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음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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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의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한

그대가 유랑극단과 함께라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그 첫 번째, 시작의 음률


다섯 번째 푸른 벌새의 해, 그러니까 작년에 있었던 떡갈나무의 날 행사는 우리 유랑극단에게 있어 하나의 거대한 분기점이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 날 있었던 피날레 공연, 특히 그 중에서도 제일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앙코르 공연은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 단원들과 관객분들 뿐만 아니라 광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던, 우리 떡갈나무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귀에까지 그 멜로디를 심어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유와 희망의 노래를 찾아 우리 유랑극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만들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유랑극단이 떡갈나무를 풍성하게 할 새로운 잎이 너무 드물게 나타나는 통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확실히 좋은 일입니다. 따라서 저를 비롯한 우리 유랑극단의 고참 단원들은 새로이 유랑극단의 일원이 된 분들을 환영하고 또한 그분들이 우리 유랑극단의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의 유명한 월간지, "달 아래의 떡갈나무"에다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를 설명하는 에세이를 "그대가 유랑극단과 함께라면 알아야 할 다섯 가지"라는 이름으로 투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에세이의 첫 시작을 여는 영광스러운 역할은 황송하게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뭐, 알고 보니 우리 고참들 중에는 상당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분들도 여럿 계셨지 뭡니까. 그분들이 한사코 첫 번째는 되지 않겠다고 하시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제가 첫 삽을 뜨게 되었답니다. 물론 불평하는 건 아닙니다. 덕분에 제일 중요하고 제일 즐겁게 쓸 수 있는 주제를 맡았거든요. 그 주제란 바로, 유랑극단의 시작을 함께 했고, 유랑극단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던 그 위대한 노래, 시작의 음률입니다.



위대한 노래


시작의 음률은 6분 40초 동안 이어지는 얼후 전용의 곡입니다. 이 곡을 듣는 동안 여러분은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과 함께 여러분 뿐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마지막 안식처에 들어온 듯, 편안한 마음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하는 회복의 곡조에 맞춰 생기를 되찾고, 이 곡의 연주가 끝난 뒤에 이어질 본 공연을 탁 트인 눈과 활짝 열린 귀,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접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첫 1분 30초 동안, 여러분은 그동안 이 세상이 겪어왔던 아픔들을(비록 그 편린에 불과할지라도) 생생하게 느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곡의 멜로디는 전반적으로 슬프고 차갑습니다. 그 멜로디는 여러분의 마음에 대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하지만 또한 비통한 어조로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참으로 슬픈 곳입니다, 이 세상이란 곳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입니다, 이 삶이란 것은!
이처럼 현실은 고통스러운 재난과도 같은데,
제게는 여러분을 위로할 허황된 희망 하나 없군요.

아뇨, 이 곡은 여러분에게 고개를 돌려 허황된 희망을 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 곡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세상의 아픔과 슬픔을 똑바로 보고, 거기에 대해 연민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 것입니다.

슬픔의 도입부가 끝나면, 이제는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곡의 도입부가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곡의 연결부에서는 그러한 비극 속에서도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야기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온 땅을 밝게 비추는 광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스포트라이트를 그리로 옮깁니다. 깨어지지 않는 우정,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견고한 유대, 어느 봄날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함께 즐거운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

따뜻하고 선한 심상이 갈수록 경쾌해지는 멜로디에서부터 흘러나와 여러분의 마음을 녹이고, 여러분은 마침내 세상의 아픔과 슬픔을 똑바로 보고 허황된 희망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야만 여기저기에서 반짝이는 빛의 조각들이 비록 미약한 모습이지만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2분 50초부터는 도입부의 슬픔이 담긴 음조가 연결부의 밝은 음조와 섞여 들려옵니다. 이는 세상의 잔혹함과 어두운 면이 세상을 더 선한 쪽으로 이끄는 힘과 함께 존재하고, 또한 서로 이 세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환기시키게 됩니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는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져 가면서, 나중에는 마치 밝고 아름다운 화음을 압도하는 듯 느껴집니다. 그러나 화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경쾌하고 아름답게 그 곡조를 개선하고 지켜냅니다. 불협화음은 마치 당황한 듯, 더 소리를 크게 내어 화음을 압도하려 애쓰지만, 밝은 화음이 너무나도 너그럽고 강력하기에 그러한 불협화음조차 화음의 하나로서 어우러져 화음을 더 강하고 힘차게 만들어 줄 뿐입니다.

