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리처드 브룩스Richard Brooks가 담배를 오랫동안 빨아들인 입으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푸욱 날숨을 내쉬면서 연기와 짜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담배꽁초를 책상의 재떨이에 멍하니 툭툭 두드려 담뱃재를 털면서 자기 앞에 있던 서류들을 훑어봤다. 그러다 서류를 책상 위에서 주루룩 펼쳐놓고는, 앞자리에 느긋하니 앉은 남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는 태평하게 앉아 팔짱 낀 채로 고개를 뒤로 젖혀놓고 있었다.
"정말 확실해?"
"확실하지, 마치 시카고 컵스가 이번 토요일 경기에 진다는 것만큼."
"별로 안 확실해 보이는데."
"알았어, 마치 너네 전 부인이 썅년이라는 것만큼."
"으흠. 그건 좀 확실하네."
"안 그랬으면 말도 안 하지."
리처드가 다시 한숨을 내쉬고, 다 쪼그라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불을 끈 다음 서류들을 다시 그러모아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는 서류를 휙휙 넘기며 흑백 위성사진들, 손글씨 메모 몇 개, 아직도 붙어 있던 휘갈겨쓴 포스트잇 쪽지 등을 훑어봤다. 그러다 마닐라 봉투를 닫고는 책상 위로 돌려놓고 깍지를 껴 뒷머리를 감쌌다.
"재단은 이곳에서 영향력을 못 키운 거 모르냐, 토니."
"영향력이 컸으면 너한테 말도 안 했지, 리처드."
"그리고 연구부서에서는 그놈이 분명히 여기 있다고 확신하고?"
"확신하지, 마치-"
"우리 전 부인처럼, 알았어 그래. 그렇다 쳐도 나도 확신이 있어야지. 여기서 영향력을 구축하려면 만만찮은 자금을 몇 년은 쏟아부어야 해, 토니. 하루아침에 이 문제에 착수할 순 없다고."
"뭐 다행이네, 너야 여기 얼마 동안 있어 봤잖아."
리처드가 코웃음쳤다. "그런데 이놈은 대체 여기서 뭘 하는데? 지난번에 발견한 곳은 런던이었는데 나중에 또 몽골에서 나타났다며."
"아무래도 집에 가고 싶은가 보지. 그놈 맘이라는데 뭐."
"제인 불Jane Bull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영국놈들이? 에이 리처드, 이 서커스에서 대장이 누구냐. 영국놈들은 배짱이 없어서 우리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걔네가 나서려면 우선 자네가 큰손들을 여기로 똑바른 방향으로 밀어넣어 줘야지. 그 뭐냐, 말을 물가로 끌고 가서 머리를 물속에다 처박아 줘야 한다니깐."
"말 조심해 토니, 나도 그 큰손 중에 하나야."
"자네야 아직 우리 사람이잖아."
리처드가 멈칫했다. 그랬던가? 평소에 그런 식으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사실 리처드를 하루하루 마주치고 사는 사람들은 그저 이 사람이 흔한 로비스트겠거니,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의회의 관심을 얻으려고 뛰겠니 하고만 생각했다. 리처드의 일정이 대부분 판박이기도 했다. 관료를 만나고 같이 점심 먹고 중요 인물과 전화를 나누고 갖가지 보고서를 제출하고.
"…알았어. 나한테 맡겨둬. 이야기해볼 사람을 찾아볼게."
토니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내밀었다. 리처드가 아주 잠깐 망설였다가, 곧 그 손을 맞잡았다.
"좋아. 역시 이런 건은 자네만 믿으면 된다니까."
리처드가 일어나, 토니와 같이 방문까지 걸어가서 문을 열어줬다. 토니가 리처드를 쳐다보더니 아직 웃음을 머금은 채로 리처드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야, 이번 일 마무리하면 술이나 한 잔 하지?"
"그럴까보다, 토니. 전화할게."
토니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른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느실느실 걸어나갔다. 리처드는 토니가 하얀 코트를 나부끼며 멀어지는 모습을 주욱 지켜보다가, 이윽고 문을 천천히 닫고 정장 옷깃을 매만졌다. 그리고는 조용히 터벅터벅 책상 앞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풀썩 앉아 마닐라 봉투를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펜을 손에 든 채로. 그리고 강조 표시된 부분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으며, 지금 눈앞에 놓인 것과 그것이 위치하는 자리가 정확히 어떻게 되어먹었는지 확실하게 살펴보면서 주석을 몇 개 끼적였다. 몇 분 뒤에야 리처드는 움직임을 멈추고 뒷목을 주무르며, 책상 앞에서 몸을 구부정하게 두며 꾸준히 뭉쳐주었던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풀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로, 들었던 펜으로 책상 위를 멍하니 톡톡 쳤다.
