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8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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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1일
제01기지 상급감시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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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안에서, 노년의 남성 한 명이 10분 전부터 끊기지 않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 같은 놈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내 앞에서 꺼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끊기지 않고 점점 더 커지기까지 하자 결국 남자는 포기했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눕다시피 앉으며 말했다.

"그래, 들어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 이 육시럴 놈."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영 좋지 않은 안색의 슈판다우가 그 모습을 나타냈다. 탄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슬라이드까지 후퇴 고정된 그의 권총을 든 채 전신이 피에 푹 젖은 슈판다우는 탈진하기 직전이라는 듯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와 맞은편의 의자에 착석했다.

"뭘 잘했다고 여기 찾아와? 이탈한 재단 인원 고작 두 명 잡겠답시고 무려 방랑자의 도서관에, 그것도 전차를 몰고 들어가? 그리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둘 다 살려 보내? 단단히 미쳤구만."

남자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슈판다우를 향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래. 그놈들에게 람다-92가 가진 예산상의 문제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고 치자. 애초에 그 예산상의 문제를 만든 게 너였잖아! 니가 람다-92가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숨겼고, 거기에서 모든 문제가 나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람다-92는 해체되었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부대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특무부대와 재단을 생각해서 한 짓이 사고를 은폐하고, 잉여 예산을 몰래 끌어 쓰는 일인가? 아주 그냥 영웅이 납셨구만. 훈장이라도 받으셔야겠어." 남자가 비꼬았다.

"람다-92와 그 부대원들을 위해서라면, 제 돈과 명예, 목숨까지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최대한 노력했다는 사실을 아시잖습니까."

"그래, 딴 부서의 잉여 예산을 가져오겠단 제안을 먼저 한 것도 너고!"

슈판다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빨리 꺼져 버려라. 난 너에 대해 본 것도, 들은 것도, 말한 것도 없는 걸로 하지. 더러운 놈. 해임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남자의 말에 묵묵히 일어서 상급감시사령부 복도로 비틀거리며 나온 슈판다우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더러운 놈, 어쩌면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군."

"그래. 도서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었으니. 이제 살아서는 거기에 두 번 다시 못 가게 생겼네."

슈판다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앨리슨을 바라보았다.

"거래를 왜 제안해 온 거지?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그 순간에 방랑자의 도서관으로 향하는 통로를 알려주겠다는,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거지?"

"다 방법이 있지. 나도 그 대가를 받아 거래가 끝난 이상 딱히 더 꺼낼 필요는 없는 말 같은데. 혹시라도…"

슈판다우의 권총을 든 손이 힘이 들어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좋지 않은 일은 많이 했어. 더 이상은 안 돼."

"그렇다면 조용히 당하고만 있으시던가."

"그런 거 없이도, 안 당할 수 있어. 내가 장담해."

앨리슨이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여 보인 후, 뒷걸음질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슈판다우는 한숨과 함께 외쳤다.

"앞으로 꽤 힘들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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