그리고 곡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제 어두운 그림자와 불협화음은 사라지고, 오직 망가진 것의 회복과 사랑의 승리가 있을 뿐입니다. 선한 노래의 승리가 확실해졌고, 세상에는 맑고 청명한 노래, 마치 새 소리처럼 아름다우며 동시에 편안한 곡조가 뒤따릅니다. 이 전원적인 곡조는 언젠가는 선한 노래가 승리를 쟁취하고 평화의 음조가 온 땅을 채울 것임을 표현합니다. 마지막 멜로디가 점점 더 소리를 줄여 가며 반복되고, 마침내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시작의 음률은 끝이 납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시작의 음률은 아주 오래 전, 떡갈나무 유랑극단이 처음 창단되었을 때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아니, 사실 시작의 음률이 없는 유랑극단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시작의 음률과 함께 유랑극단이 만들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시작의 음률을 작곡한 것은 지금은 잎들을 관리하는 가지의 이름으로서만 남아 있는 떡갈나무 유랑극단의 초창기 멤버들, 칭윈츄웨와 세츠게츠였습니다. 첫 번째 하얀 제비의 해에, 칭윈츄웨의 리더이자 초대 단장이었던 샤오린페이小林飛는 그녀의 평소 취미대로 전인미답의 대지를 탐사하다가 어느 신비한 공간을 발견했습니다.(이 '신비한 공간'은, 아마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우리에게 생각보다 친숙한 장소입니다. 자세한 것은 바로 다음 시간에 다른 고참 분께서 다루실 것입니다) 그 장소는 그 자체로 마법이었습니다. 노래가 가득했으나 시끄럽지 않았고, 멜로디가 가득했으나 난잡하지 않았고, 메시지가 가득했으나 난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린페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땅의 정중앙에서 퍼져나오는 강력한 편안감과 위로의 멜로디였습니다. 그곳이 마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은 린페이는 3개월을 그곳에서 머물며 귀에 들려오는 곡조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그곳에서 나온 뒤 린페이는 일본의 음악가 시로야마白山 자매('세츠게츠雪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한테 자신이 에서 발견한 '마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린페이는 그녀가 느꼈던 심상을 곡에 옮겨 형태를 잡기 원했고, 일본인 자매 중에서 언니 쪽인 시로야마 유키白山雪가 몇 주에 걸쳐 기본적인 멜로디를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칭윈츄웨의 멤버들이 함께 시작의 음률을 완성시켰고, 그들은 하얀 제비의 해부터 붉은 벌새의 해까지 동아시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작의 음률을 다른 곡들과 함께 연주했습니다. 시작의 음률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린페이는 이제 그들이 단순한 길거리 공연자가 아닌 더 위대한 무언가로 탈바꿈하는 순간에 와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며칠에 걸친 회의 끝에, 칭윈츄웨와 세츠게츠는 린페이가 발견했던 신비한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이 노래를 전 세계로 퍼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나 되어 활동할 것을 결의했고, 이것이 바로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의 시작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유랑극단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극단은 세상의 비정상을 다루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극단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와 협력하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개중에는 우리의 목표를 방해하거나 아예 우리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려는 목적으로 적대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들 또한 있었습니다. 유랑극단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적어도 치명상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만 했습니다.

그 시절 시작의 음률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단순한 종이 몇 장에 담겨 있었고, 종이는 간단히 찢거나, 태우거나, 그 외 수백 가지 방식으로 망가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또 곡을 훔쳐 가려는 도둑들은 더더욱 많았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시작의 음률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했고, 극단의 4대 기술감독 자오치엔趙薦이 봉래산의 나무로 만든 종이에 곡을 옮겼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보급되어 시작의 음률이 궁극적으로 안전해지기 전까지 수십 번의 테러와 절도 미수가 있었지만, 자오치엔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곡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작의 음률 자체도 수많은 잎들 사이에서 연주되고 있고, 또 인터넷과 외장하드라는 훌륭한 물건들 덕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그 곡을 영영 잃어버릴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의 음률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세계 전체로 퍼져나가 세상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노래의 역할

시작의 음률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선언입니다. 이 세상은 이미 이 곡이 도입부에서 보여주었듯이 슬픔과 비참함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노래를 잊은 지 오래이며, 진정한 음악은 세상의 차가움과 잔혹함 속에 매몰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불우한 사람들,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은 엉뚱한 곳에서 구원을 찾고, 결국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과 후회 뿐입니다.

그러나 시작의 음률은 돌부리와 가시나무를 뚫고 빠져나온 새싹처럼 당당히 사랑과 평화의 힘을 역설합니다. 감옥에 갇힌 이들을 풀어주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여전히 있기에 세상은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영원히 메마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또한 우리가 세상에 그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만들고 깨우치게 해 줍니다. 때문에 이것은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이 시작된 이유, 유랑극단이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유랑극단의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의 음률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종종 말하듯이, 유랑극단의 대표곡이자 뿌리인 것입니다.

하늘 아래를 누비는 축복받은 여행자

달 아래의 떡갈나무
다섯 번째 붉은 참새와 작은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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