에이. 달리 다른 방법이 없네. 리처드가 생각했다.
그리고는 책상 위로 몸을 뻗어 전화기에서 수화기를 집어들고, 펜으로 전화번호를 쿡쿡 찍은 다음 수화기를 귀에다 갖다댔다. 뚜르르, 연결음이 잠시 울리는 듯했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예, 브룩스 씨?"
"클레어Claire, 국방부로 연결해줘요. 잠깐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One moment, sir.”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가 연결되는 사이 리처드는 책상에다 계속 펜을 톡톡 두드렸다. 최대한 높은 데서 시작해야 제일 좋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뚜우, 전화 소리가 나며 찾았던 상대가 연결되었다. 남다르게 명랑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장관실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메리Mary? 저 미합중국 연락관 리처드 브룩스입니다. 도널드랑 점심 먹을 시간이 될까요?"
웨이터가 리처드가 시킨 연어 뫼니에르 접시를 내려놓자, 리처드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곧이어 조그만 탁자 맞은편으로, 엑스트라 레어 뉴욕스트립 스테이크 접시가 가만히 내려왔다. 리처드의 점심 상대는 입을 꾹 닫고 입꼬리만 살짝 비쭉이며 역시 웨이터를 보고 끄덕여준 다음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리처드는 비밀 엄수 차원에서 단골 스테이크집 구석진 곳에 있는 조그만 탁자를 골랐다. 점심 미팅에서 이 자리는 이야기를 나누기 제일 좋은 자리였다. 이 집 웨이터들은 신속하고 조용하며 무엇보다 무신경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고객을 두고 누가 떴다고 이러쿵저러쿵 입에 담는 일은 없었다. 워싱턴 DC 엘리트가 여기서 밥 먹고 가는 일은 하루이틀 있는 사건도 아니었으니까.
뭐 그렇지만, 지금은 자기보다 더 엘리트인 사람은 없는 듯했다. 리처드가 연어 살 한 조각을 저며내고는, 입에 넣고 맛도 느껴지는지 마는지 모르는 채로 먹는둥마는둥했다. 반면 눈앞의 점심 상대는 흡사 스테이크를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피 뚝뚝 흘리는 고깃조각들이 포크에 찔릴 때마다 육즙을 줄줄 쏟아냈다. 리처드는 물잔에서 물을 아주 조그맣게 한 모금 마시고는 가만히 목을 가다듬었다.
"럼즈펠드Rumsfeld 장관님-"
남자가 별안간 손에 든 나이프를 리처드 앞의 허공으로 쑥 내밀었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이윽고 포크와 나이프를 살살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슥슥 닦았다. 리처드가 접시를 보자, 몇 분이 지났다고 스테이크는 거의 전부 사라지기 직전이었고 샐러드만 손길 닿지 않은 채로 가만히 남아 있었다.
"리처드. 도널드Donald라 부르시게. 서로 알 만큼 알고 지낸 사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도널드. 스테이크는 어떻습니까?"
"맛있네. 아주 맛있어. 됐네, 리처드. 우리끼리 한두 번도 아니고 잡담은 그냥 생략하자고. 목적이 뭔지 말부터 한번 해보세, 서로 시간 아끼게." 럼즈펠드 장관이 책상 앞을 탁 움켜잡았다.
리처드가 발치에 둔 크로스백에 손을 넣어 마닐라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탁자에다 봉투를 올리고 상대편으로 밀어줬다. 럼즈펠드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찬찬히 살펴봤다. 눈이 잠시 크게 뜨였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유일하게 감정이 새어나온 부위였다. 럼즈펠드가 서류에서 눈을 떼고 봉투를 다시 닫아 탁자에 올려놓은 다음, 싸늘한 시선으로 리처드를 흘겨봤다.
"자네들 참 이상한 사람들일세, 아는가?"
"우리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대체 어디 가서 이런 정보를 얻어왔나? CIA가 자기 엉덩이를 찾아서 1년을 헤매고 다녔는데 이제야 뒷구멍을 겨우 살살 긁었군 그래. 아무튼, 자네들 몰라도 되는 거 알아내는 재주는 참 신통해."
