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swimmer 13/05/13 (화) 20:34:26 #1507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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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찾은 미시간주는 공교롭게도 비가 왔다.

일고여덟살 때 쯤, 강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내가 빠진 줄을 아버지가 알아채지 못했다면, 나는 여기 글을 올릴 수도 없었을 거다. 그 사건이 수영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빠지고 나서 며칠 후 내가 직접 아버지에게 수영을 가르쳐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 헤엄을 칠 수 있으면 물에 빠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물론, 헤엄칠 줄 안다고 빠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내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나는 꽤 간이 컸다고 생각한다.

수영교실은 주 3회 나갔다. 교실은 당시 살던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꽤 먼 곳에 있었고, 어머니가 태워다 줬다.

수영이라는 것은 체력을 쓴다. 물 속에서는 무슨 동작을 하던 주위의 물을 헤쳐야 하기 떄문이다. 항상 체중에 부하가 걸린다. 소학생은 가뜩이나 체력이 없으니, 교습이 끝날 무렵이면 나는 언제나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돌아오는 차 안에 누워서 신체를 휴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영교실에 다니게 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어머니가 평소와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을 깨달았다. 뒷좌석에 누워 있었기 떄문에 바깥 경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이 분명히 이상하다고 알아챈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더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는 차가 방향전환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당시 살고 있던 미시간 교외는 분명 시골이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로 30분 걸리는 거리를 직진만으로 집에 도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외길로 돌아올 때는 항상 비가 내렸다. 빗발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것 같지은데, 불가사의하게 비가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후두둑 하고 들렸다. 항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수영교습에 관해 꼬치꼬치 물어오는 어머니가, 그 길을 운전할 때는 항상 과묵해졌다. 그 상태의 어머니에게 딱 한 번 말을 걸었던 적이 있다. 몹시 맥없는 목소리로 「뭐」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기묘한 현상이 어린 시절 특유의 신기체험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내가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항상 안심감을 주는 어머니가 무언가로 대체되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아니, 어쩌면 정말 어머니는 무언가가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외길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차내에서 라디오의 퍼스널리티의 목소리가 어울리지도 않게 밝게 울렸던 것을 기억한다.

미시간을 떠날 때까지 1년간, 나는 그 수영교실에 계속 다녔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을 정도로 수영이 내 적성에 맞고 즐거웠기 떄문이다. 어쩌면 오기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사간 곳에서도 수영교실에 다녔지만, 같은 현상을 조우한 적은 없다. 부모님께도 물어보았지만, 결국 외길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외길을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았다면 알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다보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창 밖을 내다보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앉아서 가다가 외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반드시 누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선렬한 기억에 남은 것이, 외길을 지나가고 있을 때, 비 내리는 차 밖에서, 무언가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감각이다. 그 시선은 외길을 지나는 동안 계속 따라왔다. 핥는 듯한, 끌어당기는 듯한 싫은 시선. 비 내리는 차 밖이 어떻게 되어 있었고 거기 무엇이 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것은 없고, 솔직히 말해서 확인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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