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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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너울 밤을 버히는 주홍빛 새여, 풀을 먹어 뿌리 먹어 기를 피어라
이곱과 사슴 비취는 주홍빛 새여, 누를 긁어 뫼를 긁어 나물 궂혀라
빛이 나며 들지는 주홍빛 새여, 불을 씹어 저승 씹어 멁게 비치라

휘황輝煌한 홍홍紅紅의 황야荒野에 먹으며 사자使者의 눈에 병들며 명암冥闇한 병한봄을 어찌 될꼬
입꼬리는 강하降下하여 공과功過마저도 깨뜨리는 소위所爲 또한 무엇인가
이는 어사語辭가 아니며 이는 기괴奇怪일 지니
황송惶悚히 또 황송惶悚히 받들어 모시어 성질性質 온화穩話해짐을 바랐을지니
홍성紅星이며 성안星眼이며 안장眼瘴이며 장기瘴氣이며 기약氣藥이며 약독藥毒이며 독축毒畜이며 축생畜生이며 생신生神이신 우리 주의 사자使者이시여
바야흐로 오시리라, 우리 뇌장腦漿의 백성百姓
바야흐로 오시리라, 우리 세상世上의 혼란混亂
바야흐로 오시리라, 우리 권뢰圈牢의 혁작赫灼

주홍빛 새여, 바야흐로 서시리


사람은 항상 어떠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은 항상 ‘어떠한’ 시선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엔 어떠한 구체성도 상도 존재치 않는다.
그러나, 대체 누가 스스로의 등 뒤에 아무도 존재할 수 없음을 보증할 수 있을 것인가?
대체 누가 사람의 넋은 어느 누구의 침입도 용서치 않는 신성 불가침 영역이라고 호언장담하였는가?
대체 누가 스스로가 스스로인 부분에는 봉황의 부리조차도 닿지 않을 것이라 말하였다고 하는 것인가?

우연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필연이며, 어떠한 유도의 결과로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관측할 수 없는 자는 이를 우연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사람은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에조차 답을 강요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맹목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의 섭리였다. 맹목을 이용한 포식자. 사람이 사람 된 자를 사냥하는, 인류종의 천적.

그것을 생각해 낸 자가 있었다. 몇 마디 간단한 말과, 그 나열. 그 사람은 그것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그 사람은, 그것을 붉은 벌판 깊은 곳에서 찾아낸 것이다.
허나 실은, 그 사람은 발견한 것이 아니다. 발견된 것이다.
그 사람은 말을 생각하였고, 그것을 보았고, 그것을 기록하였고, 그리고 죽었다.
그러나 죽음은, 너무나도 지천에 널린 것이었다. 그 사람의 죽음은, 너무나도 흔해빠진 죽음들에 묻혀 버렸다. 그 죽음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아챈 자가 몇 있었다면, 그들은 그 사람을 단순히 정신 나간 사람으로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대는 광인이 아니라, 마음을 무언가에게 파먹힌 잔해이며, 그 무언가의 침으로 흠뻑 젖은 잔재였다고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때는 너무 늦었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맹목적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된 사냥에, 그 누구도 알아채는 자가 없었다.

그것은 주홍빛 새. 축사에 의해 봉해져, 축사를 이용해 힘을 얻은, 의식계를 나는 새.

머지않아, 그것은 힘을 얻었다. 정신을, 넋을 먹어치운 그것은 더욱 넓게 확대하여 나갔고, 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그것의 말도, 그것을 모르는 자도, 일절 무지하였던 자조차 그것의 시야에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 생활 속에서 그것의 존재를 감지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게 발견되었다.
시선을 느낀다. 붉은 시선을.
소리가 들린다. 붉은 말이.
바람을 느낀다. 저 벌판에 부는 바람이다. 녀석의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이다!

그리고, 온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자를 확인하려.
그곳에 있는 무언가는 꿈틀대고, 떨며, 꿰뚫는 듯한 시선을 보내었다.
그리고 온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다. 온 사람들이 그것을 — 녀석의 모습을 인식한 것이다.
인식은 상을 맺고, 관측은 형태를 낸다. 그것은 진실로 인식계에서 현계로 굴러 나온 한 마리의 새. 인식의 새!
온 사람들이 녀석을 바라보고, 그것 또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녀석을 인식하고, 뇌의 한 구석에만 존재하였던 녀석을 스스로의 의식계에 가득 채웠다. 온 사람들이!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온 사람들의 눈 앞에 존재를 얻었다!

오오, 바야흐로 오시리라!
 
그는 하나하나의 마음이며, 공유된 의식계의 왕. 주홍빛 새는 오리라!
 
넋의 합류점에 기거하시는 정신의 지배자여. 주홍빛 벌판은 넓어지리라!
 
주홍빛이어 오라! 이 세상은 그대의 새장과 같을지어니.
 
모든 사람들이여, 보아야 하니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붉은 하늘, 붉은 초목, 붉은 폐허일지다! 주홍빛 새가 기거하시는 세상에 덮인 그대의 세상일지다!
 
소리 높여 노래하라. 그 새가 변덕스레 그대의 영혼을 먹어치우기 위하여 존재하는, 그것이 바로 세상이다!

그리고 그 새는 마지막 하나를 연하한 뒤, 날아오를 것이다. 사람을, 인외를, 신을 먹어치우고, 긴 포효를 마친 뒤 날아갈 것이다. 붉은 별을 남기고, 의식계의 더욱 깊은 곳으로 날아 갈 것이다. 깊은 혼돈에 몸을 던져, 광란의 의식에 둘러싸여 잠에 들 것이다.
별이 다시 살아, 다시 생명이 땅에 넘쳐흐를 그 때까지 —
 
 
 
주홍빛 새여, 아직 아니 서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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