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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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비명이 계속된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저 개자식들은 언제까지 이런 짓을 반복할 생각인가. 미하일은 눈앞의 소녀를 보면서 매일같이 한결같은 생각에 잠긴다.

여긴 지옥이다.

적어도 시규로스라는 여자아이는 평생 동안 걱정 없이 행복한 꿈속에서 자고 있을 테지만,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

"110-몬톡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억소거를 실시하게."

"예."

사형선고와도 같은 무미건조한 말에 미하일은 문득 놀라고 만다. 그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무뚝뚝하게 해야 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태연하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가 이런 미치광이의 일부가 되어야한다는 것에 미하일은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왜 처음에 나가겠다고 말하지 않은 걸까. 기회는 있었는데.

하지만 미하일은 이내 고개를 젓는다. 자신은 여기에 원해서왔다. 이 가엾은 소녀들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잊지 않기 위해서. 하찮은 정의감이나 그런 것이 아니다. 이는 신의 사명과도 같은 숭고한 의식이며, 따라서 자신은 이를 행하는 사도이다.

왜냐면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말에 미하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린다. 하지만 마음속의 또 다른 양심이라는 이름의 자아는 다시금 자신을 향해 쓰라린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다.

너도 정상은 아니다.

미하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외치기 시작한다.

"나는 정상이다. 나는 정상이다. 나는 정상이다."

하지만 그놈의 빌어먹을 양심은 미하일을 놔주지 않았다.

정상이 뭐야?

오늘 밤은 한동안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110-몬톡 절차 시행합니다."

"시행하게."

처음 온 사람들이 전부 다른 곳에 배정되거나 제거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처음 자신이 왔을 때 무뚝뚝해보이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고민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저 여인을 구해주려는 영웅 같은 사람도 있었고,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람이나, 110-몬톡 절차에 D계급 인원과 같이 참여하려는 진짜로 미친 듯한 녀석도 있었다. 이제서야 생각해보지만 여기 올 때 받는 정신감정에서 변태적인 성향 같은 건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하일은 여전히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몇 번째 이 버튼을 누르는 것인지 미하일은 더 이상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음소거

미하일은 결정했다. 이 버튼을 누르지 않는 때가 온다면, 그땐 자신이 기억소거를 하고 이 시설을 나가야할 때라는 것을 말이다.


기적이라는 게 있는 걸까, 혹은 신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녀가 미하일이 보고 있는 감시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인다. 누구 보다도 순수한 표정으로.

미하일은 그녀의 눈빛에 압도당했다. 그것은 그 어느 성녀의 것보다도 자애로웠고,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이 음소거 버튼을 눌러보기로 말이다.


조사결과 이 여자에 대한 기억소거가 실수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난번의 효율은 평소보다 저조했고, 미하일과 다른 주요 간부들이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미하일을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한계에 다다랐다.

이렇게 생각한 것만 해도 벌써 수십 번째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미하일을 보고 놀라운 정신력을 소유하거나, 감정이 없다고들 말한다.

기계인간

미하일은 다른 곳에서 만났던 어느 박사가 그런 비슷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음에 돌아간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하일은 인정했다. 자신이 이 여자의 음성을 듣는 순간, 그야말로 예전에 겪어본 적 없는 최고의 쾌락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이제 자신이 변태성욕자이며, 소시오패스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후 음소거 버튼을 누를 때 망설이기 시작했다.


음소거 버튼에 인쇄된 글자가 닳아서 지워지기 시작할 때쯤, 미하일은 상부에 요청을 넣었다.


여태까지 있었던 기간 동안의 가짜 기억을 얻게 될 거라고 한다. 아마도 그동안 있었던 시규로스라는 잠만 자고 있는 여자아이에 대해 가엾게 여겼던 옛날 기억이나 쑤셔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하일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19 기지에 도착하고 나면, 미하일은 더 이상 여기서의 기억에 대해,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에 그녀를 본다.

기억소거 이후 숙면을 취하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예전에 보였던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미하일은 그제서야 웃었다. 신나게 웃었다. 역시 이곳은,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게 있다고?"

"네. 그 소문 못 들으셨나요? 공포의 SCP. 19 기지 어딘가에, 혹은 외부에 아주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 여인이 있는데…."

관리국장 미하일 볼프는 보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열심히 소문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연구원에게 말했다.

"아서라.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내가 그런데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빨리 일이나 하라고."

"에이, 국장님."

"닥치고 일하지 않으면 진짜로 그 부서로 배정시켜주는 수가 있어."

"죄, 죄송합니다!"

연구원이 꽁지 빠지게 나가고 나자 미하일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꼭 할일 없는 놈들이 저러고 다니지. 이 기지에서 가장 끔찍한 짓을 당하고 있는 이 여자아이보다 더 끔찍한 짓을 당하는 SCP가 있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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