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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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계속해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가도 그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먹지도 않았다.
마시지도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그렇지만……살아있었다.

콘크리트화 되는 불사의 저주. 그것이 원흉이었다.
그 저주를 받고 그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주변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콘크리트이지만 살아있었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것일까?
이제는 날짜를 세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 이 방에 들어와서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의자에는 먼지가 하얗게 앉았고, 자신의 몸 위에도 먼지가 두껍게 앉아있었다.

그는 창밖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폭발, 비명, 울음, 그리고 피.
하지만 그는 관심이 없었다.
콘크리트에게는 그러한 것들은 전혀 관심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태양이 천 번 뜨고, 달이 천 번 졌다.
태양이 만 번 뜨고, 달이 만 번 졌다.
유리창에는 먼지가 쌓여 더 이상 바깥이 보이지 않았다.
벽에도 이제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이전에는 간간히 들리던 방 밖의 인기척, 말소리, 발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으면 이제 저주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한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그는 자신의 손으로 눈동자를 돌리었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대뇌에서 만들어진 신호는 은밀하게, 하지만 빠르게 신경을 타고 뉴런들을 지나 손가락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을 향해 퍼져나갔다.

꿈틀.

손가락이 움직였다.
몇 만 년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실로 오랜만에 희열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할 수 없었다고 믿었던 것이 되었다.
저주가 풀린 것이다.

다리를 움직였다.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기쁨에 차 방을 한 바퀴 걸어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먼지가 가득 쌓인 거울 앞으로 가서 섰다.
그는 보았다.

얼굴에는 빠르게 주름이 생겼다.
머리카락이 금세 흰 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모조리 빠지고 말았다.
치아가 모두 삭아버렸다.
그리고 이내 피부가 갈라지더니 먼지로 변해버렸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이라.
이 얼마나 멋진 것인가?
콘크리트로 변하는 저주는 자신을 몇 세기 동안이나 잡아두고 있었다.
남들은 불로불사를 원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자신에게는 고통이었다.

다리가 먼지로 변하면서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으면서 충격을 받은 신체 부분은 바로 먼지로 변해버렸다.
점점 바스러져 사라져가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그가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았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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