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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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벌어졌다. 인류 수호의 최전선이자 최후선 재단이 그 의무를 다하는 데 실패했다. 그것이 일어난 곳은 재단의 맹점, 재단이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곳이었고,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과학자 두 명이 2055년 변칙적 나노머신의 생산에 성공했다. 비록 독선적이었으나 그들의 목적은 순수하게 의학적인 것이었다. 나노머신을 인간의 몸에 주입하면, 병원체를 파괴하여 면역체계를 돕는다. 그리고 나노머신들은 파괴한 물질에서 에너지를 추출하여 자기복제를 했고, 그 뒤 몸에서 빠져나와 공기 중으로 퍼져 세상의 모든 병원균을 박멸했다. 물론 인간이나 무해한 생물들은 공격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되어야 했고, 두 과학자가 가장 먼저 한 것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노머신을 처음 사용했을 때, 코드 속에 작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나노머신들은 다른 모든 생물체를 공격하지 않는 대신 인간 게놈만을 공격하게 되었다.

나노머신이 공기 중에 퍼진 순간 이미 다 끝났다. 인간들은 먼지더미로 변해 버렸고, 그 먼지더미들은 다른 인간들을 공격했다. 재생능력을 가진 변칙적 인간들도 어마어마한 수의 나노머신들을 견뎌내지 못했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고, 재단 역시 격리를 시도했으나 감당할 수 없었다. 인류의 시대는 오래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종말은 아니었다. 멸망의 벽두에서도 재단은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 인류를 구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인류의 미래만은 구해야 한다는 책임을 가졌다. 그리하여 재단은 최후의 몇 개월간 프로젝트명 오토마톤(Automaton)을 개시했다.

재단은 얼마 전부터 작동 가능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만큼 지적인 인간형 기계였고, 어쩌면 인간을 초월할 잠재력도 지니고 있었다. 원래는 우주개발을 비롯해 평범한 인간에게는 너무 위험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이제 이 발명품들은 새로운 용도로 전용되었다.

최후의 인간이 죽기 3일 전, 최초의 안드로이드가 작동을 개시했다. 그 임무는 프로젝트 오토마톤을 성공시켜, 재단을 비롯한 모든 기관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고, 그리함으로써 지구와 우주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다시 지구에 발 붙일 수 있게 될 때까지.

프로젝트 오토마톤은 성공했다. 제1세대 안드로이드들은 모든 재단 기지를 장악하고 나노머신의 희생자가 되지 않은 변칙존재들을 재격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SCP-2000으로 인류를 부활시킬 수 있는 지점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노머신들이 재단의 계획을 망쳐 버렸다. 나노머신들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영구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것들은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것에 대응할 수 있게 프로그램되었고, 방어물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단위를 파괴하고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었다. 안드로이드들 역시 나노머신들이 진화할 수 있으며 자신들에 반하는 것들에 반하는 적응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성질들이 그 창조주들의 의도된 바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안드로이드들은 다른 임무에 집중하게 되었다. 안드로이드들은 SCP를 "변칙성 보안규약(Anomalie-Sicherungsprotokollen)", ASP로 개량시켰다. 미지와 변칙에 관한 연구 역시 안드로이드들에 의해 계속되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들이 이런 활동을 체념에 의해 타성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을 위한 세계를 유지관리했다. 인간을 위한 우주를 연구하고, 그들과 그들의 궁극적 목표 사이의 유일한 장애물인 나노머신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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