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야기
평가: +6+x

████년 ██월 ██일
대상이 감지된 지역은 마리아나 해구 근처 지점이었다. 평소에 비하면 그리 깊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예감이 좋지 않다. 평소엔 같이 오지 않던 동료들과 함께 와서 그런 것이었을까?
동료들은 일 외의 시간엔 항상 같이 놀거나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원래 이 일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기엔 알맞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 일을 그만둘 이유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해당 구역에 이미 도착하기도 했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니까. 억지로 하는 느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이 일을 하는 것에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일을 준 상대가 상대니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만날 수도 없는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고 자극이었다.
무엇보다 이 일에 최적화된 장비들이 준비되어있는 배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거기에 그녀도 여기에 타고 있으니까. 적어도 그녀의 앞에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뒤늦게 오늘 일정이 내일로 미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상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년 ██월 ██일
나와 함께 이곳에 왔던 동료 중 한명이 대상에게 접근하던 도중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내 친구나 다름없던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함께 내려갔던 또 다른 동료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의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마치 봐선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년 ██월 ██일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난 분명히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진정이 되지 않는다. 어느 하나도 확실한 것이 없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년 ██월 ██일
우리는 표류되었다.

████년 ██월 ██일
모든 장비가 먹통이 되었다. 많은 양의 식량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에게 이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외부와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다. 우리는 망망대해에 떠있을 뿐이다.

갑자기 역겨운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다. 찾아보니 겁에 질렸었던 동료가 방에서 죽어있었다. 식량이 거의 떨어져가는 이 상황에서 정말 최악의 방법을 택하려 했지만 그녀가 막아섰다. 그녀는 그 시체를 바다에 던진 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계속 그 방의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년 ██월 ██일
식량이 모두 떨어졌다.

그녀에게 변화는 없었고, 나도 최대한 소모를 줄이기 위해 방에 처박혀 있기로 하였다. 뜬금없이 책상 위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일을 하기 전부터 착용해왔던 잠수복을 입은 내가 찍혀져 있는 사진. 평소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던 것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년 ██월 ██일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녀의 방을 확인하진 않는다. 어차피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니까. 나는 지금부터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내 직감이 이 모든 것은 바로 그것으로 인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상이 보였던 그 변화. 그리고 사라진 내 동료와 이 빌어먹을 상황.

마지막으로 그녀의 방 앞으로 가서, 평소엔 잘 해주지 못했던 말을 할 것이다.

만약에 이 글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
.
.
왜 나보다 먼저 가버린 거야.

“좀 더 구체적인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게 이번에 새로 발견된 SCP-451-KO-1의 전부인가?”

“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대상이 겪은 현상을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군.”

“…뭔가 더 느껴지는 게 없으십니까?”

“음? 뭐가 말이지?”

“…아뇨, 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

“흠, 자네는 다 좋은데 너무 감정적인 게 문제야. 여긴 재단이라네. 그리고 이건 SCP가 잃어버린 이야기일 뿐이지.”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