"송구스럽지만 도널드, 다 알잖습니까, 더 어떻게 말씀드릴 처지가 아닙니다."
"그럼 됐네. 그래서, 무슨 수작인가?"
"예?"
"헛소리는 하지 말자고 내가 안 말했나? 무려 이런 정보를 툭 던져놓고 휭하니 갈 생각은 아니잖나, 무슨 시민의 의무가 갑자기 도졌다고. 어쨌거나 자네는 민주당 아닌가."
"무소속입니다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저희 다른 관심사가 있습니다. 저희가 획득하고픈 자산이 있죠. 저희 주요 목표와 유관한 대상입니다. 만약에 미국 정부에서 나서서… 이곳에서 영향력을 늘려 주신다면 저희에게도 유익할 겁니다. 카수스 벨리(casus belli) 정도로 생각하십시오. 개전 명분 말입니다. 이번 일에서 저희는 관심사가 맞아떨어진다는 말씀입니다."
"카수스 벨리가 무슨 말인지야 나도 안다네. 나 프린스턴 나온 사람이야. 자네는 어디 나왔나?"
"하버드 나왔습니다."
"알았네. 그래 자네들은 무슨 관심사가 튀어나왔길래 여기까지 발을 들이밀고 계시나?"
"말씀은 많이 못 드립니다, 도널드. 원래 저희 일이 그렇잖습니까. 다만 짧게 말씀드리면 저희가 그곳으로 가 닿지 못하게 된다면… 대재앙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UN에서 찾아다니는 대량살상무기는 새 발의 피라는 말씀까지만 드리죠."
도널드 럼즈펠드가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며 의자에 몸을 삐딱하게 기댔다가,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리처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리처드는 깍지 낀 손을 탁자에다 가만히 올려둔 채로 차분히 기다렸다.
"그래 자네들이 원하는 게 뭐야?"
"별거 없습니다. 그냥 저희 회수팀이 그곳으로 출동할 때 조금만 도움을 주십시오. 아마 원래부터 겨냥하시던 표적인 저희 목표랑 일치하리라고 생각하니, 처음 진격하시고 나서 바로 저희가 들어가겠습니다."
럼즈펠드가 오른쪽 입꼬리를 히죽이 치켜올렸다. 여전히 리처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채로, 럼즈펠드의 놈이 탁자 위로 기울어졌다.
"자네 아주 개같은 녀석일세, 아는가? 그런 정보는 또 얼마나 오래 주머니에 넣어다니고 계셨나?"
리처드는 꿈쩍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 오래 들고 있었습니다, 도널드."
"대답 한번 끝내주네. 자네 나랑 정치해볼 생각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럼즈펠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집어들고 으쓱하며 어깨에다 걸쳤다. 온갖 경호원들이 한몸처럼 삽시간에 그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는 동안 럼즈펠드는 탁자에서 이쑤시개를 집어들어 입속을 콕콕 훑었다. 그러고는 봉투를 집어들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맡기자, 그 사람이 조심스레 봉투를 받아 서류가방에 집어넣었다. 도널드가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리처드를 바라봤다. 이쑤시개의 찌르는 쪽으로 가리키면서.
"이만 감세. 세부사항은 얼마 뒤에 우리 사람한테 듣게 되지 싶네만, 이 정도만으로도 내가 내 일 진행하기는 충분하고 남지. 또 보세, 리처드."
"클레어가 세부사항을 처리해줄 겁니다. 살펴가십시오, 도널드."
럼즈펠드가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걸 끝으로 검은 정장에 인이어 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회담 장소를 나섰다. 리처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잠시 앉아 있다가, 점심 내내 가슴 속에 턱 막혀 있던 숨을 후욱 내쉬었다. 손을 내려다보니 마구 떨리는 중이었다. 하아, 한숨을 가볍게 쉬고 요동치는 심장이 조금만 더 침착해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리처드는 포크를 집어들어 식사를 계속했다.
2003년 5월
"짠."
"짜안."
리처드와 토니가 갓 딴 맥주병을 서로 부딪치고 꿀꺽꿀꺽 들이켰다. 리처드가 맥주병을 옆에다 내려놓고, 토니네 사무실 회전의자에서 등받이를 한껏 젖히며 뒤로 누웠다. 지난 몇 달 동안 할 일이 질풍같이 몰아치느라 둘 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들 있었다. 더군다나 리처드는 그날 이후로 여덟 달 동안 토니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서로 같은 프로젝트의 다른 분야에서 바쁘게 사느라고서는.
