로 와 줘. 마중나온 하인을 기다릴 필요는 없어. 아직 남아 있는 하인들은 네가 도착할 때를 준비하느라 바쁘거든. 모두가 네가 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어. 우리 가족들이 너랑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정말정말 기쁜 일이야.

열렬한 마음을 담아,

바이올렛


송신: HMTELOFF-3346A BEN IND
수신: 총대주교 로크, 종교개혁의 성모, 해크니, 런던

1910년 6월 17일

상황은 예상대로이며 가족은 회복불능 마침표 불의의 화재로 처리하였으며 잔해의 비활성화 확인함 이는 아이를 포함함 마침표

구루 소재는 불명이며 조사 진행 중 마침표 인도에 있다고 추정되며 선교사 필요 예상함 회신 바람 마침표

M-F 에밀리 카바나

에밀리 카바나(Cavanagh)는 1961년 은퇴하였으며 사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에 일치하는 회수된 소장 기록들은 영국연방의 여러 국가에서 부서진 신의 교단이 펼치는 활동과 관련성을 조사하고자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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