리처드는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감싸며, 오랜만에 소매를 걷고 넥타이를 풀어헤칠 기회를 만끽했다. 토니도 자기대로 흐늘흐늘 풀어진 모습이었다. 코트는 던져두고 셔츠 위쪽 버튼 몇 개는 끄르고. 리처드가 잠깐 눈을 감았다. 오로지 심신이 풀어지는 그 마음으로.
"어려웠어?"
졸음에 살살 빠지려던 리처드가 그 질문에 화들짝 깼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토니를 바라봤다.
"뭐가 어려워?"
"뭐래. 뭐긴 뭐야. 그 얘기 거기한테다가 꺼내는 거. 어떻게 돌아갔어?"
"일 이야기 좀 그만 하자, 토니. 쉴 땐 쉬어야지. 애들 잘 지내?"
"우리 애들 신경 끄세요, 나도 신경 못 쓰는데. 빨리. 얼른 대답해 봐."
리처드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약간 어려웠지. 증거부터 적당량 떠올려내야 하고, 내용은 충분히 모호해서 읽는 사람이 알아서 자세한 걸 머릿속으로 채워야 되고."
"구라 쳤구나."
"구라는 아니지, 그 자체는. 럼즈펠드는 오랫동안 구실을 찾아다녔어. 그 상상력을 조금만 자극시켜 줬다, 그렇게 말할 순 있겠지."
"아하, 창의적 구라였네. 멋지다."
리처드가 힝 코웃음쳤다. "좋을 대로 해석해."
그러고 리처드가 맥주를 또 한 모금 넘기려는 찰나, 토니가 말아놓은 신문 한 부를 툭 던져줬다. 리처드가 신문을 잡아채 펼쳐봤다. 지난주 신문 1면이 나왔다. 헤드라인 기사의 사진에서 대통령이 아주 대통령스런 웃음기를 머금고 엄지를 치켜올린 가운데 운집한 사람들이 박수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헤드라인 제목은 사진 배경으로 뒤에 보이는 요란한 성조기 횡단막에 쓰인 글과 같았다.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
하지만 리처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군중 한가운데 동그라미가 쳐진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멀찍이 찍혔는지라 누구인지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리처드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자기 얼굴인 줄을 알았으니까.
"그게 그렇게 쉽게 할 소린지…" 리처드가 중얼중얼하며 기사에서 눈을 떼고 다시 신문을 말았다.
"에이, 대통령이 그러잖아. 사실이겠지.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빨리 다음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질문이면 얼마든지."
"가치 있었던 임무인 것 같아?"
리처드가 멈칫했다. 그리고 바깥을 바라봤다. 사무실 창문 바로 너머 자리잡은 집결지로 노동자들이 이제 막 재단이 새로 습득한 물품을 끌고 오는 참이었다. 몇 달 동안 두 사람의 잠을 방해한 그 이유를. 3미터짜리 석재 큐브 바깥에 새겨진 문양들이 빛을 받아 광이 나노라니 집결지가 원래보다 훨씬 더 어두워 보였다. 사방에서 연구진이 어수선하게 움직여대고 갖가지 기호들을 따라 그리고 정교한 큐브 문을 살피고 여기저기서 하급연구원을 지시하고 있었다.
리처드 브룩스가 가슴주머니로 손을 갖다대 담뱃갑을 꺼냈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담뱃갑 옆구리를 톡톡 두드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욱, 숨을 깊이 들여마셨다가 연기를 지욱하니 뿜어냈다.
"내가 먼저 하나 물어볼게. 애초에 나를 찾아와서 이런 식으로 처리하라고 말한 이유가 뭐야?"
토니가 자리에서 몸을 꿈지럭거렸다. 갑자기 불편해진 모습이었다.
"그야 우리가 여기서-"
"-영향력을 못 키웠단 말이지, 이라크에서. 그치만 할 일을 못할 것도 아니었잖아. 말해봐 토니, 솔직하게 까고. 누구 계산이야?"
"…위험평가팀에서 굴린 모델이야. 이쪽이 훨씬 더 비용이 싸대. 정도를 고르면 귀찮은 게 너무 많고."
"이해했어. 그럼 이제 대답할게. 저거 이제, 우리가 되찾았잖아?"
"뭐 그래, 그렇긴 한데. 그치만 그 대가로-"
"그럼 나도 임무 완수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